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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화 자리를 바꾸다

이 말을 들은 이진과 윤이건은 모두 어리둥절해하며 얼굴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윤이건이 뭘 더 물어보려고 했지만 다른 한 승무원이 한 사람 부축하고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아주 익숙한 얼굴이였다. 그 사람은 그렇게 천천히 걸어와 이진 옆자리에 앉았다.

손님이 자리를 잡자 두 승무원의 얼굴에는 적절한 예의의 미소가 번졌다.

“즐거운 여행 되십시오!”

이 말을 마치자 그녀들은 자리를 떠나 다른 승객들을 도와주었다.

승무원이 떠나자 넋을 잃고 있던 한시혁의 눈빛도 다시 청명을 찾고 깊어졌다. 마치 아까 눈먼 척을 하며 동정을 받던 사람이 그가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의 얼굴은 변함없이 온화하고 유려했지만 이진과 윤이건 눈에는 오히려 양의 탈을 쓴 늑대처럼 보였다.

윤이건은 잠시 눈살을 찌푸리고 그의 먹빛 눈동자에는 찬 빛이 번쩍였다. 이번에도 역시 한시혁이 몰래 비행기 좌석에 손을 댄 것이 분명하다.

장애인인 척하면 좌석을 우선 선택할 수 있는 특권을 갖게 된다.

미리 좌석을 정했더라도 그가 입을 열면 항공사 직원들은 먼저 조율해서 자리를 넘겨줄 것이다.

장애인들 앞에서 윤이건의 신분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 보였고 항공사 직원들도 자연히 윤이건에게 미리 알리지 않았다.

자리를 바꾸면서 윤이건의 좌석은 일등석 맨 뒷줄로 바뀌었고, 이진에게서 가장 멀리 떨어진 구석에 있었다.

이진도 그 경위를 깨닫고 이를 갈며 말했다.

“넌 정말 비열하기 짝이 없어. 장애인을 ‘방패’ 로 삼다니, 짐승만도 못해!”

이진의 속마음을 알면서도 한시혁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기만 했다. 그는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고 좌우를 돌아보며 말했다.

“참 묘한 인연이야. 나 마침 창산에 촬영하러 가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가는 길에 여러모로 많이 부탁해.”

윤이건은 주먹을 불끈 쥐고, 한참 만에야 이 염치없는 얼굴에 잔혹한 흔적을 남기고 싶은 충동을 억제했다.

파렴치한 이 사람과 교감할 생각이 없는 윤이건은 돌아서서 승무원을 찾아갔다.

“난 자리 바꾸지 않을 겁니다. 이 사람 장애인 아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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