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장혁이요?”이 말을 듣자 측근은 두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말이 안 됩니다. 그분은 이미 사망하지 않으셨습니까?”“유장혁은 실종한 것이지 사망한 것이 아니야. 적어도 시신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잖아.”문관옥은 엄숙하게 말했다.십 년 전의 그 사건은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났고 또 급하게 마무리되었다.그날 밤 이후로 만인의 주목을 받던 유장혁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고 관변에서는 유장혁의 시신으로 의심되는 변사체만 찾았을 뿐이었다.그러나 이 변사체는 이미 심하게 타버려 신분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관변의 공지를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였다.똑똑한 사람들은 이 사건을 깊이 파고들면 의문점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유장혁의 행방이 줄곧 묘연해지자,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은 이 결과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문관옥은 유진우에게서 익숙한 느낌을 받았기에 유장혁을 떠올린 것이었다.젊은 유망주, 강대한 실력 그리고 유장혁과 같은 유씨.여러 요소가 매칭되다 보니 문관옥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유장혁이 정말 살아있다면 서경왕부에 돌아갔을 텐데 왜 그쪽에는 아무런 얘기가 없을까요?”측근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서경왕부의 공로는 관변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높았기에 관변에서는 늘 사람을 붙여 그곳을 비밀리에 감시했다. 만약 서경왕부에 조금이라도 수상한 움직임이 있었다면 즉시 연경에 보고했을 것이었다.그러나 지금 어디에도 관련 소식이 없었다.“서경왕부는 너무 눈에 띄는 존재야. 아마 유장혁은 아직 해야 할 일이 있기에 이름을 숨기고 지내는 것일지도 몰라.”문관옥은 턱을 만지며 생각에 잠겼다.그는 비록 신의 아들, 최강 군신으로 불리지만 평생 넘지 못하는 산이 있었는데 바로 천재 유장혁이었다.십 년 전, 유장혁이 연경에서 명성이 자자할 때 문관옥은 그를 찾아가 힘을 겨룬 적이 있었지만 참패를 당했다.이는 문관옥에게 큰 타격을 입혔고 그에게 가시지 않는 트라우마로 남았다.문관옥은 유장혁과 다시 한번 대
“군신님을 도와 문한성 도련님을 살해한 범인을 처리할 수 있다고, 한 번만 만나게 해달라고 하셨습니다.”경호원이 말했다.“오? 그래?”문관옥은 눈썹을 추켜올리고 잠시 생각하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들여보내라.”“네!”경호원은 대답하고 나서 재빨리 퇴장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안세리와 봉연주를 데리고 들어왔다.안세리는 볼이 조금 빨갛게 부어오른 것 외에 상태가 괜찮아 보였다.그러나 봉연주의 상태는 처참했다. 안색이 창백하고 기운이 없었으며 휠체어에 앉아 행동이 불편했고 가끔 기침도 몇 번 했는데 몹시 허약해 보였다.“옥면 군신님께 인사 올립니다.”문관옥을 보자마자 안세리는 바로 공손하게 바닥에 꿇어앉아 절했다.봉연주도 휠체어에서 내려오려고 안간힘을 썼는데 문관옥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됐다. 예의 차릴 필요 없으니까 일어나거라.”“감사합니다, 군신님.”안세리는 눈을 내리깐 채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얌전히 서 있었다.반대로 봉연주는 힐끔힐끔 문관옥을 훔쳐보았다. 그녀는 심장이 두근거렸다.역시나 연경 4대 훈남 중의 한 명으로 불리는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문관옥은 외모가 출중하고 똑 부러지게 잘생겼다.실물이 사진보다 훨씬 잘생겼다.게다가 잘생긴 것도 모자라 높은 지위에 있고 손에 권력도 쥐고 있으니 그야말로 완벽한 남자였다.만약 이런 남자에게 시집간다면 그녀는 자다가도 일어나 웃을 것 같았다.“말해 봐. 무슨 일로 날 찾아온 거지?”문관옥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군신님, 저희는 유진우가 오늘 옥면 산장에 들이닥쳐 문한성 도련님을 살해했다는 소식을 듣고 몹시 화가 났습니다. 그리하여 군신님을 도와 화근을 제거하고 싶어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안세리는 대놓고 말했다.그녀는 문관옥과 같은 큰 인물 앞에서 거짓 치레하는 건 무의미한 행동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차라리 솔직하게 나오면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자네들의 호의는 잘 알겠네. 근데 무슨 수로 날 도와
하룻밤이 퍼뜩 지나갔다.이튿날 오전.유진우는 안세리의 갑작스러운 전화 한 통을 받았다.“여보세요. 진우야, 우리가 너랑 얘기 좀 하고 싶어서 그러는데 잠깐 만나줄 수 있어?”안세리는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난 우리 사이에 더할 얘기가 없다고 생각해. 모든 것은 너희가 자처한 일이야.”유진우가 냉랭하게 말했다.“진우야, 내가 잘못했어. 나도 그때의 선택을 몹시 후회하고 있어. 사죄할 수 있도록 한 번만 기회를 주면 안 될까?”안세리는 불쌍한 말투로 말했다.“너에게 기회를 주면, 은도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은도가 너희 때문에 억울하게 죽었어. 너희는 왜 은도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는데?”유진우는 무표정으로 말했다.“그건 오해야. 은도의 죽음은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야. 난 애초에 모르는 일이었어. 맹세해.”안세리는 엄숙한 말투로 말했다.“내가 너의 말을 믿을 것 같아? 너희도 문한성과 한통속이었잖아.”유진우는 차가운 얼굴로 대답했다.안세리는 심보가 고약하고 이기적이며 성실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는 겪어봐서 알고 있었다.궁지에 몰린 것이 아니라면 그녀는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었다.“진우야, 네가 날 의심하고 있다는 거 알아. 하지만 나 정말 억울해. 나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이미 진정한 범인을 알아냈어. 사실 문한성 외에 은도의 죽음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어.”안세리는 신비스럽게 말했다.“그래? 누군데?”유진우는 눈썹을 추켜세웠다.“누군지 알고 싶다면 오늘 밤 취향루로 찾아와줘. 우리 얼굴 보고 얘기하면서 오해를 풀자. 올 때까지 기다릴게.”안세리는 말을 마치고 재빨리 전화를 끊었다.유진우는 핸드폰을 들고 눈썹을 찌푸렸다.그는 은도의 죽음을 줄곧 마음에 두고 있었다. 만약 범인이 따로 있었다면 그는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었다.지금의 문제는 안세리가 거짓말을 했나 안 했나에 있다.상대방이 과연 진심으로 사죄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그를 모함하려고 일부러 세운 작전일 것인가?유진우는 크게
한동안 접하면서 그녀는 유진우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었다.다른 건 몰라도 친구를 대하는 데는 흠 잡을 곳이 전혀 없었다.“저기를 보세요! 왔어요!”이때 봉연주는 무엇을 보기라도 한 듯 갑자기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안세리는 봉연주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눈길을 돌리자 흰 옷차림의 유진우가 느릿느릿 걸어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놀랍게도 상대방은 아무도 데려오지 않고 홀로 약속 장소를 찾아왔다는 것이었다.이는 그녀들이 작전을 시행하는 데 더욱 유리했다.“진우야, 왔어? 얼른 앉아.”유진우가 가까이 다가오자 안세리는 얼른 일어서서 웃는 얼굴로 마중했다.그녀의 태도는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난 것처럼 열정적이었다.유진우는 사양하지 않고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냉담하게 말했다.“이렇게 나왔으니 할 말 있으면 바로 해.”“서두르지 않아도 돼. 먼저 따뜻한 차 한 모금 마시면서 천천히 이야기하자.”안세리는 웃는 얼굴로 비위를 맞추며 말하는 동안 유진우에게 손수 차 한 잔을 따라주었다.유진우는 아무 반응 없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내가 약 탔을까 봐 걱정하는 거 아니지?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내가 먼저 마실게.”안세리는 눈치 빠르게 자기한테 차를 따르고 들이마셨다.“나도 마실게.”봉연주도 뒤질세라 똑같이 차를 마셨다.그녀들은 당연히 약을 타는 비열한 수법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게다가 유진우 같은 고수는 물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어때? 문제없는 거 맞지?”안세리는 웃으며 말했다.“진우야, 난 우리가 늘 합이 좋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너와 계속 친구로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맞아. 친구를 많이 두면 언제든 도움받을 일이 있을 거야.”봉연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친구까지는 필요 없어. 내가 어찌 너희 두 사람을 넘보겠어.”유진우는 냉담하게 말했다.“진우야, 한 번만 기회를 주면 안 될까? 우리가 잘못했어.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줘.”안세리는 일부러 연약한 체하며 간청했다.“나랑 조건을 따
붉은 옷을 입은 여자가 절세미인이라는 것을 절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외모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독특한 기질이 신비롭고 매혹적이어서 쉽게 사람을 도취하게 했다.“매혹술이라니?”넋을 잠깐 잃은 후 유진우는 재빨리 정신을 차렸다.붉은 옷을 입은 여자가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며 내려올 때 몸에서 은은한 향을 풍겼는데, 이 향을 맡은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그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물론, 이것은 아주 평범한 재주였다.여자의 제일 대단한 재주는 눈빛이었다.눈빛에서 희미한 흰색 빛을 내뿜었는데 이는 사람을 현혹하는 마력이 깃들어 있었다.이것이 바로 무림계의 기묘한 기술 중 하나, 매혹술이었다.빨간 옷을 입은 여자는 딱 봐도 일반인이 아니었다.“홍양이다! 홍양이 나타났다!”“역시 연지 랭킹 10위권에 드는 미인이야. 아름다운 외모가 심금을 울릴 정도네요!”“홍양과 하룻밤을 보낼 수만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어요!”“홍양은 취향루의 간판으로써 재주를 팔지만, 몸을 팔지는 않아요. 얼마나 많은 부자가 큰돈을 써가며 홍양을 가까이하려고 해도 소용이 없는데 그쪽은 꿈도 꾸지 마세요.”“...”하늘에서 떨어지는 홍양을 보며 뭇사람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남녀를 불문하고 지금, 이 순간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취향루의 장사가 잘되는 이유 중 제일 중요한 부분은 홍양이 있어서였다.취향루의 간판으로서 매번 홍양이 나타날 때마다 큰 소란을 일으키곤 했다.전하는 소문에 의하면 홍양의 테스트를 통과하는 사람은 취향루에서 공짜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고 했다.그러나 지금까지 테스트를 통과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우선 테스트 자격을 얻으려면 거금을 들여 수많은 부자 중에서 뚫고 나와야 했다.그 후 홍양이 출제하면 상응한 테스트를 통과해야 했다.중요한 건 이런 기회는 한 달에 한 번밖에 없기에 아주 드물다는 것이었다.게다가 매번 출제한 테스트는 달랐기에 몇 년 동안 홍양의 인정을 받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유진우가 어떤 미인을 본 적이 없을까 봐, 고작 매혹술에 넘어가겠어?정말 그를 하반신으로 사고하는 사람으로 보나?“도련님, 왜 이렇게 화가 나셨어요?”홍양은 착지한 후 매혹적인 미소를 띤 얼굴로 천천히 유진우의 곁으로 걸어가 고사리 같은 손을 내밀어 술을 두 잔 따랐다.“이곳에 찾아온 사람은 모두 저희의 손님이니 도련님께서 취향루에 오신 것은 홍양의 영광입니다. 제가 먼저 한 잔 마시겠습니다.”홍양은 말을 마치고 술잔을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별말씀을요.”유진우는 무표정으로 예의상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도련님, 저는 안씨 아가씨의 친구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 오해가 조금 있다고 들었는데 도련님께서 과거의 일을 너그럽게 용서해주신다면 이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홍씨 아가씨, 저희 몇 사람의 원한에 끼어들지 않는 것이 좋을 거예요. 끼어들어서 좋을 거 없어요.”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도련님같이 훌륭한 인물은 아량도 넓으실 텐데 굳이 두 여자와 따질 필요가 있을까요? 도련님께서 오늘 저 홍양의 체면을 세워주신다면, 훗날 이 은혜를 반드시 두 배로 갚아드리겠습니다.”홍양의 웃음은 더 짙어졌다.말하는 사이 동공의 흰자위는 갑자기 밝아졌고 특이한 향기가 더 진하게 풍기는 것 같았다.홍양의 분위기는 더욱 매혹적이고 여성스러워졌으며 마치 여우가 꼬리치 는 것 같았다.이는 그녀가 매혹술을 사용했다는 표현이었다.매혹술을 한번 사용하면 어떤 남자도 감당해내기 힘들었다. 만약 시간이 길어지면 자제력이 약한 사람은 마음이 현혹되어 그녀의 말을 고분고분 듣기까지 했다.이 수단은 문제 생긴 적이 없었다.“홍씨 아가씨, 이 체면은 드리기 힘들 것 같네요.”유진우는 끄떡없이 싸늘하게 말했다.“그리고 아가씨의 매혹술을 거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 수단은 저에게 소용없으며 매우 무례한 행동이니 자중하기 바랍니다!”유진우는 자중하라는 단어에서 갑자기 언성을 높여 홍양의 심금을 강하게 두드렸다.“네?”홍양은 벼락을 맞은 듯 움찔하더니
유진우는 테이블 위에 놓인 열쇠를 한 눈 보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왜 이렇게 신비스러운 거야? 설마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거 아니지?”“무슨 말을 그렇게 해. 연약한 여자 둘이서 무슨 음모를 꾸밀 수 있겠어?”안세리는 억지웃음을 지어내며 대답했다.“맞아. 우리는 진심으로 뇌우 치고 있어. 절대 한 치의 속셈도 없어. 그렇지 않으면 천벌 받아 죽을 거야!”봉연주는 심지어 천벌로 맹세까지 했다.유진우를 설득하기 위해 그녀는 큰마음을 내렸다.이 말을 들은 안세리는 눈가가 움찔했다. 그녀는 봉연주를 한 대 때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생겨났다.‘천벌을 받을 거면 혼자 받을 거지 왜 나까지 끌어들이고 그래.’“음모나 속셈이 따로 없다면 두 사람도 나랑 같이 다녀오자.”유진우는 아주 덤덤하게 말했다.“아...”안세리는 표정이 굳어지더니 봉연주를 힐끔 보고는 급하게 변명했다.“연주 씨가 휠체어를 타고 있어서 움직임이 불면하잖아. 난 여기에 남아서 연주 씨를 돌봐주어야 해. 게다가 그 범인이 흉악하기 그지없는데 우리처럼 연약한 여자가 같이 올라가는 건 너무 위험해.”“맞아, 맞아. 너무 위험하고 불편해.”봉연주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안세리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유진우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두 사람을 바로 까밝히지는 않았고 그저 약 한 병을 꺼내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냉담하게 말했다.“솔직히 말해서 나는 두 사람을 못 믿겠어. 그래서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두 사람은 먼저 이 독약을 먹어. 만약 내가 위에서 무슨 일을 당하게 된다면 두 사람도 나랑 같이 황천길을 걷는 거야.”“어?”이 말을 듣자마자 안세리와 봉연주는 온몸이 굳어지면서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안 그래도 마음이 켕기는 그녀들은 지금 저도 모르게 당황했다.그녀들은 유진우가 이런 요구를 제기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진우야, 이럴 필요 있을까? 우리가 일 층에서 널 기다리고 있을 건데 굳이 무섭게 독약까지 먹어야 해?”안세리는 마른 군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
오직 권세가 높은 사람만이 천자호 방에 입주할 수 있었다.“선생님, 방에 도착하셨습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호위무사는 유진우를 천자 4호 방에 안내해 드린 후 인사를 하고 바로 자리를 떴다.유진우는 방문 앞으로 걸어가 가볍게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 아무 기척도 들리지 않았다.그는 자세히 주위의 기운을 느껴보았지만 아무런 위험을 느끼지 못했다.적어도 살기를 느끼지 못했다.달칵 소리와 함께 유진우는 열쇠로 방문을 열고 안으로 곧장 걸어 들어갔다.방안은 전반적으로 웜 톤이어서 따뜻한 분위기를 띠었으며 디퓨저가 켜져 있었다.입구의 바로 맞은 편에는 단향나무로 만들어진 테이블 세트가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술과 디저트가 놓여있었다.왼쪽 칸막이에는 빨간색 거즈가 드리워져 있었는데 안에는 각종 성인용품이 꽉 차 있었다.오른쪽 칸막이에는 흰색 거즈가 드리워져 있었으며 안에는 침대와 궤짝이 있었다.유진우는 방안을 대충 훑어보았는데 곧 오른쪽 칸막이 안의 침대에 한 사람이 누워있다는 것을 발견했다.하지만 그 사람은 이불을 덮고 있어서 누구인지 도무지 알아볼 수 없었다.“거기 누구죠? 얼른 정체를 드러내세요.”유진우는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침대 위의 사람은 마치 잠든 것처럼 꼼짝하지 않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얼굴을 드러내지 않으실 거면 저의 무례함을 탓하지 마세요.”유진우는 군말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싫어 침대 앞으로 걸어가 이불을 홱 들었다.하지만 눈앞의 상황을 보고 그는 흠칫 놀라며 눈을 의심했다.왜냐하면, 침대 위에 누워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벌거벗은 홍양이기 때문이었다.몸매가 아리땁고 피부가 눈처럼 새하얀 홍양이 침대에 조용히 누워있는 모습은 마치 완벽한 예술품 같았다.모든 남자에게 있어서 이건 정말 치명적인 유혹이었다.그러나 지금의 유진우는 전혀 그럴 마음이 없었다.왜냐하면, 홍양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이 시각, 홍양은 몸을 살짝 움츠린 채 옆으로 누워있었는데 그녀의 가슴에는 작은 칼 하나가 꽂혀있었고
“이봐요 젊은이, 환자 병세도 보지 않고 치료할 자신이 있다고 말하는 건 너무 자만하는 것 아닌가요?”마을 의사는 못마땅한 듯 말했다.그는 비록 마을 의사지만 어쨌든 십여 년의 의료 경험이 있어 많은 사람들을 치료했다.그도 속수무책인 병을 어떻게 햇병아리가 고칠 수 있을까?“환자의 외상은 13곳이며, 가장 심각한 것은 가슴과 등 관통상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신체 조건이 강해서 치명적이지 않죠. 가장 골치 아픈 점은 환자가 독극물에 중독되어 오장육부가 다양한 정도의 손상을 입었다는 것입니다. 만약 제때 해독하지 않는다면 환자는 내일까지 살 수 없었을 것입니다.”유진우는 마치 집안의 보물을 세듯 바람의 병세를 자세히 말했다.“자네가... 그걸 어떻게 알았지?”마을 의사는 화들짝 놀랐다.그는 맥을 짚고 자세히 검사한 후에야 비로소 상응하는 결론을 얻었다. 근데 눈앞의 이 녀석은 어떻게 알았을까?“병을 많이 보면 한눈에 알 수 있죠.”유진우가 덤덤하게 답했다.“뭐? 한눈에 알았다고?”“무슨 불치병도 아니고 한 번만 봐도 충분합니다.”유진우가 무표정한 얼굴로 답하자 마을 의사는 입가를 실룩거리더니 한동안 대답하지 못 했다.그의 침착하고 여유로운 기색으로 보아 정말 능력이 있을지도 몰랐다.“정말 고칠 자신이 있어요?”조강진이 떠보듯 물었다.“시도해보면 알지 않겠어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잖아요?”“좋아요. 그럼 수고하세요.”조강진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자리를 비켜 유진우를 앞으로 모셨다.바람의 상태를 보면 내일까지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병원으로 이송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고 이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치료할 수밖에 없었다.유진우는 병상으로 가서 먼저 해독약을 꺼내 바람의 입에 먹였다.그리고 손을 내밀어 흔들었다.“슈우...”일렬로 늘어선 은침이 튕겨 나와 바람의 몸 곳곳의 주요 혈 자리를 정확히 찔렀다.은침이 몸에 들어가자 유진우는 다시 손을 흔들었다.“윙...”모든 은침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
“당연하죠! 이건 유리종 제왕녹이에요. 게다가 골동품이라 천금 같은 값어치예요!”진이수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천금이라고요? 역시 좋은 아이였어요!”중년 남자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서둘러 옥 팔찌를 조심스럽게 챙겼다.“급하게 나오느라 다른 건 준비하지 못했어요. 이 옥 팔찌는 꽤 가치가 있으니 맘에 들었으면 합니다.”이청성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아가씨가 이렇게 성의를 보이니 나도 어쩔 수 없죠. 이장님께 말씀드리겠지만 이장님이 여러분을 만날지 말지는 내가 결정할 수 없어요.”중년 남자는 감히 자신만만하게 말할 수 없었다.“그럼 수고해 주세요.”이청성이 고개를 약간 끄덕였다.“그래요. 잠시만 기다리세요.”중년 남자는 더 말하지 않고 마당으로 돌아섰다.3분 후, 중년 남자는 다시 집을 나서며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우리 이장님이 아가씨를 만나겠대요. 하지만 안전을 위해 한 명만 데리고 들어오라고 하세요.”“진 대장님은 여기서 지켜주세요. 저와 유진우가 먼저 들어가 볼게요.”이청성은 당부 한마디 하고 유진우를 데리고 들어왔다.한편, 침실 안.바람은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이미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이장 조강진이 옆에서 마을 의사와 상태를 이야기하고 있었다.“양 선생, 이 젊은이 정말 가망이 없는 건가?”조강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오아시스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사람으로서 바람의 가치는 매우 높았다.잘만 활용하면 마을도 충분히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이장님, 이 사람은 중상을 입었고 게다가 체내에 맹독이 있어서 제 의술로는 전혀 치료할 수 없습니다.”마을 의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는 작은 병을 치료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난치병을 만나면 완전히 속수무책이었다.“보아하니, 병원에 데려갈 수밖에 없겠군.”조강진은 미간을 찌푸렸다.“이장님 저희 마을에서 도시 대형 병원까지 거리가 있어서 적어도 하루는 필요해요. 이 사람 현재 건강 상태로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마을 의사는 한숨을 쉬었다.“어쨌든
“네? 누군가 나왔다고요?”그러자 이청성은 정신이 번쩍 들어 캐물었다.“그 사람이 누구죠? 지금 어딨죠?”그 기괴한 오아시스는 미지로 가득 차 있었다. 만약 누군가가 무사히 탈출했다면 분명 직접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누구든지 이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손실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물을 찾는 성공률도 대폭 증가할 것이다.“바람이라는 자인데, 오행문의 제자로 둔술에 능하다고 합니다. 사흘 전 오아시스에 들어가 소식이 끊겼는데 방금 중상을 입은 몸을 이끌고 사막의 마을로 돌아왔고 이장의 집에서 요양 중이라고 합니다.”진이수가 답했다.“오행문의 바람?”서지석은 미간을 찌푸렸다.“그 사람은 강호에서 꽤 유명해 이름을 들어본 적 있어요. 실력은 이미 본투비 레벨의 후반에 접어들어 천재라고 할 수 있죠.”오행문은 서남 세력에 속하지 않지만 그 잠재력은 결코 금도문에 뒤지지 않았다.“아가씨, 이 사람들은 누구죠?”진이수는 서지석 일행을 보며 좀 이상하게 생각했다.“모두 금도문의 고수들이세요. 이제 막 알게 된 친구들이에요.”이청성이 답했다.“금도문이라고요?”진이수는 눈을 가늘게 뜨며 꽤 놀랐다.서남부 3대 문파의 금도문은 그들에게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이청성이 금도문의 제자와 친구가 될 줄은 몰랐다.금도문의 보호가 있다면 이번 일정은 훨씬 안전할 것이다.“자, 우선 이런 얘기는 그만하고 나를 마을 이장님 댁에 데려가 주세요. 바람에게 직접 물어볼 말이 있어요.”이청성은 지체하지 않고 즉시 진이수에게 길을 안내하라고 하고 이장 댁으로 향했다.지금 바람은 핵심 인물이며 각 세력이 경쟁하는 인기 있는 인물이니 반드시 일찍 나서야 했다. 만약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면 곤란했다.5분 후, 몇 사람은 의기양양하게 이장 댁에 도착했다.마을 이장은 2층짜리 작은 양옥에 살고 있으며 둘레가 100m인 마당이 있었다. 마당에는 꽃과 풀도 심겨 있었다.마당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한
이청성은 미소를 지으며 잔을 들었다.“자, 다들 사양하지 말고 오늘 마음껏 드시고 마시세요!”다양한 맛있는 음식을 보자 금도문의 제자들은 사양하지 않고 마구 먹고 마시기 시작했다.술이 세 순배 돌고, 다양한 음식이 들어가자 양측도 어느정도 친해졌다.“두 분을 보아하니 현지인은 아닌 것 같은데 설마 보물을 찾으러 온 건가요?”서지석이 떠보듯 물었다.“맞아요. 죽음의 사막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말을 듣고 몇 명 데리고 와서 운을 점쳐 보는 김에 단련하려고요.”이청성은 부인하지 않았다.죽음의 사막에 나타났다는 건 대부분 다양한 보물을 위한 것이며 이는 다들 속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이렇게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에 여행 올 바보는 없었다.“제가 괜한 말을 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죽음의 사막은 정말 위험합니다.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아무런 위험도 경험하지 못한 것 같은데 그런 험난한 곳은 가지 않는 것이 좋아요.”서지석이 설득하자 이청성은 웃으며 거절했다.“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꼭 가야 할 이유가 있어요.”“만약 기어코 가시겠다면 저희와 함께 가시죠. 그럼 저희가 보살펴 줄 수도 있고요.”“지석 씨도 이번에 보물을 찾기 위해 사막에 가시는 건가요?”유진우가 물었다.“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우리 금도문의 이번 임무는 죽음의 사막에 갑자기 나타난 오아시스를 탐험하는 거예요.”“선배님! 말을 삼가세요!”이 말을 들은 금도문의 제자가 즉시 소리를 내어 일깨웠다.어쨌든, 이것은 그들 사문의 임무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쉽게 알릴 수 없었다.“말 못 할 사정이 있다면 무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유진우는 캐묻지 않았다.“괜찮아요. 친구끼리 왜 감추겠어요?”서지석은 손을 흔들며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말했다. “죽음의 사막에 최근 신비로운 오아시스가 나타났다는 것을 들었는지 모르겠네요. 이 오아시스는 마치 영적인 존재처럼 빠르게 확장되고 있어요. 그래서 그 안에 어떤 놀라운 보물
연우혁의 위협적인 눈빛에도 유진우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방금 서지석이 막지 않았더라면 이 녀석은 땅바닥에서 자기 치아를 찾고 있었을 것이다.파리 몇 마리를 쫓아낸 후, 조이준은 계속 술을 마시고 고기를 먹었다.서지석과 금도문 제자도 더 이상 큰 소리로 떠들지 못하고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그러자 이청성은 일어나서 서지석을 향해 주먹을 감싸고는 예의 바르게 말했다.“방금 나서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별것 아니니 신경 쓰지 마세요.”서지석은 손사래를 치며 너스레로 말했다.“나는 멋대로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을 가장 혐오해요. 우리 금도문의 종지가 바로 불의를 보면 반드시 칼을 뽑아 돕는 것이거든요.”“금도문은 역시 명불허전이네요. 전부 의리가 넘치시는 분들이세요. 괜찮으시다면 저희와 함께 식사하면서 술을 마시는 건 어떨까요? 제가 마침 좋은 술 몇 병을 소장하고 있거든요.”이청성이 먼저 러브콜을 보냈다.“그렇다면 저도 사양하지 않겠어요!”좋은 술이 있다는 말에 서지석은 저도 모르게 눈이 번쩍 뜨였고 즉시 몇몇 제자들에게 두 식탁을 붙이라고 지시했다.“아저씨, 요리사에게 몇 가지 요리를 더 내오라고 하고 술도 몇 병 더 가져오세요.”자리에 앉은 후, 이청성은 하인에게 한 마디 분부했다.“네!”하인 왕씨 아저씨는 대꾸하고 곧 떠났다.잠시 후 좋은 술과 요리가 잇달아 상에 오르자 서지석은 사양하지 않고 먼저 술을 따라 단숨에 마셨다.“역시 좋은 술이네요.”술 한 잔이 입에 들어가자 서지석은 금방 취한 표정을 지으며 입맛을 다졌다.“내 추측이 맞다면 이건 아마 백 년 묵은 술이죠?”술을 좋아하는 서지석은 지금껏 다양한 좋은 술을 맛보았지만 이렇게 향긋한 술은 처음이었다.지난번에 사부님께 받은 50년 묵은 술은 이것만큼 맛있지 않았다.“선생님께서는 술을 잘 아시는군요.”이청성은 가타부타 웃었다.황실의 좋은 술, 그것도 진품이라 일반 사람들은 당연히 마실 수 없었다.“선생님이라니요! 서지석이라고 부르세요.”“지석 씨, 제
“사람을 너무 얕잡아 보네!”유진우의 조롱을 받은 포니테일 여자는 더욱 분노했다.그녀는 이미 양측의 실력 차이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갑자기 온몸의 내공을 동원하여 더 강력한 힘으로 찔렀다.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힘을 주어도 손에 든 검날은 좀처럼 나아가지 못했다.유진우의 손가락은 집게처럼 검날을 단단히 끼고 있었다.“자기 주제도 모르고 덤비네!”유진우는 콧방귀를 뀌며 손가락에 힘을 가했다.칭하는 소리와 함께 여자의 장검은 곧장 부러졌고 강력한 반진동이 그녀를 2~3m 밖으로 날려버렸다. 땅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그녀는 얼굴이 일그러지고 눈이 침침해졌다.“대선배님! 이 녀석이 날 괴롭혔어요!”포니테일 여자는 자신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과감하게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했다.“건방진 놈! 감히 내 후배에게 손을 대? 죽고 싶어 환장했어?”매부리코 사내가 벌컥 화를 내며 검을 뽑더니 유진우를 혼내주려고 했다.“그만!”그때, 문 앞에서 큰 고함소리가 울렸다.곧이어 빨간 옷을 입고 보검을 멘 한 남자가 한 무리 사람들과 함께 기세등등하게 걸어 들어왔다.남자는 짙은 눈썹과 큰 눈을 가지고 있으며 체격이 우람하고 분위기가 강렬하여 등장하자마자 모든 사람의 주의를 끌었다.건방지게 굴었던 매부리코 남자조차도 상대방을 보고는 얼굴을 찡그리지 않을 수 없었다.“연우혁! 비설파는 정말 눈에 뵈는 것이 없구나! 대낮에 권세를 믿고 사람을 괴롭히다니. 정말 너희가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을 것 같아?”빨간 옷 사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서지석! 이 사람들이 우리 비설파에게 도발한 거다!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말고 나가!”매부리코 남자, 연우혁이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흥! 너희가 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거 내가 방금 똑똑히 봤어. 나 서지석은 너희같이 건방진 녀석들이 제일 눈에 거슬려!”서지석이 분노하며 말했다.“괴롭히면 뭐 어때? 우리 비설파의 일에 금도문이 무슨 자격으로 나서?”연우혁이 버럭 화를 내자 서지석이
유진우와 이청성은 원래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포니테일 여자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화살을 두 사람에게 겨누자 잠시 반응이 없었다.“그래! 저 사람들은 열몇 가지 음식이 있고 전부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아 보이잖아. 근데 우리 상에 올라온 건 전부 쓰레기야!”“당장 우리 음식도 바꿔줘! 그렇지 않으면 정말 화낼 거야!”많은 사람들이 소란을 피웠고 말하면서 식탁 위의 음식을 바닥에 힘껏 내던져 온통 엉망진창이 되었다.“죄송합니다. 저희 작은 가게 능력으로는 정말 저렇게 유명한 음식으로 바꿀 수가 없어요.”종업원이 울상을 지으며 난감해했다.“바꿀 수 없다고? 그 말은 우리가 저런 음식을 먹을 돈이 없다는 거야?”매부리코 남자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지금 사람을 차별 대우하겠다는 거야? 우리가 누군지 알아? 우리가 바로 강호에서 유명한 비설파 제자들이야. 만약 우리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이 가게는 오늘로 끝이야!”포니테일 여자가 흉악하게 소리쳤다.“오해, 모두 오해입니다.”종원은 화들짝 놀라며 설명했다.“저 유명한 음식들은 전부 손님이 직접 데려온 요리사가 요리한 겁니다. 저희는 그저 주방만 제공했을 뿐이에요.”“뭐? 요리사를 데리고 왔다고? 지금 장난쳐? 누가 요리사를 데리고 다녀?”포니테일 여자는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죽음의 사막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보물을 찾으러 오는데 요리사를 곁에 두는 것이 말도 안 되었다.“정말입니다. 제가 직접 봤어요. 제가 어찌 감히 여러분을 속이겠어요.”종업원이 확신에 차서 말했다.그 말을 들은 비설파 제자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더니 결국 유진우와 이청성에게 시선을 돌렸다.“이봐, 그 음식들 정말 그쪽 사람들이 만든 거야?”포니테일 여자가 앞으로 나서더니 위에서 내려다보며 물었다.“맞아요.”이청성은 고개를 끄덕였다.“밖에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서 직접 요리사를 데리고 왔어요.”“그래?”포니테일 여자는 식탁 위의 요리를 자세히 보고는 저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새우 볶음, 쏘가리구
“에취!”여관에서 막 옷을 갈아입던 유진우는 갑자기 재채기하고 속으로 ‘도대체 누가 나를 생각하는 거지?'라고 중얼거렸다.유진우는 코를 비비고 방을 나와 여관 식당에 도착했다.이 여관은 초등학교를 개조했기 때문에 식당의 면적도 작지 않았는데 대략 이삼백 제곱미터였다.백여 명이 식사하기에 넉넉했다.“여기요!”유진우가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이청성이 손을 들어 흔드는 것을 보았다.앞으로 다가가 보니 테이블 위에 이미 십여 가지 맛있는 음식이 놓여 있었다.“이 음식들은 전부 우리 주방장이 만든 거예요. 안전하고 맛도 있으니 안심하고 드세요.”이청성이 설명하자 유진우가 웃으며 말했다.“조심성이 많으시네요.”그는 사양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우걱우걱 먹기 시작했다.“집 밖에 나오면 조심하는 게 맞죠. 이곳은 죽음의 사막 경계지역으로 아주 혼잡해요. 경각심을 늦추면 언제 죽을지 몰라요.”이청성은 젓가락을 집어 들고 천천히 씹으며 우아하게 먹었다.두 사람이 밥을 먹고 있을 때, 청의를 입고 보검을 든 젊은 남녀들이 갑자기 들어왔다.이 사람들은 분위기가 강하고 눈빛이 날카로우며 압박감이 넘쳤다. 옷차림을 보니 강호의 문파 제자일 것이다.그중 선두주자는 마른 체구의 매부리코 남자로, 서른이 넘은 나이에 인상이 다소 험상궂어 좋은 사람 같지 않았다.“대선배님, 이곳은 너무 낡았어요. 그리고 더러운 물건도 많은데 어떻게 여기서 식사를 하겠어요?”포니테일을 한 여자가 사방을 둘러보며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어쩔 수 없어. 이번에는 상황이 열악하니 대충 때워.”매부리코 남자가 좋은 말로 달랬다.“그래요. 온 김에 대충 먹죠 뭐. 배고파 죽겠어요.”포니테일 여자는 그나마 깨끗한 자리를 찾아 앉더니 외쳤다.“종업원! 여기에서 가장 좋은 요리로 당장 준비해!”“네!”종업원이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그리고 요리사에게 몇 가지 귀한 요리를 준비해서 먼저 내놓으라고 당부했다.그러나 포니테일 여자가 음식을 집어 한 입 먹자마자 곧바로 토했다.“퉤! 이
“전에는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달라요.”팀원들의 비웃음에 진이수는 부인하지 않았다.서로 생사를 함께한 형제자매들이라 못할 말이 없었다.“청성 아가씨는 정말 특별해요. 비록 실제로 뵌 적은 없지만 분명 절세미인인 느낌이 들어요.”체격이 우람진 한 대머리 남자가 늠름하게 말했다.“황소야, 청성 아가씨는 대장님이 마음에 두신 여자야. 분수에 넘치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난 그냥 한 말인데 왜 내가 감히 대장님 여자를 뺏는 것처럼 말해?”대머리 남자가 멋쩍게 웃었다.“대장님, 모처럼 설레는 여자를 만났으니 너무 많은 생각하지 마시고 용감하게 행동하세요. 대장님의 남성적인 매력이라면 충분할 거예요!”단발머리 여자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왠지 한발 늦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진이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아가씨 옆에 수행 경호원이 있는데 두 사람 같은 차에 타고 온 걸 보면 보통 사이가 아닌 것 같아. 난 아마 기회가 없을 거야.”전에 유진우를 겨냥한 건 질투심 때문이었다.게다가 이청성이 유진우를 옹호하는 태도를 보면 두 사람은 분명 평범한 친구 사이가 아닐 것이다.“대장님, 방법만 정확하면 넘어오지 않는 여자는 없어요.”단발머리 여자가 실눈을 뜨며 말했다.“그래?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진이수는 순간 흥미가 돋았다.“아주 간단해요. 아가씨 옆에 있는 그 경호원이 죽기만 하면 대장님에게 기회가 생기지 않겠어요?”단말 머리 여자가 놀라운 말을 하자 진이수는 안색이 굳어져서 좌우를 둘러보며 아무도 엿듣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는 목소리를 낮추었다.“은하야, 함부로 말하지 마. 행동에는 규칙이 있는 법이야. 우리는 탐험대이지 용병이 아니야. 사람을 죽이고 물건을 훔치는 일은 일단 소문이 나면 앞으로 누가 우리를 찾겠어?”“저희가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하면 누가 알겠어요?”은하는 웃을 듯 말 듯 말했다.오랜 세월 강호를 누비며 서로 속고 속이며 생사를 걸고 싸웠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