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이제 나가도 돼!” 그녀가 말을 잇기도 전에 김하준이 말을 끊었다.그는 임서연이 자신과 그 남자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듣고 싶지 않았다.무척 거슬렸다.임서연은 입술을 벙긋하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뒤돌아 나갔다.서재 문이 닫히는 순간 김하준의 얼굴에 있던 평온함과 평정심은 모두 사라졌다.그는 조금 전 충동적인 본인 행동에 미간을 문질렀다.짧았지만 인상적이었던 키스를 떠올리며 손가락을 입술로 가져갔고 여전히 그녀의 향기가 남아있는 것 같아 저도 모르는 사이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본인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미소였다.우스꽝스럽게도 미련이 남았다.그녀의 입술은 말랑했다, 그날 백재아의 입술처럼.하지만 그날 밤 이후 그는 백재아에게서 자신을 사로잡았던 그 느낌을 찾을 수 없었다.그땐 몸 상태가 달라서 그랬던 걸까?기분이 묘했다.서재에서 나온 임서연은 어머니가 아직 병원에 계셔서 간병해야 했기 때문에 집에 머물지 않았고 밖으로 나오자 마침 저택에 온 백재아와 마주쳤다.백재아는 볼 때마다 섬세한 화장과 잘 어울리는 옷차림으로 예쁘고 단아한 모습이었다.“외출해요?” 백재아가 웃으며 물었다.“네.” 임서연은 담담하게 대꾸했다. 이 여자와는 그다지 엮이고 싶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것처럼 보여도 누가 알겠나.“임서연 씨, 당신은 다른 사람 아이를 배고도 하준 씨와 결혼했죠. 하준 씨가 당신이랑 결혼한 건 단지 어머니가 남긴 결혼 약속 때문이지 다른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어요. 하준 씨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니까.”누가 들어도 분명한 백재아의 말뜻을 임서연이 모를 리가 있나.김하준이 그녀를 사랑하는 건 다 아는 사실인데 굳이 그녀 앞에서 한 번 더 강조하는 건 텃세라도 부리고 싶은 걸까?임서연은 웃으며 말했다.“전 제 주제를 잘 아니까 백재아 씨가 굳이 알려주실 필요는 없어요.”백재아는 순간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못 한 채 미간을 찌푸렸다. 상대는 나이는 어려도 속내는 성숙한 여자였다.그 순간 서
임서연이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자 김하준이 백재아를 놓아준 뒤 차분하고 안정된 걸음으로 그녀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칼날 같은 그의 입꼬리가 차갑게 말려 올라간 채 다가와 매정하게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재아한테 사과해!”임서연은 움직이지 않고 고집스럽게 그의 눈빛을 응시했다.“난 사과 안 해요!” 아무리 그가 두려워도 그녀는 잘못한 게 없었다. 백재아가 먼저 그녀를 밀려고 했다!그녀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반응한 것뿐이다.그런데 왜 사과를 해야 하나!김하준의 시선은 그녀의 완고한 얼굴에 고정되었고 미간은 깊게 파여 있었다. 한 번도 이 여자를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없었던 그는 이성을 잃고 키스하는 순간에도 눈여겨보지 않았다.마른 그녀의 얼굴은 손바닥만 했고 섬세한 이목구비에 청순함이 가득했다. 별을 박은 듯한 한 쌍의 눈이 고집스럽고 단호하게 그를 응시하고 있다.두 눈이 허공에 부딪혔고 누구도 물러서지 않았다.“네가 밀었으니까 사과해야지!”그의 말투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전처럼 날카롭지는 않았다.그녀의 표정에 흔들리는 듯했다.“하준 씨, 난 정말 괜찮아요. 내가 조심하지 않아서 그런 거지 임서연 씨와 상관없어요.”백재아가 달려와 대치하고 있는 두 사람을 가로막으며 김하준의 팔짱을 꼈다.“하준 씨.”그녀는 김하준을 향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물기 어린 두 눈엔 억울함과 인내가 담겨 있었다.“하준 씨, 내가 중심 못 잡아서 그런 거예요. 하이힐을 너무 높은 걸 신었나 봐요. 진짜 임서연 씨 탓이 아니에요.”그녀는 필사적으로 임서연을 옹호했다.김하준의 시선이 바닥으로 향하며 그녀가 신고 있던 하이힐을 바라봤다. 높긴 했어도 분명 임서연이 그녀를 미는 걸 봤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하준 씨, 나 발을 삐끗했나 봐요, 아파요.” 백재아의 예쁜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고 평소 얌전한 모습과는 달리 조금 귀엽기도 했다.김하준이 손을 뻗어 그녀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이 여자는 아무런 대가도
하지만 다른 뜻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백재아가 다가가 문을 두드리려 하자 우진경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도련님께서 돌아가라고 하지 않았어요?”우진경이 자신을 싫어하는 건 백재아도 알고 있었다.그녀에게 아무리 잘 보이려 애써도 효과는 미미했다.우진경은 그냥 가정부가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김하준을 돌봐온 사람이었기에 김하준 앞에서도 나름대로 입지가 있었다.“아주머니, 전 하준 씨 기분이 안 좋아서 옆에 있어 주고 싶어서요...”“옆에 있는 건 사모님이 하면 되니까 백재아 씨는 앞으로 자주 오지 마세요. 괜히 사람들이 내연녀라든가 뭐라던가 해서 백재아 씨 이미지만 망가지겠어요.”과거 김하준이 임서연과 결혼하기 전에도 우진경은 백재아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김하준이 임서연과 결혼한 후에도 백재아는 내연녀처럼 김하준 곁에 달라붙었다.세상에 내연녀라는 존재를 환영할 사람이 어디 있나.더군다나 우진경처럼 나이 많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거부감이 들어 했다.“하준 씨가 좋아하는 사람은 저예요. 임씨 집안 사람하고 결혼한 건 본인이 원해서 한 게 아니에요. 하준 씨 키워주신 분이면서 하준 씨가 행복하길 바라지 않으세요?”백재아는 큰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써 참았다.가정부인 그녀가 여기서 자신에게 이래라저래라하는 게 못마땅했다.“여사님께서 도련님에게 이 결혼을 주선한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도련님은 이미 결혼한 사람인데 백재아 씨는 남의 결혼에 개입해 가정을 파탄 내서 남들 손가락질 받는 내연녀가 되고 싶으세요?”우진경은 단호하게 말해도 갖춰야 할 예의는 다 갖췄다. 그녀는 백재아를 향해 허리를 굽히며 손짓했다.“이만 가주세요, 백재아 씨.”백재아는 양옆으로 드리워진 두 손으로 주먹을 꽉 움켜쥔 채 분노에 몸을 떨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갈 수밖에 없었다.백재아가 집을 나서자마자 우진경은 곧바로 문을 닫았다.몸이 굳어지며 천천히 돌아서서 닫힌 문을 바라보는 백재아의 표정이 험상궂게 일그러지며 추한 모습이 역력했다.
임서연이 병원에 도착하자 하윤재는 병동 밖 복도에 앉아 무릎에 손을 얹고 무언가 생각하는 듯 허리를 살짝 구부린 채 앉아 있었다.임서연이 옆에 다가가도 그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무슨 생각 해요?”하윤재는 고개를 들어 임서연임을 확인한 뒤 감정을 추스르고 병실을 흘깃 쳐다보았다.“어머님 기분이 안 좋으셔.”임서연은 마음의 준비를 했다.“네, 이만 돌아가서 쉬어요. 여긴 내가 있을게요.”하윤재의 시선이 그녀의 복부를 스치듯 훑었다.“너도 좀 쉬어야지.”“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임서연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고 하윤재는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필요한 게 있으면 전화해.” 임서연이 대답하자 하윤재는 일어서서 바깥으로 걸어갔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임서연은 입술을 달싹였다. 그와 꽤 오래 알고 지냈지만 그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고 그의 가정 배경이나 다른 가족은 어떤지 거의 아무것도 몰랐다.분명 무슨 일이 있어서 넋이 나가 있었던 것 같은데...이때 하윤재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임서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아줌마들한테서 좀 알아봤는데 누가 돈 주고 그런 말을 하라고 시키고 벽에다 낙서까지 하라고 했대.”임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오빠.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도 돼요.”임서연이 그를 바라보며 말하자 하윤재는 가볍게 웃었다.“난 괜찮아.”임서연은 누구에게나 남에게 하고 싶지 않은 말은 있기 마련이었기에 굳이 더 묻지 않았다.하윤재가 떠난 후 그녀는 바로 병실에 들어가지 않고 생각했다. 누가 이웃들을 매수한 걸까?임유리? 심수정?하지만 그들은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몰랐다.그렇다면...쨍그랑-그때 갑자기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병실에 울려 퍼졌고 임서연은 가슴이 철렁하며 벌컥 문을 열었다. 그러자 선주영의 발 앞에 깨진 유리컵이 보여 얼른 다가가 허리를 굽혀 유리 조각을 주워들었다.“엄마, 물 마시고 싶어요? 잠깐 앉아 있어요. 내가 다 치우고 물을...”말을 채
“어, 어떻게 치료하면 되죠?”임서연은 말을 더듬으며 그저 간신히 버티고 서있었다.의사는 한숨을 쉬었다.“정신질환은 치료가 쉽지 않은데 하 선생님과 아는 사이고 그분이 정신과 의사이니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네요.”임서연은 아까 하윤재의 행동을 떠올리며 혹시 그가 뭔가 감지했지만 그녀에게 말하지 못한 건 아닐지 생각했다.“어머니 모시고 정신과 진료를 받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임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했다.의사를 돌려보낸 임서연은 바닥에 드러누워 선주영이 자기 얼굴을 할퀴는 모습에 마음이 아파 숨조차 쉴 수 없었다.머릿속에는 그녀가 미쳐 날뛰며 자해하던 모습이 계속 떠올랐다.그날로 선주영은 정신과로 이송되었고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며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정신질환 환자라 가족이라 할지라도 무의식적으로 자해를 하거나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만 면회할 수 있었다.치료를 위해 외부와 거의 고립된 채로 지내야 했다.병원을 나선 임서연은 선주영과 그녀의 물건을 정리한 뒤 집 계약을 물렸다.문에 새겨진 것들 때문에 집주인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선주영의 병원비는 모두 하윤재가 먼저 대주었는데 갈수록 그에게 큰 빚을 지는 것 같았다.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차는 저택 앞에 멈췄고 그녀는 가방을 챙겨 택시비를 지불한 뒤 차에서 내렸다.저택 앞에 선 그녀는 한동안 이곳에서 지내야 한다는 사실에 넋이 나가 있었다.집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차 한 대가 들어왔고 이곳에 오래 살지 않았지만 김하준의 차를 알아본 그녀는 가만히 서 있었다.김하준은 차에서 내려 가만히 서 있는 임서연을 바라보며 다소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어디 갔었어?” 병원에 갔지만 그녀는 이미 퇴원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반나절 동안 어디에 가 있었던 걸까.임서연은 선주영의 일로 이미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라 굳이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덤덤하게 말했다.“일이 좀 있었어요.”김하준은 얼굴을 찡그렸다. 지금 이게 무슨 태도지?그가 성큼
“엄마, 미안해, 날 포기하지 마...”멈칫한 김하준은 자신의 옷깃을 잡은 그녀의 작은 손을 내려다보았고 시선은 천천히 그녀의 얼굴로 향했다. 어딘가 아픈 듯 아주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하준은 얼굴을 찡그렸다.“임서연?”임서연은 패닉에 빠진 듯 그 말을 못 들었다. 무척 불안해 보였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김하준을 놓아주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김하준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2초간 그녀를 바라보다가 돌아서서 방 밖으로 나갔다.백재아는 소파에 앉아 두 손으로 물컵을 꼭 쥐고 있었다. 김하준이 1초라도 더 방에 머물수록 그녀의 마음은 괴로웠다.병원에서 엄마를 돌봐야 할 저 여자가 어떻게 여기로 왔을까.강지우가 임서연에 대해 알아보려 할 때 백재아에게 이를 들켰고 강지우가 A국에 사람을 보내서 임서연에 대한 정보를 조사할 때 백재아 측 사람들이 한발 먼저 도착한 뒤 임서연에게 그 일을 소개한 여자를 죽여버리고 ‘사고’로 위장해 건물에서 떨어져 죽은 것처럼 만들었다.강지우가 그날 밤 일의 가장 중요한 점을 알아내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김하준과 임서연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아질까 봐 그녀는 일부러 임서연 엄마가 지내는 아파트 사람들을 매수해 험한 말로 선주영이 입원하도록 자극하게 하고 임서연과 김하준이 함께 있는 시간을 줄이려고 갖은 애를 썼다.그런데 그 여자가 병원에 있지 않고 김하준 품에 안겼다.생각하면 할수록 백재아는 속이 무너져 내려 표정 관리조차 잊고 있었다.방 밖으로 나온 김하준은 미처 감추지 못한 백재아의 표정을 눈에 담으며 태연하게 걸어왔다.백재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당장이라도 다그치고 싶었지만 다행히 아직 이성이 남아 있었다.“임서연 씨 어디 아파요?”김하준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소파에 앉아 가늘고 긴 다리를 꼰 뒤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온기와 냉기가 섞인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백재아를 바라보았다.백재아는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지경이었고 이런 김하준의 모습에 덜컥 겁에 질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을 마주한 백재아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싸늘한 그의 눈빛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난...”문득 평소 얌전하고 단아하던 그녀의 표정이 다소 일그러졌다.“무서워서요, 무서워서 그래요!”그녀는 김하준의 품에서 벗어나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고통스럽게 울먹였다.“당신이 이 땅을 임서연 씨에게 줄까 봐, 임서연 씨가 아내라는 이유로 그 여자를 사랑하게 될까 봐 무서워서 그래요. 그래서 날 버릴까 봐...”백재아는 너무 슬픈 표정으로 서럽게 울면서 말했고 이는 김하준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이었다.눈을 질끈 감고 미간을 찌푸린 김하준의 복잡한 표정은 속내를 알 수 없었다.오랜 시간이 흐른 뒤 백재아는 울음에서 흐느낌으로 바뀌었다.그녀는 참을 땐 꾹 참지만 때로는 눈물과 호소로 남자의 마음을 흔들어야 한다는 걸 잘 알았다.눈을 뜬 김하준은 침착함을 되찾고 손을 뻗어 그녀를 다시 품에 안았다.“그렇게 속상해?”백재아는 그의 품에 기댄 채 흐느꼈다.“그냥 당신을 잃을까 봐 무서워서 그래요.”김하준은 한숨을 내쉬었다.“안 그래.”그녀는 조금은 수작을 부리고 계산적이며 겉보기만큼 순수하지 않을지라도 몇 년 동안 그의 곁을 지킨 건 사실이라 김하준도 더 캐묻지 않았다.방안에서 임서연은 휴대폰 벨 소리에 잠에서 깼다.하윤재가 보낸 메시지였는데 자신이 살던 동네 이웃들 사진이었고 사진을 보니 어떤 여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이 뒷모습은...임서연은 어딘가 익숙한 것 같았지만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았고 뒷모습의 주인공이 누구일지 고민하고 있을 때 문득 속이 울렁거렸다.“욱...”그녀는 안방을 뛰쳐나가 화장실로 달려간 뒤 세면대 앞에 엎드려 헛구역질했다.거실에 있던 강지우는 임서연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굳어버렸고 화장실 문도 닫히지 않아 엎드린 채 토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무척 괴로워 보였다.“임서연 씨 임신했어요.” 백재아는 구토하는 임서연을 바라보다가 김하준이 모른다고 생각했는지 일부러 그렇게
임서연은 그렇게 문 앞에 서서 백재아를 바라보고 있었다.백재아는 그녀의 시선에 괜히 긴장하며 휴대폰 화면을 슬쩍 봤지만 멀리 떨어져 있어서 휴대폰 안에 무엇이 있는지 볼 수 없었다. 게다가 김하준이 앞에 있으니 화를 낼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덤덤하게 물었다.“임서연 씨, 왜 그렇게 쳐다봐요?”백재아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임서연은 김하준 앞에서 그녀에게 다그쳐 묻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침착함을 되찾고 그렇게 하지 않았다.백재아는 김하준이 사랑하는 여자였고 설령 그녀가 무슨 짓을 했다 해도 김하준이 어떻게 고작 계약 결혼한 아내를 위해 사랑하는 여자를 벌하겠나.임서연은 손에 든 휴대폰을 꽉 움켜쥔 채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진정하고 백재아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백재아 씨가 너무 예쁜 것 같아서 넋을 잃고 봤네요. 괜찮으시죠?”그렇게 말하며 임서연은 두 사람을 향해 다가갔다가 테이블 위에 놓인 서류에 시선이 닿았고 손을 뻗어 서류를 집어 드니 리버타운 양도 계약서였다.그녀는 시선을 들어 김하준을 바라보고는 웃으며 물었다.“나한테 주는 거예요?”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런 동요도 없던 김하준이 덤덤하게 대꾸했고 백재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떴다.이, 이게 정말 임서연을 위한 거라고? 대체 왜?백재아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임서연은 백재아를 돌아보았다. 분명 화가 나면서도 참는 모습에 속으로 코웃음이 났다.“백재아 씨, 내가 김하준 씨 아내라서 나한테 주는 건데 이 정도는 괜찮잖아요?”백재아는 분노에 몸서리치고 있었다. 이 망할 여자가 뻔뻔하게!감히 김하준의 아내라고 말해? 주제도 모르고!김하준만 없었으면 당장이라도 그녀의 뺨을 후려쳤을 거다!“당연하죠.”백재아는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임서연 씨가 진짜 안주인인데 제까짓 게 뭐라고요...”“백재아 씨는 대표님이 좋아하는 분이고 오랫동안 곁에 있었는데 왜 그렇게 자기를 낮춰요?”강지우는 고개를 들어 임서연을 슬쩍 보았다. 이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