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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김하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완벽한 선을 자랑하는 턱에 바짝 힘이 들어가더니 덤덤하게 말을 뱉어냈다.

“말해.”

“8년 전 임국진 씨와 선주영 씨가 이혼하면서 모녀를 A국에 보내서 살게 했는데 8년 동안 돌아오지 않다가 얼마 전 임국진 씨가 데려왔어요.”

김하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서 A국 언어를 잘했던 건가, 거기서 살았기 때문에?

“그게 다야?”

이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목소리였다.

강지우는 머뭇거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선주영 씨는 A국으로 보내진 후 남자아이를 낳았는데 자폐증 때문에 일상생활이 힘들었어요. 그리고 그 남자아이는 돌아오기 전에 교통사고로 죽었답니다.”

미간을 찌푸린 김하준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지난번 그녀의 얼굴에 보였던 슬픈 기색이 동생 때문이었나?

그럼 배 속에 있는 아이는...

“끝이야? 옆에 남자가 있었던 적은 없어?”

“네, 가깝게 지내는 정신과 의사만 있었습니다.”

강지우는 알아보기 위해 그곳으로 보낸 사람들이 전해온 정보를 꼼꼼히 살폈다.

“더 없습니다. 학창 시절 때도 연애하지 않았고 주위에 다른 남자와 가까이 지낸 적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 바로 그 정신과 아이를 뱄을 가능성이 컸다.

자신과의 결혼 때문에 임국진이 데려온 걸까?

돈을 밝혔던 건 A국에서 생활고에 시달렸던 탓에 서류 번역할 때도 돈을 달라고 하고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로 돈을 버는 거다.

이렇게 생각한 김하준은 임서연의 이상한 행동들이 모두 정리가 되었고 하윤재의 말뜻도 이해했다.

마음이 다소 복잡해진 그는 한번 뒤돌아 보고는 계단을 내려와 차에 오른 뒤 병원을 떠났다.

병원에서 임서연은 점심을 먹지 않아 배가 조금 고팠다.

“엄마, 나 팥죽 먹고 싶어요.”

임서연은 갑자기 단것을 먹고 싶었다.

선주영은 다 겪어봤기에 여자가 임신하면 특정 맛의 음식을 먹고 싶어진다는 걸 잘 알았다.

옛말에 신 걸 먹으면 아들, 매운 걸 먹으면 딸이라는 말이 있는데 대체 임신한 아이가 딸인지 아들인지 모르겠다.

“내가 가서 만들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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