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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김하준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임서연이 자기 위로 쓰러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이마가 그의 턱에 부딪히며 생경한 고통이 밀려왔고 그녀의 입술은 그 아래 불쑥 튀어나온 물건에 닿으며 익숙한 듯 낯선 향기가 훅 밀려왔다.

임서연은 잠시 굳어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얼른 몸을 일으키고 나서야 자신의 입술이 그의 목울대에 닿았다는 걸 깨달았다.

아픈 이마를 어루만지는 그녀의 볼이 화끈거렸다.

창피했다.

김하준도 조금 전 접촉에 잠시 정신을 잃었다가 천천히 시선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가 변태면 넌 뭐야?”

임서연이 말하기도 전에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일부러 옷깃을 정리하는 척 손끝으로 임서연이 방금 입 맞춘 곳을 훑더니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우린 부부잖아. 입 맞추고 싶으면 그냥 말해. 나 그렇게 속 좁은 사람 아니야.”

임서연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누가 입 맞추고 싶어 한다고!

방금 그건 분명 사고였다!

“난 당신이랑 입 맞추고 싶지 않아요!”

임서연이 고개를 돌리며 서둘러 거실을 빠져나가려는데 소파에 가만히 앉아 있던 김하준은 자신과 입 맞추고 싶지 않다는 그녀의 말에 왠지 화가 나서 비꼬듯 말했다.

“그럼 누구랑 키스하고 싶은데?”

그는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널 임신시킨 남자?”

두려움과 수치심이 파헤쳐지며 피투성이가 된 기분이었다.

배 속의 아기가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

김하준의 차가운 말투에 그녀는 가슴에 둔탁한 아픔만 느껴졌다.

분명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데도 그녀는 애써 센 척을 했다.

“당연... 당연히 애 아빠는 좋죠.”

그래, 아주 대단한 여자야!

“임서연, 나한테 빚진 것 잊었어?”

김하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먼지가 묻지 않은 코트 자락을 툭툭 털더니 느긋하게 고개를 들어 침실 문 앞에 굳어 있는 임서연을 바라보았다.

“번역가가 필요해. 내일부터 회사로 출근해.”

땅 계약서를 넘겨줬으니 그도 바라는 게 있을 것이다.

이것만 갚으면 그에게 빚진 것도 없었기에 나쁘지 않았다.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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