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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하지만 다른 뜻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백재아가 다가가 문을 두드리려 하자 우진경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도련님께서 돌아가라고 하지 않았어요?”

우진경이 자신을 싫어하는 건 백재아도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 아무리 잘 보이려 애써도 효과는 미미했다.

우진경은 그냥 가정부가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김하준을 돌봐온 사람이었기에 김하준 앞에서도 나름대로 입지가 있었다.

“아주머니, 전 하준 씨 기분이 안 좋아서 옆에 있어 주고 싶어서요...”

“옆에 있는 건 사모님이 하면 되니까 백재아 씨는 앞으로 자주 오지 마세요. 괜히 사람들이 내연녀라든가 뭐라던가 해서 백재아 씨 이미지만 망가지겠어요.”

과거 김하준이 임서연과 결혼하기 전에도 우진경은 백재아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김하준이 임서연과 결혼한 후에도 백재아는 내연녀처럼 김하준 곁에 달라붙었다.

세상에 내연녀라는 존재를 환영할 사람이 어디 있나.

더군다나 우진경처럼 나이 많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거부감이 들어 했다.

“하준 씨가 좋아하는 사람은 저예요. 임씨 집안 사람하고 결혼한 건 본인이 원해서 한 게 아니에요. 하준 씨 키워주신 분이면서 하준 씨가 행복하길 바라지 않으세요?”

백재아는 큰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써 참았다.

가정부인 그녀가 여기서 자신에게 이래라저래라하는 게 못마땅했다.

“여사님께서 도련님에게 이 결혼을 주선한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도련님은 이미 결혼한 사람인데 백재아 씨는 남의 결혼에 개입해 가정을 파탄 내서 남들 손가락질 받는 내연녀가 되고 싶으세요?”

우진경은 단호하게 말해도 갖춰야 할 예의는 다 갖췄다. 그녀는 백재아를 향해 허리를 굽히며 손짓했다.

“이만 가주세요, 백재아 씨.”

백재아는 양옆으로 드리워진 두 손으로 주먹을 꽉 움켜쥔 채 분노에 몸을 떨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갈 수밖에 없었다.

백재아가 집을 나서자마자 우진경은 곧바로 문을 닫았다.

몸이 굳어지며 천천히 돌아서서 닫힌 문을 바라보는 백재아의 표정이 험상궂게 일그러지며 추한 모습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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