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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임서연이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자 김하준이 백재아를 놓아준 뒤 차분하고 안정된 걸음으로 그녀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칼날 같은 그의 입꼬리가 차갑게 말려 올라간 채 다가와 매정하게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재아한테 사과해!”

임서연은 움직이지 않고 고집스럽게 그의 눈빛을 응시했다.

“난 사과 안 해요!”

아무리 그가 두려워도 그녀는 잘못한 게 없었다. 백재아가 먼저 그녀를 밀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반응한 것뿐이다.

그런데 왜 사과를 해야 하나!

김하준의 시선은 그녀의 완고한 얼굴에 고정되었고 미간은 깊게 파여 있었다. 한 번도 이 여자를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없었던 그는 이성을 잃고 키스하는 순간에도 눈여겨보지 않았다.

마른 그녀의 얼굴은 손바닥만 했고 섬세한 이목구비에 청순함이 가득했다. 별을 박은 듯한 한 쌍의 눈이 고집스럽고 단호하게 그를 응시하고 있다.

두 눈이 허공에 부딪혔고 누구도 물러서지 않았다.

“네가 밀었으니까 사과해야지!”

그의 말투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전처럼 날카롭지는 않았다.

그녀의 표정에 흔들리는 듯했다.

“하준 씨, 난 정말 괜찮아요. 내가 조심하지 않아서 그런 거지 임서연 씨와 상관없어요.”

백재아가 달려와 대치하고 있는 두 사람을 가로막으며 김하준의 팔짱을 꼈다.

“하준 씨.”

그녀는 김하준을 향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물기 어린 두 눈엔 억울함과 인내가 담겨 있었다.

“하준 씨, 내가 중심 못 잡아서 그런 거예요. 하이힐을 너무 높은 걸 신었나 봐요. 진짜 임서연 씨 탓이 아니에요.”

그녀는 필사적으로 임서연을 옹호했다.

김하준의 시선이 바닥으로 향하며 그녀가 신고 있던 하이힐을 바라봤다. 높긴 했어도 분명 임서연이 그녀를 미는 걸 봤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하준 씨, 나 발을 삐끗했나 봐요, 아파요.”

백재아의 예쁜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고 평소 얌전한 모습과는 달리 조금 귀엽기도 했다.

김하준이 손을 뻗어 그녀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이 여자는 아무런 대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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