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후, 이씨 가문의 별장.“엄마! 소홍이한테 지금 큰일 났어!”이현은 재빨리 뛰어오며 말했다.여유롭게 앉아서 해바라기씨를 까고 있던 장경화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호준 형한테 연락 왔는데 소홍이가 지금 감옥에 갇혔대!”이현의 입에서 나온 말은 충격적이었다.“뭐라고?!”그의 말에 깜짝 놀란 장경화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그게 무슨 소리야? 멀쩡하던 애가 갑자기 왜 잡혀가?!”“호준 형 말로는 소홍이가 오늘 조씨 가문에 비연단 사러 갔대. 그 와중에 유진우랑 다툼이 생겼는데 갑자기 도둑으로 몰려서 잡혀갔다고...”이현은 다급하게 설명했다.“도둑? 말도 안 돼! 소홍이가 성격이 제멋대로인 건 맞는데 절대 뭘 훔칠 그런 애는 아니야!”말을 이어가던 장경화는 갑자기 뭔가 떠올랐다.“잠깐만! 소홍이가 유진우랑 다투고 나서 잡혀갔다고 했지? 유진우가 모든 걸 계획한 게 아닐까?”“맞아! 호준 형도 그 생각 했어!”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유진우 그 쓸모없는 놈은 줄곧 우리한테 불만을 품고 있었어. 이번에도 원한을 품고 일부러 소홍이를 모함한 게 분명할 거야!”“빌어먹을 놈! 양심이 눈곱만큼도 없네!”화가 난 장경화는 테이블을 쾅 내리치며 이를 갈았다.“그동안 잘해준 건 까맣게 잊고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 이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었는데, 배은망덕한 자식!”“엄마, 우리 이제 어떡해?”이현의 물음에 장경화는 초조한 표정으로 답했다.“일단 사람 찾아서 소홍이부터 빼내야지.”장경화는 하나뿐인 조카를 그 누구보다도 아꼈다.“엄마,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호준 형밖에 없는 것 같아.”이현이 엄숙한 표정으로 말하고 있던 그때, 여호준이 분노를 내뿜으며 들어왔다.모습을 보아하니 사방을 뛰어다닌 것 같았다.“호준아, 마침 잘 왔네! 소홍이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 것 같아.”여호준을 본 장경화는 재빨리 달려가 애원하며 말했다.“휴...”여호준은 난감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아주
점심 무렵, 대리상을 확보한 유진우는 평안 의원으로 돌아왔다.그런데 들어서자마자 사람 한 명이 더 있는 걸 발견했고, 열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앳된 소녀였다.포니테일을 한 채 수수한 옷차림의 소녀는 땀을 뻘뻘 흘리며 의원을 정리하고 있었다.주정뱅이 영감은 의자에서 쿨쿨 잠을 자고 있었고,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담요가 덮어져 있었다.“유 선생님, 돌아오셨네요?”유진우를 발견한 소녀는 긴장한 듯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넸다.“누구시죠?”유진우는 의아한 듯 물었다.“저는 임윤아라고 합니다. 선미 씨가 할아버지 돌보라고 보내셨어요.”소녀는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성인이에요?”조선미가 40, 50대의 도우미 아줌마를 보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어린 소녀의 모습에 유진우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성인이에요! 열여덟 살!”임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윤아야, 내가 보기엔 넌 아직 너무 어려. 그 나이 때는 학교를 다녀야지.”유진우는 고개를 저었다.별다른 생각 없이 내뱉은 말에 임윤아는 ‘털썩’ 바닥에 주저앉아 무릎을 꿇었다.“유 선생님! 제발 절 내쫓지 마세요. 빨래, 밥, 청소 전부 다 잘할 수 있고 더러운 일이나 힘든 일도 저한테 맡겨 주세요. 보기엔 연약해 보여도 생각보다 힘도 세고 밥도 적게 먹을 테니까 절대 방해가 되지는 않을 거예요!”“응?”갑작스럽게 무릎 꿇은 임윤아의 행동에 유진우는 어리둥절했다.“유 선생님, 제발요! 잘못한 일 있으면 욕하고 때려도 돼요. 전부 다 참아낼 수 있으니까 제발 내쫓지 마세요!”임윤아는 말을 하면서 머리를 바닥에 ‘쿵쿵’ 찍었고 순식간에 이마에서는 피가 흘러내렸다.“너 뭐 하는 거야?”깜짝 놀란 유진우는 재빨리 다가가 임윤아를 부축하며 달랬다.“내쫓을 생각 없었어. 난 네가 너무 고생하니까...”“하나도 안 힘들어요...”임윤아는 고개를 저으며 눈물을 글썽였다.“유 선생님과 할아버지를 돌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큰 영광이에요. 전혀 힘들지 않으니까 마음껏 시켜만 주세요
그는 임윤아가 극도로 불안한 상태에 처해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아무것도 못 하게 말리는 것보다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도록 지지했다.“따르릉...”마침 핸드폰이 울렸고 전화기 너머로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 유 선생님 맞나요? 전 이번에 새로 부임한 수사팀의 경장 장염입니다.”“장 경장님이 저한테는 무슨 일로?”유진우는 깜짝 놀랐다.“다름 아니라 이번에 단소홍이라는 범인을 잡았는데, 조사에 따르면 유 선생님의 처제이자 이번 비연단 절도 사건과도 연관되어 이렇게 연락드리게 됐습니다. 이분한테 책임을 물으시겠습니까?”장염은 조심스럽게 물었다.“됐어요. 그 일과 전혀 연관 없는 사람이에요.”비록 단소홍이 눈에 거슬렸지만, 사적인 원한으로 감옥에 집어넣을 정도는 아니었다.“잘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통화를 마친 유진우는 옛 서적 한 권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그는 예전부터 책 읽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었다.“유진우! 너 당장 나와!”갑자기 밖에서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고 곧이어 장경화가 이현과 함께 건달 몇 명을 거느리고 살기를 뿜으며 들어왔다.“여긴 무슨 일로 오셨어요?”유진우는 고개를 들며 물었다.“이 파렴치한 인간아! 소홍이가 도대체 너한테 무슨 잘못을 했다고 애한테 누명을 씌운 거니?”장경화는 들어오자마자 욕설을 퍼부었다.“야, 넌 양심 밥 말아 먹었냐? 성격도 거지 같은 게 고마운 줄 모르고 은혜를 원수로 갚네. 짐승만도 못한 놈!”“엄마, 이렇게 많은 욕은 어디서 배웠어?”옆에서 듣고 있던 이현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중학교도 졸업 못 한 사람이 욕을 술술 내뱉으니 너무 놀라웠다.“지금 그게 중요해?”장경화는 고개를 돌려 이현을 노려보더니 이내 싸늘한 눈빛으로 유진우를 바라봤다.“내가 정곡 찔러서 할 말이 없나 봐? 아니면 도둑이 제 발 저린 건가?”“어디서 그런 소문을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소홍이가 체포된 건 저랑 아무 상관 없는 일이에요. 원망하고 싶으면 거지 같은 친구를 사귄 단소홍
“이현, 3초 줄 테니 당장 윤아한테 사과해!”유진우는 굳은 얼굴로 천천히 일어나며 말했다.“사과? 웃기고 있네. 네가 사과하라고 하면 할 것 같아? 그리고 쟤는 그냥 천한 계집일 뿐인데 때리면 어때서? 더 참견했다가는 너도 맞을 줄 알아!”이현이 사나운 얼굴로 노려보았다.“어리석은 놈!”유진우는 콧방귀를 뀌며 이현의 복부를 발로 찼다.이현은 비명을 지르며 몇 미터 뒤로 날아갔고, 몸은 새우처럼 움츠리며 고통스럽게 뒹굴었다.“너, 감히 내 아들을 때려? 이 짐승 같은 놈! 어디 한번 혼나봐야지!”장경화는 분노가 치밀어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저리 비켜요!”유진우가 몸을 슬쩍 흔들자 무형의 힘이 장경화로 하여금 뒤로 물러나게 하였다.장경화는 물러나며 발을 헛딛는 바람에 넘어져서 엉덩방아를 찧으며 문에 머리를 부딪혔다.“너 너 너... 감히 날 때려? 은혜를 몰라도 유분수지, 너 같은 배은망덕한 놈이 어떻게 우리 집안에 들어왔었지?”장경화는 바닥에 주저앉아 소리쳤다.“너희들 뭐해 당장 저놈 족쳐!”어머니가 쓰러진 것을 본 이현은 곧바로 화를 내며 명령했다.몇 명의 건달들이 이현의 명령에 쇠 파이프를 꺼내 들고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의원 밖으로 튕겨나갔다.“젠장! 쓸모없는 것들!”이현은 유진우를 혼내주려고 데리고 온 건달들이 이 정도로 쓸모없을 줄을 생각도 못 했다.“윤아야, 아까 뺨 한대 맞았지? 이리 와서 두 대 쳐.”유진우가 갑자기 말했다.“감히!”이현의 표정이 사나웠다.임윤아는 겁을 먹고 움츠리며 두려워서 앞으로 가지도 못했다.어렸을 때부터 맞기만 했지, 누구를 때려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그럼 내가 할게!”유진우는 두말하지 않고 이현의 얼굴을 세게 때렸다.어지러울 정도로 맞은 이현의 뺨은 빨갛게 부어올랐다.“이 개자식! 짐승 보다 못한 놈아! 거지 하나 때문에 옛 처남을 때려? 인간성이 조금도 없는 놈! 우리 가족은 너한테 은혜를 베풀었는데 보답은커녕 은혜를 원수로 갚아?
유진우의 오랫동안 쌓였던 분노와 불만은 마침내 뱉어졌다.“너 너 너... 헛소리하지 마!”장경화는 조금도 믿지 않고 더 세게 소리를 질렀다.“네가 무슨 능력이 있어서 우릴 도와줘? 우리 가문이 오늘의 성과를 거둔 건 우리 청아 능력 덕분인 거지, 너랑 아무런 상관이 없어! 그리고 너도 지금 여자 덕분에 사람 노릇하고 다니는 거잖아! 조선미 대표가 너를 봐주지 않았다면 오래전에 강씨 집안에 죽임을 당했을 거야! 그러니까 허세 부리지 마. 너 같은 기생오라비는 조선미 대표도 언젠가는 쫓아낼 거야! 그때가 되면 넌 모두한테 쫓기는 물에 빠진 개가 될 거야!”장경화의 말에 유진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웃었다.예상대로 그가 무슨 말을 하든 소용이 없었고, 그들은 여전히 믿지 않았다.이씨 집안사람들이 보기에 그는 늘 어설프고 평범했다.물론 그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됐어. 당신들하고는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으니까 의원에서 당장 나가. 여기는 당신들 환영하지 않아!”유진우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젠장 기다려!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야!”이현은 고함을 지른 후 장경화와 같이 자리를 떠났다.더 이상 싸울 수 없기에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윤아야, 괜찮아?”유진우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저는 괜찮아요, 폐를 끼쳐 죄송해요.”임윤아는 부끄러워하며 말했다.“바보야,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있으면 멀리 피하고 절대 나서지 마.”유진우가 신신당부했다.“알았어요.”임윤아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해 질 무렵, 이씨 별장 안.이청아가 퇴근해서 집에 들어서자마자 얼굴이 퉁퉁 부어있는 이현과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는 여호준을 보았다.“누나 왔어? 엄마 오늘 맞았어!”이청아를 보자마자 이현은 고자질을 시작했다.“엄마가 맞았다고? 무슨 일이야?”이청아는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얘기하려면 길어. 먼저 방에 가서 엄마를 봐.”이현이 재촉했다.이청아가 얼굴을 찡그리고 방으로 걸어가자 침대에 힘없이 누워있는 장
핸드폰 속 영상은 유진우가 사람을 때리는 장면이었다.이현을 발로 차고 이어서 장경화를 밀쳐 바닥에 넘어뜨려 머리를 문에 부딪치게 했으며 이현의 뺨을 두 대 때리는 것으로 영상은 끝났다.영상은 이미지만 있고 소리는 없었다.이청아는 믿고 싶지 않았지만 이제 믿지 않을 수 없었다.“누나, 봤지? 이게 바로 증거야! 엄마 연세도 많으신데 이렇게 당하고 어떻게 멀쩡하시겠어! 방금 병원에 다녀왔는데 엄마 뇌진탕이 심하셔서 알츠하이머에 걸릴 수도 있대! 그리고 뼈도 몇 군데 부러져서 앞으로는 자기 몸을 돌보는 것조차 어려울 거라고 했어. 누나, 그 짐승만도 못한 놈을 그래도 믿을 거야?”이현은 이를 악물고 분노를 토로했다.“왜? 그 사람이 왜 그랬는데?”이청아는 열 손가락을 꽉 움켜쥐더니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두 사람 관계가 이제 막 누그러져서 그녀는 심지어 재결합까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유진우는 왜 엄마를 때렸을까?유진우가 이 정도로 몰인정하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청아야, 그 자식이 나를 때렸을 뿐만 아니라 소홍이를 모함해서 감옥에 넣었어!”장경화가 차갑게 말했다.“뭐라고요? 소홍이가 감옥에 갔다고요?”이청아의 눈이 동그래졌다.“맞아! 오늘 소홍이가 비연단 사러 조씨네 갔다가 유진우랑 충돌이 있었는데 그 자식이 앙심을 품고 소홍이를 도둑놈으로 누명 씌워서 잡아넣었어.”이현은 격동하며 소리쳤다.“나도 현장에 있었어. 증명할 수 있어. 확실해!”여호준도 옆에서 끼어들었다.그는 이런 낙정하석 할 수 있는 기회를 당연히 놓칠 수 없었다.“청아야, 들었지? 이제 유진우 그 자식이 얼마나 배은망덕한 놈이라는 걸 알겠어? 과거에 우리는 다 그놈한테 속았던 거야. 이게 그 자식의 원래 모습이야. 그런 놈을 아직도 믿고 싶어?”장경화는 말을 마치자마자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중상을 입고 누워있는 장경화의 모습을 보는 이청아는 가슴이 아팠다.그녀의 마음속에 있던 최소한의 희망마저 완전히 사라지고 분노로 가득 찼다.이청아는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유진우
“할 말 없지? 그럴 줄 알았어! 왜? 왜 이렇게 변한 거야? 왜 자꾸만 나의 한계를 도전해? 우리 정말로 원수가 돼야 그만할 거야?”이청아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내가 변한 게 아니라 당신이 예전이나 지금이나 나를 믿지 않는다는 거야. 내 말은 믿지도 않을 거면서 이제 그만하자. 주정뱅이 영감을 살려준 건 언제든지 갚을게.”유진우는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우리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까?돌아갈 수 없다.이건 어젯밤 그가 그녀에게 한 대답이다.“진우 씨, 무슨 말이야? 이제 인연을 끊겠다는 거야? 당신...”이청아는 다른 말을 더 하고 싶었지만 이미 전화는 끊어졌다.유진우의 냉철한 태도에 그녀는 가슴이 찢어지듯 아팠다.그녀는 왜 두 사람이 평화롭게 지내지 못하는지? 왜 서로한테 상처를 주고 괴롭혀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왜 조금이라도 그녀를 배려해 주지 않을까?“누나, 말했잖아, 그 자식은 인간성이 하나도 없다고. 이제 그 자식의 본 모습을 알겠지?”이현이 옆에서 불난집에 부채질을 해댔다.“청아야, 그 자식한테 빌지 마. 그 자식은 언젠가 벌을 받을 거야!”장경화도 한마디 보탰다.“엄마, 그만하고 치료나 잘해요. 소홍이는 제가 방법을 찾아볼게요.”이청아의 마음은 심란했다.“청아야, 소홍이 일은 걱정하지 마. 아버지가 알아보신다고 하셨으니 조만간 좋은 소식 있을 거야.”여호준이 옆에서 위로했다.마음에 상처를 입은 여자가 가장 약하다는 걸 알기에 이때다 싶어 잘 보이려고 노력했다.“고마워요.”이청아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몇 명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경찰차 한 대가 별장 앞에 멈췄다.차량 문이 열리자 단소홍이 반가워하며 차에서 뛰어내렸다.“이모, 저 왔어요!”단소홍은 문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소홍아!”그 광경에 몇몇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장경화는 방금까지 골골거리던 모습은 사라지고 바로 침대에서 뛰어내려 단소홍의 손을 잡고 이리저리 살피며 걱정했다.“소홍아, 괜찮아? 어디
이청아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그제야 뭔가 발견하고 놀란 표정으로 장경화를 바라보았다.“엄마, 팔다리가 부러졌다고 하지 않았어요? 어떻게 일어설 수 있어요?”“어?”장경화는 얼굴이 굳어지면서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방금 소홍이를 보고 너무 흥분했나 봐, 아픈 것도 까먹었네. 이제 누워서 쉬여야겠다.”그렇게 말하면서 절뚝거리며 침대 위로 올라갔지만 그의 형편없는 연기력으로는 아무도 속일 수 없었다.“엄마! 안 다쳤으면서 일부러 그러신 거예요?”이청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어떻게 안 다칠 수가 있어? 유진우가 나 때리는 거 봤잖아? 아이고 머리가 또 아프기 시작하네!”장경화는 머리를 감싸 쥐고 다시 아픈 척을 하기 시작했다.“뇌진탕에 팔다리까지 부러졌다면서요. 병원 진료기록부 어디 있어요? 가져와요!”이청아가 소리쳤다.“그게...”장경화와 이현은 말문이 막혀 서로를 바라보았다.그제야 이청아는 모든 걸 깨달았다.“그러니까 지금껏 나한테 거짓말을 하신 거네요? 왜 그래요?”이청아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래, 나 안 다쳤어. 그래서 뭐?”들켜버리자 장경화는 아예 당당하게 나왔다.“비록 다치진 않았지만 그 자식이 사람을 때린 건 사실이잖아. 동영상으로 다 봤잖아.”“맞아! 누나, 내 얼굴을 봐, 다 그 자식이 때린 거야!”이현도 얼굴을 내밀며 말했다.“핸드폰 내놔!”이청아는 얼굴을 찡그렸다.“왜? 핸드폰은 왜?”이현은 켕기는 게 있었다.“이리 내!”이청아는 바로 핸드폰을 뺏어 들고 영상 원본을 찾아 스피커 볼륨까지 높였다.그제야 동생이 왜 맞았는지 사건의 전말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유진우가 배은망덕한 것이 아니고 엄마와 동생이 막무가내로 남의 집에 가서 일을 벌인 것이었다.“왜? 왜 거짓말을 해요?”이청아는 짜증이 났다.“청아야, 우리가 언제 너를 속였어? 그 자식이 사람을 때린 건 맞잖아. 비록 우리가 먼저 시작했지만, 그 자식은 그러면 안 되지. 우리가 때리면 어때서? 나는 어른인데, 좀 혼내면 안 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