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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유진우가 다시 평안 의원에 도착했을 때 물건이 잔뜩 깨져 아수라장이 됐던 바닥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의원 전체가 환골탈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많이 피곤했는지 이청아는 책상에 엎드려 곤히 자고 있었다.

그녀의 수척해진 얼굴을 내려다보는 유진우의 눈빛이 어딘가 복잡해 보였다. 어쨌거나 그녀가 주정뱅이 영감의 목숨을 살려줬으니 고마운 건 사실이었다.

그는 외투를 벗어 이청아에게 덮어주었다.

“어?”

이청아가 움찔하면서 눈을 번쩍 떴다.

“왔어? 다친 데는 없고?”

“난 괜찮아. 오늘 고생 많았어.”

유진우가 고마움에 인사를 전했다.

“고생은 무슨. 할아버지가 다치셨는데 돌봐드리는 건 당연한 거지.”

이청아가 입술을 씰룩거렸다.

“밤새 힘들었겠는데 배 안 고파?”

“조금.”

“자주 먹던 비빔 국수 한 그릇 말아줄까?”

“응, 그래 주면 고맙고.”

“잠깐만 기다려.”

유진우는 곧장 주방으로 들어가 솜씨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결혼 생활 3년 동안 매번 이청아가 밤늦게까지 일하고 들어와 배가 고프다고 할 때면 야식을 만들어줬었다. 특히 그가 만들어준 비빔 국수는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두 사람의 거리가 점점 멀어졌고 사이도 점점 서먹서먹해졌다. 그러다가 결국 이혼 도장을 찍고 말았다.

“비빔 국수 다 됐어.”

15분 후, 유진우는 빛깔 고운 비빔 국수 한 그릇을 내왔다.

“너무 맛있게 생겼어.”

이청아는 젓가락을 들고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녀는 게 눈 감추듯 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깔끔하게 먹어 치웠다.

“너무 맛있어. 요리 솜씨가 더 는 것 같아.”

이청아가 오랜만에 웃어 보였다.

“오랜만에 먹어봐서 그럴 거야.”

유진우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런가? 그럴 수도 있겠네.”

이청아의 두 눈에 그늘이 살짝 드리워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3년이 지났다. 전에 있었던 많은 일이 이젠 습관이 돼버렸다. 추울 땐 누군가 옷을 챙겨줬고, 배가 고플 땐 밥을 차려줬고, 감기에 걸려 열이 날 땐 옆에서 챙겨줬었다. 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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