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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체면이 깎이다

설아는 갑작스러운 시선에 등 뒤에 식은땀이 가득했는데, 그저 묵묵히 주먹을 쥔 채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가는 눈썹을 찌푸리고는 가볍게 기침을 하더니 비꼬듯이 말했다.

“이진 씨, 혹시 밥하시기 싫으셔서 장작 패러 가겠다고 하시는 거 아니에요?”

그들은 야영지에 도착한 지 얼마되지 않아 자기소개를 했기에, 서로의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다.

“혹시 장작 패러 갔다가, 또 힘없다고 꾀부리시려는 건 아니죠?”

설아의 목소리는 잔잔한 바람이 스치는 것처럼 부드러웠지만, 꺼낸 말들은 듣기 거북했다.

하지만 야영지에 있는 많은 여자들은 잇달아 설아의 편을 들었다.

이유는 매우 간단했다.

이진과 이건의 사이좋은 모습이 질투 되었기에 이진한테 적의를 품은 것이다.

여자들은 이진을 가리키며 속닥거렸지만, 이진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남자들을 따라 출발했다.

이진이 괜한 일에 힘을 소모할까 봐, 이건은 자상하게 이진의 도끼를 들어주려고 했다.

이진도 이건의 뜻을 알아차리고는 싱긋 웃으며 감사하다고 말한 후 도끼를 그에게 넘겼다.

이때 남자들 사이에 누군가가 몰래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남자는 바로 설아를 좋아하는 방하민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설아는 기분이 좋아 그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이건과 이진을 보자마자 표정이 달라지더니, 더 이상 하민을 상대하지 않은 채 그들을 쳐다보기만 했다.

이유를 물어도 그저 이진이 싫다고만 말했다.

설아가 이진을 싫어하자 하민도 덩달아 이진을 싫어하기 시작했고, 기회를 봐서 설아를 도와주려고 했다.

이진이 도끼마저 혼자 들지 않으려고 하자, 하민은 설아의 말대로 이진이 일하기 싫어 꾀를 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에 하민은 자기도 모르게 비꼬기 시작했다.

“방금 누군가는 출발하기 전에 장작을 패겠다고 잘난 척하시더니, 왜 도끼를 남한테 맡기는 걸까요?”

하민은 말을 하면서 그럴듯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참, 제가 보기엔 도끼를 들 힘조차 없는 것 같은데, 왜 괜히 장작을 패겠다고 따라온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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