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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엄마, 미안해, 날 포기하지 마...”

멈칫한 김하준은 자신의 옷깃을 잡은 그녀의 작은 손을 내려다보았고 시선은 천천히 그녀의 얼굴로 향했다. 어딘가 아픈 듯 아주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김하준은 얼굴을 찡그렸다.

“임서연?”

임서연은 패닉에 빠진 듯 그 말을 못 들었다. 무척 불안해 보였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김하준을 놓아주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김하준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2초간 그녀를 바라보다가 돌아서서 방 밖으로 나갔다.

백재아는 소파에 앉아 두 손으로 물컵을 꼭 쥐고 있었다. 김하준이 1초라도 더 방에 머물수록 그녀의 마음은 괴로웠다.

병원에서 엄마를 돌봐야 할 저 여자가 어떻게 여기로 왔을까.

강지우가 임서연에 대해 알아보려 할 때 백재아에게 이를 들켰고 강지우가 A국에 사람을 보내서 임서연에 대한 정보를 조사할 때 백재아 측 사람들이 한발 먼저 도착한 뒤 임서연에게 그 일을 소개한 여자를 죽여버리고 ‘사고’로 위장해 건물에서 떨어져 죽은 것처럼 만들었다.

강지우가 그날 밤 일의 가장 중요한 점을 알아내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김하준과 임서연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아질까 봐 그녀는 일부러 임서연 엄마가 지내는 아파트 사람들을 매수해 험한 말로 선주영이 입원하도록 자극하게 하고 임서연과 김하준이 함께 있는 시간을 줄이려고 갖은 애를 썼다.

그런데 그 여자가 병원에 있지 않고 김하준 품에 안겼다.

생각하면 할수록 백재아는 속이 무너져 내려 표정 관리조차 잊고 있었다.

방 밖으로 나온 김하준은 미처 감추지 못한 백재아의 표정을 눈에 담으며 태연하게 걸어왔다.

백재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당장이라도 다그치고 싶었지만 다행히 아직 이성이 남아 있었다.

“임서연 씨 어디 아파요?”

김하준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소파에 앉아 가늘고 긴 다리를 꼰 뒤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온기와 냉기가 섞인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백재아를 바라보았다.

백재아는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지경이었고 이런 김하준의 모습에 덜컥 겁에 질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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