조아영을 집에 바래다준 후 유진우는 평안 의원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대문을 열자마자 눈앞의 광경에 그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마치 도둑이라도 든 것처럼 아수라장이 되어있었다. 약품이고 약상자고 전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그때 이청아가 방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조급한 얼굴로 헐레벌떡 달려 나왔다.“구릿대... 구릿대 어디 있어?”그녀는 손에 약 처방을 들고 여기저기 뒤지다가 결국 약장의 맨 꼭대기에서 구릿대를 보관하고 있는 약상자를 발견했다. 하지만 너무 높아 의자를 딛고 올라서는 수밖에 없었다.“지금 뭐 하는 거야?”유진우가 무뚝뚝하게 물었다.갑작스러운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이청아는 그만 의자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그녀의 머리가 땅에 거의 닿을 무렵, 유진우는 본능적으로 그녀를 감싸 안았다.그녀의 부드러운 살결이 느껴졌고 향긋한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유진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를 잡아준 후 바로 내려놓았다.“왔어?”이청아의 눈빛이 잠깐 흔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감추었다.“이 늦은 밤에 어디 갔었어? 전화는 왜 또 계속 안 받아?”“일이 있어서 나갔다 오느라 휴대 전화 확인 못 했어. 여긴 무슨 일로 왔어?”유진우가 덤덤하게 물었다. 이청아의 거만하고 도도한 성격에 절대 먼저 그를 찾아올 리가 없는데.“우연히 지나가다가 할아버지가 문 앞에 쓰러진 걸 발견하고 부축해서 안으로 들어왔어.”이청아가 설명했다.“쓰러져? 대체 무슨 일이야?”유진우의 낯빛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집에 도둑이 들었는데 할아버지가 도둑들이랑 싸우다가 심하게 다쳤어. 얼른 안으로 들어가 봐.”이청아의 재촉에 유진우는 아무 말 없이 곧장 안으로 뛰쳐들어갔다.아니나 다를까 주정뱅이 영감이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있었고 침대 밑의 대야에는 피가 가득했다. 그에게 다가가 맥을 짚어보던 유진우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주정뱅이 영감에게서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나타나는 징후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쇠약해지는 속도가 그의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청운 리조트.“아빠, 제발 진우 오빠 좀 도와주세요. 안 그러면 진우 오빠 죽어요!”남궁은설이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애걸복걸했다.“흥! 지금 유진우 때문에 아빠한테 이렇게 사정하는 거야? 유진우가 홍진호를 죽인 건 아주 극악무도한 짓이야. 철민이가 강능의 엘리트들을 전부 불러 모았어. 오늘 누구도 유진우를 구하지 못해!”남궁보성이 으름장을 놓았다.“아빠, 진우 오빠가 절 여러 번이나 살려줬잖아요. 제 얼굴을 봐서라도 이번 한 번만 도와주세요.”남궁은설이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리조트로 돌아온 후로 그녀는 계속 무릎을 꿇은 채 아버지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왜냐하면 미쳐 날뛰는 홍철민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아버지밖에 없으니까.“하도 걔가 널 살려준 적이 있어서 그나마 죽이지 않은 거야!”남궁보성의 낯빛이 싸늘하기 그지없었다.“아빠, 진우 오빠 목숨만 살려준다면 앞으로 아빠 말이라면 무엇이든지 다 들을게요.”남궁은설이 이마를 땅에 조아리며 애걸했다. 잠시 후 이마에 피가 흥건했다.“못난 녀석! 정말 사리 분별도 할 줄 모르는구나!”남궁보성이 책상을 탁 치며 일어났다.“아무런 상관도 없는 녀석 때문에 지금 나더러 홍씨 가문이랑 등을 돌리라고? 정녕 뭐가 더 중요한지 몰라서 이래?”“전 그딴 거 몰라요. 전 단지 진우 오빠가 절 살려줬으니까 보답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요.”남궁은설이 눈물범벅인 채로 말했다.“너 너... 이렇게나 어리석은 녀석이었어?”남궁보성은 도무지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윤진아, 당장 저 녀석을 끌고 가서 방에 가둬. 절대 리조트를 한 발자국도 나가게 해선 안 돼!”“알겠습니다!”도윤진은 하는 수 없이 남궁은설을 강제로 끌고 갔다.“언니, 제발 언니라도 나 좀 도와주면 안 돼요?”어찌나 심하게 울었는지 눈이 다 빨갛게 충혈되었고 한껏 풀은 죽은 모습이었다.“이 바보야,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 때문에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도윤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사랑에 눈뜨기 시작한 남궁은설이 유진우를
“저 자식이 진짜 왔네?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용기는 가상하지만 어리석기 짝이 없는 놈이야!”한바탕 소란이 일면서 사람들은 그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네가 바로 유진우야?”홍철민이 앞으로 한걸음 나서며 분노를 터뜨렸다.“그래, 나다.”유진우는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았다.“내 아들 홍진호, 네가 죽였어?”홍철민의 눈빛이 날카롭기 그지없었고 그를 흉악스럽게 쳐다보았다.“그래.”유진우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무릎 꿇어!”홍철민이 호통쳤다.“나더러 무릎을 꿇으라고? 넌 그럴만한 자격 없어.”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너한테 기회를 한번 줄게. 지금이라도 평안 의원 사람들을 풀어주고 영감님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면 목숨은 살려주겠다.”그의 말에 현장이 발칵 뒤집혔다.“대박! 저 자식 미친 거 아니야? 죽음이 눈앞에 닥쳤는데도 저렇게 나대?”“진호 도련님을 죽인 것도 모자라 회장님더러 사과하라니, 정말 미쳐 날뛰는 놈이야!”“무식하면 겁도 없다고 저 자식 아직 자기가 누굴 건드렸는지도 몰라.”사람들은 이러쿵저러쿵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이 자식아, 네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기나 해?”홍철민의 낯빛이 말이 아니게 어두워졌다.“지금 독 안에 든 쥐는 너야! 너무 처참한 꼴로 죽기 싫으면 당장 현주과를 내놓고 무릎 꿇고 빌어. 안 그러면 뼈도 못 추리게 될 거야!”“현주과는 없고 목숨은 있는데. 어디 재간 있으면 한번 빼앗아보든지.”유진우가 그에게 도발했다.“그래, 아주 좋아! 나한테 함부로 덤벼들었으니 제대로 상대해주지! 여봐라, 당장 저놈의 손발을 잘라버려! 내 원한이라도 풀게 갈기갈기 찢어 죽일 것이다!”홍철민의 명령에 몇몇 무사들은 앞다투어 공을 세우려고 냅다 유진우에게 달려들었다.“쾅!”유진우가 땅을 힘차게 밟자 바닥이 갈라지면서 돌이 마구 튕겼다. 수많은 돌이 마치 총알처럼 무사들의 몸에 그대로 꽂혔다. 무사들은 순식간에 만신창이가 된 채 고통에 몸부림쳤다.“전부 다 같이 덤벼!”홍철민이
10분 후, 무관 전체에 온통 울부짖는 소리로 가득 찼다.인파 속에 우뚝 서 있는 유진우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신처럼 기세가 드높았고 위풍당당했다.몇몇 젊은 남녀들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유진우가 이토록 실력이 막강할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그는 혼자의 힘으로 홍씨 무관을 무너뜨렸다.이들은 전부 혼자서 열 명 정도는 쉽게 쓰러뜨릴 수 있는 엘리트들이다. 그런데 단 몇 분 만에 전부 맥없이 쓰러졌다.어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X발! 저 자식 왜 저렇게 강해? 미친 건가?”“세상에나.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놈이야?”최우영 일행도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 특히 몇몇 여자들은 두려움에 벌벌 떨며 입을 움켜쥐었다.혼자서 저 많은 사람들을 전부 쓰러 눕히다니, 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홍씨 무관도 뭐 그저 그렇네.”유진우는 꼿꼿하게 서서 홍철민을 빤히 쳐다보았다.“너 이 자식 실력 좀 있구나? 전에는 내가 너무 얕봤네.”홍철민이 외투를 벗자 탄탄한 근육과 허리춤에 찬 장검이 모습을 드러냈다.“하지만 여기까지야. 오늘 내가 직접 네 목숨을 앗아갈 것이다!”그러더니 장검을 천천히 뽑아 들었다. 주변에 차가운 빛이 한순간에 퍼져나갔다.“회장님이 움직이셨어. 저 자식 오늘 죽었다!”그 광경에 최우영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저 아직 회장님의 실력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회장님 실력이 얼마나 강하신가요?”그때 누군가가 갑자기 물었다.“언더 랭킹이라고 들어봤어?”“당연히 들어봤죠. 언더 랭킹은 무술 실력을 평가하는 랭킹이잖아요. 용국에 무사가 수천만 명이 있지만 언더 랭킹에 든 사람은 백 명밖에 없어요. 그리고 그 사람들 모두 최고의 고수들이고요!”“알면 됐어. 사실 회장님이 바로 언더 랭킹 10위 안에 드신 강자야!”최우영이 우쭐거리며 고개를 쳐들었다.“네? 언더 랭킹 10위요?”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람들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다들 홍철민
“퍽!”마지막 따귀까지 맞았을 때 홍철민의 얼굴은 이미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엉망진창이 돼버렸다. 코와 입이 삐뚤어졌고 이도 거의 다 빠진 게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그는 맥없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유진우가 이 정도로 강한 실력을 지녔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는 기본적인 반격조차 하지 못했고 저항할 틈도 없이 계속 일방적으로 얻어맞기만 했다.이 정도 실력이라면 언더 랭킹 3위 안에 든 실력자가 와도 이길 수 있을지 미지수다.“내...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회장님이 졌어? 그것도 엄청 처참하게?”“저 자식... 대체 정체가 뭐야?”잠시 후, 쥐 죽은 듯이 고요하던 무관이 드디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하지만 그들의 질문에 답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왜냐하면 사실이 눈앞에 펼쳐져 있으니까.이 싸움에서 홍철민이 졌다. 그것도 압도적으로.언더 랭킹 10위도, 레인보우 스킬도, 최강 필살기도 이 순간만큼은 그저 우스갯거리에 불과했다.유진우의 실력은 사람들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막강했다. 단지 따귀 한방으로 홍철민의 기를 확 꺾어놓았다.“너... 너 대체 누구야!”홍철민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이 작은 강능에 어찌 이런 강자가 있단 말인가? 게다가 나이도 엄청 젊다. 이는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내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네가 살 수 있냐는 거야.”그를 내려다보는 유진우의 눈빛이 싸늘하기 그지없었다.그 소리에 홍철민은 움찔하는가 싶더니 이내 폭소를 터뜨렸다.“네가 실력이 있다는 건 인정해. 심지어 천부적인 재능이 뛰어나다고도 할 수 있어. 하지만 문제는 넌 혼자고 내 뒤에는 홍씨 가문이 있다는 거야. 홍씨 가문의 제자들이 수천만에 달할 뿐만 아니라 이곳저곳에 널리 분포되어있어. 네가 열 명, 백 명은 상대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수천만 명을 상대할 수 있겠어? 오늘 날 죽이면 홍씨 가문 전체 공공의 적이 될 거야. 그때가 되면 넌 수많은
“으악...”사람 머리가 바닥에 데굴데굴 굴렀다.무관 안에 잠깐의 고요함이 흐르는가 싶더니 이내 비명과 소란으로 발칵 뒤집혔다.홍철민이 망설임 없이 과감하게 스스로 목숨을 끊을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칼로 자기 목을 베다니... 미치지 않고서야 절대 불가능했다.“당신... 대체 회장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예요?”최우영은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다.“알고 싶어요? 그럼 직접 가서 물어봐요.”유진우는 충격에 빠진 그들을 뒤로한 채 무관을 나섰다. 그런데 그가 나가자마자 중무장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현장을 물샐틈없이 포위했고 연루된 자들 전부 잡아들였다.앞으로 어떻게 처리할지는 유진우가 걱정할 바가 아니다. 조무진의 힘으로 이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일 테니까....그 시각 청운 리조트.“뭐? 유진우가 안 죽었다고?”소식을 들은 남궁보성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말도 안 돼. 철민이 그래도 언더 랭킹 10위 안에 드는 고수이고 홍씨 가문의 엘리트까지 전부 불러서 손쉽게 이기는 게 정상인데.”“무관 쪽에서 다른 소식이 전해진 게 없어서 구체적인 상황은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저 유진우가 무사하게 집으로 돌아갔다는 소식밖에 없어요.”“이상하네... 철민이 지금 어디 있어? 전화해서 물어봐봐.”남궁보성이 생각이 잠긴 얼굴로 말했다.“그게... 회장님이 사라지셨어요. 연락도 안 되고요. 지금 군대들이 무관을 지키고 있어서 아무도 못 들어가요.”“군대들이 지키고 있다고? 어떻게 된 거야?”“그건 아직 모르겠어요.”“대체 무슨 일이 생겼는지 당장 사람을 보내서 알아봐.”남궁보성이 분부했다.“네!”경호원은 대답을 마치고 바로 나갔다.그런데 그때 밖에서 광풍이 불어오더니 군용 헬기 한 대가 드넓은 광장에 서서히 착륙했다. 헬기 문이 열리자 백발이 성성하고 체구가 우람한 노인이 몇몇 부하와 함께 드높은 기세로 걸어왔다.노인의 사각형 얼굴에 구레나룻 수염이 덥수룩했고 온몸에 어마어마한 기운을 내
유진우가 다시 평안 의원에 도착했을 때 물건이 잔뜩 깨져 아수라장이 됐던 바닥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의원 전체가 환골탈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많이 피곤했는지 이청아는 책상에 엎드려 곤히 자고 있었다.그녀의 수척해진 얼굴을 내려다보는 유진우의 눈빛이 어딘가 복잡해 보였다. 어쨌거나 그녀가 주정뱅이 영감의 목숨을 살려줬으니 고마운 건 사실이었다.그는 외투를 벗어 이청아에게 덮어주었다.“어?”이청아가 움찔하면서 눈을 번쩍 떴다.“왔어? 다친 데는 없고?”“난 괜찮아. 오늘 고생 많았어.”유진우가 고마움에 인사를 전했다.“고생은 무슨. 할아버지가 다치셨는데 돌봐드리는 건 당연한 거지.”이청아가 입술을 씰룩거렸다.“밤새 힘들었겠는데 배 안 고파?”“조금.”“자주 먹던 비빔 국수 한 그릇 말아줄까?”“응, 그래 주면 고맙고.”“잠깐만 기다려.”유진우는 곧장 주방으로 들어가 솜씨를 발휘하기 시작했다.결혼 생활 3년 동안 매번 이청아가 밤늦게까지 일하고 들어와 배가 고프다고 할 때면 야식을 만들어줬었다. 특히 그가 만들어준 비빔 국수는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두 사람의 거리가 점점 멀어졌고 사이도 점점 서먹서먹해졌다. 그러다가 결국 이혼 도장을 찍고 말았다.“비빔 국수 다 됐어.”15분 후, 유진우는 빛깔 고운 비빔 국수 한 그릇을 내왔다.“너무 맛있게 생겼어.”이청아는 젓가락을 들고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녀는 게 눈 감추듯 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깔끔하게 먹어 치웠다.“너무 맛있어. 요리 솜씨가 더 는 것 같아.”이청아가 오랜만에 웃어 보였다.“오랜만에 먹어봐서 그럴 거야.”유진우가 무뚝뚝하게 말했다.“그런가? 그럴 수도 있겠네.”이청아의 두 눈에 그늘이 살짝 드리워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3년이 지났다. 전에 있었던 많은 일이 이젠 습관이 돼버렸다. 추울 땐 누군가 옷을 챙겨줬고, 배가 고플 땐 밥을 차려줬고, 감기에 걸려 열이 날 땐 옆에서 챙겨줬었다. 몸에
“뭐라고? 대주주?”그의 말에 단소홍은 깜짝 놀라더니 이윽고 박장대소했다.“하하하... 유진우, 너 설마 약 잘못 먹었냐? 너 같은 인간이 대주주라고? 지나가던 개도 웃겠다!”여호준도 옆에서 비웃었다.“진우 씨, 다른 사람 앞에서 잘난 척하는 건 참견할 바가 아니지만, 저희 앞에서까지 이러는 건 좀 곤란하네요. 망신당하고 싶어서 환장했어요?”그는 유진우가 어떤 사람인지 낱낱이 조사했고 그저 평범한 흙수저에 별 볼 것 없는 초라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믿거나 말거나, 당신들은 대리권 못 받을 거라고 제가 장담해요.”유진우는 여유롭게 입을 열었다.“쳇! 장담? 당신이 뭐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줄 아나 봐요?”단소홍은 시큰둥하게 입을 삐죽 내밀었다.“오늘 이곳은 강 매니저님이 책임지고 있어. 그 사람 말 한마디에 모든 일이 결정 난다고!”“강 매니저가 누군지 난 잘 모르겠고, 아무튼 그 사람한테 결정 권한이 없다고 내가 확신해.”유진우는 무덤덤하게 말했다.“헛소리하지 마! 강 매니저님한테 권한이 없으면 누구한테 있는데? 설마 너? 주제도 모른 채 나대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어!”단소홍은 비아냥거렸다.“진우 씨, 여기서 망신당하기 전에 얼른 나가세요!”여호준은 마치 광대를 보듯 그를 조롱했다.‘내가 왜 저런 쓰레기 같은 놈한테 두 번이나 진 거지? 이해가 안 되네.’“소홍아...”대화를 나누는 사이 웬 뚱뚱한 중년 남성이 다가왔고, 바로 조신 의약의 매니저였다.“오빠, 드디어 오셨네요!”단소홍은 두 눈이 반짝이더니 기쁜 마음으로 다가가 그의 팔짱을 끼며 인사를 건넸다.“못 본 사이에 점점 더 이뻐지는 것 같네.”강 매니저는 단소홍의 엉덩이를 툭툭 치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어머...”단소홍은 애교를 부리며 뒤따라갔다.“실은 소개해 드리고 싶은 분이 있어서 이렇게 찾아왔어요. 이분은 서울 대가문 출신의 여호준 도련님이에요.”“이분이 여호준 씨군요?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강 매니저는 눈을 반
허공에 드리운 거대한 형상은 온몸이 불길에 휩싸여 있었고 뜨거운 열기는 대지를 녹일 듯 위협적이었다.“화신의 분노!”기운이 최고조에 달하자 한비영은 양손을 앞으로 세차게 밀어내었다.그의 등 뒤에 나타난 화신 또한 똑같이 손바닥을 내지르는 동작을 취했다.곧이어 새빨간 불꽃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화염 용이 하늘로 솟구치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유진우를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주작!”유진우는 기운을 전환하며 몸에서 뿜어져 나온 현청진기를 머리 위로 끌어올렸다. 순식간에 그의 머리 위에는 거대한 불꽃의 신조 주작이 모습을 드러냈다.“끼오!”주작은 커다란 날개를 힘차게 펼치며 수많은 불빛을 흩뿌렸다. 화살처럼 치솟아 오른 주작은 한비영의 용과 정면으로 충돌했다.“쾅!”굉음과 함께 두 거대한 존재는 격렬히 부딪혔다.주작은 폭발하여 수많은 불꽃 조각으로 흩어졌고 용 또한 흔적만 남긴 채 사라졌다. 두 사람의 대결은 다시 한번 무승부로 끝났다.이 결과를 본 한비영의 표정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는 세 번째 기술을 준비하며 자세를 가다듬었다.한비영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의 배는 바다를 삼키는 고래처럼 부풀어 오르며 천지의 영기를 거칠게 빨아들였다.그 순간 그의 등 뒤에 검은 구름 같은 형상을 띤 신상이 나타났다.이 신상은 흉측한 얼굴에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발산하고 있었다.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무사들은 공포에 질려 다리가 후들거리고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 기세는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짓눌러왔다.“천둥의 분노!”한비영이 긴 함성을 내지르며 허공을 향해 강렬한 주먹을 내질렀다.그의 등 뒤의 천둥의 형상 또한 거대한 주먹을 휘둘러 유진우를 향해 내리쳤다.그 주먹은 마치 태산이 내려앉는 듯한 기세로 막강한 압박감을 뿜어냈다.“청룡!”유진우는 다시 한번 몸속의 현청진기를 뿜어내 머리 위에 푸른 청룡을 소환했다.푸른 용은 생동감이 넘쳤으며 비늘 하나하나가 빛을 받아 찬란하게 반짝였다.용의 신비롭
“너희들 생각엔 한비영이랑 유진우 둘 중에 누가 더 셀 것 같아?”“만약 두 사람 모두 전성기 시절의 실력대로라면 아마 비등비등하지 않을까 싶은데. 결국은 누가 더 전략을 잘 짜느냐가 관건이겠지만.”“말도 안 돼! 당연히 한비영 도련님께서 훨씬 월등하시지! 유진우는 이미 한물갔어. 이제는 한비영 도련님께서 진정한 천하제일 천재란 말이야!”“나도 도련님께서 이기실 것 같아. 어쨌든 유진우는 방금까지 싸워서 체력을 다 써버렸으니 꽤 지쳤을 거야.”“...”대치 중인 한비영과 유진우를 바라보며 무인들은 귓속말로 여러 추측들을 주고받았다.두 사람 모두 알아주는 천재로서 결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이런 두 사람이 공개적으로 맞붙는다고 하니 그 누가 기대를 품지 않을 수 있으랴.물론 대다수는 한비영의 승리를 예상했다.한비영은 최근 몇 년간 천하에 이름을 떨치며 대단한 기세를 뽐냈고 자질로 봤을 때는 이미 무적이었다.그 반면, 유진우도 과거엔 알아주는 무인이었지만 지금의 한비영과 비교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그래, 싸워라, 싸워. 얼른 너희 둘이 싸우다가 둘 다 죽거나 크게 다쳐야 내가 얻는 게 있지.”문관옥은 두 사람을 조롱하는 듯한 냉소를 지었다.생사가 걸렸는데 아직까지 무슨 무림인들의 규칙을 지킨다고 설쳐대는 모습이 너무 우스웠다.전략으로 상대의 빈틈을 노려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결투의 기본 상식이거늘.“유진우, 난 지금부터 천신사상결을 사용할 거다. 잘 사리는 게 좋을 거야.”“받아라!”한비영은 경고 한 마디를 마친 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공격을 시작했다.그의 몸에서는 강렬한 기운이 폭발하더니 푸른빛의 잔상이 등 뒤에서 뿜어져 나왔다.그 잔상은 여섯에서 일곱 미터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로 마치 신마와 같은 위풍당당하고도 압도적인 위압감을 주었다.“세상에, 시작부터 천신사상결이라니. 아무래도 도련님께서 싸움을 한 번에 끝내실 생각인가 보구나!”“천신사상결이라니, 저건 천하에 위세를 떨친 기술이야. 신이 앞을
백발의 노인은 구세주를 본 듯한 표정을 지으며 기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경원종이 유명하다고는 해도 천하회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말도 안 될 정도였다.이미 2년 전부터 한비영이 대 마스터에 접어들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이런 절세의 천재는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존재였다.“한비영 도련님이 나서주셨으니 이제 유진우도 도망치지는 못할 거야!”미모의 부인은 기쁨으로 두 눈을 반짝였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도망쳐야 하나 싶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한비영이 와주었으니 이제는 마음 놓고 전투를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한비영 도련님을 뵙습니다!”한비영이 땅으로 착지하자 사람들은 일제히 공손한 인사를 건네며 존경을 표했다.“다들 물러나 계십시오. 이제 전투는 제가 맡습니다.”한비영이 큰 소리로 말했다.“네!”사람들 역시 큰 소리로 대답하며 양옆으로 물러서 자리를 내어주었다.위험을 피하면서도 공로를 나눌 수 있는 이 상황에 사람들은 기꺼이 옆으로 물러나 한비영의 실력을 구경할 준비를 마쳤다.“도련님, 유진우는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닙니다. 혼자서 상대하시기엔 무리일 수도 있으니 같이 힘을 합치는 건 어떨까요?”“관옥 도련님, 호의는 감사하지만 저는 혼자 싸우는 걸 좋아해서요. 그러니 도련님께선 잠시 쉬시는 게 좋을 겁니다.”“하지만 비영 도련님, 이번 일은 중대한 사안입니다. 만일의 사태를 위해 함께 싸우시는 편이 어떠신지요.”문관옥이 다시 입을 열었다.“왜 그러십니까, 도련님께선 이 한비영을 못 믿으신다는 겁니까? 설마 제가 유진우 하나 상대 못 할 것 같나요?”한비영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도련님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지금은 자존심을 내세우실 때가 아니라 임무가 우선입니다. 만에 하나 문제라도 생긴다면 도련님 혼자 책임을 지시기 버거울 겁니다.”문관옥이 경고하듯 말했다.“저는 무림인으로서 무림인들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겁니다. 도련님께서 책임에 대해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이봐요!”문관
“응?”유진우의 시선이 느껴지자 문관옥은 밀려오는 불안함에 눈꺼풀이 떨렸다.조금 전, 백호랑이 시간을 끄는 틈을 타 그는 이미 단약을 삼켜 빠르게 상처를 치유하는 동시에 체력 역시 회복하고 있었다.몇 분 정도 지나자 상처에서 느껴지는 불편함은 금세 사라졌고 체력도 빠르게 돌아왔다.그 반면, 유진우는 계속 이어지는 전투에 엄청난 체력을 소모했을 것이다.이제 역전된 기세에 문관옥은 어쩌면 자신에게도 승산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런 생각이 들자 문관옥은 더 자신감을 얻었다.물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여러 명이 한꺼번에 공격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비겁한 방식일지라도 단독으로 모든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는 나았다.“영웅 여러분, 유진우의 기력이 거의 다 소진되었을 겁니다. 우리 다 같이 힘을 합치기만 한다면 분명 죽일 수 있을 겁니다.”문관옥이 큰 소리로 외쳤다.그 말에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유진우의 모습은 문관옥의 말처럼 체력이 부족해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 유진우에게 무모하게 덤비는 것은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백호랑이 데리고 온 군사들의 시신은 아직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 광경은 피로 새겨진 교훈이었다. 그 누가 감히 선뜻 나설 수 있을까?“오늘의 임무를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리스크가 있어야만 성공이 따르는 겁니다. 저놈만 죽이면 여러분들은 평생의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습니다!”문관옥이 차분한 말투로 사람들을 유혹했다.그 말에 사람들의 눈빛이 이글거리기 시작하더니 각자의 얼굴에 의욕이 넘쳤다.유진우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결국은 혼자일 뿐이었고 방금 몇 차례의 전투를 통해 체력도 많이 소모되었을 것이다.그들이 힘을 모아 공격하기만 한다면 승산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죽는 게 무섭지 않다면, 어디 한 번 앞으로 나와 봐.”유진우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서자 사람들은 놀란 기색으로 뒷걸음질 쳤다.조금 전의 혈투를 똑똑히 목격한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두려움으
“윽...”그때 문관옥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갑자기 피를 내뿜었다.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는 손에 든 빙화검을 바닥에 꽂아 가늘게 떨리는 몸을 지탱했다.마지막 공격에서 문관옥이 크게 다친 것이 분명했다.“뭐라고요?”이 광경을 본 사람들이 경악했다.다들 눈이 휘둥그레져서 믿을 수 없어 하는 모습이었다.‘문관옥이 졌다고? 말도 안 돼!’문관옥은 4대 군신들의 우두머리였고 전쟁터에서 많은 사람들과 싸워왔었다.방금 공격에서 보여준 건 대 마스터가 되어야만 쓸만한 기술들이었다.‘그런 고수가 어떻게 질 수 있어? 유진우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문관옥도 이길 수 없을 만큼?’“계속 실력을 숨기고 있었어?”문관옥은 경악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그가 전력을 쓴 공격도 쉽게 막아냈으니 말이다.문관옥은 유진우를 쉽게 죽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죽이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이 다쳐버렸다.‘정말 말도 안 돼!’‘어떻게 된 거지? 유진우는 분명 사라진 지 10년이나 지났어. 서경왕부의 도움이 없는데 어떻게 이 정도로 강한 실력을 갖춘 거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야?’“내가 실력을 숨긴 게 아니라 네가 너무 약한 거야. 제대로 된 싸움으로 받아들이지도 못할 만큼.”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너!”문관옥은 이를 악물고 뭐라 말하려 했지만 또 피를 뿜었다.“4대 도련님 중에서 네가 최약체 아니야?”유진우가 말했다.실력으로만 봐서는 천하회의 한비영이 문관옥보다 훨씬 나았다.“날 너무 업신여기는 거 아니야?”화가 난 문관옥이 명령했다.“백호랑! 내 명을 들어. 당장 이놈을 죽여!”“돌진!”명령을 받은 백호랑들은 칼을 들고 유진우를 향해 돌진했다.이 백호랑들은 모두 문관옥이 정성껏 길러낸 호위무사들로 충성심이 강할 뿐만 아니라 실력도 강했다.물론 그도 백호랑이 정말 유진우를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공격하라고 명령한 건 시간을 끌면서 유진우의 기력을 소모하기 위해서였다.이번 작전에 참여한 세력들은
“대 마스터...문 도련님의 한 방은 분명 대 마스터에 버금 가는 실력입니다!”채지웅은 그를 올려다보며 놀라움이 가득 찬 표정으로 말했다.그는 유진우도 충분히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문관옥이 더 강할 줄은 몰랐다.‘마스터의 경지로 대 마스터의 실력을 발휘하다니... 말도 안 돼. 역시 천교는 다르다는 건가?’“이런 기술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온 세상에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노윤하는 입을 딱 벌린 채 충격을 금치 못했다.그녀는 스스로 자신이 고수라고 생각했지만 문관옥 같은 고수 앞에서 자기는 정말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너무 대단하시네요. 제 실력이 문 도련님 절반이라도 됐으면 얼마나 좋을까요...”사호문 제자들도 깜짝 놀랐을 뿐만 아니라 속으로 경외심을 느꼈고 뛰어난 실력을 갖춘 문관옥을 부러워하는 것 같았다.인제야 그들은 마침내 천교가 어떤 사람인지 깊이 깨달았다.“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문관옥이 칼을 휘두르는 걸 보면서 유진우는 피하지 않았다. 그저 살짝 스텝을 밟고는 칼을 들어 앞으로 찌를 뿐이었다.군더더기 없는 동작이었지만 화려한 테크닉도 없는 그저 단순한 공격이었다.그러나 문관옥이 들고 있는 거대한 칼날에 비하면 유진우는 코끼리 앞에 선 개미처럼 작고 약해 보였다. 입김만 불어도 부서질 듯이 말이다.“죽어!”유진우가 정면으로 맞서자 문관옥은 칼을 든 손에 힘을 더 세게 주었다. 그리고는 양손에 칼을 꼭 쥐고 아래로 내리쳤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유진우의 칼끝이 무관옥의 칼날을 정확하게 찔렀다.순간, 공포스러운 파동이 하늘 높이 치밀어 오르더니 사방으로 휘몰아쳤다.지나가는 곳에 있던 꽃과 나무는 온데간데없이 증발해 버렸고 바닥마저도 한층 벗겨져 버렸다.관전하는 무사들도 쓰러져서 곤두박질쳤다.모든 것이 가라앉고 나서야 무사들이 바닥에서 일어났다. 저 멀리에 또 거대한 구덩이가 생겼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구덩이 안에는 흑백의 그림자로 보이는 두 사람이 대치하고 있었다.흰색은 유진우였고 검은색은
문관옥의 맹렬한 기세에 유진우는 그저 검으로 막아내기만 했다. 그리고는 그저 문관옥이 마음껏 공격하게 내버려두었다.하지만 그것이 사람들 눈에는 문관옥이 계속 유진우를 누르고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보였다.계속해서 공격한다면 문관옥이 곧 이길 수 있을 것만 같았다.“문 도련님께서 익힌 기술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공격하면 할수록 위력이 더 강해지는 것 같아요!”“이 싸움을 보니 유장혁이 더 이상 당해 내지 못할 것 같네요...”“천재라고 하길래 뭐 얼마나 대단하나 했는데... 결국 문 도련님 같은 천교를 당해낼 수 없잖아요!”“문 도련님 파이팅입니다! 유진우를 죽여버려요!”기세등등하게 공격을 이어 나가는 문관옥을 보며 그들은 놀라워 하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했다.일부 사호문 제자들은 함성을 지르며 응원했다.“죽여라! 죽여라!”문관옥은 미친 듯이 웃으면서 손에 든 칼을 점점 더 빨리 휘둘렀다. 그러면서 기세도 점점 더 거세졌다. 그의 공격은 마치 바람에 소나기가 휘몰아치는 것처럼 보는 이의 눈을 어지럽게 했다.“유장혁, 아까는 그렇게 건방지더니... 왜 지금은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야?”“막지만 말고 반격해 봐! 공격해 보라고!”“왜 방어만 하고 있어?”“설마 두려운 건 아니겠지?”“전에는 그렇게 멋있고 대단하던 사람이었잖아. 지금은? 겨우 내 공격을 버티고 있는 주제에!”“그러면서도 천재라고? 웃기지도 않아!”“너한테 그럴 자격 따위 없어!”“어때? 내 실력이 느껴져? 많이 무섭지? 절망적이지?”“안타깝지만 오늘은 아무도 널 구해줄 수 없어!”문관옥은 공격하면서도 계속 비아냥거리는 말을 해댔고 유진우로 하여금 절망을 느끼게 하려 했다.하지만 그의 꼼수에 유진우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고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사실 그는 문관옥이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문관옥은 대단하지만 유진우보다는 약했다.다른 조직이 아닌 호룡각이었기에 유진우는 겨우 이 정도의 사람들만 보냈을 리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그래서 그는 분명 다른 고수
문관옥의 무기는 빙화검이라는 칼이었는데 전설적인 3대 검 중 하나였다.이 칼은 위력이 셀 뿐 아니라 두 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때론 한기가 엄습하고 때론 화염이 치솟는 속성을 가지고 있었다.두 속성 모두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실력이 강할 수록 더 큰 위력을 발휘했다.문관옥은 앞으로 돌진하면서 빙화검을 칼집에서 꺼냈 다.뜨거운 붉은 불꽃이 순식간에 칼날 전체를 뒤덮었다. 불길이 마치 짐승처럼 포효하는 듯했고 칼날이 지나가는 곳마다 땅의 화초들이 검게 타들어갔다.“화염 첫 번째 기술!”문관옥이 손목을 살짝 움직이더니 화염을 내뿜는 긴 칼을 높이 쳐들고 허공을 가르며 유진우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굉음이 울려퍼졌다.화염에 휩싸인 긴 칼이 갑자기 폭발하여 거대한 칼날이 허공에 떠서 형성되었다.칼자루는 길이가 십여미터쯤 돼 보였고 너비는 3미터 쯤인 것 같았다. 주위에는 불꽃이 감돌며 위세를 떨치고 있었다.언뜻 보기에는 하늘을 찌르는 거대한 칼날이 유진우을 향해 이렇게 무겁게 내리꽂히는 듯했다.“너무 무서운데요? 이게 문 도련님의 실력이였군요. 역시 강하세요.”“맞아요, 역시 도련님이세요. 거의 마스터 수준아닌가요?”“문 도련님 같은 분만이 유진우와 겨룰 수 있죠.”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한 칼날을 보고 있자니 모두들 자신도 모르게 놀라움을 나타냈다.비교하지 않으면 모를 수도 있었지만 경원종 고수들의 공격과 비교해 보면 문관옥의 공격은 차원이 달랐다.이게 바로 일반 고수들과 천교의 차이였다.“검!”유진우가 이렇게 말하자 땅에 떨어졌던 청하검이 그대로 10여 미터 거리를 날아오더니 유진우의 손에 쏙 들어왔다.유진우는 한 손으로 검을 들고 머리 위에 꽂혀지는 불꽃을 살짝 건드렸다.그러자 하얀 빛이 순식간에 검을 뚫고 나와 빙화검의 불꽃에 세게 부딪쳤다.쿵하는 큰 소리와 함께 두 칼날이 마주쳤다. 그 찰나, 땅이 흔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에너지가 충돌 지점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휘몰아쳤다.지나가는 곳마다 온통 난장판이었
펑!여기저기로부터 폭발 소리가 들려왔다.위력이 넘치는 번개들은 유진우의 커다란 손바닥 그림자 속에 빨려 들어갔고 바람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칼날은 전부 터져버려 모양을 유지할 수 없었으며 날카로운 얼음덩이들은 순식간에 물로 녹아버렸다.경원종의 모든 공격은 전부 무력화 되고 말았다.그뿐만 아니라 비연교 제자들의 암기들도 반사되어 공중에서 비처럼 우수수 쏟아져 내려오며 사방에서 땡그랑하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이럴 수가.”오행 진법이 전혀 효과가 없다는 것을 발견한 채지웅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다 두 다리에 힘이 풀리며 소스라치게 놀란 얼굴로 바닥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경원종의 다른 고수들도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금방 젖먹던 힘까지 짜내서 한 공격이 전혀 먹히지 않았으니 현재 기진맥진한 그들은 독 안에 든 쥐와 다름이 없었다.“도망가야 해! 얼른 도망가야 해!”노윤하가 소리를 지르며 허겁지겁 줄행랑을 놓았다.유진우의 손바닥 그림자에 스치기만 해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것 같은 강렬한 위기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그의 공격은 일반 마스터가 다다를 수 있는 위력이 아니었으니 유진우는 이미 대 마스터의 문턱을 밟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펑!흰색의 손바닥 그림자가 곧장 따라와 사방을 휩쓸자 미처 피하지 못한 경원종의 고수들은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가까이에 있던 사호문 제자들은 상황파악도 못한 채 사라지고 말았다.뒤에 숨어서 암기를 날리던 비연교 제자들도 모두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유진우가 만들어낸 커다란 손바닥 그림자는 도살장의 분쇄기처럼 그곳에 남아있는 적들을 하늘나라로 보내버렸다.지금 이곳은 지옥이 다름없었다.이곳저곳에서 피가 튕기고 산산조각이 난 시체들이 떠다녔다.바닥이 새빨간 피에 물들여져 피로 된 길고 긴 길을 만들어냈다.손바닥 그림자가 유유히 사라지자 이상한 침묵이 흘렀다.경원종에서는 채지웅 혼자 살아남고 전멸했다.채지웅은 바닥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