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리는 단 한 번도 안씨 가문이 이 지경까지 몰락할 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고귀하고 당당하던 부모는 목숨을 지키려고 여기저기 도망 다니고 가문은 파산을 맞이하게 돼버린 이 상황이 안세리에게는 꿈만 같았다. 강대하던 재벌 가문은 이렇게 하루아침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한번 몰락한 가문은 다시 일으켜 세우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안세리는 이 결과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늘 풍족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던 안세리에게 이제 그런 삶은 그림의 떡이었다. 재벌 가문에서 평생 모자람 없이 살고 싶었던 그녀의 꿈 또한 박살이 나버렸다. “세리야, 혹시 너희 가문에도 일이 생긴 거야?” 새하얗게 질린 안세리의 얼굴을 발견한 봉연주가 조심스레 물었다. “너랑 같아. 우리 집도 관변 측에서 찾아와 샅샅이 뒤졌다네.” 안세리는 식은땀까지 줄줄 흘리며 봉연주에게 대답했다. “우리 봉씨 가문을 조사하는 것도 모자라 안씨 가문까지 그랬다고? 세상에 어떻게 이런 우연한 일이 있을 수 있지?” 봉연주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고작 하룻밤 만에 두 재벌 가문이 처참하게 몰락할 위기에 처했다고?’ 그녀들은 무조건 누군가가 일부러 벌인 짓이라고 생각했다. ‘누구지? 도대체 누가 이런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 거지?’ “관변을 이용해 우리 두 가문을 조사할 사람은 오직 4대 왕족의 고위층 사람들뿐이야.” 말없이 생각에 잠겨있던 안세리가 문득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네 뜻은... 왕족인 조씨 가문 짓이라고?” 봉연주는 빠르게 안세리의 말에 눈치를 챘고 얼마 전 조홍연에게 당한 따끔한 “교훈”이 떠올랐다. 그녀는 조홍연이 이렇게 바로 “공격”을 진행할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내 생각에는 거의 백 프로야. 조씨 가문을 빼면 아무도 없을 것 같은데?” 안세리가 대답했다. 지금까지 왕족 가문은 건드린 적이 없지만 오늘 유진우 때문에 찾아온 조홍연과 깊은 악연이 생겼으니 안세리는 확신했다. 안세리가 확신하는 제일 결정적인 이유
“패? 무슨 패?” 안세리의 말에 봉연주는 눈빛에 생기가 돌더니 물었다. 그녀는 지금 봉씨 가문과 안씨 가문에 들이닥친 재앙을 누가 구해줄 수 있는지 궁금했다. “조씨 가문이 비록 강대하긴 해도 상대할 수 있어. 4대 왕족 중에 아직 문씨 가문이 남아 있잖아.” 안세리는 한껏 엄숙해진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유진우가 문한성 씨를 죽였어. 조씨 가문이 아무리 뒤에서 보호해준다고 해도 문왕부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야. 그래서 우린 문왕부에게 모든 것을 걸어도 돼. 그래야만 유진우를 상대할 수 있을 테니까. 우리 스스로를 지킬 수도 있고 복수를 할 수도 있는 기회지.” “좋은 생각인데? 완전 일석이조 아니야?” 안세리가 말한 “패”의 의미를 알아챈 봉연주는 뛸 듯이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 나는 이 생각을 못 했지?’ 비록 조씨 가문에게 비참한 짓을 당했다고 해도 그녀들의 뒤에는 아직 문왕부가 남아 있기에 포기하긴 이르다고 생각했다. “세리야, 내가 지금 당장 청아 언니에게 전화해서 먼저 우리에게 닥친 위기를 해결하고 도와달라고 할게.” 봉연주가 핸드폰을 꺼내 들어 전화를 거려는 순간, 안세리가 급히 말렸다. “기다려! 이청아 씨에게 전화를 한다고 해도 일이 해결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어. 문 어르신의 친딸 같은 사람은 맞지만 조홍연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라고.” “청아 언니한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면 또 누구한테 해야되?” 안세리가 왜 자신을 말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봉연주가 입을 삐죽 내밀며 물었다. “제일 좋은 상대는 바로 옥면 군신인 문관옥 씨지.” 안세리는 아까보다 아주 이성적으로 현실을 파악하고 분석하고 있었다. “문관옥 씨가 문왕부에 돌아간 뒤로 형세가 기울였어. 전에 이청아 씨를 보살피고 그녀에게 아부하던 사람들 다 문관옥 씨에게 붙었지. 그중 문한성 씨가 제일 좋은 예시야.” “게다가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유진우가 문관옥 씨가 보는 앞에서 문한성 씨를 죽였대. 그런 대담한 행동들은 다 문관옥 씨의 자존
“걱정 마, 이 정도로 죽기야 하겠어? 이렇게 큰일이 났는데 내가 어떻게 이 상처를 제대로 치료하겠냐고. 좀 잇다가 내가 휠체어 타고 나타날게. 그러면 우리의 성의를 조금 더 알아봐 주실지도 몰라.” 안세리의 말을 귀신같이 들은 봉연주가 괜찮다며 대답했다. “알겠어. 우리 그럼 옥면 산장으로 가자.” 봉연주의 대답에 안세리는 하던 걱정을 멈추고 사람을 불러 휠체어를 가져오라고 한 뒤, 봉연주를 태웠다. 두 사람은 그렇게 다급히 옥면 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밤이 점점 더 깊어져 가는 시각, 옥면 산장 안. 문관옥은 서재에 앉아 손에 들린 자료들을 보며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유진우가 옥면 산장에 쳐들어온 뒤로 그는 모든 자원을 동원해 그의 신분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하루도 채 안 걸려 모든 결과가 그의 손에 들어왔다. 자료에서는 유진우가 강능에서 온 사람이자 이청아와 혼인 관계로 살던 사람이라고 적혀있었다. 제일 처음 유진우는 그저 의술을 조금 할 줄 아는 평범한 남자였지만 이혼을 한 후로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해 점점 더 자신을 드러냈다고 한다. 의술과 무도를 제외하고도 상도까지 섭렵하고 있지만 특히나 무도 쪽에서는 강남무림의 주인마저 살해한 기록까지 남아 있을 정도로 대단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요즘 젊은이들과 다르게 자랑할 만한 실력을 갖추고도 늘 겸손한 태도로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특수 기관까지 동원해 찾지 않았다면 천하의 문관옥조차 유진우의 자료를 찾아내지 못 할 뻔하였다. “이상해... 참 이상하단 말이지.” 유진우의 사진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던 문관옥은 생각에 깊게 잠긴 듯했다. “군신님,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십니까?” 그때, 옆에 있던 문관옥의 측근이 조심스레 물었다. “유진우 이 사람 마치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사람 같아. 이혼 전에는 조용하던 사람이 이혼하고 나니까 무슨 신의 계시라도 받은 사람마냥 승승장구를 하잖아. 강대한 무도 마스터까지 된 사람이
“유장혁이요?”이 말을 듣자 측근은 두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말이 안 됩니다. 그분은 이미 사망하지 않으셨습니까?”“유장혁은 실종한 것이지 사망한 것이 아니야. 적어도 시신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잖아.”문관옥은 엄숙하게 말했다.십 년 전의 그 사건은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났고 또 급하게 마무리되었다.그날 밤 이후로 만인의 주목을 받던 유장혁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고 관변에서는 유장혁의 시신으로 의심되는 변사체만 찾았을 뿐이었다.그러나 이 변사체는 이미 심하게 타버려 신분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관변의 공지를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였다.똑똑한 사람들은 이 사건을 깊이 파고들면 의문점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유장혁의 행방이 줄곧 묘연해지자,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은 이 결과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문관옥은 유진우에게서 익숙한 느낌을 받았기에 유장혁을 떠올린 것이었다.젊은 유망주, 강대한 실력 그리고 유장혁과 같은 유씨.여러 요소가 매칭되다 보니 문관옥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유장혁이 정말 살아있다면 서경왕부에 돌아갔을 텐데 왜 그쪽에는 아무런 얘기가 없을까요?”측근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서경왕부의 공로는 관변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높았기에 관변에서는 늘 사람을 붙여 그곳을 비밀리에 감시했다. 만약 서경왕부에 조금이라도 수상한 움직임이 있었다면 즉시 연경에 보고했을 것이었다.그러나 지금 어디에도 관련 소식이 없었다.“서경왕부는 너무 눈에 띄는 존재야. 아마 유장혁은 아직 해야 할 일이 있기에 이름을 숨기고 지내는 것일지도 몰라.”문관옥은 턱을 만지며 생각에 잠겼다.그는 비록 신의 아들, 최강 군신으로 불리지만 평생 넘지 못하는 산이 있었는데 바로 천재 유장혁이었다.십 년 전, 유장혁이 연경에서 명성이 자자할 때 문관옥은 그를 찾아가 힘을 겨룬 적이 있었지만 참패를 당했다.이는 문관옥에게 큰 타격을 입혔고 그에게 가시지 않는 트라우마로 남았다.문관옥은 유장혁과 다시 한번 대
“군신님을 도와 문한성 도련님을 살해한 범인을 처리할 수 있다고, 한 번만 만나게 해달라고 하셨습니다.”경호원이 말했다.“오? 그래?”문관옥은 눈썹을 추켜올리고 잠시 생각하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들여보내라.”“네!”경호원은 대답하고 나서 재빨리 퇴장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안세리와 봉연주를 데리고 들어왔다.안세리는 볼이 조금 빨갛게 부어오른 것 외에 상태가 괜찮아 보였다.그러나 봉연주의 상태는 처참했다. 안색이 창백하고 기운이 없었으며 휠체어에 앉아 행동이 불편했고 가끔 기침도 몇 번 했는데 몹시 허약해 보였다.“옥면 군신님께 인사 올립니다.”문관옥을 보자마자 안세리는 바로 공손하게 바닥에 꿇어앉아 절했다.봉연주도 휠체어에서 내려오려고 안간힘을 썼는데 문관옥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됐다. 예의 차릴 필요 없으니까 일어나거라.”“감사합니다, 군신님.”안세리는 눈을 내리깐 채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얌전히 서 있었다.반대로 봉연주는 힐끔힐끔 문관옥을 훔쳐보았다. 그녀는 심장이 두근거렸다.역시나 연경 4대 훈남 중의 한 명으로 불리는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문관옥은 외모가 출중하고 똑 부러지게 잘생겼다.실물이 사진보다 훨씬 잘생겼다.게다가 잘생긴 것도 모자라 높은 지위에 있고 손에 권력도 쥐고 있으니 그야말로 완벽한 남자였다.만약 이런 남자에게 시집간다면 그녀는 자다가도 일어나 웃을 것 같았다.“말해 봐. 무슨 일로 날 찾아온 거지?”문관옥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군신님, 저희는 유진우가 오늘 옥면 산장에 들이닥쳐 문한성 도련님을 살해했다는 소식을 듣고 몹시 화가 났습니다. 그리하여 군신님을 도와 화근을 제거하고 싶어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안세리는 대놓고 말했다.그녀는 문관옥과 같은 큰 인물 앞에서 거짓 치레하는 건 무의미한 행동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차라리 솔직하게 나오면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자네들의 호의는 잘 알겠네. 근데 무슨 수로 날 도와
하룻밤이 퍼뜩 지나갔다.이튿날 오전.유진우는 안세리의 갑작스러운 전화 한 통을 받았다.“여보세요. 진우야, 우리가 너랑 얘기 좀 하고 싶어서 그러는데 잠깐 만나줄 수 있어?”안세리는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난 우리 사이에 더할 얘기가 없다고 생각해. 모든 것은 너희가 자처한 일이야.”유진우가 냉랭하게 말했다.“진우야, 내가 잘못했어. 나도 그때의 선택을 몹시 후회하고 있어. 사죄할 수 있도록 한 번만 기회를 주면 안 될까?”안세리는 불쌍한 말투로 말했다.“너에게 기회를 주면, 은도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은도가 너희 때문에 억울하게 죽었어. 너희는 왜 은도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는데?”유진우는 무표정으로 말했다.“그건 오해야. 은도의 죽음은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야. 난 애초에 모르는 일이었어. 맹세해.”안세리는 엄숙한 말투로 말했다.“내가 너의 말을 믿을 것 같아? 너희도 문한성과 한통속이었잖아.”유진우는 차가운 얼굴로 대답했다.안세리는 심보가 고약하고 이기적이며 성실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는 겪어봐서 알고 있었다.궁지에 몰린 것이 아니라면 그녀는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었다.“진우야, 네가 날 의심하고 있다는 거 알아. 하지만 나 정말 억울해. 나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이미 진정한 범인을 알아냈어. 사실 문한성 외에 은도의 죽음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어.”안세리는 신비스럽게 말했다.“그래? 누군데?”유진우는 눈썹을 추켜세웠다.“누군지 알고 싶다면 오늘 밤 취향루로 찾아와줘. 우리 얼굴 보고 얘기하면서 오해를 풀자. 올 때까지 기다릴게.”안세리는 말을 마치고 재빨리 전화를 끊었다.유진우는 핸드폰을 들고 눈썹을 찌푸렸다.그는 은도의 죽음을 줄곧 마음에 두고 있었다. 만약 범인이 따로 있었다면 그는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었다.지금의 문제는 안세리가 거짓말을 했나 안 했나에 있다.상대방이 과연 진심으로 사죄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그를 모함하려고 일부러 세운 작전일 것인가?유진우는 크게
한동안 접하면서 그녀는 유진우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었다.다른 건 몰라도 친구를 대하는 데는 흠 잡을 곳이 전혀 없었다.“저기를 보세요! 왔어요!”이때 봉연주는 무엇을 보기라도 한 듯 갑자기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안세리는 봉연주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눈길을 돌리자 흰 옷차림의 유진우가 느릿느릿 걸어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놀랍게도 상대방은 아무도 데려오지 않고 홀로 약속 장소를 찾아왔다는 것이었다.이는 그녀들이 작전을 시행하는 데 더욱 유리했다.“진우야, 왔어? 얼른 앉아.”유진우가 가까이 다가오자 안세리는 얼른 일어서서 웃는 얼굴로 마중했다.그녀의 태도는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난 것처럼 열정적이었다.유진우는 사양하지 않고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냉담하게 말했다.“이렇게 나왔으니 할 말 있으면 바로 해.”“서두르지 않아도 돼. 먼저 따뜻한 차 한 모금 마시면서 천천히 이야기하자.”안세리는 웃는 얼굴로 비위를 맞추며 말하는 동안 유진우에게 손수 차 한 잔을 따라주었다.유진우는 아무 반응 없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내가 약 탔을까 봐 걱정하는 거 아니지?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내가 먼저 마실게.”안세리는 눈치 빠르게 자기한테 차를 따르고 들이마셨다.“나도 마실게.”봉연주도 뒤질세라 똑같이 차를 마셨다.그녀들은 당연히 약을 타는 비열한 수법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게다가 유진우 같은 고수는 물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어때? 문제없는 거 맞지?”안세리는 웃으며 말했다.“진우야, 난 우리가 늘 합이 좋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너와 계속 친구로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맞아. 친구를 많이 두면 언제든 도움받을 일이 있을 거야.”봉연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친구까지는 필요 없어. 내가 어찌 너희 두 사람을 넘보겠어.”유진우는 냉담하게 말했다.“진우야, 한 번만 기회를 주면 안 될까? 우리가 잘못했어.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줘.”안세리는 일부러 연약한 체하며 간청했다.“나랑 조건을 따
붉은 옷을 입은 여자가 절세미인이라는 것을 절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외모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독특한 기질이 신비롭고 매혹적이어서 쉽게 사람을 도취하게 했다.“매혹술이라니?”넋을 잠깐 잃은 후 유진우는 재빨리 정신을 차렸다.붉은 옷을 입은 여자가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며 내려올 때 몸에서 은은한 향을 풍겼는데, 이 향을 맡은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그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물론, 이것은 아주 평범한 재주였다.여자의 제일 대단한 재주는 눈빛이었다.눈빛에서 희미한 흰색 빛을 내뿜었는데 이는 사람을 현혹하는 마력이 깃들어 있었다.이것이 바로 무림계의 기묘한 기술 중 하나, 매혹술이었다.빨간 옷을 입은 여자는 딱 봐도 일반인이 아니었다.“홍양이다! 홍양이 나타났다!”“역시 연지 랭킹 10위권에 드는 미인이야. 아름다운 외모가 심금을 울릴 정도네요!”“홍양과 하룻밤을 보낼 수만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어요!”“홍양은 취향루의 간판으로써 재주를 팔지만, 몸을 팔지는 않아요. 얼마나 많은 부자가 큰돈을 써가며 홍양을 가까이하려고 해도 소용이 없는데 그쪽은 꿈도 꾸지 마세요.”“...”하늘에서 떨어지는 홍양을 보며 뭇사람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남녀를 불문하고 지금, 이 순간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취향루의 장사가 잘되는 이유 중 제일 중요한 부분은 홍양이 있어서였다.취향루의 간판으로서 매번 홍양이 나타날 때마다 큰 소란을 일으키곤 했다.전하는 소문에 의하면 홍양의 테스트를 통과하는 사람은 취향루에서 공짜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고 했다.그러나 지금까지 테스트를 통과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우선 테스트 자격을 얻으려면 거금을 들여 수많은 부자 중에서 뚫고 나와야 했다.그 후 홍양이 출제하면 상응한 테스트를 통과해야 했다.중요한 건 이런 기회는 한 달에 한 번밖에 없기에 아주 드물다는 것이었다.게다가 매번 출제한 테스트는 달랐기에 몇 년 동안 홍양의 인정을 받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청성은 미소를 지으며 잔을 들었다.“자, 다들 사양하지 말고 오늘 마음껏 드시고 마시세요!”다양한 맛있는 음식을 보자 금도문의 제자들은 사양하지 않고 마구 먹고 마시기 시작했다.술이 세 순배 돌고, 다양한 음식이 들어가자 양측도 어느정도 친해졌다.“두 분을 보아하니 현지인은 아닌 것 같은데 설마 보물을 찾으러 온 건가요?”서지석이 떠보듯 물었다.“맞아요. 죽음의 사막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말을 듣고 몇 명 데리고 와서 운을 점쳐 보는 김에 단련하려고요.”이청성은 부인하지 않았다.죽음의 사막에 나타났다는 건 대부분 다양한 보물을 위한 것이며 이는 다들 속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이렇게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에 여행 올 바보는 없었다.“제가 괜한 말을 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죽음의 사막은 정말 위험합니다.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아무런 위험도 경험하지 못한 것 같은데 그런 험난한 곳은 가지 않는 것이 좋아요.”서지석이 설득하자 이청성은 웃으며 거절했다.“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꼭 가야 할 이유가 있어요.”“만약 기어코 가시겠다면 저희와 함께 가시죠. 그럼 저희가 보살펴 줄 수도 있고요.”“지석 씨도 이번에 보물을 찾기 위해 사막에 가시는 건가요?”유진우가 물었다.“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우리 금도문의 이번 임무는 죽음의 사막에 갑자기 나타난 오아시스를 탐험하는 거예요.”“선배님! 말을 삼가세요!”이 말을 들은 금도문의 제자가 즉시 소리를 내어 일깨웠다.어쨌든, 이것은 그들 사문의 임무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쉽게 알릴 수 없었다.“말 못 할 사정이 있다면 무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유진우는 캐묻지 않았다.“괜찮아요. 친구끼리 왜 감추겠어요?”서지석은 손을 흔들며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말했다. “죽음의 사막에 최근 신비로운 오아시스가 나타났다는 것을 들었는지 모르겠네요. 이 오아시스는 마치 영적인 존재처럼 빠르게 확장되고 있어요. 그래서 그 안에 어떤 놀라운 보물
연우혁의 위협적인 눈빛에도 유진우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방금 서지석이 막지 않았더라면 이 녀석은 땅바닥에서 자기 치아를 찾고 있었을 것이다.파리 몇 마리를 쫓아낸 후, 조이준은 계속 술을 마시고 고기를 먹었다.서지석과 금도문 제자도 더 이상 큰 소리로 떠들지 못하고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그러자 이청성은 일어나서 서지석을 향해 주먹을 감싸고는 예의 바르게 말했다.“방금 나서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별것 아니니 신경 쓰지 마세요.”서지석은 손사래를 치며 너스레로 말했다.“나는 멋대로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을 가장 혐오해요. 우리 금도문의 종지가 바로 불의를 보면 반드시 칼을 뽑아 돕는 것이거든요.”“금도문은 역시 명불허전이네요. 전부 의리가 넘치시는 분들이세요. 괜찮으시다면 저희와 함께 식사하면서 술을 마시는 건 어떨까요? 제가 마침 좋은 술 몇 병을 소장하고 있거든요.”이청성이 먼저 러브콜을 보냈다.“그렇다면 저도 사양하지 않겠어요!”좋은 술이 있다는 말에 서지석은 저도 모르게 눈이 번쩍 뜨였고 즉시 몇몇 제자들에게 두 식탁을 붙이라고 지시했다.“아저씨, 요리사에게 몇 가지 요리를 더 내오라고 하고 술도 몇 병 더 가져오세요.”자리에 앉은 후, 이청성은 하인에게 한 마디 분부했다.“네!”하인 왕씨 아저씨는 대꾸하고 곧 떠났다.잠시 후 좋은 술과 요리가 잇달아 상에 오르자 서지석은 사양하지 않고 먼저 술을 따라 단숨에 마셨다.“역시 좋은 술이네요.”술 한 잔이 입에 들어가자 서지석은 금방 취한 표정을 지으며 입맛을 다졌다.“내 추측이 맞다면 이건 아마 백 년 묵은 술이죠?”술을 좋아하는 서지석은 지금껏 다양한 좋은 술을 맛보았지만 이렇게 향긋한 술은 처음이었다.지난번에 사부님께 받은 50년 묵은 술은 이것만큼 맛있지 않았다.“선생님께서는 술을 잘 아시는군요.”이청성은 가타부타 웃었다.황실의 좋은 술, 그것도 진품이라 일반 사람들은 당연히 마실 수 없었다.“선생님이라니요! 서지석이라고 부르세요.”“지석 씨, 제
“사람을 너무 얕잡아 보네!”유진우의 조롱을 받은 포니테일 여자는 더욱 분노했다.그녀는 이미 양측의 실력 차이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갑자기 온몸의 내공을 동원하여 더 강력한 힘으로 찔렀다.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힘을 주어도 손에 든 검날은 좀처럼 나아가지 못했다.유진우의 손가락은 집게처럼 검날을 단단히 끼고 있었다.“자기 주제도 모르고 덤비네!”유진우는 콧방귀를 뀌며 손가락에 힘을 가했다.칭하는 소리와 함께 여자의 장검은 곧장 부러졌고 강력한 반진동이 그녀를 2~3m 밖으로 날려버렸다. 땅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그녀는 얼굴이 일그러지고 눈이 침침해졌다.“대선배님! 이 녀석이 날 괴롭혔어요!”포니테일 여자는 자신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과감하게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했다.“건방진 놈! 감히 내 후배에게 손을 대? 죽고 싶어 환장했어?”매부리코 사내가 벌컥 화를 내며 검을 뽑더니 유진우를 혼내주려고 했다.“그만!”그때, 문 앞에서 큰 고함소리가 울렸다.곧이어 빨간 옷을 입고 보검을 멘 한 남자가 한 무리 사람들과 함께 기세등등하게 걸어 들어왔다.남자는 짙은 눈썹과 큰 눈을 가지고 있으며 체격이 우람하고 분위기가 강렬하여 등장하자마자 모든 사람의 주의를 끌었다.건방지게 굴었던 매부리코 남자조차도 상대방을 보고는 얼굴을 찡그리지 않을 수 없었다.“연우혁! 비설파는 정말 눈에 뵈는 것이 없구나! 대낮에 권세를 믿고 사람을 괴롭히다니. 정말 너희가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을 것 같아?”빨간 옷 사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서지석! 이 사람들이 우리 비설파에게 도발한 거다!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말고 나가!”매부리코 남자, 연우혁이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흥! 너희가 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거 내가 방금 똑똑히 봤어. 나 서지석은 너희같이 건방진 녀석들이 제일 눈에 거슬려!”서지석이 분노하며 말했다.“괴롭히면 뭐 어때? 우리 비설파의 일에 금도문이 무슨 자격으로 나서?”연우혁이 버럭 화를 내자 서지석이
유진우와 이청성은 원래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포니테일 여자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화살을 두 사람에게 겨누자 잠시 반응이 없었다.“그래! 저 사람들은 열몇 가지 음식이 있고 전부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아 보이잖아. 근데 우리 상에 올라온 건 전부 쓰레기야!”“당장 우리 음식도 바꿔줘! 그렇지 않으면 정말 화낼 거야!”많은 사람들이 소란을 피웠고 말하면서 식탁 위의 음식을 바닥에 힘껏 내던져 온통 엉망진창이 되었다.“죄송합니다. 저희 작은 가게 능력으로는 정말 저렇게 유명한 음식으로 바꿀 수가 없어요.”종업원이 울상을 지으며 난감해했다.“바꿀 수 없다고? 그 말은 우리가 저런 음식을 먹을 돈이 없다는 거야?”매부리코 남자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지금 사람을 차별 대우하겠다는 거야? 우리가 누군지 알아? 우리가 바로 강호에서 유명한 비설파 제자들이야. 만약 우리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이 가게는 오늘로 끝이야!”포니테일 여자가 흉악하게 소리쳤다.“오해, 모두 오해입니다.”종원은 화들짝 놀라며 설명했다.“저 유명한 음식들은 전부 손님이 직접 데려온 요리사가 요리한 겁니다. 저희는 그저 주방만 제공했을 뿐이에요.”“뭐? 요리사를 데리고 왔다고? 지금 장난쳐? 누가 요리사를 데리고 다녀?”포니테일 여자는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죽음의 사막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보물을 찾으러 오는데 요리사를 곁에 두는 것이 말도 안 되었다.“정말입니다. 제가 직접 봤어요. 제가 어찌 감히 여러분을 속이겠어요.”종업원이 확신에 차서 말했다.그 말을 들은 비설파 제자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더니 결국 유진우와 이청성에게 시선을 돌렸다.“이봐, 그 음식들 정말 그쪽 사람들이 만든 거야?”포니테일 여자가 앞으로 나서더니 위에서 내려다보며 물었다.“맞아요.”이청성은 고개를 끄덕였다.“밖에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서 직접 요리사를 데리고 왔어요.”“그래?”포니테일 여자는 식탁 위의 요리를 자세히 보고는 저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새우 볶음, 쏘가리구
“에취!”여관에서 막 옷을 갈아입던 유진우는 갑자기 재채기하고 속으로 ‘도대체 누가 나를 생각하는 거지?'라고 중얼거렸다.유진우는 코를 비비고 방을 나와 여관 식당에 도착했다.이 여관은 초등학교를 개조했기 때문에 식당의 면적도 작지 않았는데 대략 이삼백 제곱미터였다.백여 명이 식사하기에 넉넉했다.“여기요!”유진우가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이청성이 손을 들어 흔드는 것을 보았다.앞으로 다가가 보니 테이블 위에 이미 십여 가지 맛있는 음식이 놓여 있었다.“이 음식들은 전부 우리 주방장이 만든 거예요. 안전하고 맛도 있으니 안심하고 드세요.”이청성이 설명하자 유진우가 웃으며 말했다.“조심성이 많으시네요.”그는 사양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우걱우걱 먹기 시작했다.“집 밖에 나오면 조심하는 게 맞죠. 이곳은 죽음의 사막 경계지역으로 아주 혼잡해요. 경각심을 늦추면 언제 죽을지 몰라요.”이청성은 젓가락을 집어 들고 천천히 씹으며 우아하게 먹었다.두 사람이 밥을 먹고 있을 때, 청의를 입고 보검을 든 젊은 남녀들이 갑자기 들어왔다.이 사람들은 분위기가 강하고 눈빛이 날카로우며 압박감이 넘쳤다. 옷차림을 보니 강호의 문파 제자일 것이다.그중 선두주자는 마른 체구의 매부리코 남자로, 서른이 넘은 나이에 인상이 다소 험상궂어 좋은 사람 같지 않았다.“대선배님, 이곳은 너무 낡았어요. 그리고 더러운 물건도 많은데 어떻게 여기서 식사를 하겠어요?”포니테일을 한 여자가 사방을 둘러보며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어쩔 수 없어. 이번에는 상황이 열악하니 대충 때워.”매부리코 남자가 좋은 말로 달랬다.“그래요. 온 김에 대충 먹죠 뭐. 배고파 죽겠어요.”포니테일 여자는 그나마 깨끗한 자리를 찾아 앉더니 외쳤다.“종업원! 여기에서 가장 좋은 요리로 당장 준비해!”“네!”종업원이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그리고 요리사에게 몇 가지 귀한 요리를 준비해서 먼저 내놓으라고 당부했다.그러나 포니테일 여자가 음식을 집어 한 입 먹자마자 곧바로 토했다.“퉤! 이
“전에는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달라요.”팀원들의 비웃음에 진이수는 부인하지 않았다.서로 생사를 함께한 형제자매들이라 못할 말이 없었다.“청성 아가씨는 정말 특별해요. 비록 실제로 뵌 적은 없지만 분명 절세미인인 느낌이 들어요.”체격이 우람진 한 대머리 남자가 늠름하게 말했다.“황소야, 청성 아가씨는 대장님이 마음에 두신 여자야. 분수에 넘치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난 그냥 한 말인데 왜 내가 감히 대장님 여자를 뺏는 것처럼 말해?”대머리 남자가 멋쩍게 웃었다.“대장님, 모처럼 설레는 여자를 만났으니 너무 많은 생각하지 마시고 용감하게 행동하세요. 대장님의 남성적인 매력이라면 충분할 거예요!”단발머리 여자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왠지 한발 늦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진이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아가씨 옆에 수행 경호원이 있는데 두 사람 같은 차에 타고 온 걸 보면 보통 사이가 아닌 것 같아. 난 아마 기회가 없을 거야.”전에 유진우를 겨냥한 건 질투심 때문이었다.게다가 이청성이 유진우를 옹호하는 태도를 보면 두 사람은 분명 평범한 친구 사이가 아닐 것이다.“대장님, 방법만 정확하면 넘어오지 않는 여자는 없어요.”단발머리 여자가 실눈을 뜨며 말했다.“그래?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진이수는 순간 흥미가 돋았다.“아주 간단해요. 아가씨 옆에 있는 그 경호원이 죽기만 하면 대장님에게 기회가 생기지 않겠어요?”단말 머리 여자가 놀라운 말을 하자 진이수는 안색이 굳어져서 좌우를 둘러보며 아무도 엿듣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는 목소리를 낮추었다.“은하야, 함부로 말하지 마. 행동에는 규칙이 있는 법이야. 우리는 탐험대이지 용병이 아니야. 사람을 죽이고 물건을 훔치는 일은 일단 소문이 나면 앞으로 누가 우리를 찾겠어?”“저희가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하면 누가 알겠어요?”은하는 웃을 듯 말 듯 말했다.오랜 세월 강호를 누비며 서로 속고 속이며 생사를 걸고 싸웠으니
진이수의 갑작스러운 적대적 태도에 유진우는 잠시 당황하며 이해할 수 없었다. ‘나와 초면이고 아무런 악연도 없는 상황인데 왜 이렇게 나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일까?’ “진 대장님, 우리가 전에 만난 적 있나요?” 유진우는 가볍게 물으며 손을 천천히 내렸다. “만난 적 없는데요.” 진이수의 표정은 차가웠다. “그렇다면 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거죠?” 유진우가 되물었다. “저는 그저 청성 씨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예요” 진이수는 여전히 단호하게 말했다. “죽음의 사막은 위험이 도사리는 곳으로서 들어간 사람 중 살아 돌아온 사람이 거의 없어요. 강한 실력과 전문적인 지식, 경험이 없다면 일반적인 사람은 하루도 살아남지 못해요. 청성 씨가 저를 고용한 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저는 청성 씨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죠. 그런데 당신은 전문적인 경호원이 아닌 게 분명해 보이기 때문에 당신의 능력이 의심되네요. 사막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청성 씨가 오히려 당신에게 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돼요.” 진이수의 말은 매우 직설적이고 거칠었다. “진 대장님, 청성 씨가 저를 데려온 이유가 있습니다. 당신의 역할은 단지 길을 안내하는 것뿐이에요. 위험을 피하고 그것만 잘하면 됩니다. 그 이상은 신경 쓰지 마세요. 저를 평가할 권리는 없습니다. 제가 할 일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유진우는 차분하게 답했다. 그는 성격이 온화한 편이지만 이처럼 자신을 함부로 평가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 “돈을 받는 일도 적당히 해야죠. 이건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목숨이 걸린 일입니다. 그렇게 대충할 수 없어요.” 진이수는 여전히 진지하게 말했다. 그의 눈빛은 이청성을 향했다. “청성 씨, 이 일과 관련된 뛰어난 경호원을 몇 명 알고 있습니다. 만약 저를 믿으신다면 그들을 데려올 수 있습니다. 물론 비용이 더 들겠지만요.” “진 대장님, 그 마음은 고맙지만 저는 유진우의 능력을 믿습니다. 그가 있기 때문에 제 안전은 문제가 없을 거예요.” 이청성은
차량은 일정한 속도로 순조롭게 달렸다. 결국, 그들은 다음 날 오전에 죽음의 사막의 가장자리 지역에 도착했다. 사막의 가장자리에는 크지 않은 마을이 하나 있었다. 약 500-600가구가 살고 있는 곳이었다. 마을에는 여관, 주유소, 마트 등이 있었다. 규모는 작지만 필요한 물건들은 다 갖추어져 있었다. 탐험대들에게 이 마을은 중요한 보급소로 위험한 순간에 생명의 은인이 되기도 한다. 사막에 들어가기 전이나 사막을 빠져나오는 이들은 모두 이 마을에 잠시 머물며 정보를 얻고 물자도 보충한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사막으로 물자를 운반하기 어려운 탓에 마을의 물가가 외부보다 몇 배나 비쌌다는 것이다. 이청성의 차량 행렬은 마을에 들어가 ‘희망의 집’이라는 이름의 여관 앞에 멈췄다. 이 여관은 원래 초등학교 건물을 개조한 곳으로 방이 아주 많아 100명 넘게 수용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청성 씨, 도착했습니다.” 차량이 멈추고 한 명의 용병 옷을 입은 남자가 이청성의 차 창문을 두드렸다. 그 남자는 30대 중반의 키 큰 남자였고 황색 군복을 입고 가죽 부츠를 신고 있었다. 강한 인상의 얼굴을 지닌 그 남자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느낌을 주었다. 그 남자의 이름은 진이수, 탐험대의 대장이며 죽음의 사막에 두 번 들어가 성공적으로 살아 돌아온 경험이 있는 유능한 인물이었다. 이청성은 그에게 큰돈을 주고 가이드를 맡겼다. 이번 탐험도 그가 이끌게 되었다. “진 대장님, 이곳이 바로 사막의 마을인가요?” 이청성은 차 문을 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을은 그리 크지 않았다. 대부분의 건물은 낮고 허름해 보였다. 사막의 모래바람에 오랜 세월 닳고 닳아 마을은 전반적으로 허술하고 거칠게 보였다. 하지만 ‘희망의 집’이라는 여관은 예외였다. 깨끗하고 정돈된 모습이었다. 자주 청소하는 듯했다. “맞습니다. 반경 100리 내에 이 마을 하나뿐입니다. 죽음의 사막에 가까워서 ‘사막의 마을’이라 불리죠.” 진이수는 미소 지으며 설명했다. “이
왕부에 돌아온 유진우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두 통의 편지를 썼다. 하나는 유만수의 서재에 두었고 다른 하나는 유천우의 침실에 놓았다. 이 두 통의 편지는 사실 떠나기 전에 그들에게 남기는 작별 인사였다. 유진우는 감정적인 문제를 잘 처리하지 못했다. 때로는 침묵 속에서 떠나는 것이 가장 나은 선택일 때가 있었다. 황혼이 내려앉을 무렵, 유진우는 이청성의 차에 몸을 싣고 서남의 사막으로 향했다. 서남에서 가장 거대한 사막은 ‘죽음의 사막'이라고 불린다. 이 사막은 환경이 극도로 험하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잘못 들어가면 거의 죽음을 면치 못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물론 죽음의 사막은 위험하지만 그 안에는 보물도 숨겨져 있고 금광도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 때문에 수많은 탐험대가 생명을 걸고 사막에 들어가 운을 시험하려 한다. 운이 좋으면 보물을 발견해 하루아침에 부자가 될 수 있지만 운이 나쁘면 목숨을 잃고 만다. 과장하지 않고 말하자면 매년 수백 명이 보물을 찾아 사막에 들어가다가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그런데도 죽음의 사막에는 끝없이 많은 탐험대가 몰려든다. ‘사람은 재물을 위해 죽고 새는 먹이를 위해 죽는다'는 말처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여전히 일확천금을 꿈꾸며 사막에 발을 들여놓는다. 이청성은 당연히 죽음의 사막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녀는 그 신비로운 오아시스를 찾기 위해 죽음의 사막에서 탐험했던 경험이 있는 전문 탐험대에게 큰돈을 지급해 길잡이를 맡겼다. 자신의 호위대와 합쳐 총 100명 이상의 인원과 30대가 넘는 차량이 함께 떠났다. 그중 절반 이상은 물자를 실은 차량이었다. 음식, 물, 나침반, 통신 장비, 응급처치 키트, 자외선 차단복, 구조 도구 등 필요한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청성은 부족함 없이 모든 물품을 준비했다. 밤이 깊어졌다. 차량 행렬은 계속해서 전진하고 있었다. 유진우는 자리에 기대어 창밖으로 달빛을 바라보며 얼굴에 어떤 감정도 드러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