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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나랑...”

“이제 나가도 돼!”

그녀가 말을 잇기도 전에 김하준이 말을 끊었다.

그는 임서연이 자신과 그 남자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듣고 싶지 않았다.

무척 거슬렸다.

임서연은 입술을 벙긋하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뒤돌아 나갔다.

서재 문이 닫히는 순간 김하준의 얼굴에 있던 평온함과 평정심은 모두 사라졌다.

그는 조금 전 충동적인 본인 행동에 미간을 문질렀다.

짧았지만 인상적이었던 키스를 떠올리며 손가락을 입술로 가져갔고 여전히 그녀의 향기가 남아있는 것 같아 저도 모르는 사이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본인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미소였다.

우스꽝스럽게도 미련이 남았다.

그녀의 입술은 말랑했다, 그날 백재아의 입술처럼.

하지만 그날 밤 이후 그는 백재아에게서 자신을 사로잡았던 그 느낌을 찾을 수 없었다.

그땐 몸 상태가 달라서 그랬던 걸까?

기분이 묘했다.

서재에서 나온 임서연은 어머니가 아직 병원에 계셔서 간병해야 했기 때문에 집에 머물지 않았고 밖으로 나오자 마침 저택에 온 백재아와 마주쳤다.

백재아는 볼 때마다 섬세한 화장과 잘 어울리는 옷차림으로 예쁘고 단아한 모습이었다.

“외출해요?”

백재아가 웃으며 물었다.

“네.”

임서연은 담담하게 대꾸했다. 이 여자와는 그다지 엮이고 싶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것처럼 보여도 누가 알겠나.

“임서연 씨, 당신은 다른 사람 아이를 배고도 하준 씨와 결혼했죠. 하준 씨가 당신이랑 결혼한 건 단지 어머니가 남긴 결혼 약속 때문이지 다른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어요. 하준 씨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니까.”

누가 들어도 분명한 백재아의 말뜻을 임서연이 모를 리가 있나.

김하준이 그녀를 사랑하는 건 다 아는 사실인데 굳이 그녀 앞에서 한 번 더 강조하는 건 텃세라도 부리고 싶은 걸까?

임서연은 웃으며 말했다.

“전 제 주제를 잘 아니까 백재아 씨가 굳이 알려주실 필요는 없어요.”

백재아는 순간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못 한 채 미간을 찌푸렸다. 상대는 나이는 어려도 속내는 성숙한 여자였다.

그 순간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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