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접하면서 그녀는 유진우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었다.다른 건 몰라도 친구를 대하는 데는 흠 잡을 곳이 전혀 없었다.“저기를 보세요! 왔어요!”이때 봉연주는 무엇을 보기라도 한 듯 갑자기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안세리는 봉연주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눈길을 돌리자 흰 옷차림의 유진우가 느릿느릿 걸어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놀랍게도 상대방은 아무도 데려오지 않고 홀로 약속 장소를 찾아왔다는 것이었다.이는 그녀들이 작전을 시행하는 데 더욱 유리했다.“진우야, 왔어? 얼른 앉아.”유진우가 가까이 다가오자 안세리는 얼른 일어서서 웃는 얼굴로 마중했다.그녀의 태도는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난 것처럼 열정적이었다.유진우는 사양하지 않고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냉담하게 말했다.“이렇게 나왔으니 할 말 있으면 바로 해.”“서두르지 않아도 돼. 먼저 따뜻한 차 한 모금 마시면서 천천히 이야기하자.”안세리는 웃는 얼굴로 비위를 맞추며 말하는 동안 유진우에게 손수 차 한 잔을 따라주었다.유진우는 아무 반응 없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내가 약 탔을까 봐 걱정하는 거 아니지?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내가 먼저 마실게.”안세리는 눈치 빠르게 자기한테 차를 따르고 들이마셨다.“나도 마실게.”봉연주도 뒤질세라 똑같이 차를 마셨다.그녀들은 당연히 약을 타는 비열한 수법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게다가 유진우 같은 고수는 물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어때? 문제없는 거 맞지?”안세리는 웃으며 말했다.“진우야, 난 우리가 늘 합이 좋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너와 계속 친구로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맞아. 친구를 많이 두면 언제든 도움받을 일이 있을 거야.”봉연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친구까지는 필요 없어. 내가 어찌 너희 두 사람을 넘보겠어.”유진우는 냉담하게 말했다.“진우야, 한 번만 기회를 주면 안 될까? 우리가 잘못했어.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줘.”안세리는 일부러 연약한 체하며 간청했다.“나랑 조건을 따
붉은 옷을 입은 여자가 절세미인이라는 것을 절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외모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독특한 기질이 신비롭고 매혹적이어서 쉽게 사람을 도취하게 했다.“매혹술이라니?”넋을 잠깐 잃은 후 유진우는 재빨리 정신을 차렸다.붉은 옷을 입은 여자가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며 내려올 때 몸에서 은은한 향을 풍겼는데, 이 향을 맡은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그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물론, 이것은 아주 평범한 재주였다.여자의 제일 대단한 재주는 눈빛이었다.눈빛에서 희미한 흰색 빛을 내뿜었는데 이는 사람을 현혹하는 마력이 깃들어 있었다.이것이 바로 무림계의 기묘한 기술 중 하나, 매혹술이었다.빨간 옷을 입은 여자는 딱 봐도 일반인이 아니었다.“홍양이다! 홍양이 나타났다!”“역시 연지 랭킹 10위권에 드는 미인이야. 아름다운 외모가 심금을 울릴 정도네요!”“홍양과 하룻밤을 보낼 수만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어요!”“홍양은 취향루의 간판으로써 재주를 팔지만, 몸을 팔지는 않아요. 얼마나 많은 부자가 큰돈을 써가며 홍양을 가까이하려고 해도 소용이 없는데 그쪽은 꿈도 꾸지 마세요.”“...”하늘에서 떨어지는 홍양을 보며 뭇사람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남녀를 불문하고 지금, 이 순간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취향루의 장사가 잘되는 이유 중 제일 중요한 부분은 홍양이 있어서였다.취향루의 간판으로서 매번 홍양이 나타날 때마다 큰 소란을 일으키곤 했다.전하는 소문에 의하면 홍양의 테스트를 통과하는 사람은 취향루에서 공짜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고 했다.그러나 지금까지 테스트를 통과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우선 테스트 자격을 얻으려면 거금을 들여 수많은 부자 중에서 뚫고 나와야 했다.그 후 홍양이 출제하면 상응한 테스트를 통과해야 했다.중요한 건 이런 기회는 한 달에 한 번밖에 없기에 아주 드물다는 것이었다.게다가 매번 출제한 테스트는 달랐기에 몇 년 동안 홍양의 인정을 받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유진우가 어떤 미인을 본 적이 없을까 봐, 고작 매혹술에 넘어가겠어?정말 그를 하반신으로 사고하는 사람으로 보나?“도련님, 왜 이렇게 화가 나셨어요?”홍양은 착지한 후 매혹적인 미소를 띤 얼굴로 천천히 유진우의 곁으로 걸어가 고사리 같은 손을 내밀어 술을 두 잔 따랐다.“이곳에 찾아온 사람은 모두 저희의 손님이니 도련님께서 취향루에 오신 것은 홍양의 영광입니다. 제가 먼저 한 잔 마시겠습니다.”홍양은 말을 마치고 술잔을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별말씀을요.”유진우는 무표정으로 예의상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도련님, 저는 안씨 아가씨의 친구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 오해가 조금 있다고 들었는데 도련님께서 과거의 일을 너그럽게 용서해주신다면 이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홍씨 아가씨, 저희 몇 사람의 원한에 끼어들지 않는 것이 좋을 거예요. 끼어들어서 좋을 거 없어요.”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도련님같이 훌륭한 인물은 아량도 넓으실 텐데 굳이 두 여자와 따질 필요가 있을까요? 도련님께서 오늘 저 홍양의 체면을 세워주신다면, 훗날 이 은혜를 반드시 두 배로 갚아드리겠습니다.”홍양의 웃음은 더 짙어졌다.말하는 사이 동공의 흰자위는 갑자기 밝아졌고 특이한 향기가 더 진하게 풍기는 것 같았다.홍양의 분위기는 더욱 매혹적이고 여성스러워졌으며 마치 여우가 꼬리치 는 것 같았다.이는 그녀가 매혹술을 사용했다는 표현이었다.매혹술을 한번 사용하면 어떤 남자도 감당해내기 힘들었다. 만약 시간이 길어지면 자제력이 약한 사람은 마음이 현혹되어 그녀의 말을 고분고분 듣기까지 했다.이 수단은 문제 생긴 적이 없었다.“홍씨 아가씨, 이 체면은 드리기 힘들 것 같네요.”유진우는 끄떡없이 싸늘하게 말했다.“그리고 아가씨의 매혹술을 거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 수단은 저에게 소용없으며 매우 무례한 행동이니 자중하기 바랍니다!”유진우는 자중하라는 단어에서 갑자기 언성을 높여 홍양의 심금을 강하게 두드렸다.“네?”홍양은 벼락을 맞은 듯 움찔하더니
“유 대표님, 이건 이 대표님께서 준비한 이혼 합의서입니다. 사인 부탁드려요.”청성 그룹 대표 사무실 안.OL유니폼을 입은 장 비서가 A4용지 한 장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그녀의 맞은편엔 수수한 옷차림에 준수한 외모를 지닌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이혼이라니? 무슨 뜻이지?”유진우가 흠칫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아직도 모르시겠어요? 대표님과 이 대표님의 결혼생활은 이젠 끝이에요. 두 분은 더 이상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요. 대표님의 존재가 이 대표님에겐 걸림돌만 될 뿐이에요!”장 비서가 가차 없이 쏘아붙였다.“걸림돌?”유진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러니까 청아가 날 걸림돌이라고 생각한다는 거야?”두 사람이 결혼할 때 이씨 일가는 한창 저조기에 처해있어 빚더미가 산을 이뤘다.유진우가 그런 이씨 일가를 도와 난관을 극복해 주었다.그런데 인제 와서 부귀영화를 누리더니 이청아가 그를 발로 뻥 차버리다니.“그렇게 생각하셔도 좋습니다.”장 비서는 턱을 치켜세우고 책상 위의 잡지를 가리켰다. 잡지 표지 화면에 절세미인과도 같은 한 여자의 사진이 찍혀 있었다.“유 대표님, 이 타이틀 좀 보세요. 짧디짧은 3년 안에 이 대표님의 가치가 무려 2천억 원을 돌파했다고요. 기적을 창조할 뿐만 아니라 강능 전체에서 가장 핫한 미녀 대표가 되었어요! 이 대표님은 뛰어난 미모와 실력으로 구름 위를 걸으며 만인의 존경을 받고 있어요! 그런데 정작 유 대표님은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 이 대표님께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 부디 저 자신을 알고 눈치껏 물러서세요!”유진우가 아무 말 없자 장 비서는 미간을 확 찌푸리며 계속 말을 이었다.“썩 내키지 않는다는 거 잘 알아요. 하지만 현실이 이런 걸 어쩌겠어요? 전에 이 대표님을 도와준 건 사실이지만 이 3년 동안 대표님은 그 신세를 전부 다 갚았어요. 이젠 유 대표님이야말로 우리 대표님께 신세를 지고 있다고요!”“이 결혼이 한 차례 거래였어?”유진우가 숨을 깊게 들이쉬며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만약
엘리베이터 안.유진우는 낙담한 눈길로 가슴팍의 옥 펜던트를 내려다보았다.진작 예상은 했으나 막상 이혼하니 좀처럼 기분이 후련하지 못했다.그가 바라던 행복은 아주 단순했다. 하루 세끼를 함께하고 소소하고 행복하게 보내는 것뿐이었다.다만 이제야 알게 됐다.소소함도 죄라는 것을.소소한 행복에 흠뻑 빠진 3년이란 세월, 이젠 그만 깨어날 때가 되었다.“띠리링...”한창 넋 놓고 있을 때 휴대폰 벨 소리가 갑자기 울렸다.전화를 받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유진우 씨, 안녕하세요. 저는 강능 상회의 안병서예요. 오늘이 진우 씨와 청아 씨의 결혼기념일이라면서요. 제가 특별히 두 분께 선물을 준비했는데 언제 시간이 되실지 모르겠네요.”“고마워요, 병서 씨 마음만 잘 받을게요. 앞으론 이런 거 준비하실 필요 없어요.”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네?”안병서는 흠칫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그는 문득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회장님, 또 다른 용건 남으셨나요?”유진우가 화제를 돌렸다.“그게 사실... 대표님께 부탁드릴 사연이 하나 있어서요.”안병서가 어색한 듯 마른기침을 해가며 말을 이었다.“다름이 아니라 제 친구가 요즘 이상한 병에 걸려서 온갖 명의를 수소문해 봐도 치료가 잘 안돼서요. 실례지만 진우 씨가 한번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회장님도 제 룰을 잘 알고 계실 텐데요.”“물론이죠! 빈손으로 감히 부탁을 청하겠나요. 제 친구 집에 마침 진우 씨가 원하던 용심초가 하나 있어요. 도와만 주신다면 이 희귀한 약재를 보상으로 드리겠습니다.”안병서가 대답했다.“진짜예요?”유진우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렇다니까요!”“좋아요, 그럼 직접 한번 찾아뵙겠습니다.”유진우가 바로 허락했다.그는 돈과 보석 따위에 아무런 흥미가 없지만 일부 희귀한 약재는 꿈에도 오매불망 그릴 정도였다.왜냐하면 그것으로 목숨을 구해야 하니까!“고마워요, 진우 씨. 지금 바로 분부해서 진우 씨 모시러 가겠습니다!”안병서가 한시름 놓인 듯 웃으며 말했다.강
“꺼져!” 간결한 이 두 글자에 장경화는 겁에 질려버렸다.평소 한없이 자상하고 늘 웃기만 하던 유진우가 화를 내니 이토록 무서울 줄이야.그 눈빛은 사람을 잡아먹을 것 같은 기세였다.“사람 살려요! 구해주세요!”정신을 차린 그녀는 고래고래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곧이어 청성 그룹의 경호원들이 와르르 몰려왔다.“사모님, 무슨 일이시죠?”그중 경호 대장이 장경화를 알아보고는 곧장 그녀를 편들었다.“유성빈, 당장 저 녀석 끌어내! 감히, 감히 내 아들을 때렸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장경화가 강경하게 말했다.“이 자식이! 감히 우리 그룹 문 앞에서 소란을 피워? 죽고 싶어 환장했어?!”경호 대장이 손을 휘두르자 뭇사람들이 청성 그룹 앞에 몰려들었다.이건 대표님 어머님께 잘 보일 절호의 기회였다.표현만 잘하면 승진하고 연봉을 올리며 아름다운 미인과 결혼해 인생의 절정에 오를 천재일우의 기회였다.“뭘 보고 있어? 당장 제압하란 말이야!”경호 대장이 나서려 할 때 갑자기 앙칼진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감히 누가 손대려고?!”이때 실버 롱드레스로 육감적인 몸매를 드러낸 아름다운 여자가 경호원을 몇 명 데리고 이곳으로 걸어왔다.강렬한 불꽃과도 같은 새빨간 립스틱에서 요염한 풍채가 한껏 드러났고 살짝 눈웃음 지으니 고혹한 자태에 저도 몰래 스며들 것 같았다.그녀는 요정처럼 사람들의 혼을 쏙 빼놓았다.“와, 너무 예뻐!”한 무리 경호원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그녀를 훑어보았다.눈앞의 그녀는 절세의 미인이 따로 없었다!“유진우 씨, 괜찮으시죠?”그 여인은 주변 사람들의 뜨거운 시선도 마다한 채 곧게 유진우 앞으로 다가왔다.“네? 누구시죠?”유진우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그의 눈가에 어렸던 표독한 기운도 점차 사라졌다.“안녕하세요, 저는 조선미라고 해요. 안 회장님의 소개로 왔어요.”그 여자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순간 한 무리 경호원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조선미? 설마 그 조씨 일가의 따님 조선미를 말하는 거야?
“엄마, 일단 현이 데리고 병원부터 가요. 이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요.”몇 초 동안 고민한 후 이청아가 끝내 마음을 정했다.“청아야, 현이가 당한 굴욕 반드시 갚아야 해. 절대 그놈 봐주지 마!”장경화가 표독스럽게 말했다.“걱정 말아요. 내가 알아서 해요.”이청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두 경호원에게 장경화와 이현을 병원으로 실어 가라고 분부했다.“장 비서는 이번 일 어떻게 생각해?”이청아는 머리가 지끈거려 관자놀이를 문질렀다.“대표님, 보다시피 유진우 씨가 먼저 이현 씨를 때렸어요. 방금 경호원들도 다 봤다잖아요. 이건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장 비서가 대답했다.“다만 우리 엄마의 입방정이...”이청아는 말을 잇지 않았다.엄마의 표독스러움과 동생의 막무가내가 어느 지경인지 그녀는 잘 알고 있다.“어쨌거나 사람을 때린 건 잘못이에요!”장 비서가 진지하게 말했다.“정말 무슨 오해가 있더라도 대화로 풀어야 하잖아요? 게다가 이현 씨는 대표님 친동생인데 이 지경으로 때렸다는 것은 대표님이 전혀 안중에 없다는 뜻이에요. 이 점만으로 유진우 씨가 얼마나 저질스러운 사람인지 충분히 증명되지 않나요?”이청아는 미간을 구기고 의심의 골이 점점 더 깊어졌다.‘그래, 엄마와 현이가 아무리 표독스럽고 막무가내여도 손을 대는 건 잘못이야. 게다가 이렇게 심하게 때리다니. 전에 괜히 미안한 마음을 가졌어, 내가. 인제 보니 이혼은 더할 나위 없이 현명한 선택이야.’“대표님, 이번 일은 이대로 넘어가시면 안 됩니다. 반드시 끝까지 추궁해야 해요! 감히 사람을 때리다니, 유진우 씨는 무조건 대가를 치러야 해요!”장 비서가 차갑게 말했다.안 그래도 심란했던 이청아는 이 말을 듣자 화가 울컥 치밀었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유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시각, 도로를 질주하는 실버 벤틀리 안에서.유진우는 휴대폰에 뜬 발신자 표시를 보더니 미간을 살짝 구겼다.다만 결국 수신 버튼을 눌렀다.“유진우, 나한테 해명할 거 없어?”이청아가 다짜고
“어떻게 알았어요?”조아영이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벌게진 얼굴로 물었다.창피함도 있지만 그녀를 더 놀라게 한 건 상대가 이토록 정확하게 증상을 집어냈다는 것이었다.편두통에 생리 불규칙까지, 게다가 배탈이 난 것도 바로 알아채다니.‘너무 신기해! 설마 헛짚은 건 아니겠지?’“한의학은 자고로 견문을 중시해요.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병명을 충분히 보아낼 수 있어요.”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어때, 아영아, 이젠 믿을 만해?”조선미가 가볍게 웃었다.그녀도 속으로 한숨을 돌리며 상대가 정말 실력 있는 의사란 걸 믿게 됐다.“쳇! 그냥 한번 얻어걸렸을 뿐이야. 뭐 대단한 거 있다고!”조아영은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다.“진우 씨, 얘가 말만 못되게 굴어요. 신경 쓰지 마세요.”조선미가 미안한 듯 유진우에게 사과했다.“괜찮아요. 일단 병부터 보죠.”유진우도 썩 신경 쓰는 눈치가 아니었다.그는 어르신 앞에 다가가 자세히 훑어보더니 대충 짐작이 갔다.어르신은 중독되었는데 일반 독성이 아니었다.다행히 제때 발견하여 구급했으니 망정이지 두 날만 더 미뤘다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선미 씨, 은침 한 세트 사 오실래요?”유진우가 말했다.“네, 바로 사 올게요.”조선미가 손을 흔들자 경호원 한 명이 발 빠르게 나갔다.5분도 채 안 돼 경호원이 은침 한 세트를 들고 왔다.“고마워요.”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이곤 어르신의 옷부터 벗겼다.그는 둘째 손가락을 내밀어 어르신의 복부를 두드려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 은침을 꺼내 한 개씩 그 위에 찔렀다.그는 가벼우면서도 신속하고 정확하게 침을 놨다.잔잔한 수면을 가볍게 찌르듯 행동이 너무 날렵하여 그 어떤 고통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참 대단한 침법이네요!”이 광경을 본 조선미가 속으로 감탄했다.그는 비록 의술을 잘 모르지만 국내의 몇몇 유명한 신의를 알고 있는데 그런 분들도 침술만큼은 유진우의 노련하고 정확한 손놀림을 따라오지 못한다.이는 천부적인 재능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고된 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