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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임서연이 병원에 도착하자 하윤재는 병동 밖 복도에 앉아 무릎에 손을 얹고 무언가 생각하는 듯 허리를 살짝 구부린 채 앉아 있었다.

임서연이 옆에 다가가도 그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무슨 생각 해요?”

하윤재는 고개를 들어 임서연임을 확인한 뒤 감정을 추스르고 병실을 흘깃 쳐다보았다.

“어머님 기분이 안 좋으셔.”

임서연은 마음의 준비를 했다.

“네, 이만 돌아가서 쉬어요. 여긴 내가 있을게요.”

하윤재의 시선이 그녀의 복부를 스치듯 훑었다.

“너도 좀 쉬어야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임서연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고 하윤재는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필요한 게 있으면 전화해.”

임서연이 대답하자 하윤재는 일어서서 바깥으로 걸어갔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임서연은 입술을 달싹였다. 그와 꽤 오래 알고 지냈지만 그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고 그의 가정 배경이나 다른 가족은 어떤지 거의 아무것도 몰랐다.

분명 무슨 일이 있어서 넋이 나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때 하윤재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임서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줌마들한테서 좀 알아봤는데 누가 돈 주고 그런 말을 하라고 시키고 벽에다 낙서까지 하라고 했대.”

임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오빠.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도 돼요.”

임서연이 그를 바라보며 말하자 하윤재는 가볍게 웃었다.

“난 괜찮아.”

임서연은 누구에게나 남에게 하고 싶지 않은 말은 있기 마련이었기에 굳이 더 묻지 않았다.

하윤재가 떠난 후 그녀는 바로 병실에 들어가지 않고 생각했다. 누가 이웃들을 매수한 걸까?

임유리? 심수정?

하지만 그들은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몰랐다.

그렇다면...

쨍그랑-

그때 갑자기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병실에 울려 퍼졌고 임서연은 가슴이 철렁하며 벌컥 문을 열었다. 그러자 선주영의 발 앞에 깨진 유리컵이 보여 얼른 다가가 허리를 굽혀 유리 조각을 주워들었다.

“엄마, 물 마시고 싶어요? 잠깐 앉아 있어요. 내가 다 치우고 물을...”

말을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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