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갑자기 방의 초인종이 울렸고, 이진은 윤이건이 돌아온 줄 알고 별 생각 없이 가운을 입고 문을 열었다.문을 열며 이진은 습관처럼 말했다.“돌아왔어요!”그러나 사람을 알아보고 이진 얼굴의 표정은 굳어졌다.“또 너야!”이때 한시혁은 이미 양복을 갈아입고 아름다운 장미 붓다발을 들고 문 밖에 서 있었다.앞에 가운만 입은 이 여자를 보고 한시혁은 가슴이 타오를 것만 같았다.이진의 보일 듯 말 듯한 몸매에 한시혁의 그윽한 먹빛 눈동자는 이진을 향해 한참 동안이나 눈을 떼지 못했다.그의 눈빛을 알아차리고 이진은 갑자기 자신이 목욕 가운 한 벌만 입었던 것이 생각나서 화내며 문을 힘껏 닫으려고 하였다.한시혁은 다리를 쭉 뻗고 문 닫기 전에 가로 막았다.이진이 반응하기도 전에 한시혁은 이미 문밖에서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갔고 뒤쪽 문을 밀어 닫았다.지금 이 방에는 이진과 한시혁 두 사람만 있다. ‘윤이건이 빨리 돌아오지는 않을 거고, 이진과 단둘이 방에 있다니…….’이렇게 생각하고 한시혁의 숨결은 뜨거워졌다.이진은 그의 행동을 보고 또 그가 손에 들고 있는 꽃을 힐끗 쳐다보았다. 차가운 눈동자에서 경계하는 빛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지금 뭘 하려는 거야?”마음을 가다듬고 한시혁은 얼굴에 온화하고 유려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늘 공항에서 미안했어. 팬들이 너무 열광해서…….”이진은 그가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짐작하고, 손을 내저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그의 말을 끊었다.“난 신경 쓰지도 않았으니 사과할 필요 없어, 별일 없으면 빨리 가, 널 보고 싶지 않아.”그러자 남자는 눈살을 찌푸렸다.“안 돼.”“팬들이 널 미는 거 봤어. 그때 내가 멀리 있지 않았더라면 널 지켜줬을 거야.”그러면서 장미꽃을 들어올렸다.한시혁은 고개를 숙이고 장미꽃에 가볍게 키스를 한 후 꽃다발을 이진의 앞에 내밀었다.그녀의 예쁜 눈동자에 혐오가 스쳐 지나갔다. 마침 한시혁을 밀어내려고 하는데 방 문틈에서 '드르륵' 하는 소리가 들렸다.방 열쇠가 긁히
한시혁은 이를 악물고 불쾌감을 참으며 시큰둥한 표정으로 장미꽃을 주워들고 방을 나갔다.방 안에는 이진과 윤이건 두 사람만 남았고 굳어진 분위기도 한순간에 다시 뜨거워졌다.윤이건은 싸늘한 기운을 거두고 고개를 숙여 가운을 입은 여자의 섹시한 모습을 찬찬히 훑어보았다.“왜요…….”이진은 그의 먹빛 눈동자에 약간 부끄러워하며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윤이건의 눈을 가렸다.“나쁜 놈!”윤이건은 이진의 허리를 집고 그대로 그녀를 문에 기대게 하였다. 여자의 가늘고 부드러운 허리를 만지던 그는 즐기며 손을 떼고 싶어 하지 않았다.그는 이진의 어깨너머에 턱을 얹었다. 코끝에는 샤워젤과 샴푸향이 감돌았다. 윤이건은 숨을 깊이 들이쉬며 다소 억울한 듯 말했다.“나 방금 한시혁이 너를 안는 걸 봤어.”말에는 질투가 가득했다. 이진은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여 손을 들어 남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일부러 당신을 화나게 한 거예요. 나 아까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었어요…….”짧은 설명이다. 그러나 이진은 윤이건이 자기를 믿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알아.”남자의 목소리는 여전히 시무룩했다.“난 그냥 그 자식이 널 가까이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터치하는 거는 더욱 싫어. 정말 싫어 죽겠어…….”윤이건의 갑작스러운 애교에 여자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 인식하고 웃으며 윤이건을 놀렸다.“방금 사람을 때리던 그 기세 어디 갔죠?”“뭐 남자 답기는 해요!”“나 원래 상남자거든…….”이진이 그를 비웃는 것을 느끼자 윤이건은 다시 냉담하게 흥얼거렸다.“나 지금 괴로워 죽겠는데, 넌 이렇게 빈정대도 되는 거야!”그리고 윤이건은 손을 내밀어 옆에서 빈정대고 있는 어느 한 여자의 허리를 가볍게 꼬집었다.이진은 끙끙거렸고 이어 아리송하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그녀의 향기로운 입술과 하얀 이빨 사이로 넘쳐흘렀다.그 소리에 윤이건의 그윽한 눈동자가 번뜩이자 갑자기 자신의 몸이 이상해지는 것을 느끼며 더욱 꿈틀거렸다.“너 정말 나쁜 여자야!”남자는 이를 악물고 몸
약속에 따라 아침을 먹은 후, 이진, 윤이건, Root는 호텔 입구에서 만났다.이진은 보바마자 Root는 예절 바르게 먼저 인사를 하였다.“좋은 아침입니다.”그리고 이진 목에 가로세로로 엇갈린 키스 자국을 한눈에 보았다.Root는 비록 아직 남녀사이의 일을 잘 모르지만 무슨 뜻인 거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젯밤 이진과 윤이건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알았다.Root는 재빨리 눈을 떼고 또 몇 번 가볍게 기침을 하며 어색함을 감추었다.그들은 차례로 짐을 전용차의 트렁크에 넣고 점검한 후 차를 타고 창산 고원으로 출발했다.전용열차는 도심에서 벗어나 창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산 우회도로로 향했다.최근 몇 년 동안 산맥의 부지가 계속 개발되었기 때문에 많은 개발자들이 창산의 풍경과 환경 자원을 개발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조사하러 왔기 때문에 이곳의 도로는 일찍이 완성되었고 매우 평평하고 걷기 좋았다.처음에는 몇 사람 모두 불편한 점이 없었다.그러나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Root는 점점 힘들어지고 가슴이 답답하고 속이 뒤집히는 증상까지 느끼기 시작했다.차를 너무 빨리 몰아서 그런 줄 알고 이진은 운전사에게 천천히 운전하라고 잘 부탁했다.해발 2500m 지점에서 전용차가 달리자 Root는 눈앞이 캄캄해지며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이 상황을 본 전용 차 운전사도 감히 더 높은 곳으로 차를 몰지 못하고 서둘러 자리를 찾아 차를 세웠다.이지은 급히 차에서 내려 혼수상태에 빠진 남자아이 곁으로 돌아가 그의 상태를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Root의 얼굴은 창백하고 입술은 파랗게 질려 있었고 입가에는 가끔 흰 거품이 흘러내리기도 했다.이진의 안색이 굳어졌다. Root는 분명 고산병이다.지금의 해발고도에서 병원에 가려면 적어도 한 시간은 걸릴 텐데 그때쯤이면 Root의 증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다행히 이진은 의술이 뛰어나 응급처치를 할 줄 알았다.이진이 Root를 도와주려고 할 때 윤이건은 트렁크에서 산소통을 구해 Root의 곁으로 몇 걸음 다
이건의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와 잔잔한 시냇물 흐르듯이 부드러운 말투가 이진을 절로 빠져들게 만들었다.이진은 두 눈을 크게 뜬 채 이건의 얼굴을 멀뚱멀뚱 쳐다보며, 그가 말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그땐 아직 도로가 채 건설되지 않아, 지금처럼 차로 올라갈 수 없었어. 그 당시 산에 올라가기 위해 하루 종일 걸었던 것 같은데, 나중에 발에 물집이 생겨 더 이상 걸을 수 없게 되었어. 결국 눈을 조금 녹여 발에 발라, 물집이 좀 가라앉은 후에 다시 산을 올랐어.”이건의 이야기를 듣자 갑자기 그가 여태껏 알고 있던 모습과 조금 달라 보이기도 했다.특히 루트가 알고 있던 이건은 늘 차갑고 말수가 적은 편이었다.그런 이건이 쪼그리고 앉아 루트에게 자신의 재미있는 추억들을 들려줄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이 모든 것들이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자 루트는 이건에 대해 고마운 마음이 생겼다.“윤 대표님께서는 아시는 게 정말 많으시네요.”그리고 재밌는 사람이기도 했다.이진도 같은 생각을 했는데 어느새 흐뭇한 표정으로 이건을 보고 있었다.그들은 한참 쉬고는 다시 출발했다.루트는 몸이 많이 나아졌기에 가는 길에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모두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찰나, 또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였다.그들이 타고 있던 차가 갑자기 고장 나 눈 속에 갇힌 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이건과 이진은 차를 에워싸고 한바탕 검사를 해보더니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저희를 산속에 갇히기 위해 누군가가 저희가 출발하기 전에 일부러 저희 차를 고장 냈어요.”이건은 한쪽으로 가서 구조 전화를 걸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구조대는 큰 눈 때문에 길이 막혀 내일이 되어야 저희를 구하러 올라올 수 있답니다.”“그렇다면.”이진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같은 차에 탄 운전기사가 C 타운의 사람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그들은 애초에 C 타운의 지역과 도로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기사가 필요해
얼마 지나지 않아 야영지에 또 여러 무리의 사람들이 도착했다.모두 차가 고장 나 이곳으로 모인 것이다. 결국 다 같이 이튿날의 구조를 기다리기로 했다.산에 신호가 없어 핸드폰을 쓸 수 없게 되자, 모두 마음대로 자리를 찾아 앉고는 저마다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한편 이진은 줄곧 눈살을 찌푸리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무슨 생각이 났는지 이진은 갑자기 차가운 표정으로 물었다.“다들 어느 호텔에서 오셨어요?”모두 이야기를 나누며 하하 웃고 있다가, 차가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고개를 돌려 이진을 쳐다보았다.“네?”“다들 어느 호텔에서 출발하신 거죠?”이진은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애써 마음속의 불안한 감정을 숨기려 했다.역시 이진의 예상대로 그들은 모두 같은 이름을 말했다.여화 호텔.“C 타운에 5성급 호텔은 여화 호텔밖에 없지 않아요?”“맞아요.”누군가가 궁금해하며 이진에게 물었다.“무슨 문제라도 있나요?”“다들 지금 상황이 이상하진 않으세요? 저희 모두 같은 호텔에서 출발했고, 모두 오늘 창산으로 가는 도중에 차에 문제가 생긴 거잖아요.”이진은 모두를 스쳐보며 물었다.“이게 정말 우연일까요?”이진의 말을 듣자 모두 안색이 어두워졌다. 모두 우연이 아니라 누군가가 일부러 한 짓이라는 걸 알아차린 듯했다.그들을 모두 창산에 가두어 해치려는 게 아마 놈의 목적일 것이다.도대체 누가 이런 작전을 세웠고, 무엇 때문에 이 많은 사람들을 해치려는 건지 모두 알 수 없는 일들이었다.이진은 도저히 풀리지 않는 문제들을 생각하며, 어떻게 조사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었다.야영지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굳어지더니, 모든 사람들이 긴장한 표정을 보인 채 경계심을 유지하며, 더이상 잡담을 하지 않았다.이진 역시 엄숙한 얼굴로 이건의 품에 기대고 있었다.이때 이진은 갑자기 등 뒤에 차가운 시선이 느껴졌는데, 마치 누군가가 계속 자신을 몰래 쳐다보는 것 같았다.이진이 고개를 돌리자 눈빛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이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야
구조대의 말대로라면, 창산의 눈보라는 이튿날 오후까지 지속될 것이다. 게다가 적어도 눈이 멈추고 나서야, 산에 올라와 구조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이 소식을 듣자 야영지에 남아있던 집사가 나서서 모두에게 잠자리를 매련해 주었다.“저희가 방을 제공해 드릴 테니, 오늘 저녁은 모두 이곳에서 푹 쉬기 바랍니다. 내일 일은 내일에 다시 이야기합시다.”야영지에 머무른 사람들은 모두 부잣집 도련님이나 아가씨들, 혹은 이진 또는 이건과 같은 사람들이다.대부분 산속에서 야영을 해보지 못한 사람들이라 전혀 야영지에 적응하지 못했다.그러나 현재 상황으로서 지낼 곳을 찾지 못한다면, 저녁에 분명 얼어 죽을 것이기에 그들은 마지못해 야영지에 남을 수밖에 없었다.다음은 방 배정의 문제였다.만약 함께 온 무리의 사람들로 방을 나눈다면 분명 방이 모자랄 것이다. 결국 한참을 토론한 결과, 남녀가 따로 방을 쓰기로 결정했다.즉, 오늘 저녁 이건은 이진과 따로 지내야 된다는 것이다.방금 이진이 걱정하던 모습을 생각하자 이건은 마음이 아파, 그녀의 긴장을 풀어주려고 장난스럽게 이진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오늘 밤은 나 혼자 재밌게 놀아야겠네. 자기야, 내 생각 너무 많이 하진 마.”이진은 입을 오므리더니 웃고 있던 이건을 보게 되었다. 이진은 마음속으로 이건의 유치함을 비웃었지만, 조금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했다.이진은 이건을 놀리기 위해 손을 흔들며 장난스레 말했다.“그럼 진짜 이건 씨 생각 안 할 거예요! 안 그래도 오늘 밤에 잘생긴 남자들과 좀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는데, 마침 이건 씨도 바쁘셔서 다행이네요.”이건은 미소를 감추더니 장난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손을 내밀어 이진의 허리를 가볍게 꼬집었다.“절대 안 돼!”모두 정리를 마친 뒤 점심시간이 되자 다들 홀에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아무런 음식도 준비되지 않았다.그러자 누군가가 집사를 찾아가 물었는데 집사는 그제야 상황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야영지에는 취사도구가 없어서 밥을 드시려면 스스로 불을
설아는 갑작스러운 시선에 등 뒤에 식은땀이 가득했는데, 그저 묵묵히 주먹을 쥔 채 마음을 가라앉혔다.그리고 가는 눈썹을 찌푸리고는 가볍게 기침을 하더니 비꼬듯이 말했다.“이진 씨, 혹시 밥하시기 싫으셔서 장작 패러 가겠다고 하시는 거 아니에요?”그들은 야영지에 도착한 지 얼마되지 않아 자기소개를 했기에, 서로의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다.“혹시 장작 패러 갔다가, 또 힘없다고 꾀부리시려는 건 아니죠?”설아의 목소리는 잔잔한 바람이 스치는 것처럼 부드러웠지만, 꺼낸 말들은 듣기 거북했다.하지만 야영지에 있는 많은 여자들은 잇달아 설아의 편을 들었다.이유는 매우 간단했다.이진과 이건의 사이좋은 모습이 질투 되었기에 이진한테 적의를 품은 것이다.여자들은 이진을 가리키며 속닥거렸지만, 이진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남자들을 따라 출발했다.이진이 괜한 일에 힘을 소모할까 봐, 이건은 자상하게 이진의 도끼를 들어주려고 했다.이진도 이건의 뜻을 알아차리고는 싱긋 웃으며 감사하다고 말한 후 도끼를 그에게 넘겼다.이때 남자들 사이에 누군가가 몰래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남자는 바로 설아를 좋아하는 방하민이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설아는 기분이 좋아 그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이건과 이진을 보자마자 표정이 달라지더니, 더 이상 하민을 상대하지 않은 채 그들을 쳐다보기만 했다. 이유를 물어도 그저 이진이 싫다고만 말했다.설아가 이진을 싫어하자 하민도 덩달아 이진을 싫어하기 시작했고, 기회를 봐서 설아를 도와주려고 했다.이진이 도끼마저 혼자 들지 않으려고 하자, 하민은 설아의 말대로 이진이 일하기 싫어 꾀를 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에 하민은 자기도 모르게 비꼬기 시작했다.“방금 누군가는 출발하기 전에 장작을 패겠다고 잘난 척하시더니, 왜 도끼를 남한테 맡기는 걸까요?”하민은 말을 하면서 그럴듯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참, 제가 보기엔 도끼를 들 힘조차 없는 것 같은데, 왜 괜히 장작을 패겠다고 따라온 건지.”주변
그들은 곧 장작을 다 패고 야영지로 돌아왔다.몇 명의 아가씨들은 방 안에서 열기를 찌를 듯이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때때로 입을 가리고 웃으며 나긋나긋한 표정을 지었다.이진이 돌아온 것을 보자 그녀들은 분분히 입을 다물고는 이진을 쳐다보았는데, 모두 혐오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방 안이 잠시 조용해지더니 설아가 앞장서서 이진에게 시비를 걸었다.“이진 언니가 돌아오셨네요? 남자분들이 언니를 챙기느라 고생 많이 하셨겠어요. 아무것도 할 줄 모르시면서 억지는 왜 부리셨어요?”“그러게, 어떻게 저렇게 뻔뻔할 수 있지? 난 창피해서 못 나서겠던데.”“나도 이진 언니의 뻔뻔함에 탄복하게 되었어.”말을 하던 여자들은 저마다 웃기 시작했고, 모두 호의적이지 않은 표정으로 이진을 쳐다보았다.이때 이진은 작은 장작 한 묶음을 안고 있었는데, 그녀는 여자들의 말을 신경 쓰지 않은 채 빠른 눈동자로 방안 구석구석을 훑어보며, 장작을 내려놓을 만한 곳을 찾으려 했다. 그 여자들은 이 작은 장작들이 얼마나 무거운지는 전혀 몰랐을 것이다.이진의 이런 모습을 보자 여자들은 또 이러쿵저러쿵 의논하기 시작했는데, 그중 설아의 목소리가 특히 우렁찼다.“참, 우리가 몇 마디 좀 했다고 잘난 척하시는 것 좀 봐. 장작 몇 개 가지고 유난을 떨기는, 저 정도는 우리들도 쉽게 들 수 있을 거야.”“맞아, 맞아.”몇 사람은 설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지만, 일어나서 도와줄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이진은 그제야 방금부터 쉴 새 없이 재잘거리는 여자들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무표정으로 장작을 안은 채 여자들 앞에 다가갔다. 이진은 별다른 표정 없이 설아의 주먹 만한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했다.설아는 이진의 차가운 눈빛에 놀라, 자기도 모르게 자리를 옆으로 옮겼다.“뭐, 뭐 하시려는 거예요?”사실 하민이 방금 설아에게 전화해, 이진이 자신에게 도끼를 휘두른 일을 말해주었다.설아는 직접 보지 못했지만 이진의 실력에 대해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설아는 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