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라면 시혁의 이간질에 신경 쓰지 않고,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을 이건이지만 오늘은 상황이 달랐다.이건의 옆에 시끄러운 여우 년이 앉아있었기 때문이다.설아는 줄곧 눈치 없이 말을 걸어오는 것도 모자라 이진에게 ‘누명’을 씌웠다.만약 이대로 놔둔다면 분명 계속해서 이진의 신경을 건드릴 것이다.이건은 이것만은 절대로 참을 수 없었다!이런 생각에 이건은 차갑게 웃더니 입을 열었다.“한시혁 씨께서 잘 모르시나 본데, 제 아내는 엄청나게 너그러운 사람이에요. 게다가 제 취향과 습관을 아주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항상 절 존중해 주시거든요. 이 음식은 제가 줄곧 익숙하고 좋아하는 맛이라, 제가 잘 먹기만 한다면 이진은 누가 만든 건지를 둘째 치고, 제가 많이 먹기를 바랄 거예요.”사실 이건은 진작에 이 요리들이 전부 이진이 만든 것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는 이진이 만든 요리만을 먹을 수 있고, 그 맛을 단 한순간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이건이 방금 한 말들은 그와 이진의 애틋한 관계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설아의 주제넘은 행동들을 은근히 비꼬았던 것이다.이진은 이건의 말 뜻을 알아차리고는 눈썹을 찡긋거리더니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설아는 이건의 말을 잘못 이해하기만 했다. 앞서 이야기한 말들은 모두 흘려듣고는 이건이 맛있다고 했던 말만 계속 떠올렸다.설아는 두 눈을 반짝이며 이건을 쳐다보며 물었다.“이건 오빠, 정말 설아가 만든 음식이 맛있어요?”설아는 말을 하면서 이건에게 다가갈 기회를 엿보더니, 곧 부끄러워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두 눈을 감았는데 그 모습을 무척 행복해 보였다. “이건 오빠도 참, 이렇게 대놓고 칭찬하시는 건 너무 부끄럽잖아요!”이진은 설아의 말을 듣자 오한이 느껴졌고, 눈꺼풀이 계속 뛰었으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식사를 마친 후 모두 홀에 앉아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이건은 몇 번이나 이진을 찾으려고 했지만, 설아가 껌딱지처럼 붙어있어 도저히 도망칠 수 없었다.이 장면을 본 시혁은 내심 기뻐하더니 이진을 찾아 이
이진과 이건이 함께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던 시혁은, 자기도 모르게 눈을 가늘게 뜨고 주먹을 꽉 쥐었다. 심지어 손톱이 손바닥의 살을 스쳤는데도 시혁은 전혀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윤이건, 기다려!’시혁은 생각할수록 화가 나서 이를 악물고 낮은 소리로 소리를 지르고는, 옆에 놓인 나무를 세게 걷어찼다.“윤이건.”한 쌍의 검은 눈동자는 이미 분노와 질투로 가득 차서, 더 이상 다른 것을 담을 수 없었다.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치밀어 오자, 시혁은 옆에 놓인 유리컵을 닥치는 대로 힘껏 쥐어 바닥에 내동댕이쳤다.유리잔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그대로 부딪혀 깨지자, 셀 수 없이 많은 유리 조각들이 날려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루트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깜짝 놀라더니, 혹시라도 날아오는 유리 부스러기에 다치기라도 할까 봐 멀리 자리를 피했다.주변이 곧 조용해지더니 유리 조각들은 빛에 반사되어 차가운 빛을 반짝였다. 또한 시혁의 마음도 유리조각들처럼 차갑기 그지없었다.루트는 겁에 질린 채 시혁을 멀리하더니 고개를 저으며 자리를 떠났다.‘혹시 머리에 문제 있는 사람 아니야?’한편 이진은 이건의 손을 잡고 아무도 없는 구석으로 갔다.제대로 서기도 전에 이건은 한눈에 이진의 손목에 새로운 상처가 생긴 것을 보았다.이건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얼른 이진을 붙잡고는, 그녀의 손목을 가볍게 잡고 상처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그 상처는 깊지 않았지만 여전히 피가 흐르고 있어 이건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어쩌다가 다친 거야?”이건의 말을 듣고 나서야 이진은 자신의 손목에 상처가 났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진은 한참을 생각한 후 에야 진지하게 대답했다.“장작을 팰 때 살짝 그어진 걸 거예요.”이건은 초조한 표정을 지었다.“왜 말 안 했어? 아프진 않아? 상처를 싸매야 되는 거 아니야? 괜히 처리를 잘 못 다가 흉터가 생길지도 몰라.”“작은 상처일 뿐이라 괜찮아요.”이진의 눈에 이 정도 작은 상처는 정말 별것 아니었다.
그 사람이 빠르게 떠나는 모습을 보자 이진은 자기도 모르게 눈을 가늘게 떴다.“눈보라가 이렇게 세게 불어오는 와중에, 이런 외진 곳에 누군가가 나타날 리는 없지 않아요?”그리고 방금 그 사람의 표정은 매우 당황해 보였고, 사과할 때의 눈빛도 무척 이상했다. 마치 무언가를 하다가 들킨 사람 같아 보였다.이진은 이 사람이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이건 씨, 전 저 사람이 이번 사건과 관계있다고 봐요. 저 사람의 행동을 한번 지켜봐 주세요.”“그래.”두 사람은 곧 홀에 돌아왔다.홀에 들어서자, 이건은 방금 나타난 그 사람을 찾으려고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그 사람이 마침 시혁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이건은 그동안 마음속에 맴돌았던 추측들을 떠올리며 시혁에 대한 의심을 더해갔다.“이진아.”이건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난 아직도 이 일이 한시혁 씨와 관계있는 것 같아. 저것 좀 봐.”이진은 잠시 멍하니 있더니 이건의 눈빛을 따라 보았다. 그리고 그녀가 입을 열려고 할 때 루트가 다가왔는데, 루트는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는 듯이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이건은 상황을 지켜보더니 자리를 비켜주려고 했는데, 이진은 이건의 팔을 잡더니 싱긋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루트는 곧 그들 앞으로 다가오더니 말했다.“이진 누나, 저는 하루라도 빨리 백 년 성학련을 찾아 서둘러 할머니를 치료해 줘야 돼요.”그가 시간을 지체할수록, 할머니가 병상에 더 오래 누워 계셔야 한다는 생각에, 루트는 더욱 안절부절못하여 한시도 기다릴 수 없었다.루트는 입술을 오므리며 망설이는 표정으로 말했다.“제가 먼저 찾으러 가보면 안 될까요? 만에 하나 한 번에 찾을 지도 모르잖아요. 이진 누나, 저한테 먼저 백 년 성학련이 어떻게 생겼고, 보통 어디에 자랐는지 알려주시면 안 돼요?” 루트의 말을 듣자 이진은 그제야 루트를 데리고 창산에 온 주요 목적이, 성학련을 따는 것이라는 걸 기억해 냈다. 오늘 너무 많은 일들을
이건의 진심 어린 관심에 이진은 마음이 따뜻해졌다.“정말 괜찮아요. 이건 씨는 다른 사람이 한 요리를 못 드시잖아요. 괜히 저 때문에 저녁을 굶기라도 하면 안 되죠.”이건은 결국 이진을 이기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말했다.“그럼 몸조심해야 돼. 조금이라고 아프다면 바로 가서 쉬어. 내가 있는 한 아무도 널 뭐라 할 수 없을 거야!”말을 하던 이건은 매서운 눈동자로 우연을 노려보았는데, 마치 그녀를 경고하는 것 같았다.그런 눈빛을 본 우연은 자기도 모르게 몸을 떨더니, 입을 다물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런 상황을 지켜보던 우연의 매니저는 기분이 조금 상했다.우연은 그녀가 직접 발굴한 배우인 데다가, 그녀의 ‘보물’이나 다름없기에, 매니저는 우연이 괴롭힘당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게다가 매니저는 이건이 계속해서 이진을 감싸고도는 모습에, 질투가 나기도 했다. 매니저는 자기도 꽤나 이쁘다고 생각했는데, 이건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이런 생각에 화가 잔뜩 난 매니저는, 우연의 곁으로 다가가더니 일부러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그냥 일하기 싫다고 말하면 될 것을, 굳이 아프다고 핑계 댈 건 없잖아. 하마터면 나까지 속을 뻔했어.”그리고 명함을 하나 꺼내더니 이진을 보며 말했다.“이건 제 명함이에요. 이진 씨는 연기에 재능이 있으신 것 같은데, 만약 배우 하실 생각이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제가 직접 이진 씨를 도와드릴게요.”우연의 매니저는 이를 악물며 말을 마쳤다.이에 대해 이진은 비꼬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고마워요, 잘 생각해 볼게요.”매니저는 이진의 대답을 듣고 차갑게 웃더니 자리를 떠났다.이진은 신경 쓰지 않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계속 요리를 했는데 부엌은 그제야 조금 조용해진 것 같았다.갑자기 들려온 여자의 울음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는데, 모두 깜짝 놀라며 소리가 들려온 곳을 쳐다보았다. 그곳을 보자 우연이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있었는데, 도끼는 한쪽에 버려져 있었고 얼굴에는 온통 눈물자국
한바탕 소란이 일어나자 주위 사람들은 모두 그곳을 쳐다보았는데, 우연이 어떻게 상황을 수습할 것인지 보려고 했다.이건의 차갑고 뼈에 사무치는 눈빛은 마치 수만 개의 날카로운 칼날이 우연의 몸을 찔러대는 것 같아,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떨었고,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 올랐다.결국 우연은 입을 살짝 벌리고는 한참을 망설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옆에서 지켜보던 매니저는,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얼른 다가와 말을 꺼냈다.“우리 연이가 피망 알레르기가 있어서, 피망을 보자마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것 같네요. 일부러 한 짓은 절대 아닐 테니, 제가 돌아가서 제대로 혼낼게요.”매니저는 말을 마치고는 우연에게 얼른 사과를 하라고 눈짓을 보냈다.우연은 자기가 잘못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는 사과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그래도 상황 파악은 할 수 있었다. 만약 오늘 일이 소문난다면, 우연은 분명 엄청나게 욕을 먹을 것이고 자신이 연예계에서의 지위는 곤두박질칠 것이다.이런 생각에, 우연은 마음속의 불쾌한 마음을 억누르고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이진에게 허리를 굽혀 사과했다.“매니저의 말대로, 방금은 제가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무례를 범하게 되었어요. 모두 제 잘못이니, 이진 씨한테 제대로 사과할게요. 정말 죄송합니다.” 우연은 말을 마치고는 이진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은 채, 몸을 곧게 펴고 어두운 표정으로 몸을 돌려 식당을 떠났다.매니저도 얼른 그릇과 젓가락을 내려놓고 우연을 따라갔다.이진은 신경 쓰지 않은 채 어깨를 으쓱거렸는데, 마치 방금 일어난 일들이 자기와는 상관없어 보였다. 이진은 머리가 어지러웠는 데 분명 감기에 걸린 것 같았다. 지금 이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말다툼이 아니라 휴식이다.이튿날, 이진은 한참이 지나서도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나 그 여자랑 같은 방을 썼는데 밤새 기침을 하더라고. 괜히 나까지 전염된 거 아니야? 정말 재수 없어!”이건은 홀에 앉아 이진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떤 여자가 큰 소리로 이야
이건의 대답에 우연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우연은 눈동자를 굴리더니, 자기도 모르게 이건의 품속에 안긴 이진을 보았는데, 순식간에 질투심이 미친 듯이 들끓었다.당장이라도 달려들어 이진을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우연은 그럴 배짱이 없어 이를 악물고 화가 난 표정으로, 몸을 돌려 떠날 수밖에 없었다.한 시간 전, 시우와 정희 두 사람은 나란히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들은 모처럼 주말에 데이트를 할 계획이었다.바로 이때 이건의 전화가 갑자기 걸려왔는데, 전화를 받자 익숙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한 시간을 줄 테니 헬리콥터 한 대를 가지고 와.”이건은 말을 마치고는 곧장 전화를 끊었다.시우는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었는데, 정희는 오히려 흥분한 표정을 지었다.“이진도 함께 있는 거죠? 얼른 가요!”헬리콥터가 멈추자 정희는 신난 듯이 달려왔다. 이진을 보자마자 정희는 감격에 겨워 환호성을 지르더니 이진을 품에 안았다.“이진아,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이 갑작스러운 동작에 이진은 자기도 모르게 몸을 떨었고, 가까스로 평온해진 호흡이 다시 가빠지더니 또다시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품속의 이진이 이산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정희는, 얼른 이진을 풀어주었는데 곧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이진아, 어디 아픈 거야?”이진은 정희가 걱정할 까봐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했는데, 정희가 보기에 그 미소는 우는 것보다 더 보기 흉했다.정희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윤이건 씨는 어떻게 이진을 돌보신 거예요? 저랑 떨어진 지 겨우 이틀밖에 되지 않았는데, 우리 이진이가 아프다는 게 말이 돼요?”정희의 질문에 이건은 입술을 오므릴 뿐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이진이 얼른 나서서 말했다.“됐어, 어차피 사고였어. 아무도 우리가 이곳에 갇힐 줄은 몰랐어. 됐고, 추워 죽을 것 같으니 일단 헬리콥터를 타고 가자.”모두 자리에 앉은 후 헬리콥터는 높은 곳으로 날아갔다.한편 우연은 야영지로 돌아가자마자 불평을 늘어놓으며, 방
이진이 간신히 고개를 들자, 이건이 걸어오더니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이진아, 백 년 성학련을 어떻게 찾아내는지 알려주면 내가 가서 따올 게. 넌 헬리콥터에서 쉬면서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해.”옆에 있던 루트도 얼른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성학련은 저와 윤 대표님이 찾으면 되니, 누나는 그냥 안에서 기다려주세요. 밖에 바람이 너무 세고 추우니 이대로 나오시면 큰일 날 거예요!”이진도 더 이상 일어날 힘이 없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성학련의 화심을 보면 돼요. 100년 이상의 성학련의 화심은 붉은색이고, 100년 안 된 것은 연분홍색이에요.”그리고 무슨 생각이 났는지 또 한 마디 당부했다.“100년 안 된 성학련은 꽃가루에 독이 있으니, 절대로 건드려선 안 돼요.”이건은 마음속으로 이진의 말들을 되새기고는 루트를 데리고 헬리콥터에서 내렸다.그들은 30분도 안 되어 돌아왔는데, 두 사람의 손에는 선명한 붉은색을 띠고 있는 성학련들이 가득했다.이건은 돌아오자마자 혼수상태에 빠진 채, 정희의 품에 누워 있는 이진을 보았다. 입을 약간 벌린 채, 끊임없이 몸을 떨고 있는 이진은 얼굴이 조금 파래졌는데 무척 허약해 보였다.이건은 재빨리 손에 든 성학련은 내려놓고, 깊이 잠든 이진을 안아 자신의 다리에 눕혔다.두꺼운 옷을 몇 겹 사이 두었지만, 이건은 여전히 이진의 몸이 불덩이처럼 뜨겁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이건은 미간을 세게 찌푸리고는 시우에게 말했다.“병원으로 가!”이 말을 듣자 시우는 얼른 헬리콥터의 시동을 걸어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갔다.이진은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녀는 먼저 바깥을 한 번 내다보았는데, 하늘은 이미 칠흑같이 어두워졌기에 늦은 시간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눈을 뜨자마자 새하얀 벽에 짙은 소독수 냄새가 코끝을 맴돌았기에, 이진은 이곳이 어딘지 알 수 있었다.이진은 천천히 일어나 앉고 나서야, 옆의 작은 침대에 조용히 누워 있는 이건을 보게
이건의 진지한 표정을 보자, 이진은 감동된 마음에 눈앞의 남자를 품에 안고 싶었다.특히 이건의 준수한 얼굴에는 숨기기 어려울 정도로 피로가 가득 차 있었다. 이진은 그동안 자신을 돌보기 위해 힘써온 이건이, 왠지 모르게 귀여워 보였고 매우 안심이 되었다.이런 생각에 이진은 자기도 모르게 이건의 손을 잡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이건 씨, 이렇게 늘 절 챙겨주고, 제 곁을 지켜주셔서 너무 고마워요.”이진은 오늘 일만을 말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건은 이진의 말을 오해하고는, 매우 언짢은 표정을 보이더니 고개를 돌려 이진을 보지 않으려고 했다.이진은 바로 그의 이상함을 알아차리고는 물었다.“왜 그래요? 제가 한 말에 화나신 거예요?”이건은 이진을 힐끗 쳐다보았는데, 눈을 깜빡이며 무고한 표정을 지은 이진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이건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자기야, 부부 사이에 이렇게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잖아. 안 그래?”이진은 그제야 알아차린 듯이 얼른 입을 열었다.“그럼 방금 한 말은 취소할게요! 이제 만족하시는 거죠?”이진은 말을 마치자마자 이건의 올라간 입꼬리를 보았지만, 여전히 고개를 돌리려 하지 않는 이건을 보더니, 손을 내밀어 이건의 얼굴을 잡고는 자신을 마주 보게 했다.하지만 이건은 여전히 고집을 부리며 이진을 쳐다보지 않으려고 했다.“이런다고 내가 봐줄 거라고 생각하지 마.”이진은 이건의 입술에 키스를 하며 그의 말을 끊었다. 두 사람은 또 격렬하게 키스를 하였는데,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서로 놓아주었다.이튿날 이른 아침, 루트는 병원에 입원한 이진을 보러 왔다. 이진이 열이 내렸고 곧 퇴원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루트는, 할머니의 치료에 관한 일을 물어보았다.“이진 누나, 이제 성학련은 준비가 되었는데, 제가 또 뭘 해야 할까요?”이진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우선 할머니께서는 작은 수술을 해야 될 거예요. 그러니 우선 수술할 준비를 해놓으셔야 돼요.”곧이어 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