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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1화 차가 고장 나다

이건의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와 잔잔한 시냇물 흐르듯이 부드러운 말투가 이진을 절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이진은 두 눈을 크게 뜬 채 이건의 얼굴을 멀뚱멀뚱 쳐다보며, 그가 말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땐 아직 도로가 채 건설되지 않아, 지금처럼 차로 올라갈 수 없었어. 그 당시 산에 올라가기 위해 하루 종일 걸었던 것 같은데, 나중에 발에 물집이 생겨 더 이상 걸을 수 없게 되었어. 결국 눈을 조금 녹여 발에 발라, 물집이 좀 가라앉은 후에 다시 산을 올랐어.”

이건의 이야기를 듣자 갑자기 그가 여태껏 알고 있던 모습과 조금 달라 보이기도 했다.

특히 루트가 알고 있던 이건은 늘 차갑고 말수가 적은 편이었다.

그런 이건이 쪼그리고 앉아 루트에게 자신의 재미있는 추억들을 들려줄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자 루트는 이건에 대해 고마운 마음이 생겼다.

“윤 대표님께서는 아시는 게 정말 많으시네요.”

그리고 재밌는 사람이기도 했다.

이진도 같은 생각을 했는데 어느새 흐뭇한 표정으로 이건을 보고 있었다.

그들은 한참 쉬고는 다시 출발했다.

루트는 몸이 많이 나아졌기에 가는 길에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모두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찰나, 또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였다.

그들이 타고 있던 차가 갑자기 고장 나 눈 속에 갇힌 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이건과 이진은 차를 에워싸고 한바탕 검사를 해보더니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저희를 산속에 갇히기 위해 누군가가 저희가 출발하기 전에 일부러 저희 차를 고장 냈어요.”

이건은 한쪽으로 가서 구조 전화를 걸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구조대는 큰 눈 때문에 길이 막혀 내일이 되어야 저희를 구하러 올라올 수 있답니다.”

“그렇다면.”

이진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같은 차에 탄 운전기사가 C 타운의 사람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그들은 애초에 C 타운의 지역과 도로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기사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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