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연은 아무 문제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이어갔다. “문설봉 그 사람에게는 친자식과도 같은 아들과 딸들이 꽤나 많아요. 그래서 문한성 하나 죽었다고 그렇게 큰일은 없을 거예요. 제가 직접 문왕부에 갈 건데 만약 그 사람들이 불만이 가득하다면 싸워야죠.” 문관옥을 따라다니는 최강 군신이라는 수식어는 조홍연의 심기를 아주 불편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녀는 만약 기회가 있다면 상대와 크게 한번 싸워 누가 더 센 사람인지를 겨뤄보고 싶었다. “그리고 봉씨와 안씨 두 재벌 가문에서 남자들을 괴롭히고 여성들을 마구잡이로 때리는 악행들을 저지르고 있어. 꼭 더욱더 따끔하게 혼을 내줘야 해.” 유진우가 담담히 말했다. “이건 더 간단하죠! 사람을 시켜 조사만 한다면 그들의 흑역사들을 다 알아낼 수 있을 거예요. 그때가 되면 하나하나 천천히 감옥에 넣으면 되죠.” 조홍연이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조씨 가문에서 안씨와 봉씨 가문을 ‘공격’하는 것은 호랑이와 강아지의 싸움이니 그녀는 별다른 계획을 세울 필요도 없었다. 명령만 내린다면 두 가문의 앞으로의 삶을 처참하게 망칠 수 있었다. 이게 바로 재벌 가문과 왕족 가문의 차이이자 권력이다. 아무리 돈이 많고 잘 나가는 재벌 가문이라도 강한 권력을 손에 쥔 왕족 가문 앞에서는 그저 갓난아기와도 같은 존재다. ... 깊은 밤, 어느 한 사립병원. 봉연주는 병실 침대에 누워 신음소리만 내고 있었고 가끔 입에서 빨간 피를 토했다. 조홍연의 발길질로 봉연주는 내장에 크나큰 손상을 입었고 의료진들이 온 힘을 다해 응급수술을 진행해서야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짧은 시일 내에 봉연주는 건강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다. “빌어먹을 조홍연! 정말 미친 인간이야. 온몸이 썩어들어가고 얼굴에는 농들이 마구 흘러내려 와 천하의 못생긴 여자가 되라고 저주할 거야.” 봉연주는 아픈 몸을 하고도 조홍연을 욕하고 저주했다. “쉿! 말조심해.” 옆에 앉아 있던 안세리는 누가 들을세라 봉연주에게 입을 닫으라
갑작스런 아버지의 고함에 놀란 봉연주는 두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그녀는 핸드폰을 손에든 채로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면서 조심스레 물었다. “아빠, 왜 그러세요? 집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요?” “네가 지금 뻔뻔하게 나한테 묻는 것이냐? 너 스스로 벌인 일을 모르는 척할 테야?” 수화기 너머 봉연주의 아버지는 분노에 차 소리를 지르듯 말을 이어갔다. “방금 관변 측에서 대량의 인원을 동원해 우리 봉씨 가문의 모든 산업을 샅샅이 뒤졌다. 게다가 대부분의 핵심적인 물건은 다 가져갔고. 지금 봉씨 가문은 벼랑 끝에 서 있게 됐다. 이대로라면 나까지 붙잡혀가 옥살이를 하게 생겼다고!” “네?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우리 봉씨 가문이 얼마나 인맥이 넓고 산업을 크게 하는데 누가 감히 우리 가문을 건드려요?” 봉연주는 아버지의 말에 믿기지 않는 듯 따지며 물었다. 가문의 발전은 늘 아주 잘 나가고 있었고 아는 사람도 많기에 설령 무슨 일이 있다고 해도 이 정도 까지는 크게 벌려지지 않았었다. 돈을 버는 유일한 봉씨 가문의 재산을 조사하고 압수한 것도 모자라 사람까지 잡아가니 그들에게는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었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짐작이 안 가는 모양이구나! 네 성 씨와 이름까지 대가면서 잡겠다고 지금 난리도 아니다. 너 이 쓰레기 같은 년, 도대체 어떤 큰 인물을 건드리고 다닌 거야!” 봉군의가 씩씩거리며 물었다. “저...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그의 물음에 봉연주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으로 대답을 했다. “불쌍한 척, 아무것도 모르는 척 좀 그만해! 누구를 건드렸든 간에 어떤 수를 써서라도 싹싹 빌어 용서를 받아. 안 그러면 봉씨 가문은 이대로 끝일 테니까! 정말 끝을 맞이한다면 나는 제일 먼저 네년의 목을 벨 거다.” 봉군의는 화가 쉽게 풀리지 않는 듯 고함을 지르며 몇 마디 욕설을 더 내뱉더니 전화를 끊어버렸다. 생전 처음 보는 아버지의 말투에 놀란 봉연주는 눈에 눈물이 맺힌 채 한참 동안 정신을 차
안세리는 단 한 번도 안씨 가문이 이 지경까지 몰락할 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고귀하고 당당하던 부모는 목숨을 지키려고 여기저기 도망 다니고 가문은 파산을 맞이하게 돼버린 이 상황이 안세리에게는 꿈만 같았다. 강대하던 재벌 가문은 이렇게 하루아침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한번 몰락한 가문은 다시 일으켜 세우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안세리는 이 결과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늘 풍족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던 안세리에게 이제 그런 삶은 그림의 떡이었다. 재벌 가문에서 평생 모자람 없이 살고 싶었던 그녀의 꿈 또한 박살이 나버렸다. “세리야, 혹시 너희 가문에도 일이 생긴 거야?” 새하얗게 질린 안세리의 얼굴을 발견한 봉연주가 조심스레 물었다. “너랑 같아. 우리 집도 관변 측에서 찾아와 샅샅이 뒤졌다네.” 안세리는 식은땀까지 줄줄 흘리며 봉연주에게 대답했다. “우리 봉씨 가문을 조사하는 것도 모자라 안씨 가문까지 그랬다고? 세상에 어떻게 이런 우연한 일이 있을 수 있지?” 봉연주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고작 하룻밤 만에 두 재벌 가문이 처참하게 몰락할 위기에 처했다고?’ 그녀들은 무조건 누군가가 일부러 벌인 짓이라고 생각했다. ‘누구지? 도대체 누가 이런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 거지?’ “관변을 이용해 우리 두 가문을 조사할 사람은 오직 4대 왕족의 고위층 사람들뿐이야.” 말없이 생각에 잠겨있던 안세리가 문득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네 뜻은... 왕족인 조씨 가문 짓이라고?” 봉연주는 빠르게 안세리의 말에 눈치를 챘고 얼마 전 조홍연에게 당한 따끔한 “교훈”이 떠올랐다. 그녀는 조홍연이 이렇게 바로 “공격”을 진행할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내 생각에는 거의 백 프로야. 조씨 가문을 빼면 아무도 없을 것 같은데?” 안세리가 대답했다. 지금까지 왕족 가문은 건드린 적이 없지만 오늘 유진우 때문에 찾아온 조홍연과 깊은 악연이 생겼으니 안세리는 확신했다. 안세리가 확신하는 제일 결정적인 이유
“패? 무슨 패?” 안세리의 말에 봉연주는 눈빛에 생기가 돌더니 물었다. 그녀는 지금 봉씨 가문과 안씨 가문에 들이닥친 재앙을 누가 구해줄 수 있는지 궁금했다. “조씨 가문이 비록 강대하긴 해도 상대할 수 있어. 4대 왕족 중에 아직 문씨 가문이 남아 있잖아.” 안세리는 한껏 엄숙해진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유진우가 문한성 씨를 죽였어. 조씨 가문이 아무리 뒤에서 보호해준다고 해도 문왕부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야. 그래서 우린 문왕부에게 모든 것을 걸어도 돼. 그래야만 유진우를 상대할 수 있을 테니까. 우리 스스로를 지킬 수도 있고 복수를 할 수도 있는 기회지.” “좋은 생각인데? 완전 일석이조 아니야?” 안세리가 말한 “패”의 의미를 알아챈 봉연주는 뛸 듯이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 나는 이 생각을 못 했지?’ 비록 조씨 가문에게 비참한 짓을 당했다고 해도 그녀들의 뒤에는 아직 문왕부가 남아 있기에 포기하긴 이르다고 생각했다. “세리야, 내가 지금 당장 청아 언니에게 전화해서 먼저 우리에게 닥친 위기를 해결하고 도와달라고 할게.” 봉연주가 핸드폰을 꺼내 들어 전화를 거려는 순간, 안세리가 급히 말렸다. “기다려! 이청아 씨에게 전화를 한다고 해도 일이 해결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어. 문 어르신의 친딸 같은 사람은 맞지만 조홍연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라고.” “청아 언니한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면 또 누구한테 해야되?” 안세리가 왜 자신을 말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봉연주가 입을 삐죽 내밀며 물었다. “제일 좋은 상대는 바로 옥면 군신인 문관옥 씨지.” 안세리는 아까보다 아주 이성적으로 현실을 파악하고 분석하고 있었다. “문관옥 씨가 문왕부에 돌아간 뒤로 형세가 기울였어. 전에 이청아 씨를 보살피고 그녀에게 아부하던 사람들 다 문관옥 씨에게 붙었지. 그중 문한성 씨가 제일 좋은 예시야.” “게다가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유진우가 문관옥 씨가 보는 앞에서 문한성 씨를 죽였대. 그런 대담한 행동들은 다 문관옥 씨의 자존
“걱정 마, 이 정도로 죽기야 하겠어? 이렇게 큰일이 났는데 내가 어떻게 이 상처를 제대로 치료하겠냐고. 좀 잇다가 내가 휠체어 타고 나타날게. 그러면 우리의 성의를 조금 더 알아봐 주실지도 몰라.” 안세리의 말을 귀신같이 들은 봉연주가 괜찮다며 대답했다. “알겠어. 우리 그럼 옥면 산장으로 가자.” 봉연주의 대답에 안세리는 하던 걱정을 멈추고 사람을 불러 휠체어를 가져오라고 한 뒤, 봉연주를 태웠다. 두 사람은 그렇게 다급히 옥면 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밤이 점점 더 깊어져 가는 시각, 옥면 산장 안. 문관옥은 서재에 앉아 손에 들린 자료들을 보며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유진우가 옥면 산장에 쳐들어온 뒤로 그는 모든 자원을 동원해 그의 신분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하루도 채 안 걸려 모든 결과가 그의 손에 들어왔다. 자료에서는 유진우가 강능에서 온 사람이자 이청아와 혼인 관계로 살던 사람이라고 적혀있었다. 제일 처음 유진우는 그저 의술을 조금 할 줄 아는 평범한 남자였지만 이혼을 한 후로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해 점점 더 자신을 드러냈다고 한다. 의술과 무도를 제외하고도 상도까지 섭렵하고 있지만 특히나 무도 쪽에서는 강남무림의 주인마저 살해한 기록까지 남아 있을 정도로 대단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요즘 젊은이들과 다르게 자랑할 만한 실력을 갖추고도 늘 겸손한 태도로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특수 기관까지 동원해 찾지 않았다면 천하의 문관옥조차 유진우의 자료를 찾아내지 못 할 뻔하였다. “이상해... 참 이상하단 말이지.” 유진우의 사진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던 문관옥은 생각에 깊게 잠긴 듯했다. “군신님,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십니까?” 그때, 옆에 있던 문관옥의 측근이 조심스레 물었다. “유진우 이 사람 마치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사람 같아. 이혼 전에는 조용하던 사람이 이혼하고 나니까 무슨 신의 계시라도 받은 사람마냥 승승장구를 하잖아. 강대한 무도 마스터까지 된 사람이
“유장혁이요?”이 말을 듣자 측근은 두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말이 안 됩니다. 그분은 이미 사망하지 않으셨습니까?”“유장혁은 실종한 것이지 사망한 것이 아니야. 적어도 시신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잖아.”문관옥은 엄숙하게 말했다.십 년 전의 그 사건은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났고 또 급하게 마무리되었다.그날 밤 이후로 만인의 주목을 받던 유장혁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고 관변에서는 유장혁의 시신으로 의심되는 변사체만 찾았을 뿐이었다.그러나 이 변사체는 이미 심하게 타버려 신분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관변의 공지를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였다.똑똑한 사람들은 이 사건을 깊이 파고들면 의문점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유장혁의 행방이 줄곧 묘연해지자,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은 이 결과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문관옥은 유진우에게서 익숙한 느낌을 받았기에 유장혁을 떠올린 것이었다.젊은 유망주, 강대한 실력 그리고 유장혁과 같은 유씨.여러 요소가 매칭되다 보니 문관옥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유장혁이 정말 살아있다면 서경왕부에 돌아갔을 텐데 왜 그쪽에는 아무런 얘기가 없을까요?”측근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서경왕부의 공로는 관변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높았기에 관변에서는 늘 사람을 붙여 그곳을 비밀리에 감시했다. 만약 서경왕부에 조금이라도 수상한 움직임이 있었다면 즉시 연경에 보고했을 것이었다.그러나 지금 어디에도 관련 소식이 없었다.“서경왕부는 너무 눈에 띄는 존재야. 아마 유장혁은 아직 해야 할 일이 있기에 이름을 숨기고 지내는 것일지도 몰라.”문관옥은 턱을 만지며 생각에 잠겼다.그는 비록 신의 아들, 최강 군신으로 불리지만 평생 넘지 못하는 산이 있었는데 바로 천재 유장혁이었다.십 년 전, 유장혁이 연경에서 명성이 자자할 때 문관옥은 그를 찾아가 힘을 겨룬 적이 있었지만 참패를 당했다.이는 문관옥에게 큰 타격을 입혔고 그에게 가시지 않는 트라우마로 남았다.문관옥은 유장혁과 다시 한번 대
“군신님을 도와 문한성 도련님을 살해한 범인을 처리할 수 있다고, 한 번만 만나게 해달라고 하셨습니다.”경호원이 말했다.“오? 그래?”문관옥은 눈썹을 추켜올리고 잠시 생각하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들여보내라.”“네!”경호원은 대답하고 나서 재빨리 퇴장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안세리와 봉연주를 데리고 들어왔다.안세리는 볼이 조금 빨갛게 부어오른 것 외에 상태가 괜찮아 보였다.그러나 봉연주의 상태는 처참했다. 안색이 창백하고 기운이 없었으며 휠체어에 앉아 행동이 불편했고 가끔 기침도 몇 번 했는데 몹시 허약해 보였다.“옥면 군신님께 인사 올립니다.”문관옥을 보자마자 안세리는 바로 공손하게 바닥에 꿇어앉아 절했다.봉연주도 휠체어에서 내려오려고 안간힘을 썼는데 문관옥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됐다. 예의 차릴 필요 없으니까 일어나거라.”“감사합니다, 군신님.”안세리는 눈을 내리깐 채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얌전히 서 있었다.반대로 봉연주는 힐끔힐끔 문관옥을 훔쳐보았다. 그녀는 심장이 두근거렸다.역시나 연경 4대 훈남 중의 한 명으로 불리는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문관옥은 외모가 출중하고 똑 부러지게 잘생겼다.실물이 사진보다 훨씬 잘생겼다.게다가 잘생긴 것도 모자라 높은 지위에 있고 손에 권력도 쥐고 있으니 그야말로 완벽한 남자였다.만약 이런 남자에게 시집간다면 그녀는 자다가도 일어나 웃을 것 같았다.“말해 봐. 무슨 일로 날 찾아온 거지?”문관옥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군신님, 저희는 유진우가 오늘 옥면 산장에 들이닥쳐 문한성 도련님을 살해했다는 소식을 듣고 몹시 화가 났습니다. 그리하여 군신님을 도와 화근을 제거하고 싶어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안세리는 대놓고 말했다.그녀는 문관옥과 같은 큰 인물 앞에서 거짓 치레하는 건 무의미한 행동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차라리 솔직하게 나오면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자네들의 호의는 잘 알겠네. 근데 무슨 수로 날 도와
하룻밤이 퍼뜩 지나갔다.이튿날 오전.유진우는 안세리의 갑작스러운 전화 한 통을 받았다.“여보세요. 진우야, 우리가 너랑 얘기 좀 하고 싶어서 그러는데 잠깐 만나줄 수 있어?”안세리는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난 우리 사이에 더할 얘기가 없다고 생각해. 모든 것은 너희가 자처한 일이야.”유진우가 냉랭하게 말했다.“진우야, 내가 잘못했어. 나도 그때의 선택을 몹시 후회하고 있어. 사죄할 수 있도록 한 번만 기회를 주면 안 될까?”안세리는 불쌍한 말투로 말했다.“너에게 기회를 주면, 은도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은도가 너희 때문에 억울하게 죽었어. 너희는 왜 은도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는데?”유진우는 무표정으로 말했다.“그건 오해야. 은도의 죽음은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야. 난 애초에 모르는 일이었어. 맹세해.”안세리는 엄숙한 말투로 말했다.“내가 너의 말을 믿을 것 같아? 너희도 문한성과 한통속이었잖아.”유진우는 차가운 얼굴로 대답했다.안세리는 심보가 고약하고 이기적이며 성실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는 겪어봐서 알고 있었다.궁지에 몰린 것이 아니라면 그녀는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었다.“진우야, 네가 날 의심하고 있다는 거 알아. 하지만 나 정말 억울해. 나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이미 진정한 범인을 알아냈어. 사실 문한성 외에 은도의 죽음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어.”안세리는 신비스럽게 말했다.“그래? 누군데?”유진우는 눈썹을 추켜세웠다.“누군지 알고 싶다면 오늘 밤 취향루로 찾아와줘. 우리 얼굴 보고 얘기하면서 오해를 풀자. 올 때까지 기다릴게.”안세리는 말을 마치고 재빨리 전화를 끊었다.유진우는 핸드폰을 들고 눈썹을 찌푸렸다.그는 은도의 죽음을 줄곧 마음에 두고 있었다. 만약 범인이 따로 있었다면 그는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었다.지금의 문제는 안세리가 거짓말을 했나 안 했나에 있다.상대방이 과연 진심으로 사죄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그를 모함하려고 일부러 세운 작전일 것인가?유진우는 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