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마, 이 정도로 죽기야 하겠어? 이렇게 큰일이 났는데 내가 어떻게 이 상처를 제대로 치료하겠냐고. 좀 잇다가 내가 휠체어 타고 나타날게. 그러면 우리의 성의를 조금 더 알아봐 주실지도 몰라.” 안세리의 말을 귀신같이 들은 봉연주가 괜찮다며 대답했다. “알겠어. 우리 그럼 옥면 산장으로 가자.” 봉연주의 대답에 안세리는 하던 걱정을 멈추고 사람을 불러 휠체어를 가져오라고 한 뒤, 봉연주를 태웠다. 두 사람은 그렇게 다급히 옥면 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밤이 점점 더 깊어져 가는 시각, 옥면 산장 안. 문관옥은 서재에 앉아 손에 들린 자료들을 보며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유진우가 옥면 산장에 쳐들어온 뒤로 그는 모든 자원을 동원해 그의 신분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하루도 채 안 걸려 모든 결과가 그의 손에 들어왔다. 자료에서는 유진우가 강능에서 온 사람이자 이청아와 혼인 관계로 살던 사람이라고 적혀있었다. 제일 처음 유진우는 그저 의술을 조금 할 줄 아는 평범한 남자였지만 이혼을 한 후로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해 점점 더 자신을 드러냈다고 한다. 의술과 무도를 제외하고도 상도까지 섭렵하고 있지만 특히나 무도 쪽에서는 강남무림의 주인마저 살해한 기록까지 남아 있을 정도로 대단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요즘 젊은이들과 다르게 자랑할 만한 실력을 갖추고도 늘 겸손한 태도로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특수 기관까지 동원해 찾지 않았다면 천하의 문관옥조차 유진우의 자료를 찾아내지 못 할 뻔하였다. “이상해... 참 이상하단 말이지.” 유진우의 사진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던 문관옥은 생각에 깊게 잠긴 듯했다. “군신님,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십니까?” 그때, 옆에 있던 문관옥의 측근이 조심스레 물었다. “유진우 이 사람 마치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사람 같아. 이혼 전에는 조용하던 사람이 이혼하고 나니까 무슨 신의 계시라도 받은 사람마냥 승승장구를 하잖아. 강대한 무도 마스터까지 된 사람이
“유장혁이요?”이 말을 듣자 측근은 두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말이 안 됩니다. 그분은 이미 사망하지 않으셨습니까?”“유장혁은 실종한 것이지 사망한 것이 아니야. 적어도 시신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잖아.”문관옥은 엄숙하게 말했다.십 년 전의 그 사건은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났고 또 급하게 마무리되었다.그날 밤 이후로 만인의 주목을 받던 유장혁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고 관변에서는 유장혁의 시신으로 의심되는 변사체만 찾았을 뿐이었다.그러나 이 변사체는 이미 심하게 타버려 신분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관변의 공지를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였다.똑똑한 사람들은 이 사건을 깊이 파고들면 의문점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유장혁의 행방이 줄곧 묘연해지자,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은 이 결과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문관옥은 유진우에게서 익숙한 느낌을 받았기에 유장혁을 떠올린 것이었다.젊은 유망주, 강대한 실력 그리고 유장혁과 같은 유씨.여러 요소가 매칭되다 보니 문관옥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유장혁이 정말 살아있다면 서경왕부에 돌아갔을 텐데 왜 그쪽에는 아무런 얘기가 없을까요?”측근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서경왕부의 공로는 관변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높았기에 관변에서는 늘 사람을 붙여 그곳을 비밀리에 감시했다. 만약 서경왕부에 조금이라도 수상한 움직임이 있었다면 즉시 연경에 보고했을 것이었다.그러나 지금 어디에도 관련 소식이 없었다.“서경왕부는 너무 눈에 띄는 존재야. 아마 유장혁은 아직 해야 할 일이 있기에 이름을 숨기고 지내는 것일지도 몰라.”문관옥은 턱을 만지며 생각에 잠겼다.그는 비록 신의 아들, 최강 군신으로 불리지만 평생 넘지 못하는 산이 있었는데 바로 천재 유장혁이었다.십 년 전, 유장혁이 연경에서 명성이 자자할 때 문관옥은 그를 찾아가 힘을 겨룬 적이 있었지만 참패를 당했다.이는 문관옥에게 큰 타격을 입혔고 그에게 가시지 않는 트라우마로 남았다.문관옥은 유장혁과 다시 한번 대
“군신님을 도와 문한성 도련님을 살해한 범인을 처리할 수 있다고, 한 번만 만나게 해달라고 하셨습니다.”경호원이 말했다.“오? 그래?”문관옥은 눈썹을 추켜올리고 잠시 생각하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들여보내라.”“네!”경호원은 대답하고 나서 재빨리 퇴장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안세리와 봉연주를 데리고 들어왔다.안세리는 볼이 조금 빨갛게 부어오른 것 외에 상태가 괜찮아 보였다.그러나 봉연주의 상태는 처참했다. 안색이 창백하고 기운이 없었으며 휠체어에 앉아 행동이 불편했고 가끔 기침도 몇 번 했는데 몹시 허약해 보였다.“옥면 군신님께 인사 올립니다.”문관옥을 보자마자 안세리는 바로 공손하게 바닥에 꿇어앉아 절했다.봉연주도 휠체어에서 내려오려고 안간힘을 썼는데 문관옥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됐다. 예의 차릴 필요 없으니까 일어나거라.”“감사합니다, 군신님.”안세리는 눈을 내리깐 채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얌전히 서 있었다.반대로 봉연주는 힐끔힐끔 문관옥을 훔쳐보았다. 그녀는 심장이 두근거렸다.역시나 연경 4대 훈남 중의 한 명으로 불리는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문관옥은 외모가 출중하고 똑 부러지게 잘생겼다.실물이 사진보다 훨씬 잘생겼다.게다가 잘생긴 것도 모자라 높은 지위에 있고 손에 권력도 쥐고 있으니 그야말로 완벽한 남자였다.만약 이런 남자에게 시집간다면 그녀는 자다가도 일어나 웃을 것 같았다.“말해 봐. 무슨 일로 날 찾아온 거지?”문관옥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군신님, 저희는 유진우가 오늘 옥면 산장에 들이닥쳐 문한성 도련님을 살해했다는 소식을 듣고 몹시 화가 났습니다. 그리하여 군신님을 도와 화근을 제거하고 싶어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안세리는 대놓고 말했다.그녀는 문관옥과 같은 큰 인물 앞에서 거짓 치레하는 건 무의미한 행동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차라리 솔직하게 나오면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자네들의 호의는 잘 알겠네. 근데 무슨 수로 날 도와
하룻밤이 퍼뜩 지나갔다.이튿날 오전.유진우는 안세리의 갑작스러운 전화 한 통을 받았다.“여보세요. 진우야, 우리가 너랑 얘기 좀 하고 싶어서 그러는데 잠깐 만나줄 수 있어?”안세리는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난 우리 사이에 더할 얘기가 없다고 생각해. 모든 것은 너희가 자처한 일이야.”유진우가 냉랭하게 말했다.“진우야, 내가 잘못했어. 나도 그때의 선택을 몹시 후회하고 있어. 사죄할 수 있도록 한 번만 기회를 주면 안 될까?”안세리는 불쌍한 말투로 말했다.“너에게 기회를 주면, 은도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은도가 너희 때문에 억울하게 죽었어. 너희는 왜 은도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는데?”유진우는 무표정으로 말했다.“그건 오해야. 은도의 죽음은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야. 난 애초에 모르는 일이었어. 맹세해.”안세리는 엄숙한 말투로 말했다.“내가 너의 말을 믿을 것 같아? 너희도 문한성과 한통속이었잖아.”유진우는 차가운 얼굴로 대답했다.안세리는 심보가 고약하고 이기적이며 성실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는 겪어봐서 알고 있었다.궁지에 몰린 것이 아니라면 그녀는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었다.“진우야, 네가 날 의심하고 있다는 거 알아. 하지만 나 정말 억울해. 나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이미 진정한 범인을 알아냈어. 사실 문한성 외에 은도의 죽음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어.”안세리는 신비스럽게 말했다.“그래? 누군데?”유진우는 눈썹을 추켜세웠다.“누군지 알고 싶다면 오늘 밤 취향루로 찾아와줘. 우리 얼굴 보고 얘기하면서 오해를 풀자. 올 때까지 기다릴게.”안세리는 말을 마치고 재빨리 전화를 끊었다.유진우는 핸드폰을 들고 눈썹을 찌푸렸다.그는 은도의 죽음을 줄곧 마음에 두고 있었다. 만약 범인이 따로 있었다면 그는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었다.지금의 문제는 안세리가 거짓말을 했나 안 했나에 있다.상대방이 과연 진심으로 사죄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그를 모함하려고 일부러 세운 작전일 것인가?유진우는 크게
한동안 접하면서 그녀는 유진우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었다.다른 건 몰라도 친구를 대하는 데는 흠 잡을 곳이 전혀 없었다.“저기를 보세요! 왔어요!”이때 봉연주는 무엇을 보기라도 한 듯 갑자기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안세리는 봉연주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눈길을 돌리자 흰 옷차림의 유진우가 느릿느릿 걸어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놀랍게도 상대방은 아무도 데려오지 않고 홀로 약속 장소를 찾아왔다는 것이었다.이는 그녀들이 작전을 시행하는 데 더욱 유리했다.“진우야, 왔어? 얼른 앉아.”유진우가 가까이 다가오자 안세리는 얼른 일어서서 웃는 얼굴로 마중했다.그녀의 태도는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난 것처럼 열정적이었다.유진우는 사양하지 않고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냉담하게 말했다.“이렇게 나왔으니 할 말 있으면 바로 해.”“서두르지 않아도 돼. 먼저 따뜻한 차 한 모금 마시면서 천천히 이야기하자.”안세리는 웃는 얼굴로 비위를 맞추며 말하는 동안 유진우에게 손수 차 한 잔을 따라주었다.유진우는 아무 반응 없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내가 약 탔을까 봐 걱정하는 거 아니지?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내가 먼저 마실게.”안세리는 눈치 빠르게 자기한테 차를 따르고 들이마셨다.“나도 마실게.”봉연주도 뒤질세라 똑같이 차를 마셨다.그녀들은 당연히 약을 타는 비열한 수법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게다가 유진우 같은 고수는 물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어때? 문제없는 거 맞지?”안세리는 웃으며 말했다.“진우야, 난 우리가 늘 합이 좋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너와 계속 친구로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맞아. 친구를 많이 두면 언제든 도움받을 일이 있을 거야.”봉연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친구까지는 필요 없어. 내가 어찌 너희 두 사람을 넘보겠어.”유진우는 냉담하게 말했다.“진우야, 한 번만 기회를 주면 안 될까? 우리가 잘못했어.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줘.”안세리는 일부러 연약한 체하며 간청했다.“나랑 조건을 따
붉은 옷을 입은 여자가 절세미인이라는 것을 절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외모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독특한 기질이 신비롭고 매혹적이어서 쉽게 사람을 도취하게 했다.“매혹술이라니?”넋을 잠깐 잃은 후 유진우는 재빨리 정신을 차렸다.붉은 옷을 입은 여자가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며 내려올 때 몸에서 은은한 향을 풍겼는데, 이 향을 맡은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그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물론, 이것은 아주 평범한 재주였다.여자의 제일 대단한 재주는 눈빛이었다.눈빛에서 희미한 흰색 빛을 내뿜었는데 이는 사람을 현혹하는 마력이 깃들어 있었다.이것이 바로 무림계의 기묘한 기술 중 하나, 매혹술이었다.빨간 옷을 입은 여자는 딱 봐도 일반인이 아니었다.“홍양이다! 홍양이 나타났다!”“역시 연지 랭킹 10위권에 드는 미인이야. 아름다운 외모가 심금을 울릴 정도네요!”“홍양과 하룻밤을 보낼 수만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어요!”“홍양은 취향루의 간판으로써 재주를 팔지만, 몸을 팔지는 않아요. 얼마나 많은 부자가 큰돈을 써가며 홍양을 가까이하려고 해도 소용이 없는데 그쪽은 꿈도 꾸지 마세요.”“...”하늘에서 떨어지는 홍양을 보며 뭇사람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남녀를 불문하고 지금, 이 순간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취향루의 장사가 잘되는 이유 중 제일 중요한 부분은 홍양이 있어서였다.취향루의 간판으로서 매번 홍양이 나타날 때마다 큰 소란을 일으키곤 했다.전하는 소문에 의하면 홍양의 테스트를 통과하는 사람은 취향루에서 공짜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고 했다.그러나 지금까지 테스트를 통과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우선 테스트 자격을 얻으려면 거금을 들여 수많은 부자 중에서 뚫고 나와야 했다.그 후 홍양이 출제하면 상응한 테스트를 통과해야 했다.중요한 건 이런 기회는 한 달에 한 번밖에 없기에 아주 드물다는 것이었다.게다가 매번 출제한 테스트는 달랐기에 몇 년 동안 홍양의 인정을 받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유진우가 어떤 미인을 본 적이 없을까 봐, 고작 매혹술에 넘어가겠어?정말 그를 하반신으로 사고하는 사람으로 보나?“도련님, 왜 이렇게 화가 나셨어요?”홍양은 착지한 후 매혹적인 미소를 띤 얼굴로 천천히 유진우의 곁으로 걸어가 고사리 같은 손을 내밀어 술을 두 잔 따랐다.“이곳에 찾아온 사람은 모두 저희의 손님이니 도련님께서 취향루에 오신 것은 홍양의 영광입니다. 제가 먼저 한 잔 마시겠습니다.”홍양은 말을 마치고 술잔을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별말씀을요.”유진우는 무표정으로 예의상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도련님, 저는 안씨 아가씨의 친구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 오해가 조금 있다고 들었는데 도련님께서 과거의 일을 너그럽게 용서해주신다면 이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홍씨 아가씨, 저희 몇 사람의 원한에 끼어들지 않는 것이 좋을 거예요. 끼어들어서 좋을 거 없어요.”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도련님같이 훌륭한 인물은 아량도 넓으실 텐데 굳이 두 여자와 따질 필요가 있을까요? 도련님께서 오늘 저 홍양의 체면을 세워주신다면, 훗날 이 은혜를 반드시 두 배로 갚아드리겠습니다.”홍양의 웃음은 더 짙어졌다.말하는 사이 동공의 흰자위는 갑자기 밝아졌고 특이한 향기가 더 진하게 풍기는 것 같았다.홍양의 분위기는 더욱 매혹적이고 여성스러워졌으며 마치 여우가 꼬리치 는 것 같았다.이는 그녀가 매혹술을 사용했다는 표현이었다.매혹술을 한번 사용하면 어떤 남자도 감당해내기 힘들었다. 만약 시간이 길어지면 자제력이 약한 사람은 마음이 현혹되어 그녀의 말을 고분고분 듣기까지 했다.이 수단은 문제 생긴 적이 없었다.“홍씨 아가씨, 이 체면은 드리기 힘들 것 같네요.”유진우는 끄떡없이 싸늘하게 말했다.“그리고 아가씨의 매혹술을 거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 수단은 저에게 소용없으며 매우 무례한 행동이니 자중하기 바랍니다!”유진우는 자중하라는 단어에서 갑자기 언성을 높여 홍양의 심금을 강하게 두드렸다.“네?”홍양은 벼락을 맞은 듯 움찔하더니
“유 대표님, 이건 이 대표님께서 준비한 이혼 합의서입니다. 사인 부탁드려요.”청성 그룹 대표 사무실 안.OL유니폼을 입은 장 비서가 A4용지 한 장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그녀의 맞은편엔 수수한 옷차림에 준수한 외모를 지닌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이혼이라니? 무슨 뜻이지?”유진우가 흠칫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아직도 모르시겠어요? 대표님과 이 대표님의 결혼생활은 이젠 끝이에요. 두 분은 더 이상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요. 대표님의 존재가 이 대표님에겐 걸림돌만 될 뿐이에요!”장 비서가 가차 없이 쏘아붙였다.“걸림돌?”유진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러니까 청아가 날 걸림돌이라고 생각한다는 거야?”두 사람이 결혼할 때 이씨 일가는 한창 저조기에 처해있어 빚더미가 산을 이뤘다.유진우가 그런 이씨 일가를 도와 난관을 극복해 주었다.그런데 인제 와서 부귀영화를 누리더니 이청아가 그를 발로 뻥 차버리다니.“그렇게 생각하셔도 좋습니다.”장 비서는 턱을 치켜세우고 책상 위의 잡지를 가리켰다. 잡지 표지 화면에 절세미인과도 같은 한 여자의 사진이 찍혀 있었다.“유 대표님, 이 타이틀 좀 보세요. 짧디짧은 3년 안에 이 대표님의 가치가 무려 2천억 원을 돌파했다고요. 기적을 창조할 뿐만 아니라 강능 전체에서 가장 핫한 미녀 대표가 되었어요! 이 대표님은 뛰어난 미모와 실력으로 구름 위를 걸으며 만인의 존경을 받고 있어요! 그런데 정작 유 대표님은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 이 대표님께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 부디 저 자신을 알고 눈치껏 물러서세요!”유진우가 아무 말 없자 장 비서는 미간을 확 찌푸리며 계속 말을 이었다.“썩 내키지 않는다는 거 잘 알아요. 하지만 현실이 이런 걸 어쩌겠어요? 전에 이 대표님을 도와준 건 사실이지만 이 3년 동안 대표님은 그 신세를 전부 다 갚았어요. 이젠 유 대표님이야말로 우리 대표님께 신세를 지고 있다고요!”“이 결혼이 한 차례 거래였어?”유진우가 숨을 깊게 들이쉬며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만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