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은 조홍연에게 미움받을 짓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갑자기 뺨을 때리니 봉연주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봉연주는 조홍연이 무슨 약이라도 잘못 먹었는지까지 의심했다. 속상한 건 둘째 치고 화까지 나지만 봉연주는 감히 뭐라 대들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문왕부의 부장은 속으로 내심 아까 자신이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봉연주처럼 뺨을 몇 번이고 맞을지도 모를 테니까 말이다. “다들 잘 들으세요. 저는 딱 한 번만 말할 거예요.” 조홍연은 싸늘하게 식은 눈빛으로 몇 사람을 번갈아 보며 말을 이어갔다. “유진우 씨는 제 친구예요. 은씨 가문 또한 저희 조씨 가문의 좋은 파트너고요. 만약 누가 감히 헛된 소문을 퍼뜨리거나 쓸데없는 말을 한다면 그땐 저도 제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요.” “뭐? 친구라고?” 조홍연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깜짝 놀란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누구도 조홍연이 유진우를 위해 친히 이곳에 왔으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혈혈단신으로 전쟁의 여제에게 도움을 청하다니! 사람들은 다들 유진우라는 사람과 그의 배경이 궁금해졌다. “여제님, 농담하시는 거예요? 저런 사람이랑 알고 지내는 사이라고요?” 안세리는 조홍연이 말이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그저 맨발의 의사일 뿐인 유진우가 어떻게 조씨 가문의 거대한 “나무”와도 같은 사람이랑 알고 지낼 수 있는지 안세리는 의아했다. “맞아요! 천하의 쓰레기 같은 저런 놈이랑 어떻게 친구를 하세요?” 그때, 봉연주도 옆에서 안세리의 말에 거들었다. “네 이년!” 그녀의 말에 화가 잔뜩 난 조홍연은 봉연주의 배를 강한 힘으로 발로 차버렸다. 펑! 이내 무언가 터지는 것 같은 큰 소리와 함께 봉연주가 몇십 미터 밖으로 날아가더니 벽에 부딪혀 입에서 피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전엔 그저 가벼운 “손길”로 교훈을 주려던 마음이었는데 봉연주의 말은 조홍연의 분노를 들끓게 만들었다. ‘감히 장혁 오빠를 모욕해?’ “연주야!” 피를
안세리와 부장 무리들이 떠나가자 은씨 가문은 드디어 위기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다. 은국성을 중심으로 한 사람들은 싸늘하게 식은 조홍연의 표정을 보면서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자신들을 도와준 조홍연이 너무나도 고맙지만 도대체 왜 그녀가 자신들을 도운 것인지도 몰랐다. 조씨 가문으로 놓고 말하면 은씨 가문은 그저 작디작은 개미와도 같은 존재인데 말이다. 고귀하고도 높은 지위에 있는 “거인”이 왜 개미의 생과 사에 관여했는지 그들은 궁금했다. “복잡하게 생각하실 필요 없어요. 저는 진우 오빠의 체면을 봐서 도와준 것뿐이니까.” 조홍연은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를 눈치챘는지 바로 그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줬다. “진우 오빠?” 조홍연의 말에 은씨 가문 사람들의 시선은 일제히 유진우를 향했다. 다들 하나같이 유진우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의아해하는 눈빛이었다. 그들은 지금까지 유진우가 배경은 물론 능력도 권력도 없는 무부일 줄만 알았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들이 예상한 것과 달라 보이자 사람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조홍연과도 같이 센 사람이 유진우를 “오빠”라고 칭하는 것을 보니 유진우 또한 작은 인물은 아닐 것이라고 여겼다. 자신을 보는 사람들의 의미심장한 눈빛에도 유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묵묵히 문한성의 잘려나간 머리를 은도의 시신이 놓인 관 아래에 놓더니 향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삼배를 했고 나지막한 소리로 입을 열었다. “은도 씨, 당신을 죽인 범인을 데리고 왔습니다. 당신의 죽음에 관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마땅한 대가를 치르게 만들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은도 씨의 가족분들을 잘 보호할 테니 걱정 마십시오. 절대로 가족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게 만들 테니 이제 그만 편히 쉬십시오.” 유진우는 은도의 관을 향해 허리를 숙여 공손하게 절을 했다. ‘은도 씨, 당신은 저에게 몇 없는 친구 중 한 명이었습니다. 제가 영원히 마음속에 당신을 기억하고 간직하겠습니다.’ 그는 절을 하며 속으로 은도에게
조홍연은 아무 문제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이어갔다. “문설봉 그 사람에게는 친자식과도 같은 아들과 딸들이 꽤나 많아요. 그래서 문한성 하나 죽었다고 그렇게 큰일은 없을 거예요. 제가 직접 문왕부에 갈 건데 만약 그 사람들이 불만이 가득하다면 싸워야죠.” 문관옥을 따라다니는 최강 군신이라는 수식어는 조홍연의 심기를 아주 불편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녀는 만약 기회가 있다면 상대와 크게 한번 싸워 누가 더 센 사람인지를 겨뤄보고 싶었다. “그리고 봉씨와 안씨 두 재벌 가문에서 남자들을 괴롭히고 여성들을 마구잡이로 때리는 악행들을 저지르고 있어. 꼭 더욱더 따끔하게 혼을 내줘야 해.” 유진우가 담담히 말했다. “이건 더 간단하죠! 사람을 시켜 조사만 한다면 그들의 흑역사들을 다 알아낼 수 있을 거예요. 그때가 되면 하나하나 천천히 감옥에 넣으면 되죠.” 조홍연이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조씨 가문에서 안씨와 봉씨 가문을 ‘공격’하는 것은 호랑이와 강아지의 싸움이니 그녀는 별다른 계획을 세울 필요도 없었다. 명령만 내린다면 두 가문의 앞으로의 삶을 처참하게 망칠 수 있었다. 이게 바로 재벌 가문과 왕족 가문의 차이이자 권력이다. 아무리 돈이 많고 잘 나가는 재벌 가문이라도 강한 권력을 손에 쥔 왕족 가문 앞에서는 그저 갓난아기와도 같은 존재다. ... 깊은 밤, 어느 한 사립병원. 봉연주는 병실 침대에 누워 신음소리만 내고 있었고 가끔 입에서 빨간 피를 토했다. 조홍연의 발길질로 봉연주는 내장에 크나큰 손상을 입었고 의료진들이 온 힘을 다해 응급수술을 진행해서야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짧은 시일 내에 봉연주는 건강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다. “빌어먹을 조홍연! 정말 미친 인간이야. 온몸이 썩어들어가고 얼굴에는 농들이 마구 흘러내려 와 천하의 못생긴 여자가 되라고 저주할 거야.” 봉연주는 아픈 몸을 하고도 조홍연을 욕하고 저주했다. “쉿! 말조심해.” 옆에 앉아 있던 안세리는 누가 들을세라 봉연주에게 입을 닫으라
갑작스런 아버지의 고함에 놀란 봉연주는 두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그녀는 핸드폰을 손에든 채로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면서 조심스레 물었다. “아빠, 왜 그러세요? 집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요?” “네가 지금 뻔뻔하게 나한테 묻는 것이냐? 너 스스로 벌인 일을 모르는 척할 테야?” 수화기 너머 봉연주의 아버지는 분노에 차 소리를 지르듯 말을 이어갔다. “방금 관변 측에서 대량의 인원을 동원해 우리 봉씨 가문의 모든 산업을 샅샅이 뒤졌다. 게다가 대부분의 핵심적인 물건은 다 가져갔고. 지금 봉씨 가문은 벼랑 끝에 서 있게 됐다. 이대로라면 나까지 붙잡혀가 옥살이를 하게 생겼다고!” “네?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우리 봉씨 가문이 얼마나 인맥이 넓고 산업을 크게 하는데 누가 감히 우리 가문을 건드려요?” 봉연주는 아버지의 말에 믿기지 않는 듯 따지며 물었다. 가문의 발전은 늘 아주 잘 나가고 있었고 아는 사람도 많기에 설령 무슨 일이 있다고 해도 이 정도 까지는 크게 벌려지지 않았었다. 돈을 버는 유일한 봉씨 가문의 재산을 조사하고 압수한 것도 모자라 사람까지 잡아가니 그들에게는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었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짐작이 안 가는 모양이구나! 네 성 씨와 이름까지 대가면서 잡겠다고 지금 난리도 아니다. 너 이 쓰레기 같은 년, 도대체 어떤 큰 인물을 건드리고 다닌 거야!” 봉군의가 씩씩거리며 물었다. “저...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그의 물음에 봉연주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으로 대답을 했다. “불쌍한 척, 아무것도 모르는 척 좀 그만해! 누구를 건드렸든 간에 어떤 수를 써서라도 싹싹 빌어 용서를 받아. 안 그러면 봉씨 가문은 이대로 끝일 테니까! 정말 끝을 맞이한다면 나는 제일 먼저 네년의 목을 벨 거다.” 봉군의는 화가 쉽게 풀리지 않는 듯 고함을 지르며 몇 마디 욕설을 더 내뱉더니 전화를 끊어버렸다. 생전 처음 보는 아버지의 말투에 놀란 봉연주는 눈에 눈물이 맺힌 채 한참 동안 정신을 차
안세리는 단 한 번도 안씨 가문이 이 지경까지 몰락할 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고귀하고 당당하던 부모는 목숨을 지키려고 여기저기 도망 다니고 가문은 파산을 맞이하게 돼버린 이 상황이 안세리에게는 꿈만 같았다. 강대하던 재벌 가문은 이렇게 하루아침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한번 몰락한 가문은 다시 일으켜 세우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안세리는 이 결과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늘 풍족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던 안세리에게 이제 그런 삶은 그림의 떡이었다. 재벌 가문에서 평생 모자람 없이 살고 싶었던 그녀의 꿈 또한 박살이 나버렸다. “세리야, 혹시 너희 가문에도 일이 생긴 거야?” 새하얗게 질린 안세리의 얼굴을 발견한 봉연주가 조심스레 물었다. “너랑 같아. 우리 집도 관변 측에서 찾아와 샅샅이 뒤졌다네.” 안세리는 식은땀까지 줄줄 흘리며 봉연주에게 대답했다. “우리 봉씨 가문을 조사하는 것도 모자라 안씨 가문까지 그랬다고? 세상에 어떻게 이런 우연한 일이 있을 수 있지?” 봉연주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고작 하룻밤 만에 두 재벌 가문이 처참하게 몰락할 위기에 처했다고?’ 그녀들은 무조건 누군가가 일부러 벌인 짓이라고 생각했다. ‘누구지? 도대체 누가 이런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 거지?’ “관변을 이용해 우리 두 가문을 조사할 사람은 오직 4대 왕족의 고위층 사람들뿐이야.” 말없이 생각에 잠겨있던 안세리가 문득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네 뜻은... 왕족인 조씨 가문 짓이라고?” 봉연주는 빠르게 안세리의 말에 눈치를 챘고 얼마 전 조홍연에게 당한 따끔한 “교훈”이 떠올랐다. 그녀는 조홍연이 이렇게 바로 “공격”을 진행할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내 생각에는 거의 백 프로야. 조씨 가문을 빼면 아무도 없을 것 같은데?” 안세리가 대답했다. 지금까지 왕족 가문은 건드린 적이 없지만 오늘 유진우 때문에 찾아온 조홍연과 깊은 악연이 생겼으니 안세리는 확신했다. 안세리가 확신하는 제일 결정적인 이유
“패? 무슨 패?” 안세리의 말에 봉연주는 눈빛에 생기가 돌더니 물었다. 그녀는 지금 봉씨 가문과 안씨 가문에 들이닥친 재앙을 누가 구해줄 수 있는지 궁금했다. “조씨 가문이 비록 강대하긴 해도 상대할 수 있어. 4대 왕족 중에 아직 문씨 가문이 남아 있잖아.” 안세리는 한껏 엄숙해진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유진우가 문한성 씨를 죽였어. 조씨 가문이 아무리 뒤에서 보호해준다고 해도 문왕부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야. 그래서 우린 문왕부에게 모든 것을 걸어도 돼. 그래야만 유진우를 상대할 수 있을 테니까. 우리 스스로를 지킬 수도 있고 복수를 할 수도 있는 기회지.” “좋은 생각인데? 완전 일석이조 아니야?” 안세리가 말한 “패”의 의미를 알아챈 봉연주는 뛸 듯이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 나는 이 생각을 못 했지?’ 비록 조씨 가문에게 비참한 짓을 당했다고 해도 그녀들의 뒤에는 아직 문왕부가 남아 있기에 포기하긴 이르다고 생각했다. “세리야, 내가 지금 당장 청아 언니에게 전화해서 먼저 우리에게 닥친 위기를 해결하고 도와달라고 할게.” 봉연주가 핸드폰을 꺼내 들어 전화를 거려는 순간, 안세리가 급히 말렸다. “기다려! 이청아 씨에게 전화를 한다고 해도 일이 해결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어. 문 어르신의 친딸 같은 사람은 맞지만 조홍연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라고.” “청아 언니한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면 또 누구한테 해야되?” 안세리가 왜 자신을 말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봉연주가 입을 삐죽 내밀며 물었다. “제일 좋은 상대는 바로 옥면 군신인 문관옥 씨지.” 안세리는 아까보다 아주 이성적으로 현실을 파악하고 분석하고 있었다. “문관옥 씨가 문왕부에 돌아간 뒤로 형세가 기울였어. 전에 이청아 씨를 보살피고 그녀에게 아부하던 사람들 다 문관옥 씨에게 붙었지. 그중 문한성 씨가 제일 좋은 예시야.” “게다가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유진우가 문관옥 씨가 보는 앞에서 문한성 씨를 죽였대. 그런 대담한 행동들은 다 문관옥 씨의 자존
“걱정 마, 이 정도로 죽기야 하겠어? 이렇게 큰일이 났는데 내가 어떻게 이 상처를 제대로 치료하겠냐고. 좀 잇다가 내가 휠체어 타고 나타날게. 그러면 우리의 성의를 조금 더 알아봐 주실지도 몰라.” 안세리의 말을 귀신같이 들은 봉연주가 괜찮다며 대답했다. “알겠어. 우리 그럼 옥면 산장으로 가자.” 봉연주의 대답에 안세리는 하던 걱정을 멈추고 사람을 불러 휠체어를 가져오라고 한 뒤, 봉연주를 태웠다. 두 사람은 그렇게 다급히 옥면 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밤이 점점 더 깊어져 가는 시각, 옥면 산장 안. 문관옥은 서재에 앉아 손에 들린 자료들을 보며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유진우가 옥면 산장에 쳐들어온 뒤로 그는 모든 자원을 동원해 그의 신분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하루도 채 안 걸려 모든 결과가 그의 손에 들어왔다. 자료에서는 유진우가 강능에서 온 사람이자 이청아와 혼인 관계로 살던 사람이라고 적혀있었다. 제일 처음 유진우는 그저 의술을 조금 할 줄 아는 평범한 남자였지만 이혼을 한 후로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해 점점 더 자신을 드러냈다고 한다. 의술과 무도를 제외하고도 상도까지 섭렵하고 있지만 특히나 무도 쪽에서는 강남무림의 주인마저 살해한 기록까지 남아 있을 정도로 대단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요즘 젊은이들과 다르게 자랑할 만한 실력을 갖추고도 늘 겸손한 태도로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특수 기관까지 동원해 찾지 않았다면 천하의 문관옥조차 유진우의 자료를 찾아내지 못 할 뻔하였다. “이상해... 참 이상하단 말이지.” 유진우의 사진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던 문관옥은 생각에 깊게 잠긴 듯했다. “군신님,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십니까?” 그때, 옆에 있던 문관옥의 측근이 조심스레 물었다. “유진우 이 사람 마치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사람 같아. 이혼 전에는 조용하던 사람이 이혼하고 나니까 무슨 신의 계시라도 받은 사람마냥 승승장구를 하잖아. 강대한 무도 마스터까지 된 사람이
“유장혁이요?”이 말을 듣자 측근은 두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말이 안 됩니다. 그분은 이미 사망하지 않으셨습니까?”“유장혁은 실종한 것이지 사망한 것이 아니야. 적어도 시신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잖아.”문관옥은 엄숙하게 말했다.십 년 전의 그 사건은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났고 또 급하게 마무리되었다.그날 밤 이후로 만인의 주목을 받던 유장혁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고 관변에서는 유장혁의 시신으로 의심되는 변사체만 찾았을 뿐이었다.그러나 이 변사체는 이미 심하게 타버려 신분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관변의 공지를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였다.똑똑한 사람들은 이 사건을 깊이 파고들면 의문점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유장혁의 행방이 줄곧 묘연해지자,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은 이 결과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문관옥은 유진우에게서 익숙한 느낌을 받았기에 유장혁을 떠올린 것이었다.젊은 유망주, 강대한 실력 그리고 유장혁과 같은 유씨.여러 요소가 매칭되다 보니 문관옥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유장혁이 정말 살아있다면 서경왕부에 돌아갔을 텐데 왜 그쪽에는 아무런 얘기가 없을까요?”측근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서경왕부의 공로는 관변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높았기에 관변에서는 늘 사람을 붙여 그곳을 비밀리에 감시했다. 만약 서경왕부에 조금이라도 수상한 움직임이 있었다면 즉시 연경에 보고했을 것이었다.그러나 지금 어디에도 관련 소식이 없었다.“서경왕부는 너무 눈에 띄는 존재야. 아마 유장혁은 아직 해야 할 일이 있기에 이름을 숨기고 지내는 것일지도 몰라.”문관옥은 턱을 만지며 생각에 잠겼다.그는 비록 신의 아들, 최강 군신으로 불리지만 평생 넘지 못하는 산이 있었는데 바로 천재 유장혁이었다.십 년 전, 유장혁이 연경에서 명성이 자자할 때 문관옥은 그를 찾아가 힘을 겨룬 적이 있었지만 참패를 당했다.이는 문관옥에게 큰 타격을 입혔고 그에게 가시지 않는 트라우마로 남았다.문관옥은 유장혁과 다시 한번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