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옷을 입은 여자가 절세미인이라는 것을 절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외모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독특한 기질이 신비롭고 매혹적이어서 쉽게 사람을 도취하게 했다.“매혹술이라니?”넋을 잠깐 잃은 후 유진우는 재빨리 정신을 차렸다.붉은 옷을 입은 여자가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며 내려올 때 몸에서 은은한 향을 풍겼는데, 이 향을 맡은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그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물론, 이것은 아주 평범한 재주였다.여자의 제일 대단한 재주는 눈빛이었다.눈빛에서 희미한 흰색 빛을 내뿜었는데 이는 사람을 현혹하는 마력이 깃들어 있었다.이것이 바로 무림계의 기묘한 기술 중 하나, 매혹술이었다.빨간 옷을 입은 여자는 딱 봐도 일반인이 아니었다.“홍양이다! 홍양이 나타났다!”“역시 연지 랭킹 10위권에 드는 미인이야. 아름다운 외모가 심금을 울릴 정도네요!”“홍양과 하룻밤을 보낼 수만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어요!”“홍양은 취향루의 간판으로써 재주를 팔지만, 몸을 팔지는 않아요. 얼마나 많은 부자가 큰돈을 써가며 홍양을 가까이하려고 해도 소용이 없는데 그쪽은 꿈도 꾸지 마세요.”“...”하늘에서 떨어지는 홍양을 보며 뭇사람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남녀를 불문하고 지금, 이 순간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취향루의 장사가 잘되는 이유 중 제일 중요한 부분은 홍양이 있어서였다.취향루의 간판으로서 매번 홍양이 나타날 때마다 큰 소란을 일으키곤 했다.전하는 소문에 의하면 홍양의 테스트를 통과하는 사람은 취향루에서 공짜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고 했다.그러나 지금까지 테스트를 통과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우선 테스트 자격을 얻으려면 거금을 들여 수많은 부자 중에서 뚫고 나와야 했다.그 후 홍양이 출제하면 상응한 테스트를 통과해야 했다.중요한 건 이런 기회는 한 달에 한 번밖에 없기에 아주 드물다는 것이었다.게다가 매번 출제한 테스트는 달랐기에 몇 년 동안 홍양의 인정을 받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유진우가 어떤 미인을 본 적이 없을까 봐, 고작 매혹술에 넘어가겠어?정말 그를 하반신으로 사고하는 사람으로 보나?“도련님, 왜 이렇게 화가 나셨어요?”홍양은 착지한 후 매혹적인 미소를 띤 얼굴로 천천히 유진우의 곁으로 걸어가 고사리 같은 손을 내밀어 술을 두 잔 따랐다.“이곳에 찾아온 사람은 모두 저희의 손님이니 도련님께서 취향루에 오신 것은 홍양의 영광입니다. 제가 먼저 한 잔 마시겠습니다.”홍양은 말을 마치고 술잔을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별말씀을요.”유진우는 무표정으로 예의상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도련님, 저는 안씨 아가씨의 친구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 오해가 조금 있다고 들었는데 도련님께서 과거의 일을 너그럽게 용서해주신다면 이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홍씨 아가씨, 저희 몇 사람의 원한에 끼어들지 않는 것이 좋을 거예요. 끼어들어서 좋을 거 없어요.”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도련님같이 훌륭한 인물은 아량도 넓으실 텐데 굳이 두 여자와 따질 필요가 있을까요? 도련님께서 오늘 저 홍양의 체면을 세워주신다면, 훗날 이 은혜를 반드시 두 배로 갚아드리겠습니다.”홍양의 웃음은 더 짙어졌다.말하는 사이 동공의 흰자위는 갑자기 밝아졌고 특이한 향기가 더 진하게 풍기는 것 같았다.홍양의 분위기는 더욱 매혹적이고 여성스러워졌으며 마치 여우가 꼬리치 는 것 같았다.이는 그녀가 매혹술을 사용했다는 표현이었다.매혹술을 한번 사용하면 어떤 남자도 감당해내기 힘들었다. 만약 시간이 길어지면 자제력이 약한 사람은 마음이 현혹되어 그녀의 말을 고분고분 듣기까지 했다.이 수단은 문제 생긴 적이 없었다.“홍씨 아가씨, 이 체면은 드리기 힘들 것 같네요.”유진우는 끄떡없이 싸늘하게 말했다.“그리고 아가씨의 매혹술을 거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 수단은 저에게 소용없으며 매우 무례한 행동이니 자중하기 바랍니다!”유진우는 자중하라는 단어에서 갑자기 언성을 높여 홍양의 심금을 강하게 두드렸다.“네?”홍양은 벼락을 맞은 듯 움찔하더니
유진우는 테이블 위에 놓인 열쇠를 한 눈 보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왜 이렇게 신비스러운 거야? 설마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거 아니지?”“무슨 말을 그렇게 해. 연약한 여자 둘이서 무슨 음모를 꾸밀 수 있겠어?”안세리는 억지웃음을 지어내며 대답했다.“맞아. 우리는 진심으로 뇌우 치고 있어. 절대 한 치의 속셈도 없어. 그렇지 않으면 천벌 받아 죽을 거야!”봉연주는 심지어 천벌로 맹세까지 했다.유진우를 설득하기 위해 그녀는 큰마음을 내렸다.이 말을 들은 안세리는 눈가가 움찔했다. 그녀는 봉연주를 한 대 때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생겨났다.‘천벌을 받을 거면 혼자 받을 거지 왜 나까지 끌어들이고 그래.’“음모나 속셈이 따로 없다면 두 사람도 나랑 같이 다녀오자.”유진우는 아주 덤덤하게 말했다.“아...”안세리는 표정이 굳어지더니 봉연주를 힐끔 보고는 급하게 변명했다.“연주 씨가 휠체어를 타고 있어서 움직임이 불면하잖아. 난 여기에 남아서 연주 씨를 돌봐주어야 해. 게다가 그 범인이 흉악하기 그지없는데 우리처럼 연약한 여자가 같이 올라가는 건 너무 위험해.”“맞아, 맞아. 너무 위험하고 불편해.”봉연주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안세리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유진우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두 사람을 바로 까밝히지는 않았고 그저 약 한 병을 꺼내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냉담하게 말했다.“솔직히 말해서 나는 두 사람을 못 믿겠어. 그래서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두 사람은 먼저 이 독약을 먹어. 만약 내가 위에서 무슨 일을 당하게 된다면 두 사람도 나랑 같이 황천길을 걷는 거야.”“어?”이 말을 듣자마자 안세리와 봉연주는 온몸이 굳어지면서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안 그래도 마음이 켕기는 그녀들은 지금 저도 모르게 당황했다.그녀들은 유진우가 이런 요구를 제기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진우야, 이럴 필요 있을까? 우리가 일 층에서 널 기다리고 있을 건데 굳이 무섭게 독약까지 먹어야 해?”안세리는 마른 군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
오직 권세가 높은 사람만이 천자호 방에 입주할 수 있었다.“선생님, 방에 도착하셨습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호위무사는 유진우를 천자 4호 방에 안내해 드린 후 인사를 하고 바로 자리를 떴다.유진우는 방문 앞으로 걸어가 가볍게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 아무 기척도 들리지 않았다.그는 자세히 주위의 기운을 느껴보았지만 아무런 위험을 느끼지 못했다.적어도 살기를 느끼지 못했다.달칵 소리와 함께 유진우는 열쇠로 방문을 열고 안으로 곧장 걸어 들어갔다.방안은 전반적으로 웜 톤이어서 따뜻한 분위기를 띠었으며 디퓨저가 켜져 있었다.입구의 바로 맞은 편에는 단향나무로 만들어진 테이블 세트가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술과 디저트가 놓여있었다.왼쪽 칸막이에는 빨간색 거즈가 드리워져 있었는데 안에는 각종 성인용품이 꽉 차 있었다.오른쪽 칸막이에는 흰색 거즈가 드리워져 있었으며 안에는 침대와 궤짝이 있었다.유진우는 방안을 대충 훑어보았는데 곧 오른쪽 칸막이 안의 침대에 한 사람이 누워있다는 것을 발견했다.하지만 그 사람은 이불을 덮고 있어서 누구인지 도무지 알아볼 수 없었다.“거기 누구죠? 얼른 정체를 드러내세요.”유진우는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침대 위의 사람은 마치 잠든 것처럼 꼼짝하지 않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얼굴을 드러내지 않으실 거면 저의 무례함을 탓하지 마세요.”유진우는 군말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싫어 침대 앞으로 걸어가 이불을 홱 들었다.하지만 눈앞의 상황을 보고 그는 흠칫 놀라며 눈을 의심했다.왜냐하면, 침대 위에 누워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벌거벗은 홍양이기 때문이었다.몸매가 아리땁고 피부가 눈처럼 새하얀 홍양이 침대에 조용히 누워있는 모습은 마치 완벽한 예술품 같았다.모든 남자에게 있어서 이건 정말 치명적인 유혹이었다.그러나 지금의 유진우는 전혀 그럴 마음이 없었다.왜냐하면, 홍양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이 시각, 홍양은 몸을 살짝 움츠린 채 옆으로 누워있었는데 그녀의 가슴에는 작은 칼 하나가 꽂혀있었고
“너... 너 이 살인범! 감히 홍양을 죽이다니? 정말 극악한 놈이야!”“여봐라! 어서 이 사람을 잡아!”취향루의 두 여자는 끊임없이 소리를 치고 비명을 지르면서 바로 유진우를 살인범으로 지목하였다.두 여자가 이렇게 한바탕 난리를 피운 덕에 얼마 지나지 않아 유진우는 사람들에게 빙빙 둘러싸였다.사람들은 너도나도 두 눈을 부릅뜨고 분노가 가득 찬 얼굴이었다.홍양은 취향루의 간판으로서 수많은 구애자가 있었다. 오늘날 홍양이 갑자기 이렇게 숨을 거둔 것은 자연히 안타까운 일이었다.그리고 더욱이는 살인범에 대한 분노였다.“참, 담도 커라! 감히 취향루에서 행패를 부리다니. 정말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취향루는 천하 회의 산업인 데다가 홍양은 한비영의 여동생이야. 네 이놈 오늘 딱 걸렸어! 어디 감히 도망칠 수 있나 보자!”“당장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어라. 그렇지 않으면 목숨을 남겨두지 않을 거야!”“...”주위의 사람들은 왁자지껄 떠들어 댔다.무서운 모습을 한 그들은 마치 유진우를 토막 내 버릴 것만 같았다.“홍양은 제가 죽인 것이 아니에요. 제가 방에 들어왔을 때 그녀는 이미 죽었어요.”유진우는 무표정으로 말했다.“어디서 헛소리를 지껄여! 방 안에 당신 한 사람만 있는 거 우리가 다 봤어. 당신이 안 그랬으면 누가 했다는 거야?”“맞아! 당신이 홍양을 죽였어. 우리가 똑똑히 봤어!”두 여인은 슬픔과 분노가 가득 찬 얼굴로 말했다. 그녀들은 유진우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이 자식! 넌 이미 현장에서 딱 걸렸어. 변명할 생각하지 말고 눈치가 있으면 얼른 투항해!”“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이놈이 홍양을 죽인 거 맞아. 우리 같이 이 극악무도한 놈을 잡아서 홍양의 원수를 갚아 주자!”일부 홍양의 구애자들은 욕설을 퍼붓다가 결국 분노를 참지 못하고 으르렁거리며 유진우에게 달려들었다. 다들 그를 찢어 죽이고 싶어 안달이 났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유진우는 발로 땅을 한 번 내디뎠다.순간 그의 몸을 중심으로 웅장한 진기가 폭발했다
하지만 방 안의 함정이 홍양의 시체일 거라고는 안세리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다들 알다시피 홍양은 한비영의 여동생이었다.홍양이 죽으면 한비영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고 이 일과 연관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무사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유진우뿐만 아니라 그녀들도 같이 봉변당할 것이었다.이 시각 안세리는 그제야 자신이 문관옥에게 이용당했다는 것을 문뜩 깨달았다.안세리는 언제든지 버림당할 수 있는 바둑에 불과했다.하지만 지금 후회해봤자 이미 늦었다.안세리는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이 일에서 발을 빼는 수밖에 없었다.“네 말은 이 일이 너희들과 상관이 없다는 거야?”유진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정말 아무 상관이 없어. 우리는 아무것도 몰라.”안세리는 바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맞아, 맞아. 우리도 당한 거야. 절대 오해하지 마.”봉연주도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그래. 너희들과 상관이 없다고 말하니까 물어보는 건데 그럼 누구와 상관이 있는 거야? 누가 이렇게 시켰어?”유진우가 되물었다.“그건...”안세리는 안색이 확 굳어지더니 무의식적으로 봉연주를 바라보았다.봉연주도 마음이 많이 켕기기에 눈빛을 피하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말하기 싫어? 아니면 지어내지 못하겠어?”유진우의 눈빛에는 살기가 핑 돌았다.“난 너희들에게 이미 기회를 주었어. 너희들이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거야. 이렇게 된 이상 나를 탓하지 마.”말을 마친 뒤 유진우는 손을 확 내밀어 단번에 안세리의 목을 잡고 그녀를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악!”안세리는 숨이 멎을 것만 같았으며 아름다운 얼굴은 순간 빨갛게 달아올랐고 이마에는 핏대가 섰다.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순식간에 온몸에 퍼지더니 그녀는 미친 듯이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유진우! 너 함부로 하지 마! 우리는...”이 상황을 보고 봉연주가 몇 마디 협박하려고 했는데 삽시에 목이 조였다.유진우는 다른 한 손으로 이미 봉연주의 목을 졸랐으며 그녀를 휠체어에서 치켜들었다.“너희 두 사람...
“하 마담, 마담... 마담이 나한테 장난치는 건 아니죠? 홍양이... 진짜 죽었어요?”빡빡이 남자는 여전히 믿기 힘든 표정이었다.홍양은 천하회의 일원으로 실력도 뛰어나고 사람의 마음을 잘 읽어내는 사람이라 쉽게 누군가의 원한을 살 만한 사람이 아니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죽을 수 있지?“황 집사님! 이런 엄청난 사건을 갖고 제가 어떻게 장난칠 수 있겠어요? 제 쪽 계집 둘이 방금 똑똑히 봤어요. 지금 홍양의 시체는 위층에 그대로 누워있어요. 집사님이 믿지 못하겠다면 사람을 보내서 확인해도 좋아요.”하 마담은 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너희 둘, 빨리 위로 가서 확인해!”빡빡이 남자는 망설이지 않고 부하들에게 위로 가서 당장 확인하라고 명령했다.잠시 후, 부하 두 명이 허둥지둥 내려오더니 하 마담과 똑같은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홍양이 죽은 건 틀림없는 사실이었다.홍양은 단 한 방에 즉사했고 저항할 기회조차 없었다.확인 사살을 당한 빡빡이 남자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유진우를 쏘아보며 호통쳤다.“네 이놈! 네놈이 무슨 짓을 한 줄 알고 있어? 홍양을 죽인 건 큰 죄야! 넌 백번 죽어도 벌을 받기엔 부족해! 거기 누구 없어? 이 개자식을 잘게 썰어 개밥으로 만들어 버려!”빡빡이 남자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유진우에게 사형을 선고했다.홍양이 억울하게 죽어서는 안 되니 오늘 반드시 범인이 그 죄를 제대로 치러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그 책임을 짊어져야 했다.“죽여라!”천하회의 무사들은 긴말하지 않고 즉시 칼을 들고 돌진했다.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는 유진우는 한 손을 들어 올렸다.슝, 슝, 슝...대량의 은침이 유진우의 옷소매에서 튕겨 나가면서 모든 천하회 무사들이 그 자리에 고정된 채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자리에 서 있는 무사들의 목에는 은침이 꽂혀 있었다.무사들이 아무리 몸부림쳐도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무슨 상황이야?”구경하는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응?”빡빡이 남자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안세리와 봉연주를 바라보았다.“우, 우리는 아무런 상관도 없어요!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우리는 무죄예요!”봉연주는 겁에 질려 연신 고개를 저으며 변명했다.“황 집사님, 우리는 홍양과 친구인데 어떻게 친구를 해칠 수 있겠어요? 절대 저 비겁한 소인의 헛소리에 넘어가지 마세요!”안세리는 애처롭게 가냘픈 표정을 지으며 울먹거리는 말투로 하소연하고는 유진우를 가리켰다.“다 저놈 때문이에요. 저 사람이 홍양을 죽였고 지금 우리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거예요. 우리는 보시다시피 힘없는 여자라서 반항할 방법도 없어요. 황 집사님, 제발 우리를 도와주세요. 저놈은 홍양의 죽음에 대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러야 해요!”두 여자의 애처롭고 비참한 모습에 가뜩이나 화가 가득했던 빡빡이 남자는 화를 화산처럼 분출하며 외쳤다.“자식아! 남자라면 감당할 건 감당해야지. 두 여자에게 네 죄를 씌우는 게 남자로서 해야 할 일이야?”“내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야. 가장 독한 건 여자 마음이라는 말 못 들어봤어? 저 둘은 네 상상 이상으로 독한 여자야. 저 둘의 말을 믿는다면 결국 너만 손해 보게 될 거야.”유진우가 차분한 말투로 경고했다.“헛소리하지 마!”빡빡이 남자는 눈을 크게 부릅뜨며 소리쳤다.“지금 모두가 한결같이 네가 홍양을 죽였다고 증언하고 있어. 아직도 변명할 거야? 네놈은 관짝을 보지 않고서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독한 놈이구나.”말이 끝나자 빡빡이 남자는 더 이상 긴말하지 않고 몸을 움직이려고 준비했다.빡빡이 남자가 긴 칼을 공중에서 휘두르자 섬뜩한 검광이 번뜩이더니 이내 유진우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하지만 유진우는 피하지도 않고 대신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펑!섬뜩한 검광이 순식간에 꺾였고 유진우에게 아무런 상처도 남기지 않았다.빡빡이 남자는 이 상황을 어느 정도 예측한 듯, 검광으로 유진우의 주의를 끌면서 한편으로는 몸을 붙여서 검광과 함께 앞으로 나서서 유진우의 목을 겨냥했다.이 일격은 빠르
“아니에요?”유장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용호산은 여태껏 무림인의 세계에서 일어난 일에 무관심했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건 다른 의도가 있는 게 분명해.”서태양이 말했다.인재를 선발해 위상을 높이려고 진무사가 나섰다면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었다.하지만 용호산은 전혀 관계가 없지 않은가?“그럼 무슨 의도인데요?”유장미가 되물었다.“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궁금하거든?”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서태양은 어깨를 으쓱했다.“보혁 씨는 내막에 훤하니까 화두를 꺼낸 거겠죠?”유이슬이 시선을 돌렸다.“내막까지는 아니지만 주워들은 소식이 몇 가지 있긴 해요.”염보혁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제가 알기로는 용호산 뒷산의 금지구역에 최근 신비로운 보물이 나타났는데 향후 100년 동안 무림인들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도 관련이 있다고 해요.”“무슨 보물이 그렇게 대단해요?”유장미가 깜짝 놀랐다.유이슬과 서태양도 예상치 못한 듯 충격을 금치 못했다.무림인들의 흥망성쇠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만약 제 추측이 맞는다면 용원의 기와 관련된 보물일 거예요.”염보혁이 목소리를 낮추었다.순간, 유진우는 눈썹을 추켜세웠지만 이내 포커페이스로 돌아왔다.“용원의 기? 그게 뭔데요?”유장미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용맥의 정수이기도 하죠.”유이슬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며칠 전 호룡각이 와해하면서 지하 용맥이 다섯 개의 용원의 기로 변해 세상에 뿔뿔이 흩어졌어. 소문에 의하면 용원의 기를 얻는 자는 천하무적이 되어 승승장구한다고 해.”호룡각이 무너지고 용맥이 파괴된 일이 워낙 큰 이슈였기에 자연스럽게 그녀의 귀에도 흘러 들어갔다.“진짜요? 그렇게 대단한 물건이 있어요?”유장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고서에서 관련된 기록을 본 적이 있는데 용원의 기를 얻은 자들은 세상을 주름잡는 수장이거나 천하를 다스리는 왕이었어.”유이슬이 한마디 보탰다.“맞아요.”염보혁이 대
유진우는 옆에 있는 염보혁을 흘깃 쳐다보았고, 속으로 상대방이 아무리 예뻐도 남자를 좋아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쿨럭!”염보혁은 사레가 들린 나머지 연신 기침하며 쓴웃음을 지었다.“이슬 씨, 지금 절 칭찬하는 건지 비꼬는 건지 모르겠네요.”“당연히 칭찬하는 거죠. 그런 얼굴을 보고도 어떤 남자가 마음이 흔들리지 않겠어요?”유이슬이 정색하며 말했다.“네?”염보혁은 말문이 막혔다.설령 사실일지언정 어찌 면전에서 대놓고 말할 수 있지?왠지 모르게 기분이 이상했다.“정 믿기 어려우면 태양한테 물어봐요.”유이슬이 문득 말했다.한편, 서태양은 염보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이름이 언급되는 순간 흠칫 놀라더니 서둘러 시선을 돌렸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은 도둑이 제 발 저린 듯싶었다.“제가요?”서태양은 난감한 얼굴로 대답했다.“선배, 장난하지 마세요. 저랑 무슨 상관이죠?”“뭔가 냄새가 나는데요?”유장미가 눈썹을 까딱하더니 눈알을 굴리며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설마 보혁 씨한테 진짜 반한 건 아니죠?”“이... 계집애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서태양이 펄쩍 뛰면서 얼굴이 벌게진 채 고래고래 외쳤다.“남자끼리 엮일 리가 없잖아.”“침착해요. 단지 농담했을 뿐이에요.”유장미가 키득거리며 말했다.“게다가 남남 커플이 진짜 사랑이죠. 어차피 안 될 건 없잖아요. 만약 사귈 생각이 있다면 진심으로 축복해줄게요. 하하하!”“입만 열면 헛소리 하네.”서태양은 짐짓 화가 난 듯 혼내려는 액션을 취했다.유장미는 잽싸게 유이슬의 등 뒤로 숨어 웃음을 터뜨렸다.갑자기 산으로 흘러가는 대화에 당사자인 염보혁은 말문을 잃었다.더욱이 유장미와 투닥거리는 와중에도 그를 흘끔거리는 서태양 때문에 어이가 없었다.단순히 농담으로 치부할 수 있었지만 몰래 훔쳐보는 탓에 괜히 기분이 세했다.“진우 씨, 이슬 씨, 다들 용호산은 처음이죠? 제가 구경 좀 시켜드릴까요? 주변에 뭐 있는지 소개해줄게요.”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염
술이 몇 잔 오가자 서서히 편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슬 씨, 방금 검종의 제자라고 하시던데 무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용호산에 오른 건가요?”염보혁이 넌지시 물었다.“그런 셈이죠.”유이슬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성격이 무심한 편이라 말주변이 딱히 없었다.“사실 저희는 스승님의 명을 받고 찾아왔어요.”상대적으로 외향적인 유장미가 웃으며 말을 보탰다.“노천사가 용호산에서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에 세상이 발칵 뒤집혔거든요. 검종 뿐만 아니라 천하회, 주술교를 포함한 파벌에서 최정예 제자들을 파견해 출전할 예정이에요.”“그럼 검종에서는 세 분이 참석하는 건가요?”염보혁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아니요.”유장미가 고개를 저었다.“저희는 단지 구경하러 왔을 뿐,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는 따로 있어요.”그녀와 서태양은 선천 후기에 속했고, 유이슬은 실력이 뛰어나긴 했으나 반보 마스터에 불과했다.어찌 됐든 천교에 비하면 열세에 처하는지라 검종을 대표해서 출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따로 있다니? 설마 홍군림이에요?”염보혁의 눈썹이 까닥했다.“그건 저도 잘 몰라요.”유장미가 생긋 웃었다.“워낙 제멋대로에 신출귀몰하는 사람이라 이번 무림대회에 참가할지 아무도 몰라요. 만약 홍 선배가 진짜 출전한다면 우승은 우리 검종이 차지할 거예요.”홍군림은 천교 랭킹의 1위에 올랐을뿐더러 어린 나이에 경천 랭킹에 진입한 검종의 천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다만 성격이 까칠하고 독불장군이라 종주를 제외하고 아무도 안중에 두지 않았다.“장미야, 그건 네 생각이고.”이때 유이슬이 입을 열었다.“홍 선배가 실력이 뛰어나고 검종의 천재로서 일반 무사들이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존재인 건 사실이지만 너도 알다시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능력자가 한 명 더 있잖아.”“누구요?”유장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유장혁.”유이슬이 무덤덤하게 말했다.“그 사람이 홍 선배보다 실력이 더 뛰어나요?”유장미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막상막하야. 천교
“네?”염보혁의 한 마디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넋을 잃었다.특히 잘 보이기 급급했던 서태양은 굳은 얼굴로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허공에 손을 들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럴 수가?방금 목숨 걸고 구하려던 사람이 남자였다니?“남자...? 농담이죠?”붉은 옷 소녀가 염보혁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경국지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인이 대체 어디를 봐서 남자란 말인가?푸른 옷 여인은 입만 벙긋했을 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흡혈파 망나니들이 여자가 아닌 남자한테 집적거렸다니?취향 한번 독특했다.“아니요. 진짜 남자예요.”염보혁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밖에 나가면 여자로 오해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하지만 아무리 봐도...”붉은 옷 소녀가 말을 아꼈다.“외모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염보혁이 어깨를 으쓱하며 해탈한 듯 말했다.“아쉽네요.”붉은 옷 소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본인이 이렇게 예쁜 얼굴을 가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선배? 왜 그래요? 괜찮아요?”그녀는 아직도 넋을 잃은 서태양을 발견하고 손을 뻗어 어깨를 툭 쳤다.“응? 아, 괜찮아. 단지 조금 놀랐을 뿐이야.”서태양은 꿈에서 깨어난 듯 금세 정신을 차렸다.다만 눈빛만큼은 남자한테서 떠나지 않았다.이렇게 요염한 얼굴이 사내란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그야말로 재능 낭비이지 않은가?“저는 염보혁입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염보혁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유이슬이에요.”푸른 옷 여인이 대답했다.“저는 유장미라고 해요.”붉은 옷 소녀가 활짝 웃었다.비록 남자이지만 미모에 저절로 눈이 갔다.“서태양입니다.”서태양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다 같이 술이나 한잔 하시죠?”염보혁은 손을 내밀더니 소개를 이어갔다.“이쪽은 유진우 씨, 그리고 두 분은 호위무사인...”“춘화와 추월이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수염 난 사내의 몸에 피투성이 상처가 생겼다.눈 깜짝할 사이에 연신 검에 찔린 탓에 저항할 힘조차 없었다.비록 수염 난 사내가 힘은 더 셌지만 기교에서는 한참 못 미쳤다.여자의 화려한 검술은 감탄을 자아냈고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악!”수염 난 사내가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사지가 부러진 채 바닥에 널브러진 모습은 마치 좀비를 연상케 했다.온몸은 피가 흥건했고 상처로 가득했다. 비록 목숨에 지장은 없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다.“형님!”패배한 우두머리를 보자 흡혈파 제자들이 충격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항상 위풍당당하고 기세등등했던 수장이 이런 몰골을 보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젠장! 감히 우리 형님을 다치게 해? 죽고 싶어 환장했어?”“저년을 없애버려!”흡혈파 제자들이 고래고래 외치며 검을 빼 들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여자를 덮쳤다.“무용지물이야.”푸른 옷 여인은 콧방귀를 뀌더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들 틈으로 뛰어들었다.얼마 안 되어 흡혈파 제자들은 하나같이 처참한 비명과 함께 바닥에 나뒹굴었다.팔이나 다리가 부러진 채 선혈이 낭자했다.“역시 대단하세요!”눈앞의 광경에 붉은 옷 소녀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망나니 따위가 감히 검종에게 대들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서태양이 바닥에 침을 뱉었다.“뭐... 뭐라고? 너희들이 검종 제자였어?”흡혈파 제자들은 안색이 돌변하더니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검종은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3대 문파 중 하나로 천하회와 주술교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비록 제자들이 많지 않았지만 뛰어난 인재들밖에 없다.특히 검종의 홍군림은 어린 나이에 천교 랭킹 1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경천 랭킹에 진입하여 세계 10위의 강자가 되었다.경천 랭킹 10위권에 검종 제자가 무려 2명이나 있는데 압도적인 실력으로 3대 파벌의 수장 자리를 거머쥐었다.여기서 검종의 제자들을 만나게 될 줄은 예상치도 못했다.이럴 줄 알았더라면 애초에 무모한 짓을 벌이지 않았을 텐데.“이제야
“윽!”서태양은 이를 악물고 이마에 핏줄이 튀어나온 채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이내 양손으로 검을 쥐고 온 힘을 다해 어깨를 짓누른 흡혈검을 떼어내려고 했다.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상대방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힘이 점점 더 가해졌고 무릎이 닿은 바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작 이런 실력으로 감히 우리 흡혈파한테 덤비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수염 난 사내가 냉소를 지었다.“형님! 멋져요.”“역시 대단하세요.”부하들이 질세라 감탄했다.북쪽에서 흡혈파라고 하면 꽤 이름 있는 큰 파벌인지라 애송이 같은 놈이 도발할 만한 게 아니었다.“감히 내 앞에서 영웅 행세해? 넌 오늘 인생에서 가장 잘못된 결정을 내린 거야. 교훈 삼아 사지를 부러뜨려줄게!”수염 난 사내가 비열한 미소를 짓더니 흡혈검을 들어 올려 서태양의 손목을 향해 휘둘렀다.챙!검이 닿기 직전 청색 보검이 불쑥 나타나 허공에서 공격을 막아냈다.“응?”수염 난 사내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푸른 옷 여인이 보검을 들고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선배?”서태양의 표정이 밝아지더니 그제야 한숨 돌렸다.조금만 늦었더라도 오른손을 잃어버렸을 텐데 그나마 선배가 제때 도움을 줘서 천만다행이었다.“괜히 참견하지 마.”수염 난 사내가 음흉하게 웃었다.“우리 후배한테 손을 대는 순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여자가 싸늘하게 말했다.“맞아! 너희들 같은 망나니는 벌을 받아 마땅하지.”이때, 붉은 옷 소녀가 검을 빼 들고 낭랑한 목소리로 외쳤다.“언니, 제가 도와줄게요.”“아니야. 넌 태양이랑 지켜보고 있어. 이런 놈들은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까.”푸른 옷 여인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지?”수염 난 사내가 히죽 웃었다.“그런 왜소한 몸으로 오빠의 검을 어찌 막으려고? 차라리 무기는 내려놓고 침대에서 겨뤄보는 건 어때?”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부하들이 폭소를 터뜨렸다.곧이어 음흉한 시선으로 여자를 훑으며 멋대로 평가하
서태양이 움직이자 수염 난 사내의 뒤에서 덩치가 산만 한 남자 두 명이 튀어나왔다.두 사람은 무기로 길쭉한 검을 들고 있었다.몸체는 강한 피비린내와 함께 은은한 살기가 감돌았다. 이는 칼날이 오랫동안 선혈에 노출된 결과였다.무림인들의 세계에서는 흡혈검이라고 불렀다.다만 아쉽게도 그들이 지닌 검은 아직 미성숙 단계였고 기세가 한창 부족했다.챙! 챙!서태양이 먼저 검을 빼 들고 혼자서 두 명의 사내와 대결을 벌였다.그들은 기세등등하게 맞서 싸웠지만 힘만 강했을 뿐 행동이 굼뜬 편이었다.공격할 때마다 동작이 다소 어설펐다.반면, 서태양은 누가 봐도 고수의 가르침을 받았고 실전 경험도 풍부했다.스피드, 힘, 기술 등 모든 면에서 높은 수준에 도달했으며 어느 하나 뒤처진 데 없었다.세 사람이 공격을 주고받는 순간 실력 차이가 현저했고, 서태양은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내를 쓰러뜨렸다.그리고 응징할 겸 각자의 다리에 검을 관통했다.“흥! 고작 이런 실력으로 우쭐거려? 제 주제도 모르고.”서태양은 장검을 비스듬히 겨누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죽기 싫으면 당장 꺼져.”“좋아! 잘했어!”승리를 거머쥔 서태양을 보자 구경하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비록 나서서 싸울 용기는 없었지만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것쯤은 충분히 가능했다.“그래도 실력은 꽤 있나 보네? 어쩐지 참견하더라니.”수염 난 사내가 눈을 가늘게 뜬 채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천천히 뽑아 들고 음침한 목소리로 협박했다.“하지만 오늘 임자를 만났지. 흡혈파를 마주친 이상 살아남을 방법은 없어.”“흡혈파는 무슨, 들어보지도 못했구먼.”서태양의 표정은 기고만장했다.“하! 괜찮아. 네 피를 전부 흡수하고 나면 우리가 왜 흡혈파라고 불리는지 알 거야.”수염 난 사내가 이죽거리더니 두말없이 공격을 개시했다.그가 발을 내딛자마자 맹렬한 기세가 솟구쳤고, 손에 든 흡혈검은 핏빛을 뿜어내며 곧장 서태양을 덮쳤다.앞서 상대했던 부하들과 달리 수염 난 사내의 흡혈검은 살기로 가득했다
아름다운 얼굴은 쉽게 화를 부르는 법이다.염보혁은 남자였지만 여자보다도 더 아름다운 요염한 얼굴을 지녔다.길을 나서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도리가 없었고 지금처럼 깡패 무리와 마주할 때면 번번이 시비에 휘말리기 일쑤였다.유진우는 모른 척하며 조용히 술잔을 기울였다.“어이, 이쁜이. 저런 나약한 놈이랑 술 마셔서 뭐 하겠어? 차라리 우리랑 한잔하지, 아주 즐겁게 해줄 테니 말이야!”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사내가 염보혁의 턱을 손가락으로 건드리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이 손 치우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후회하게 될 테니까.”염보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어여쁜 외모 탓에 남녀를 불문하고 다가오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처럼 대놓고 희롱하는 경우는 드물었다.“오, 이쁜이가 화를 내네?”수염 난 사내는 턱을 문지르며 비웃었다.“솔직히 말해서 화난 얼굴이 더 매력적인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더욱 감탄스럽군.”그의 말에 뒤따르던 무리들이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다.유진우는 피식 웃으며 술잔을 내려놓았다. 눈앞의 이 사내는 제법 능숙하게 수작을 부렸다.염보혁이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셋을 센다. 그 안에 사라지지 않으면 내가 직접 손봐주지.”염보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손 본다고? 하하하!”수염 난 사내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이거 제법 앙칼진데?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위층으로 올라가서 천천히 우리를 손 봐줘, 어때?”“맞아, 맞아! 방도 넉넉하니 차례대로 너랑 놀아줄 수 있다고!”그의 동료들도 시시덕거리며 말을 보탰다.“셋.”염보혁은 더 이상 말을 섞을 필요도 없다는 듯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이쁜이, 괜히 버티지 말고 그냥 올라가자. 내가 아주 다정하게 대해줄 테니 말이야.”수염 난 사내는 입을 커다랗게 벌려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낄낄댔다.“둘.”염보혁은 여전히 냉랭한 표정을 유지했다.“싫다면 어쩔 수 없지. 내가 직접 안아 올라가는 수밖에.”그가 손을
유진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보혁 씨가 이렇게까지 많은 걸 알고 있을 줄은 몰랐군요. 제 생각엔 장일청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것 같은데요.”용호산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염보혁이 이렇게나 많이 알고 있다니, 이건 그가 평범한 인물이 아님을 증명하는 셈이었다.“진우 씨께서 과찬해 주시는군요. 저는 그저 사람들 사이에 끼어 듣는 걸 좋아해서 호기심에 이런저런 소문을 알아본 것뿐입니다. 사실 별다른 능력은 없어요.”염보혁은 겸손하게 웃으며 덧붙였다.“하지만 만약 진우 씨께서 무림대회에 참가하신다면 전 온 힘을 다해 진우 씨가 우승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보혁 씨, 저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군요.”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전 그저 세상 구경이나 해볼 겸 참가하는 것뿐입니다. 우승 같은 건 감히 꿈도 꾸지 않아요. 애초에 제 실력으로 어떻게 그 내로라하는 강자들과 겨룰 수 있겠습니까?”“진우 씨는 너무 겸손하시군요. 저는 사람을 보는 눈이 정확합니다.”염보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진우 씨는 외모도 준수하고 기품 또한 비범하시죠. 멀리서 봐도 강렬한 기세가 느껴졌습니다. 비록 진우 씨의 신분은 알 수 없지만 이것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진우 씨는 절대 범상한 인물이 아닙니다!”“보혁 씨께서 저를 이렇게까지 칭찬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평범한 출신에 보잘것없는 실력을 갖췄을 뿐입니다. 아마 실망할 겁니다.”“하하, 괜찮습니다. 커다란 황금 잉어가 어찌 작은 연못에서만 머물겠습니까? 바람과 구름을 만나면 반드시 용이 되어 날아오를 것입니다. 지금 진우 씨의 명성이 미미할지라도 저는 믿습니다. 언젠가 반드시 하늘 높이 날아오를 날이 올 거라고!”염보혁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그 눈빛은 절대적인 믿음을 담고 있는 듯했다.유진우는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이 사람, 도대체 뭐지? 분명 오늘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