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연 전쟁 여제?” 긴 머리에 빨간 옷을 입은 여인을 발견한 부장은 몸이 굳더니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부장은 엄연한 군무 중인이니 어찌 조홍연의 명성을 모를 수가 있겠는가! 용국의 유일한 전쟁 여제인 조홍연은 남성들의 존경과 찬양을 한 몸에 받는 인물이었다. 전장에서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적들을 죽이는 조홍연의 악명은 사람들로 하여금 치를 떨게 만들었다. 그녀가 한 번, 또 한 번의 피로 가득 찬 시쳇더미들을 밟고 있었기에 오늘 이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어... 어서 총을 내려놔라!” 넋이 나간 것도 잠시, 부장은 얼른 정신을 다잡아 부하들에게 들고 있는 무기를 순순히 내려놓을 것을 명령했다. 만약 누군가가 조홍연에게 총구를 겨눈다면 그녀의 성격상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죽이고 난 뒤 조홍연이 아무렇지 않게 그들에게 죄명을 뒤집어씌운다면 그들은 그저 헛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이 될 것이 분명했다. “조홍연? 저 사람이 왜 여기에 온 거지?” 안세리와 봉연주도 조홍연을 발견한 순간부터 경악하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조홍연은 연경의 모든 여자들이 넘지 못하는 크나큰 산과도 같은 존재다. 상대방의 배경은 물론이고 무력까지 뛰어난 데다가 병사들까지 거느리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지 않은가! 연경의 여성들의 화를 제일 불러일으키는 점은 바로 조홍연은 외모까지 수려해 연지 랭킹에서 2등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이었다. 예쁘고 멋진데 집안 배경도 좋고 실력도 좋은 조홍연 같은 여인은 용국에서 두 번 다시 나오지 못한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조홍연의 그간 쌓아 올린 업적과 전쟁의 승패 앞에서 재벌 가문 사람들이라 해도 머리를 숙여야 했다. 그녀는 그야말로 모든 방면에서 다 압살을 하는 신과도 같은 사람이다. “아까는 제가 말을 했는데... 불만이라도 있으신가요?” 조홍연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부장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아... 아닙니다. 제가 어찌 감히.” 그녀의 물음에 부장은 식은땀이 줄줄
자신은 조홍연에게 미움받을 짓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갑자기 뺨을 때리니 봉연주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봉연주는 조홍연이 무슨 약이라도 잘못 먹었는지까지 의심했다. 속상한 건 둘째 치고 화까지 나지만 봉연주는 감히 뭐라 대들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문왕부의 부장은 속으로 내심 아까 자신이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봉연주처럼 뺨을 몇 번이고 맞을지도 모를 테니까 말이다. “다들 잘 들으세요. 저는 딱 한 번만 말할 거예요.” 조홍연은 싸늘하게 식은 눈빛으로 몇 사람을 번갈아 보며 말을 이어갔다. “유진우 씨는 제 친구예요. 은씨 가문 또한 저희 조씨 가문의 좋은 파트너고요. 만약 누가 감히 헛된 소문을 퍼뜨리거나 쓸데없는 말을 한다면 그땐 저도 제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요.” “뭐? 친구라고?” 조홍연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깜짝 놀란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누구도 조홍연이 유진우를 위해 친히 이곳에 왔으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혈혈단신으로 전쟁의 여제에게 도움을 청하다니! 사람들은 다들 유진우라는 사람과 그의 배경이 궁금해졌다. “여제님, 농담하시는 거예요? 저런 사람이랑 알고 지내는 사이라고요?” 안세리는 조홍연이 말이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그저 맨발의 의사일 뿐인 유진우가 어떻게 조씨 가문의 거대한 “나무”와도 같은 사람이랑 알고 지낼 수 있는지 안세리는 의아했다. “맞아요! 천하의 쓰레기 같은 저런 놈이랑 어떻게 친구를 하세요?” 그때, 봉연주도 옆에서 안세리의 말에 거들었다. “네 이년!” 그녀의 말에 화가 잔뜩 난 조홍연은 봉연주의 배를 강한 힘으로 발로 차버렸다. 펑! 이내 무언가 터지는 것 같은 큰 소리와 함께 봉연주가 몇십 미터 밖으로 날아가더니 벽에 부딪혀 입에서 피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전엔 그저 가벼운 “손길”로 교훈을 주려던 마음이었는데 봉연주의 말은 조홍연의 분노를 들끓게 만들었다. ‘감히 장혁 오빠를 모욕해?’ “연주야!” 피를
안세리와 부장 무리들이 떠나가자 은씨 가문은 드디어 위기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다. 은국성을 중심으로 한 사람들은 싸늘하게 식은 조홍연의 표정을 보면서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자신들을 도와준 조홍연이 너무나도 고맙지만 도대체 왜 그녀가 자신들을 도운 것인지도 몰랐다. 조씨 가문으로 놓고 말하면 은씨 가문은 그저 작디작은 개미와도 같은 존재인데 말이다. 고귀하고도 높은 지위에 있는 “거인”이 왜 개미의 생과 사에 관여했는지 그들은 궁금했다. “복잡하게 생각하실 필요 없어요. 저는 진우 오빠의 체면을 봐서 도와준 것뿐이니까.” 조홍연은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를 눈치챘는지 바로 그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줬다. “진우 오빠?” 조홍연의 말에 은씨 가문 사람들의 시선은 일제히 유진우를 향했다. 다들 하나같이 유진우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의아해하는 눈빛이었다. 그들은 지금까지 유진우가 배경은 물론 능력도 권력도 없는 무부일 줄만 알았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들이 예상한 것과 달라 보이자 사람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조홍연과도 같이 센 사람이 유진우를 “오빠”라고 칭하는 것을 보니 유진우 또한 작은 인물은 아닐 것이라고 여겼다. 자신을 보는 사람들의 의미심장한 눈빛에도 유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묵묵히 문한성의 잘려나간 머리를 은도의 시신이 놓인 관 아래에 놓더니 향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삼배를 했고 나지막한 소리로 입을 열었다. “은도 씨, 당신을 죽인 범인을 데리고 왔습니다. 당신의 죽음에 관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마땅한 대가를 치르게 만들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은도 씨의 가족분들을 잘 보호할 테니 걱정 마십시오. 절대로 가족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게 만들 테니 이제 그만 편히 쉬십시오.” 유진우는 은도의 관을 향해 허리를 숙여 공손하게 절을 했다. ‘은도 씨, 당신은 저에게 몇 없는 친구 중 한 명이었습니다. 제가 영원히 마음속에 당신을 기억하고 간직하겠습니다.’ 그는 절을 하며 속으로 은도에게
조홍연은 아무 문제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이어갔다. “문설봉 그 사람에게는 친자식과도 같은 아들과 딸들이 꽤나 많아요. 그래서 문한성 하나 죽었다고 그렇게 큰일은 없을 거예요. 제가 직접 문왕부에 갈 건데 만약 그 사람들이 불만이 가득하다면 싸워야죠.” 문관옥을 따라다니는 최강 군신이라는 수식어는 조홍연의 심기를 아주 불편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녀는 만약 기회가 있다면 상대와 크게 한번 싸워 누가 더 센 사람인지를 겨뤄보고 싶었다. “그리고 봉씨와 안씨 두 재벌 가문에서 남자들을 괴롭히고 여성들을 마구잡이로 때리는 악행들을 저지르고 있어. 꼭 더욱더 따끔하게 혼을 내줘야 해.” 유진우가 담담히 말했다. “이건 더 간단하죠! 사람을 시켜 조사만 한다면 그들의 흑역사들을 다 알아낼 수 있을 거예요. 그때가 되면 하나하나 천천히 감옥에 넣으면 되죠.” 조홍연이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조씨 가문에서 안씨와 봉씨 가문을 ‘공격’하는 것은 호랑이와 강아지의 싸움이니 그녀는 별다른 계획을 세울 필요도 없었다. 명령만 내린다면 두 가문의 앞으로의 삶을 처참하게 망칠 수 있었다. 이게 바로 재벌 가문과 왕족 가문의 차이이자 권력이다. 아무리 돈이 많고 잘 나가는 재벌 가문이라도 강한 권력을 손에 쥔 왕족 가문 앞에서는 그저 갓난아기와도 같은 존재다. ... 깊은 밤, 어느 한 사립병원. 봉연주는 병실 침대에 누워 신음소리만 내고 있었고 가끔 입에서 빨간 피를 토했다. 조홍연의 발길질로 봉연주는 내장에 크나큰 손상을 입었고 의료진들이 온 힘을 다해 응급수술을 진행해서야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짧은 시일 내에 봉연주는 건강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다. “빌어먹을 조홍연! 정말 미친 인간이야. 온몸이 썩어들어가고 얼굴에는 농들이 마구 흘러내려 와 천하의 못생긴 여자가 되라고 저주할 거야.” 봉연주는 아픈 몸을 하고도 조홍연을 욕하고 저주했다. “쉿! 말조심해.” 옆에 앉아 있던 안세리는 누가 들을세라 봉연주에게 입을 닫으라
갑작스런 아버지의 고함에 놀란 봉연주는 두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그녀는 핸드폰을 손에든 채로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면서 조심스레 물었다. “아빠, 왜 그러세요? 집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요?” “네가 지금 뻔뻔하게 나한테 묻는 것이냐? 너 스스로 벌인 일을 모르는 척할 테야?” 수화기 너머 봉연주의 아버지는 분노에 차 소리를 지르듯 말을 이어갔다. “방금 관변 측에서 대량의 인원을 동원해 우리 봉씨 가문의 모든 산업을 샅샅이 뒤졌다. 게다가 대부분의 핵심적인 물건은 다 가져갔고. 지금 봉씨 가문은 벼랑 끝에 서 있게 됐다. 이대로라면 나까지 붙잡혀가 옥살이를 하게 생겼다고!” “네?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우리 봉씨 가문이 얼마나 인맥이 넓고 산업을 크게 하는데 누가 감히 우리 가문을 건드려요?” 봉연주는 아버지의 말에 믿기지 않는 듯 따지며 물었다. 가문의 발전은 늘 아주 잘 나가고 있었고 아는 사람도 많기에 설령 무슨 일이 있다고 해도 이 정도 까지는 크게 벌려지지 않았었다. 돈을 버는 유일한 봉씨 가문의 재산을 조사하고 압수한 것도 모자라 사람까지 잡아가니 그들에게는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었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짐작이 안 가는 모양이구나! 네 성 씨와 이름까지 대가면서 잡겠다고 지금 난리도 아니다. 너 이 쓰레기 같은 년, 도대체 어떤 큰 인물을 건드리고 다닌 거야!” 봉군의가 씩씩거리며 물었다. “저...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그의 물음에 봉연주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으로 대답을 했다. “불쌍한 척, 아무것도 모르는 척 좀 그만해! 누구를 건드렸든 간에 어떤 수를 써서라도 싹싹 빌어 용서를 받아. 안 그러면 봉씨 가문은 이대로 끝일 테니까! 정말 끝을 맞이한다면 나는 제일 먼저 네년의 목을 벨 거다.” 봉군의는 화가 쉽게 풀리지 않는 듯 고함을 지르며 몇 마디 욕설을 더 내뱉더니 전화를 끊어버렸다. 생전 처음 보는 아버지의 말투에 놀란 봉연주는 눈에 눈물이 맺힌 채 한참 동안 정신을 차
안세리는 단 한 번도 안씨 가문이 이 지경까지 몰락할 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고귀하고 당당하던 부모는 목숨을 지키려고 여기저기 도망 다니고 가문은 파산을 맞이하게 돼버린 이 상황이 안세리에게는 꿈만 같았다. 강대하던 재벌 가문은 이렇게 하루아침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한번 몰락한 가문은 다시 일으켜 세우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안세리는 이 결과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늘 풍족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던 안세리에게 이제 그런 삶은 그림의 떡이었다. 재벌 가문에서 평생 모자람 없이 살고 싶었던 그녀의 꿈 또한 박살이 나버렸다. “세리야, 혹시 너희 가문에도 일이 생긴 거야?” 새하얗게 질린 안세리의 얼굴을 발견한 봉연주가 조심스레 물었다. “너랑 같아. 우리 집도 관변 측에서 찾아와 샅샅이 뒤졌다네.” 안세리는 식은땀까지 줄줄 흘리며 봉연주에게 대답했다. “우리 봉씨 가문을 조사하는 것도 모자라 안씨 가문까지 그랬다고? 세상에 어떻게 이런 우연한 일이 있을 수 있지?” 봉연주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고작 하룻밤 만에 두 재벌 가문이 처참하게 몰락할 위기에 처했다고?’ 그녀들은 무조건 누군가가 일부러 벌인 짓이라고 생각했다. ‘누구지? 도대체 누가 이런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 거지?’ “관변을 이용해 우리 두 가문을 조사할 사람은 오직 4대 왕족의 고위층 사람들뿐이야.” 말없이 생각에 잠겨있던 안세리가 문득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네 뜻은... 왕족인 조씨 가문 짓이라고?” 봉연주는 빠르게 안세리의 말에 눈치를 챘고 얼마 전 조홍연에게 당한 따끔한 “교훈”이 떠올랐다. 그녀는 조홍연이 이렇게 바로 “공격”을 진행할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내 생각에는 거의 백 프로야. 조씨 가문을 빼면 아무도 없을 것 같은데?” 안세리가 대답했다. 지금까지 왕족 가문은 건드린 적이 없지만 오늘 유진우 때문에 찾아온 조홍연과 깊은 악연이 생겼으니 안세리는 확신했다. 안세리가 확신하는 제일 결정적인 이유
“패? 무슨 패?” 안세리의 말에 봉연주는 눈빛에 생기가 돌더니 물었다. 그녀는 지금 봉씨 가문과 안씨 가문에 들이닥친 재앙을 누가 구해줄 수 있는지 궁금했다. “조씨 가문이 비록 강대하긴 해도 상대할 수 있어. 4대 왕족 중에 아직 문씨 가문이 남아 있잖아.” 안세리는 한껏 엄숙해진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유진우가 문한성 씨를 죽였어. 조씨 가문이 아무리 뒤에서 보호해준다고 해도 문왕부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야. 그래서 우린 문왕부에게 모든 것을 걸어도 돼. 그래야만 유진우를 상대할 수 있을 테니까. 우리 스스로를 지킬 수도 있고 복수를 할 수도 있는 기회지.” “좋은 생각인데? 완전 일석이조 아니야?” 안세리가 말한 “패”의 의미를 알아챈 봉연주는 뛸 듯이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 나는 이 생각을 못 했지?’ 비록 조씨 가문에게 비참한 짓을 당했다고 해도 그녀들의 뒤에는 아직 문왕부가 남아 있기에 포기하긴 이르다고 생각했다. “세리야, 내가 지금 당장 청아 언니에게 전화해서 먼저 우리에게 닥친 위기를 해결하고 도와달라고 할게.” 봉연주가 핸드폰을 꺼내 들어 전화를 거려는 순간, 안세리가 급히 말렸다. “기다려! 이청아 씨에게 전화를 한다고 해도 일이 해결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어. 문 어르신의 친딸 같은 사람은 맞지만 조홍연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라고.” “청아 언니한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면 또 누구한테 해야되?” 안세리가 왜 자신을 말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봉연주가 입을 삐죽 내밀며 물었다. “제일 좋은 상대는 바로 옥면 군신인 문관옥 씨지.” 안세리는 아까보다 아주 이성적으로 현실을 파악하고 분석하고 있었다. “문관옥 씨가 문왕부에 돌아간 뒤로 형세가 기울였어. 전에 이청아 씨를 보살피고 그녀에게 아부하던 사람들 다 문관옥 씨에게 붙었지. 그중 문한성 씨가 제일 좋은 예시야.” “게다가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유진우가 문관옥 씨가 보는 앞에서 문한성 씨를 죽였대. 그런 대담한 행동들은 다 문관옥 씨의 자존
“걱정 마, 이 정도로 죽기야 하겠어? 이렇게 큰일이 났는데 내가 어떻게 이 상처를 제대로 치료하겠냐고. 좀 잇다가 내가 휠체어 타고 나타날게. 그러면 우리의 성의를 조금 더 알아봐 주실지도 몰라.” 안세리의 말을 귀신같이 들은 봉연주가 괜찮다며 대답했다. “알겠어. 우리 그럼 옥면 산장으로 가자.” 봉연주의 대답에 안세리는 하던 걱정을 멈추고 사람을 불러 휠체어를 가져오라고 한 뒤, 봉연주를 태웠다. 두 사람은 그렇게 다급히 옥면 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밤이 점점 더 깊어져 가는 시각, 옥면 산장 안. 문관옥은 서재에 앉아 손에 들린 자료들을 보며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유진우가 옥면 산장에 쳐들어온 뒤로 그는 모든 자원을 동원해 그의 신분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하루도 채 안 걸려 모든 결과가 그의 손에 들어왔다. 자료에서는 유진우가 강능에서 온 사람이자 이청아와 혼인 관계로 살던 사람이라고 적혀있었다. 제일 처음 유진우는 그저 의술을 조금 할 줄 아는 평범한 남자였지만 이혼을 한 후로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해 점점 더 자신을 드러냈다고 한다. 의술과 무도를 제외하고도 상도까지 섭렵하고 있지만 특히나 무도 쪽에서는 강남무림의 주인마저 살해한 기록까지 남아 있을 정도로 대단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요즘 젊은이들과 다르게 자랑할 만한 실력을 갖추고도 늘 겸손한 태도로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특수 기관까지 동원해 찾지 않았다면 천하의 문관옥조차 유진우의 자료를 찾아내지 못 할 뻔하였다. “이상해... 참 이상하단 말이지.” 유진우의 사진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던 문관옥은 생각에 깊게 잠긴 듯했다. “군신님,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십니까?” 그때, 옆에 있던 문관옥의 측근이 조심스레 물었다. “유진우 이 사람 마치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사람 같아. 이혼 전에는 조용하던 사람이 이혼하고 나니까 무슨 신의 계시라도 받은 사람마냥 승승장구를 하잖아. 강대한 무도 마스터까지 된 사람이
이청성은 미소를 지으며 잔을 들었다.“자, 다들 사양하지 말고 오늘 마음껏 드시고 마시세요!”다양한 맛있는 음식을 보자 금도문의 제자들은 사양하지 않고 마구 먹고 마시기 시작했다.술이 세 순배 돌고, 다양한 음식이 들어가자 양측도 어느정도 친해졌다.“두 분을 보아하니 현지인은 아닌 것 같은데 설마 보물을 찾으러 온 건가요?”서지석이 떠보듯 물었다.“맞아요. 죽음의 사막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말을 듣고 몇 명 데리고 와서 운을 점쳐 보는 김에 단련하려고요.”이청성은 부인하지 않았다.죽음의 사막에 나타났다는 건 대부분 다양한 보물을 위한 것이며 이는 다들 속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이렇게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에 여행 올 바보는 없었다.“제가 괜한 말을 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죽음의 사막은 정말 위험합니다.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아무런 위험도 경험하지 못한 것 같은데 그런 험난한 곳은 가지 않는 것이 좋아요.”서지석이 설득하자 이청성은 웃으며 거절했다.“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꼭 가야 할 이유가 있어요.”“만약 기어코 가시겠다면 저희와 함께 가시죠. 그럼 저희가 보살펴 줄 수도 있고요.”“지석 씨도 이번에 보물을 찾기 위해 사막에 가시는 건가요?”유진우가 물었다.“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우리 금도문의 이번 임무는 죽음의 사막에 갑자기 나타난 오아시스를 탐험하는 거예요.”“선배님! 말을 삼가세요!”이 말을 들은 금도문의 제자가 즉시 소리를 내어 일깨웠다.어쨌든, 이것은 그들 사문의 임무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쉽게 알릴 수 없었다.“말 못 할 사정이 있다면 무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유진우는 캐묻지 않았다.“괜찮아요. 친구끼리 왜 감추겠어요?”서지석은 손을 흔들며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말했다. “죽음의 사막에 최근 신비로운 오아시스가 나타났다는 것을 들었는지 모르겠네요. 이 오아시스는 마치 영적인 존재처럼 빠르게 확장되고 있어요. 그래서 그 안에 어떤 놀라운 보물
연우혁의 위협적인 눈빛에도 유진우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방금 서지석이 막지 않았더라면 이 녀석은 땅바닥에서 자기 치아를 찾고 있었을 것이다.파리 몇 마리를 쫓아낸 후, 조이준은 계속 술을 마시고 고기를 먹었다.서지석과 금도문 제자도 더 이상 큰 소리로 떠들지 못하고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그러자 이청성은 일어나서 서지석을 향해 주먹을 감싸고는 예의 바르게 말했다.“방금 나서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별것 아니니 신경 쓰지 마세요.”서지석은 손사래를 치며 너스레로 말했다.“나는 멋대로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을 가장 혐오해요. 우리 금도문의 종지가 바로 불의를 보면 반드시 칼을 뽑아 돕는 것이거든요.”“금도문은 역시 명불허전이네요. 전부 의리가 넘치시는 분들이세요. 괜찮으시다면 저희와 함께 식사하면서 술을 마시는 건 어떨까요? 제가 마침 좋은 술 몇 병을 소장하고 있거든요.”이청성이 먼저 러브콜을 보냈다.“그렇다면 저도 사양하지 않겠어요!”좋은 술이 있다는 말에 서지석은 저도 모르게 눈이 번쩍 뜨였고 즉시 몇몇 제자들에게 두 식탁을 붙이라고 지시했다.“아저씨, 요리사에게 몇 가지 요리를 더 내오라고 하고 술도 몇 병 더 가져오세요.”자리에 앉은 후, 이청성은 하인에게 한 마디 분부했다.“네!”하인 왕씨 아저씨는 대꾸하고 곧 떠났다.잠시 후 좋은 술과 요리가 잇달아 상에 오르자 서지석은 사양하지 않고 먼저 술을 따라 단숨에 마셨다.“역시 좋은 술이네요.”술 한 잔이 입에 들어가자 서지석은 금방 취한 표정을 지으며 입맛을 다졌다.“내 추측이 맞다면 이건 아마 백 년 묵은 술이죠?”술을 좋아하는 서지석은 지금껏 다양한 좋은 술을 맛보았지만 이렇게 향긋한 술은 처음이었다.지난번에 사부님께 받은 50년 묵은 술은 이것만큼 맛있지 않았다.“선생님께서는 술을 잘 아시는군요.”이청성은 가타부타 웃었다.황실의 좋은 술, 그것도 진품이라 일반 사람들은 당연히 마실 수 없었다.“선생님이라니요! 서지석이라고 부르세요.”“지석 씨, 제
“사람을 너무 얕잡아 보네!”유진우의 조롱을 받은 포니테일 여자는 더욱 분노했다.그녀는 이미 양측의 실력 차이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갑자기 온몸의 내공을 동원하여 더 강력한 힘으로 찔렀다.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힘을 주어도 손에 든 검날은 좀처럼 나아가지 못했다.유진우의 손가락은 집게처럼 검날을 단단히 끼고 있었다.“자기 주제도 모르고 덤비네!”유진우는 콧방귀를 뀌며 손가락에 힘을 가했다.칭하는 소리와 함께 여자의 장검은 곧장 부러졌고 강력한 반진동이 그녀를 2~3m 밖으로 날려버렸다. 땅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그녀는 얼굴이 일그러지고 눈이 침침해졌다.“대선배님! 이 녀석이 날 괴롭혔어요!”포니테일 여자는 자신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과감하게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했다.“건방진 놈! 감히 내 후배에게 손을 대? 죽고 싶어 환장했어?”매부리코 사내가 벌컥 화를 내며 검을 뽑더니 유진우를 혼내주려고 했다.“그만!”그때, 문 앞에서 큰 고함소리가 울렸다.곧이어 빨간 옷을 입고 보검을 멘 한 남자가 한 무리 사람들과 함께 기세등등하게 걸어 들어왔다.남자는 짙은 눈썹과 큰 눈을 가지고 있으며 체격이 우람하고 분위기가 강렬하여 등장하자마자 모든 사람의 주의를 끌었다.건방지게 굴었던 매부리코 남자조차도 상대방을 보고는 얼굴을 찡그리지 않을 수 없었다.“연우혁! 비설파는 정말 눈에 뵈는 것이 없구나! 대낮에 권세를 믿고 사람을 괴롭히다니. 정말 너희가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을 것 같아?”빨간 옷 사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서지석! 이 사람들이 우리 비설파에게 도발한 거다!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말고 나가!”매부리코 남자, 연우혁이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흥! 너희가 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거 내가 방금 똑똑히 봤어. 나 서지석은 너희같이 건방진 녀석들이 제일 눈에 거슬려!”서지석이 분노하며 말했다.“괴롭히면 뭐 어때? 우리 비설파의 일에 금도문이 무슨 자격으로 나서?”연우혁이 버럭 화를 내자 서지석이
유진우와 이청성은 원래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포니테일 여자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화살을 두 사람에게 겨누자 잠시 반응이 없었다.“그래! 저 사람들은 열몇 가지 음식이 있고 전부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아 보이잖아. 근데 우리 상에 올라온 건 전부 쓰레기야!”“당장 우리 음식도 바꿔줘! 그렇지 않으면 정말 화낼 거야!”많은 사람들이 소란을 피웠고 말하면서 식탁 위의 음식을 바닥에 힘껏 내던져 온통 엉망진창이 되었다.“죄송합니다. 저희 작은 가게 능력으로는 정말 저렇게 유명한 음식으로 바꿀 수가 없어요.”종업원이 울상을 지으며 난감해했다.“바꿀 수 없다고? 그 말은 우리가 저런 음식을 먹을 돈이 없다는 거야?”매부리코 남자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지금 사람을 차별 대우하겠다는 거야? 우리가 누군지 알아? 우리가 바로 강호에서 유명한 비설파 제자들이야. 만약 우리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이 가게는 오늘로 끝이야!”포니테일 여자가 흉악하게 소리쳤다.“오해, 모두 오해입니다.”종원은 화들짝 놀라며 설명했다.“저 유명한 음식들은 전부 손님이 직접 데려온 요리사가 요리한 겁니다. 저희는 그저 주방만 제공했을 뿐이에요.”“뭐? 요리사를 데리고 왔다고? 지금 장난쳐? 누가 요리사를 데리고 다녀?”포니테일 여자는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죽음의 사막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보물을 찾으러 오는데 요리사를 곁에 두는 것이 말도 안 되었다.“정말입니다. 제가 직접 봤어요. 제가 어찌 감히 여러분을 속이겠어요.”종업원이 확신에 차서 말했다.그 말을 들은 비설파 제자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더니 결국 유진우와 이청성에게 시선을 돌렸다.“이봐, 그 음식들 정말 그쪽 사람들이 만든 거야?”포니테일 여자가 앞으로 나서더니 위에서 내려다보며 물었다.“맞아요.”이청성은 고개를 끄덕였다.“밖에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서 직접 요리사를 데리고 왔어요.”“그래?”포니테일 여자는 식탁 위의 요리를 자세히 보고는 저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새우 볶음, 쏘가리구
“에취!”여관에서 막 옷을 갈아입던 유진우는 갑자기 재채기하고 속으로 ‘도대체 누가 나를 생각하는 거지?'라고 중얼거렸다.유진우는 코를 비비고 방을 나와 여관 식당에 도착했다.이 여관은 초등학교를 개조했기 때문에 식당의 면적도 작지 않았는데 대략 이삼백 제곱미터였다.백여 명이 식사하기에 넉넉했다.“여기요!”유진우가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이청성이 손을 들어 흔드는 것을 보았다.앞으로 다가가 보니 테이블 위에 이미 십여 가지 맛있는 음식이 놓여 있었다.“이 음식들은 전부 우리 주방장이 만든 거예요. 안전하고 맛도 있으니 안심하고 드세요.”이청성이 설명하자 유진우가 웃으며 말했다.“조심성이 많으시네요.”그는 사양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우걱우걱 먹기 시작했다.“집 밖에 나오면 조심하는 게 맞죠. 이곳은 죽음의 사막 경계지역으로 아주 혼잡해요. 경각심을 늦추면 언제 죽을지 몰라요.”이청성은 젓가락을 집어 들고 천천히 씹으며 우아하게 먹었다.두 사람이 밥을 먹고 있을 때, 청의를 입고 보검을 든 젊은 남녀들이 갑자기 들어왔다.이 사람들은 분위기가 강하고 눈빛이 날카로우며 압박감이 넘쳤다. 옷차림을 보니 강호의 문파 제자일 것이다.그중 선두주자는 마른 체구의 매부리코 남자로, 서른이 넘은 나이에 인상이 다소 험상궂어 좋은 사람 같지 않았다.“대선배님, 이곳은 너무 낡았어요. 그리고 더러운 물건도 많은데 어떻게 여기서 식사를 하겠어요?”포니테일을 한 여자가 사방을 둘러보며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어쩔 수 없어. 이번에는 상황이 열악하니 대충 때워.”매부리코 남자가 좋은 말로 달랬다.“그래요. 온 김에 대충 먹죠 뭐. 배고파 죽겠어요.”포니테일 여자는 그나마 깨끗한 자리를 찾아 앉더니 외쳤다.“종업원! 여기에서 가장 좋은 요리로 당장 준비해!”“네!”종업원이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그리고 요리사에게 몇 가지 귀한 요리를 준비해서 먼저 내놓으라고 당부했다.그러나 포니테일 여자가 음식을 집어 한 입 먹자마자 곧바로 토했다.“퉤! 이
“전에는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달라요.”팀원들의 비웃음에 진이수는 부인하지 않았다.서로 생사를 함께한 형제자매들이라 못할 말이 없었다.“청성 아가씨는 정말 특별해요. 비록 실제로 뵌 적은 없지만 분명 절세미인인 느낌이 들어요.”체격이 우람진 한 대머리 남자가 늠름하게 말했다.“황소야, 청성 아가씨는 대장님이 마음에 두신 여자야. 분수에 넘치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난 그냥 한 말인데 왜 내가 감히 대장님 여자를 뺏는 것처럼 말해?”대머리 남자가 멋쩍게 웃었다.“대장님, 모처럼 설레는 여자를 만났으니 너무 많은 생각하지 마시고 용감하게 행동하세요. 대장님의 남성적인 매력이라면 충분할 거예요!”단발머리 여자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왠지 한발 늦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진이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아가씨 옆에 수행 경호원이 있는데 두 사람 같은 차에 타고 온 걸 보면 보통 사이가 아닌 것 같아. 난 아마 기회가 없을 거야.”전에 유진우를 겨냥한 건 질투심 때문이었다.게다가 이청성이 유진우를 옹호하는 태도를 보면 두 사람은 분명 평범한 친구 사이가 아닐 것이다.“대장님, 방법만 정확하면 넘어오지 않는 여자는 없어요.”단발머리 여자가 실눈을 뜨며 말했다.“그래?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진이수는 순간 흥미가 돋았다.“아주 간단해요. 아가씨 옆에 있는 그 경호원이 죽기만 하면 대장님에게 기회가 생기지 않겠어요?”단말 머리 여자가 놀라운 말을 하자 진이수는 안색이 굳어져서 좌우를 둘러보며 아무도 엿듣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는 목소리를 낮추었다.“은하야, 함부로 말하지 마. 행동에는 규칙이 있는 법이야. 우리는 탐험대이지 용병이 아니야. 사람을 죽이고 물건을 훔치는 일은 일단 소문이 나면 앞으로 누가 우리를 찾겠어?”“저희가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하면 누가 알겠어요?”은하는 웃을 듯 말 듯 말했다.오랜 세월 강호를 누비며 서로 속고 속이며 생사를 걸고 싸웠으니
진이수의 갑작스러운 적대적 태도에 유진우는 잠시 당황하며 이해할 수 없었다. ‘나와 초면이고 아무런 악연도 없는 상황인데 왜 이렇게 나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일까?’ “진 대장님, 우리가 전에 만난 적 있나요?” 유진우는 가볍게 물으며 손을 천천히 내렸다. “만난 적 없는데요.” 진이수의 표정은 차가웠다. “그렇다면 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거죠?” 유진우가 되물었다. “저는 그저 청성 씨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예요” 진이수는 여전히 단호하게 말했다. “죽음의 사막은 위험이 도사리는 곳으로서 들어간 사람 중 살아 돌아온 사람이 거의 없어요. 강한 실력과 전문적인 지식, 경험이 없다면 일반적인 사람은 하루도 살아남지 못해요. 청성 씨가 저를 고용한 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저는 청성 씨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죠. 그런데 당신은 전문적인 경호원이 아닌 게 분명해 보이기 때문에 당신의 능력이 의심되네요. 사막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청성 씨가 오히려 당신에게 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돼요.” 진이수의 말은 매우 직설적이고 거칠었다. “진 대장님, 청성 씨가 저를 데려온 이유가 있습니다. 당신의 역할은 단지 길을 안내하는 것뿐이에요. 위험을 피하고 그것만 잘하면 됩니다. 그 이상은 신경 쓰지 마세요. 저를 평가할 권리는 없습니다. 제가 할 일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유진우는 차분하게 답했다. 그는 성격이 온화한 편이지만 이처럼 자신을 함부로 평가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 “돈을 받는 일도 적당히 해야죠. 이건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목숨이 걸린 일입니다. 그렇게 대충할 수 없어요.” 진이수는 여전히 진지하게 말했다. 그의 눈빛은 이청성을 향했다. “청성 씨, 이 일과 관련된 뛰어난 경호원을 몇 명 알고 있습니다. 만약 저를 믿으신다면 그들을 데려올 수 있습니다. 물론 비용이 더 들겠지만요.” “진 대장님, 그 마음은 고맙지만 저는 유진우의 능력을 믿습니다. 그가 있기 때문에 제 안전은 문제가 없을 거예요.” 이청성은
차량은 일정한 속도로 순조롭게 달렸다. 결국, 그들은 다음 날 오전에 죽음의 사막의 가장자리 지역에 도착했다. 사막의 가장자리에는 크지 않은 마을이 하나 있었다. 약 500-600가구가 살고 있는 곳이었다. 마을에는 여관, 주유소, 마트 등이 있었다. 규모는 작지만 필요한 물건들은 다 갖추어져 있었다. 탐험대들에게 이 마을은 중요한 보급소로 위험한 순간에 생명의 은인이 되기도 한다. 사막에 들어가기 전이나 사막을 빠져나오는 이들은 모두 이 마을에 잠시 머물며 정보를 얻고 물자도 보충한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사막으로 물자를 운반하기 어려운 탓에 마을의 물가가 외부보다 몇 배나 비쌌다는 것이다. 이청성의 차량 행렬은 마을에 들어가 ‘희망의 집’이라는 이름의 여관 앞에 멈췄다. 이 여관은 원래 초등학교 건물을 개조한 곳으로 방이 아주 많아 100명 넘게 수용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청성 씨, 도착했습니다.” 차량이 멈추고 한 명의 용병 옷을 입은 남자가 이청성의 차 창문을 두드렸다. 그 남자는 30대 중반의 키 큰 남자였고 황색 군복을 입고 가죽 부츠를 신고 있었다. 강한 인상의 얼굴을 지닌 그 남자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느낌을 주었다. 그 남자의 이름은 진이수, 탐험대의 대장이며 죽음의 사막에 두 번 들어가 성공적으로 살아 돌아온 경험이 있는 유능한 인물이었다. 이청성은 그에게 큰돈을 주고 가이드를 맡겼다. 이번 탐험도 그가 이끌게 되었다. “진 대장님, 이곳이 바로 사막의 마을인가요?” 이청성은 차 문을 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을은 그리 크지 않았다. 대부분의 건물은 낮고 허름해 보였다. 사막의 모래바람에 오랜 세월 닳고 닳아 마을은 전반적으로 허술하고 거칠게 보였다. 하지만 ‘희망의 집’이라는 여관은 예외였다. 깨끗하고 정돈된 모습이었다. 자주 청소하는 듯했다. “맞습니다. 반경 100리 내에 이 마을 하나뿐입니다. 죽음의 사막에 가까워서 ‘사막의 마을’이라 불리죠.” 진이수는 미소 지으며 설명했다. “이
왕부에 돌아온 유진우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두 통의 편지를 썼다. 하나는 유만수의 서재에 두었고 다른 하나는 유천우의 침실에 놓았다. 이 두 통의 편지는 사실 떠나기 전에 그들에게 남기는 작별 인사였다. 유진우는 감정적인 문제를 잘 처리하지 못했다. 때로는 침묵 속에서 떠나는 것이 가장 나은 선택일 때가 있었다. 황혼이 내려앉을 무렵, 유진우는 이청성의 차에 몸을 싣고 서남의 사막으로 향했다. 서남에서 가장 거대한 사막은 ‘죽음의 사막'이라고 불린다. 이 사막은 환경이 극도로 험하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잘못 들어가면 거의 죽음을 면치 못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물론 죽음의 사막은 위험하지만 그 안에는 보물도 숨겨져 있고 금광도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 때문에 수많은 탐험대가 생명을 걸고 사막에 들어가 운을 시험하려 한다. 운이 좋으면 보물을 발견해 하루아침에 부자가 될 수 있지만 운이 나쁘면 목숨을 잃고 만다. 과장하지 않고 말하자면 매년 수백 명이 보물을 찾아 사막에 들어가다가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그런데도 죽음의 사막에는 끝없이 많은 탐험대가 몰려든다. ‘사람은 재물을 위해 죽고 새는 먹이를 위해 죽는다'는 말처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여전히 일확천금을 꿈꾸며 사막에 발을 들여놓는다. 이청성은 당연히 죽음의 사막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녀는 그 신비로운 오아시스를 찾기 위해 죽음의 사막에서 탐험했던 경험이 있는 전문 탐험대에게 큰돈을 지급해 길잡이를 맡겼다. 자신의 호위대와 합쳐 총 100명 이상의 인원과 30대가 넘는 차량이 함께 떠났다. 그중 절반 이상은 물자를 실은 차량이었다. 음식, 물, 나침반, 통신 장비, 응급처치 키트, 자외선 차단복, 구조 도구 등 필요한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청성은 부족함 없이 모든 물품을 준비했다. 밤이 깊어졌다. 차량 행렬은 계속해서 전진하고 있었다. 유진우는 자리에 기대어 창밖으로 달빛을 바라보며 얼굴에 어떤 감정도 드러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