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095화

Author: 고운
이엘리아의 표정을 보며 앨리스는 미소를 지었다.

“이제 연기 그만할래?”

그러자 이엘리아는 냉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난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하지만 앨리스는 이 말을 믿지 않으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이엘리아, 내가 널 모를 것 같아? 지금 네 마음속엔 오빠에 대한 증오만 가득할 텐데, 맞지?”

자기중심적이고 악랄하며 극단적인 성격인 이엘리아가 스스로 반성할 리가 없었다. 그녀는 절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남에게 돌리며 스스로가 억울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복수를 꿈꾸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엘리아가 서희수와 빈센트 윌슨 앞에서 이렇게 행동하는 것도 결국은 그들이 카이사르에게 불만을 가지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앨리스는 확신했다.

“뭐야? 오빠 때문에 내 실체를 폭로하겠다는 거야?”

이엘리아는 더 이상 부정하지 않고 앨리스를 차갑게 노려보았다.

앨리스는 만약 자신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카이사르를 위해 이엘리아를 설득하려고 하면 이엘리아가 자신마저도 해치려 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설마 내가 그러겠어?”

앨리스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원래라면 앨리스는 이 일을 계기로 이엘리아와 카이사르가 화해하길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카이사르가 이미 김시연과 결혼해버렸으니 그녀는 더 이상 그와의 관계를 꿈꿀 수 없었다. 그런데 왜서 앨리스는 문제를 일으키려 하는 것일까?”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카이사르에게 그 대가가 무엇인지 톡톡히 보여주려는 것이었다.

‘카이사르... 당신은 평생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게 될 거야.’

“똑똑하네.”

이엘리아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아까 그 말... 오빠가 김시연이랑 결혼했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구치소에 있을 때 오빠가 김시연과 강남시에서 결혼식을 올렸어. 그때 알게 된 건데 카이사르 오빠가 진짜 좋아한 사람은 김시연이었지 너나 다른 사람이 아니었어.”

이엘리아의 얼굴이 일순간 일그러졌다.

‘정말 내 오빠 맞아? 내가 구치소에서 고생하고 있을 때 자기는 결혼할 생각이나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위태로운 제안   제1096화

    빈센트 윌슨은 서둘러 병원에 도착해 서희수가 슬픔에 잠겨 있는 모습을 보고는 재빨리 그녀를 위로했다.서희수는 눈물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만약 제때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난 상상조차 할 수 없어요... 우리 딸이, 이제 겨우 스물여섯인데, 하마터면... 너무 두려워요...”윌슨은 그녀를 안심시키며 말했다.“걱정 마, 다 잘될 거야. 내가 여기서 기다릴 테니까 당신은 먼저 가서 쉬어. 또 병이라도 날라.”하지만 서희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난 여기서 이엘리아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거예요.”그녀의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가득했다.두 시간이 지나자, 드디어 응급실 밖의 빨간 불이 꺼졌다.의사가 안에서 나와 마스크를 벗고 이마의 땀을 닦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환자는 이미 응급 처치를 받았습니다. 병원에 아주 제때 도착했어요. 조금만 늦었더라면 생명이 위험할 뻔했습니다.”이 말을 들은 서희수는 다시 한번 눈물을 쏟아냈다.“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러자 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별말씀을요.”곧 이엘리아는 인공호흡기를 착용한 채 병실로 옮겨졌다.윌슨은 창백하고 생기 없는 모습으로 병상에 누워 있는 딸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처음에는 이엘리아의 상태가 연기일 수도 있다고 의심했지만 지금은 그 생각을 접었다.서희수는 눈물을 계속해서 닦아냈고 눈이 붓도록 울었다.오랜 시간 병실에서 지켜보던 서희수는 마침내 마음을 다잡았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핸드폰을 꺼내 연도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윌슨은 고개를 들어 서희수를 바라보고 있었다.서희수는 굳은 표정으로 단호하게 말했다.“이번에는 나 말리지 마세요. 내가 반드시 도진이를 불러서 따져야겠어요. 이엘리아가 어떻게 이렇게 됐는지, 오빠로서 도대체 어떻게 한 건지 말이에요. 그리고 도진이의 결혼도 난 절대 허락할 수 없어요!”서희수는 이전에는 김시연을 직접 만나보고 판단하겠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무엇이든 상관없이 그들이 함께하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결

  • 위태로운 제안   제1097화

    연도진이 필라시로 향할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부승민은 낯선 이메일을 받았다.이메일을 열자마자 그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움츠러들었다. 사진 속 여성을 보며 그의 눈빛은 점점 어두워졌고 마우스를 쥐고 있는 손에 갑자기 힘을 들어가며 경직되었다.사진의 배경은 해외의 어느 병원 산부인과로 보였다. 사진 속 여자는 한 손으로 불룩하게 나온 배를 감싸고 다른 손에는 검사 결과지를 들고 간호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그 여자의 얼굴은 부승민에게 너무나도 익숙했다. 온하랑이였다. 아주 젊은 온하랑, 대략 스무 살 정도로 보였고 풋풋하고 순수한 모습이었다.그녀는 몸매가 여전히 가늘고 가녀렸지만 배는 유독 부풀어 올라 힘들어 보였다.부승민은 눈을 감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가 이 일을 잊으려 할 때마다 누군가가 항상 다양한 방법으로 그를 괴롭혔다.‘도대체 누가 이 일을 이렇게 잘 알고 있는 거지? 누가 그토록 나와 온하랑이 잘 지내지 않기를 바라는 걸까?’그 답은 점점 분명해지고 있었다.이 사진을 보내온 사람이 단순히 부승민을 화나게 하려고 이 사진을 보낸 것이 아니라는 것도 분명했다.얼마 후, 그 사람은 또 다른 이메일을 보냈다.[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그리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나요? 11월 4일, 필라시 헨리 호텔 0302호로 오세요. 기회는 이때뿐입니다.]이메일에는 두 장의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첫 번째 사진에는 온하랑이 병원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었는데 그녀의 배는 이미 납작해져 있었다. 두 번째 사진에는 간호사가 갓 태어난 듯한 작은 남자아이를 안고 목욕시키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부승민의 얼굴은 점점 심각해졌다.그는 이 이메일을 보낸 사람이 부선월이라고 생각했다.전에 부승민은 부선월이 필라시에서 온하랑을 몇 번 목격하고 그저 사진 몇 장을 찍었을 뿐이라고 여겼다.하지만 이제 이 사진은 온하랑이 출산을 한 병실에서 찍은 것이 명백했다.그리고 아이는 분명히 이 사진을 찍은 사람에게 인도되었을 것이다.깨어나 아이가 없어

  • 위태로운 제안   제1098화

    온하랑은 김시연의 말을 듣고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거의 맞아. 연도진 씨랑 결혼식을 올렸으니 주변 사람들 눈에는 너희가 부부로 보일 거야. 같이 있는 게 당연하지 않겠어? 연도진은 외부 사람들에게는 고아로 보이니까 너희가 아이를 가지면 그 아이는 네 성을 따르고 가업을 잇는 게 자연스럽겠지. 연도진 씨가 필라시에 간다면 그냥 출장 간다고 생각하면 돼. 만약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냥 그 사람이 죽었다고 생각해. 이엘리아 같은 사람들은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무시해버려.”김시연은 웃으며 대답했다.“온하랑, 너 이제는 정말 경험이 많아졌구나.”그러자 온하랑은 피식 웃으며 감자를 골랐다.“이미 오래전에 깨달았어. 감정에 너무 집착할 필요 없어. 지금 이 순간을 잘 살아가면 되는 거야. 미래의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면 돼.”김시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그럼 지금 만약 부승민이 죽으면 너는 어떻게 할 거야?”온하랑은 감자를 손에 들고 멍하니 있다가 되물었다.“뭐라고?”김시연은 질문을 반복했다.“내 말은 만약 지금 부승민이 죽으면 넌 어떻게 할 거냐고.”온하랑은 잠시 생각한 후 대답했다.“부승민이 죽는다면... 그 사람의 장례를 치러주고 한바탕 울고 나서 계속 잘 살아가겠지.”김시연은 또 물었다.“안 슬퍼할 것 같아?”온하랑은 잠시 고민한 후 솔직하게 말했다.“예전 같았으면 매우 슬펐을 거야. 아마 그 사람이랑 함께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슬프긴 하겠지만 이제는 그 사람이 내 미래에 영향을 주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이 말에 김시연은 잠시 침묵하다가 장난스럽게 물었다.“그럼 부승민이 처음에 추서윤이랑 사귈 때 너한테로 빼앗아 올 생각은 안 해봤어?”온하랑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아니. 왜냐하면 내가 본가에서 부승민이랑 추서윤이 함께 있는 모습을 직접 봤거든.”온하랑은 또 다른 감자를 골라 플라스틱 봉지에 넣으며 한숨을 쉬었다.“그리고 할아버지가 나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셨어. 한쪽

  • 위태로운 제안   제1099화

    온하랑의 심장은 두 번 크게 뛰었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손에 든 작은 빨간 방울토마토를 만지작거리며 무심한 듯 물었다.“뭐가 그렇게 좋아?”그러자 부승민은 손을 닦으며 온하랑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은 부드럽고 그 속에는 별빛처럼 빛나는 무언가가 있었다.“그냥... 그저 기뻐.”그는 이전에 받은 두 개의 이메일로 인해 느꼈던 모든 답답함이 사라진 것 같았다.“아, 그래.”대충 대답한 뒤, 온하랑은 그가 김시연과 자신이 한 통화를 엿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씻은 방울토마토를 들고 부엌을 나서려고 했다.그러나 부승민은 온하랑의 앞을 가로막고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온하랑은 그를 피해 옆으로 한 걸음 옮기려 했지만 부승민도 따라 움직였다.“뭐 하는 거야?”온하랑은 미간을 찌푸렸다.부승민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에서 과일 접시를 받아들고 조리대 위에 올려두며 말했다.“하랑아, 난 정말 행복해.”그의 목소리는 이미 하늘 끝까지 올라간 듯 들떠 있었다.“기쁘면 기쁜 거지 왜 자꾸 나한테 말하는 건데?”온하랑은 약간 짜증이 난 듯 말했다.“알았어. 하랑아, 너 진작부터 나를 좋아했구나.”“자만하지 마.”“자만하는 게 아니라 네가 직접 말했잖아.”표정은 웃고 있었지만 부승민의 눈가에는 약간의 붉은 기운이 맴돌았다.온하랑이‘만약 부승민이 죽으면’이라고 말하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부승민은 나머지 모든 말을 들었다.그리고 이제야 온하랑이 그를 좋아했음을 깨달았다.하지만 부승민은 그녀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주었다.그 당시 그의 관심은 다른 사람에게 향해 있었고 온하랑이 자신을 바라볼 때마다 감정을 억누르고 있다는 것을 보지 못했다.부승민은 온하랑의 뜨거운 사랑을 잃어버렸고 그녀가 가장 그를 사랑했을 때 그 기회를 놓쳐버렸다.이를 깨달았을 때, 온하랑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하지만 부승민은 다행히도 그녀를 다시 붙잡았다.이제 그는 그녀에게 조금씩 더 다가갈 것이다.“난 아무 말도

  • 위태로운 제안   제1100화

    “나도 너한테 감사할 게 있긴 해. 네가 내 삶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난 아마 오랫동안 퇴폐해 있으면서 학업과 대학 입시에 영향이 미쳤을 거거든. 제의대에 합격할 수도 없었을 거야.”부승민은 잠시 침묵한 후 조용히 물었다.“제의대 경영학과에 지원한 게 나 때문이었어?”온하랑이 부승민을 좋아한 시점이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일찍이었음을 깨닫고 그는 놀랐다.하지만 지금 보니 그녀는 이미 고등학교 시절부터, 아니 어쩌면 더 이른 부씨 일가에 들어와서부터 자신을 좋아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 당시 온하랑의 모습은 이제 기억 속에서 거의 사라져버렸고 그저 몇 가지 흐릿한 장면들만이 떠올랐다. 그들은 본가에서 처음 만났고 부승민은 오빠로서 그녀의 성적에 대해 한 번 물어봤던 적이 있었다.하지만 그 이후로는 그저 형식적인 인사말을 주고받았을 뿐이었다. 온하랑은 항상 조심스럽고 예의 바르게 행동했으며 부승민에게 어떤 특별한 감정을 보이지 않았다.여름방학이 거의 끝나갈 즈음, 그는 할아버지에게서 온하랑이 제의대 경영학과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녀가 부승민의 직계 후배가 된 것이다.할아버지는 온하랑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면 부승민에게 조언을 구하라고 했고 부승민은 시간을 내어 그녀를 가르쳐주라 당부했다. 두 사람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을 받아들였다.하지만 온하랑은 한 번도 그를 찾아오지 않았고 부승민도 그녀를 찾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캠퍼스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도 그저 가볍게 인사를 나누는 정도였다.온하랑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런 셈이야.”부승민은 그녀의 대답에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그럼 BX 그룹에 들어간 것도 나 때문이야?”온하랑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그리고 할아버지의 기대도 있었어.”부승민은 조용히 웃었다.“너 정말 잘 숨겼구나. 난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 온하랑, 그래서 감독들이 널 캐스팅하려고 했구나.”이 말에 온하랑은 고개를 들어 부승민을 바라보았다.“우린 원래 관계가 별로 좋

  • 위태로운 제안   제1101화

    부시아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온하랑은 부승민의 어깨를 밀며 그를 서둘러 밀어냈다.“시아가 들어오려고 해.”부승민은 아쉬운 듯 그녀의 입술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손으로는 여전히 온하랑의 허리를 살짝 어루만지고 있었다.“오늘 밤 나 여기서 자고 싶어.”온하랑은 그 말을 듣고 눈을 흘기며 그의 손을 떼어내고 과일 접시를 들어 부시아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부시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다 씻었어. 이제 먹어.”부시아는 온하랑의 빨갛게 물든 입술을 보고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고마워요, 숙모.”온하랑은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어린애가... 너무 똑똑해도 문제네.’부승민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부시아 옆에 앉으며 말했다.“시아야, 오늘 밤 여기서 자고 갈까?”그러자 부시아는 눈을 반짝이며 신나서 고개를 끄덕였다.“숙모랑 같이 잘래요!”“너 이제 유치원에서도 제일 큰 언니, 누나잖아. 혼자 자는 게 좋지 않겠어? 송이랑 같이 자는 건 어때?”부승민은 부시아에게 살짝 윙크하며 말했다.그러자 부시아는 온하랑을 한 번, 부승민을 한 번 번갈아 보며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모든 것을 이해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알았어요, 알았어요. 곧 헤어질 텐데 내가 양보할게요.”=온하랑은 그 말에 할 말을 잃었다.부시아는 부승민을 향해 당당하게 말했다.“아빠가 떠나면 숙모는 제 거예요!”부승민은 딸의 만족스러운듯한 표정을 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아빠, 왜 그래요?”부시아는 부승민이 갑자기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보고 작은 손을 흔들며 물었다. 아이의 동그란 얼굴에는 궁금증이 가득했다.“아니야. 그냥 생각이 좀 나서.”부승민은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온하랑은 아직 처리하지 못한 업무가 있어 서재로 가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부승민은 부시아에게 거실에서 놀게 한 후, 온하랑을 따라 서재로 들어갔다.그는 서재를 둘러보며 말했다.“아이도 크고 있

  • 위태로운 제안   제1102화

    온하랑이 욕실로 들어가려고 할 때, 부승민이 문 앞에서 물었다.“샤워하려고?”“응.”곧 온하랑이 화장실로 들어서며 문을 닫으려는데 부승민이 그녀를 따라 들어왔다.“뭐 하는 거야?”그녀는 배를 살짝 감싸며 놀란 눈으로 부승민을 바라보았다.지금 자신은 그와 함께 샤워할 수 없는 상태였다.부승민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미끄러질까 봐 걱정돼서 같이 씻으려고. 걱정 마. 너 임신 중이니까 아무 짓도 안 할게...”온하랑은 어이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부승민은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다가가 문을 닫으며 덧붙였다.“둘이 함께 씻으면 물도 절약되고... 안심해도 돼. 아무 일도 안 할 테니까.”온하랑은 할 말을 잃었지만 결국 그가 하는 대로 두었다.부승민은 온하랑의 동의에 조용히 웃으며 셔츠의 단추를 하나씩 풀어내렷다.뒤이어 단단한 근육과 선명한 복근이 드러났고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는 V라인이 허리 아래로 이어졌다.그 부분은 허리띠에 가려져 있었지만 온하랑은 무심코 그 허리띠를 알아보았다. 결혼 생활 중에 자신이 사준 것이었다.시선을 돌리며 생각을 정리하려 했지만 고개를 들자 온하랑은 부승민이 자신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온하랑은 힐끗 흘겨보고 다시 시선을 돌렸다.임신 5개월째, 그녀의 몸도 많이 변했고 배뿐만 아니라 가슴도 무거워졌다. 그러나 부승민은 그것을 매우 좋아하는 듯 보였다.샤워가 끝난 후, 온하랑은 피로감에 푹 잠긴 채 부승민에게 안겨 침대로 옮겨졌다. 그녀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입술은 살짝 벌어져 깊은숨을 쉬고 있었다.부승민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그녀를 놀라게 했지만 이번에는 적절히 자제해 온하랑을 만족시켰다.부승민은 욕실을 간단히 정리한 후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 자연스럽게 온하랑을 끌어안았다.“하랑아?”“응?”졸린듯한 목소리로 온하랑이 대답했다.“아니야. 그냥 자.”“...”온하랑은 속으로 ‘이 바보 같은 사람'이라고 중얼거리며 금세 깊은 잠에 빠졌다.하지만

  • 위태로운 제안   제1103화

    연도진의 시선을 마주하자 이엘리아는 속이 불안해지고 머리가 아찔해졌다.마치 연도진이 그녀의 모든 계략을 꿰뚫어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하지만 그가 알아챘다 한들, 부모님이 자기편에 서 있기만 하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얼굴이 창백해지며 곧 이엘리아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러고는 작은 목소리로 겨우 한 마디 내뱉었다.“오빠...”서희수는 그런 이엘리아를 보고 급히 딸의 어깨를 다독이며 연도진을 향해 화를 냈다. “네 동생이 아직 아프잖아. 좀 더 상냥하게 대해 줄 수 없어?”연도진은 이엘리아를 한 번 쳐다본 후,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지금 여기서 편안하게 치료를 받고 있고 강남시 구치소에서 재판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난 충분히 상냥하게 대하는 거라고 생각해요.”서희수가 더 말하기 전에 이엘리아는 구치소라는 단어에 격한 감정을 느껴 일부러 다리 위를 세게 꼬집으며 눈물을 쏟아냈다.그러고는 서희수의 품으로 몸을 숙이며 말했다.“엄마, 오빠가 또 저를 작은 방에 가두려고 할까요? 제발 저 가두지 말라고 말 좀 잘 해주세요. 저 오빠 말 들을게요...”그러자 서희수는 그녀를 부드럽게 위로하며 말했다.“걱정 마, 엄마가 있으니까. 네 오빠랑 얘기하고 올게. 이엘리아, 착하게 기다리고 있어.”이엘리아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고 서희수는 연도진을 차갑게 쳐다보며 말했다. “카이사르, 나랑 얘기 좀 하자.”그렇게 연도진은 잠시 이엘리아를 쳐다본 후, 따라나서며 방을 나왔다.“카이사르, 강남시에서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네 여동생이 저렇게 된 거야?!”서희수는 계단 옆에서 분노에 차서 물었지만 연도진은 여전히 차분한 얼굴이었다.“엄마, 먼저 진정하세요. 건강이 걱정돼요.”“네 동생이 저렇게 되어 있는데 나더러 어떻게 진정하라는 거야?”연도진은 주위를 천천히 둘러본 후, 한 걸음 물러나 벽에 기대어 그녀를 바라보았다.서희수는 여전히 화난 얼굴로 물었다.“너, 이엘리아에게 집에서 쫓아내겠다고 말했었지?”연도진

Latest chapter

  • 위태로운 제안   제1307화

    방안은 어두웠고 쥐죽은 듯 조용했으며 가끔 바깥 거리에서 들려오는 기적 소리만 들렸다.설윤이 네 번째로 몸을 뒤척일 때 옆에서 최동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잠이 안 와요?”낮고 유혹적인 목소리가 깊은 밤의 정적을 뚫고 그녀의 고막을 가볍게 두드렸다.“... 네, 동철 씨도 잠이 안 와요?”“네.”최동철은 낮은 소리로 대답했지만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실내는 다시 조용해졌고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집안의 난방이 너무 커서인지 설윤은 온몸이 뜨거워지는 것 같아 다치지 않은 발목으로 이불을 걷어차며 팔을 이불 밖으로 내밀었는데 조심하지 않고 최동철이 밖에 놓은 팔과 부딪혔다.피부가 닿는 순간 설윤은 재빨리 팔을 비켰으나 뜻밖에도 최동철은 그녀의 손목을 잡고 떠나지 못하게 했다.그의 손은 매우 컸다. 뜨거운 온도가 그녀의 몸에 닿는 순간 그 뜨거운 열기가 서서히 얼굴에 퍼지며 설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설윤은 머뭇거리다가 그의 손에서 손목을 빼려고 힘을 썼지만 실패했다.“뭐 하는 거예요?”“보통 운동 후에 몸이 피곤해서 잠이 잘 오는데, 한 번 시도해 보겠어요?”최동철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어둠 속에서 그의 표정은 볼 수 없었지만 설윤은 그의 차분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마치 아침에 무엇을 먹을지 묻는 것 같았다.몇 초 동안 머뭇거리다가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네.”그 목소리는 깃털처럼 가벼워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았다.그녀의 대답은 마치 닫힌 문을 여는 열쇠처럼 들렸다. 최동철은 그녀의 팔을 풀어주었는데 그녀가 손을 거둘 때 신속히 이불을 젖히고 안으로 들어갔다.남자는 공격적인 기운을 풍기며 달려들어 순식간에 그녀를 덮쳤다.설윤은 저도 모르게 또 겁이 났다.그녀는 숨을 죽이고 손끝을 그의 가슴에 떨어뜨린 채 천천히 위로 거슬러 올라가 어깨에 놓았다.“... 몸에 상처가 있는데 그럼...”“조심할게요.”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두 눈이 마주쳤다.서로의 눈 밑에는 빛을 볼 수

  • 위태로운 제안   제1306화

    설윤이 차례로 밖에 씌워져 있는 랩과 붕대를 제거하니 몇 바늘 꿰맨 상처가 드러났다.그녀는 알코올로 주변을 부드럽게 닦은 후 다시 연고를 꺼내 면봉으로 고르게 발랐다.최동철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고개를 숙이고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드러난 옆모습은 매끄러운 얼굴 라인을 자랑했다. 아마 스무 살 어린 나이어서인지 볼에는 젖살이 있어 통통했고 피부는 희고 섬세해서 모공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거즈를 몇 바퀴 두른 후 설윤은 나비 모양으로 매듭을 지었다.“다 됐어요.”“고마워요.”“별말씀을요.”설윤은 자신의 발목을 내려다보았다.“난 샤워하러 가고 싶어요. 욕실에 걸상 하나 놔줄 수 있어요?”최동철은 몸을 일으켜 동그란 걸상을 들고 화장실로 갔다. 다시 나오면서 그는 다치지 않은 팔을 내밀려 말했다.“부축해 줄게요.”설윤은 느릿느릿 침대로 옮겨 한 손을 그의 팔에 얹고는 다치지 않은 발을 먼저 땅에 대고는 절뚝거리며 화장실로 갔다.그녀를 안쪽 욕실로 데려다준 후 최동철은 샴푸 등을 욕실 벽에 있는 선반 위에 놓아주고는 밖으로 나가며 문을 닫아 주었다.설윤은 느릿느릿 옷을 벗었다. 속옷은 팬티는 이거 하나밖에 없었다. 빨면 곧 마를 수 있겠지만 마르기 전에는 그저...이틀 전에는 혼자 살아서 괜찮았지만 지금은 곁에 남자가 한 명 많아졌다.그러나 씻지 않으면 위생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다.‘이럴 줄 알았으면 두 장 더 사는 건데...’고민 끝에 설윤은 속옷을 빨았다. 다 빤 후 드라이어로 말리면 10분 정도면 다 마를 수 있었다.이때 설윤은 문득 최동철이 나왔을 때 머리를 말리지 않은 것이 떠올랐는데 보아하니 드라이어로 팬티를 말린 것 같았다.간단히 샤워를 마친 후 설윤은 팬티를 씻고 말린 후 간단히 머리도 말렸다. 그런후 속옷과 팬티를 입고 목욕 수건을 둘렀는데 다행히도 이 수건은 충분히 길어서 가슴부터 무릎까지 감쌀 수 있었다.이때 밖에서 문소리가 들렸다.“다 씻었어요?”“...네.”“그럼 제가 들어갈까요?”

  • 위태로운 제안   제1305화

    그녀의 최근 행동을 보면 물질, 환경, 품질 등에 큰 요구가 없는 것 같다."물론이죠."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부잣집 도련님은 일반인에게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설윤은 회억에 잠겨 말했다.“제가 아주 어렸을 때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그때 이웃들이 그러는데 엄마 병은 고칠 수 있었지만 돈이 없어서 일찍 퇴원했기 때문에 병세를 끌어서 돌아갔다고 했어요.”엄마가 돌아간 후 집주인은 장례를 치러주고는 그녀를 보육원에 보냈다.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최동철은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미안해요.”그는 그녀의 신원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문서에는 간단히 ‘6살 때 생모 병으로 사망’으로만 적혀있었다. 그녀의 입을 통해 들으니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괜찮아요. 다 지나갔어요.”설윤은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고개를 갸웃했다.“혹시 동철 씨는 돈이 싫으세요?”최동철은 그녀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돈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왜 최국환과 임가희와 암투를 벌였을까?“돈은 나에게 있어 숫자일 뿐이죠. 어쩌면 우리가 다투는 것은 돈이 아니라 권력이에요. 더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권력이죠.”최동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설윤은 아는 둥 마는 둥 고개를 끄덕였다. 호텔에서 최동철을 끌어들인 후 그는 주위를 살펴보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가 처음으로 이렇게 허름한 곳에 왔다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고 선택의 여지가 없어 참았을 뿐이다.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었을 뿐인데 겨울 날씨여서 그런지 금세 어두워졌다.저녁을 먹은 후 설윤은 또 얼음찜질하고 연고를 한 번 더 발랐다.발목 부기가 많이 가라앉은 것 같았다.화장실에서 물소리가 나는 것을 보아 최동철이 샤워를 하는 모양이다.며칠 동안 피해 살다가 드디어 안전하고 안정된 환경에 이르자 그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어깨에 부상이 났다고 설윤이 일깨워주었지만 최동철은 신경 쓰지 않고 랩으로 상처를 감싼 후 씻으러 갔다.설윤은 저도 모르게 어젯밤에 본 화면이 떠올랐다.넓은 어깨와 가슴,

  • 위태로운 제안   제1304화

    최동철은 잠시 눈을 내리깔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그런데, 젊은이. 아내랑은 어떻게 알게 됐어? 정말 잘 어울리네.”둘 다 잘생기고 아름다웠으니까.“저희는... 대학 동기입니다.”“그래? 몰라보겠어. 아내는 참 어려 보이는데 벌써 스물여섯이라니.”최동철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네, 동안이라 자주 오해를 받습니다.”스물여섯은 설윤의 가짜 나이였다.집주인은 작은 양념병을 들고 나와 최동철에게 건넸고 우유 두 병도 함께 내주었다.돌아온 후, 최동철은 집주인 아주머니의 말을 설윤에게 전했다.설윤은 웃으며 말했다. “동철 씨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서로 잘 맞춰주니 완벽하네요.”최동철은 가볍게 웃으며 가스레인지의 밸브를 열었다.점심은 밥에 감자 볶음과 돼지고기였다.최동철의 요리 실력은 훌륭했다. 삼겹살을 바삭하게 볶아내 느끼함 없이 밥과 잘 어울렸다.다행히도 다친 쪽은 왼팔이라 오른손으로는 무리 없이 할 수 있었으나 속도는 다소 느렸다.식사 후, 설윤은 다시 한 번 발목에 냉찜질을 했다.냉찜질을 끝낸 후 최동철이 약을 가져오자 설윤이 말했다. “제가 할게요.”“그래요.” 최동철은 순순히 응했다. 한 손으로는 불편했으니까.바쁜 대도시의 일상에서 벗어나 외출할 수 없는 민박집 안, 두 사람은 갑자기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설윤은 침대에 기대어 휴대폰을 만지작거렸고 최동철은 소파에 앉아 눈을 감은 채 잠시 멍하니 있었다.설윤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옆모습은 뚜렷한 이마선과 오똑한 콧대가 더해져 눈매가 깊어 보였고 날카로운 턱선이 또렷했다.정말 잘생겼다.그의 이목구비는 최국환과 약간 닮았다.하지만 나잇살이 들어 퉁퉁해진 최국환과는 달리 최동철은 참으로 젊었다. 눈빛 속에도 서른 살 남자의 단단함으로 가득했고 이는 세상 물정에 밝고 노련한 최국환과 완전 달랐다.잠시 머뭇거리던 설윤이 말했다. “동철 씨, 피곤하면 여기서 주무세요.”그의 키는 너무 커서 작은 소파에선 편히 쉴 수 없었다.설윤은 발목 부상

  • 위태로운 제안   제1303화

    최동철은 약품이 담긴 봉지를 찾아 안에서 멍과 부기를 가라앉히는 연고를 꺼냈다. 고개를 돌리니, 설윤이 느릿느릿 신발을 벗고 있었다.그는 연고를 탁자 위에 내려놓고 그녀 앞에 쭈그려 앉았다. “내가 해줄게요.”신발과 양말을 벗자 뽀얗고 작은 발이 드러났다. 다섯 개의 발가락은 가지런히 배열되어 있었고 동글동글 귀여웠다. 발톱은 깔끔한 곡선을 이루며 정리되어 있었으며 발등의 뼈선은 유려하게 흐르며 섬세한 곡선을 그렸다.발목 근처에는 큼직한 멍과 부기가 올라와 있었다.최동철은 그녀의 발바닥을 받쳐 들고 부은 부위를 살짝 눌러보았다.“앗...” 설윤이 숨을 들이마시며 얼굴을 찡그렸다.“아파요, 누르지 마세요.”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상태가 꽤 심각해 보이는데 내가 침대까지 옮겨줄 테니까 당분간은 움직이지 마요.”그렇게 말하며 일어나 그녀를 안으려 했다.“안 돼요!” 설윤은 급히 손으로 그를 막았다. “동철 씨도 팔 다쳤잖아요.”최동철은 몸을 숙여 다친 왼팔은 내리고 오른팔로 그녀의 다리 밑을 감싸 안았다. “두 손으로 내 목을 잡아요. 이쪽 팔은 힘을 쓰지 않을 거니까 안심해요.”한 손으로 안으려고?설윤은 그의 목에 양팔을 감고 조심스럽게 몸을 맡겼다.그는 오른팔로 그녀의 허벅지를 받치고 두 걸음 만에 침대 곁으로 가서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잠시만 기다려요. 집주인한테 얼음팩 좀 받아올게요.”“네.”최동철은 약 10분 뒤 얼음주머니 두 개를 들고 돌아왔다. 하나는 냉장고에 넣고 다른 하나는 그녀의 발목에 살며시 대주었다.얼음의 차가운 감촉에 설윤은 본능적으로 입술을 앙다물고 손으로 얼음주머니를 누르며 말했다.“너무 차가워요.”“20분은 찜질해야 해요. 하루에 세 번에서 네 번 정도로요.”설윤은 그에게 붕대를 가져와 얼음주머니와 발목을 단단히 감도록 했다.그녀는 침대 머리에 기대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우리 둘 다 밖에 나가지 말죠. 배달 앱으로 장을 보면 되니까요. 그런데 동철 씨,

  • 위태로운 제안   제1302화

    의사는 최동철을 한번 쳐다보며 말했다. “젊은이, 앞으로는 아내 말 잘 들어요. 괜히 고집부리지 말고.”“여보, 들었지? 의사 선생님도 그러시잖아!”최동철은 잠시 입을 말없이 있다가 마지못해 대답했다. “...알겠어.”봉합이 끝난 뒤, 의사는 약을 처방해주었다.병원을 나서며 설윤은 최동철을 바라보았다. “이제 어디로 갈 거예요? 누가 데리러 와요?”최동철은 그녀를 한번 쳐다보고 짧게 대답했다. “당분간은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설윤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왜요?”“그건 알 필요 없어요.”설윤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래요.”그녀는 두 걸음 앞서 걸으며 말했다.“이 작은 도시는 꽤 조용하네요. 며칠 더 머물 생각인데, 동철 씨도 안 간다니까 같이 지낼까요? 서로 보호도 되고.”최동철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호텔은 눈에 띄니까 단기 임대 민박을 찾는 게 더 안전하고 편리할 거예요.”“좋아요.”“근데 검색해 보니까 민박은 대부분 더블침대 방이더라고요. 괜찮으세요?”“설윤 씨가 괜찮다면 전 상관없어요.”“그럼 예약할게요.”최동철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온라인으로 예약할 거예요?”대부분의 예약 앱은 신분증 정보를 입력해야 해서, 한 번 사용하면 위치가 노출될 위험이 있었다.설윤은 그의 걱정을 알아채고 휴대폰을 흔들며 말했다.“걱정 마세요. 이 폰은 제 이름으로 등록된 게 아니에요. 추적 못 할 거예요.”최동철은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준비가 철저하네요. 그런데 어떻게 임가희한테 이렇게 몰렸어요?”“임가희가 이렇게 빨리 제 존재를 눈치챌 줄 몰랐거든요. 그랬다면 좀 더 철저히 준비했을 텐데요.”최동철은 코끝을 만지작거리며 아무렇지 않은 척 먼 곳을 바라봤다. 마치 자신이 그녀의 정보를 넘긴 장본인이 아니라는 듯이.간단히 아침을 먹은 후, 두 사람은 예약한 민박으로 향했다.민박은 단일 방 구조로, 면적은 47㎡. 방에 들어서면 왼쪽에는 오픈형 주방이 있고 가스레인지

  • 위태로운 제안   제1301화

    이튿날 아침, 최동철은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패딩 점퍼에 청바지, 스니커즈, 그리고 새로 정리한 헤어스타일까지 더해지니 몇 년은 젊어 보였다. 게다가 넉넉한 핏의 패딩은 그의 체형을 자연스럽게 감춰주었다.“자, 마스크도 잊지 말고 쓰세요.”“네.” 최동철은 대답하며 책상 위의 마스크를 집어 썼다.지금 이 모습이라면 자세히 보지 않는 한 그를 알아보긴 어려울 터였다.최동철은 설윤이 입고 있는 패딩 점퍼를 힐끗 바라보며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설윤은 웃으며 설명했다. “작은 가게라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어요. 그리고 커플룩이 신분을 숨기기에 더 좋아요.”“그렇군요.”“제가 먼저 내려가서 체크아웃하고 주변 상황을 살펴볼게요. 연락드리면 그때 내려오세요. 미리 택시도 불러놓을게요.”“알겠습니다.”“그럼 다녀오겠습니다.”“네.”설윤은 크고 작은 가방을 들고 나갔는데 가방 안에는 두 사람이 입었던 옷이 담겨 있었다. 이곳에 그냥 두면 흔적이 남을 수 있어 길 가다 버릴 생각이었다.복도에는 아무도 없었고 설윤은 무사히 로비에 도착해 체크아웃을 마쳤다. 거리로 나서며 핸드폰으로 택시를 부르면서도 그녀는 자연스럽게 주변을 살폈다.길 건너편 왼쪽, 작은 만두 가게에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가게 앞에는 접이식 테이블 두 개가 놓여 있었고 그중 한 테이블에는 건장한 남자가 앉아 가끔씩 이쪽을 힐끔거리고 있었다.그 자리는 아침을 먹으며 호텔을 감시하기에 딱 좋은 위치였다.설윤은 주변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는데 감시자는 그 남자 한 사람뿐인 듯했다.아마도 어젯밤 이들이 호텔 방마다 수색했지만 최동철의 흔적을 찾지 못해 속았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그래서 한 명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주변을 수색하러 간 모양이었다.2분쯤 지나 설윤이 부른 택시가 호텔 앞에 도착했다.설윤은 최동철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차 문을 열며 짐을 싣다가 말했다. “기사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 남편이 금방 내려올 거예요.”“네, 알겠습니다.”설윤은 다시 로비로 들어갔다.1분쯤

  • 위태로운 제안   제1300화

    최동철이 말했다.“그럼 내일 병원에 다녀와야겠어요.”“제가 도와드릴게요.”약을 다 바른 뒤, 설윤은 그에게 거즈를 감아주며 말했다. “됐어요, 이제 좀 쉬세요. 전 잠깐 나갔다 올게요.”“어디 가려고요?” 최동철이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임가희 쪽 사람들이랑 마주칠 수도 있으니 조심해요.”“필요한 물건을 좀 사야 하거든요. 걱정 마세요.” 설윤은 가볍게 비웃으며 말했다. “그 인간들 손아귀에서 도망쳐 나온 제가 다시 잡힐 것 같아요?”최동철은 그녀가 방금 주머니에 넣은 휴대폰을 힐끗 보며 물었다. “왜 아버지한테 연락해서 상황을 설명하지 않는 거예요?”“이미 기회를 놓쳤어요. 제가 뭐라 해도 믿지 않을걸요?”“그럼 이렇게 지내는 것도 괜찮아요?”“당연히 괜찮지 않죠. 하지만 지금은 방법이 없어요. 기회만 생기면 반드시 다시 돌아갈 거예요.”“성공하길 바라요.” 최동철이 씩 웃으며 말했다. “돈은 있어요? 부족하면 제 카드를 써요.”설윤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그럼 조금만 써도 돼요?”돈이야 많을 수록 좋은 법이니까.최동철은 벽에 걸린 외투를 가리켰다. “지갑은 저기 외투 주머니에 있으니까 직접 꺼내요. 현금은 많지 않지만 블랙카드는 비밀번호가 필요 없어요. 사람이 적은 ATM에서 현금을 인출할 수 있을 거예요.”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니 고급 가죽의 촉감이 손에 닿았다.“얼마든지 뽑아도 괜찮아요?” 그녀가 돌아보며 물었다.“물론이죠.”“최 대표님, 참 후하시네요.”“제 목숨은 값으로 따질 수 없으니까요.”설윤은 밖으로 나갔다.최동철은 항생제를 먹고 씻은 뒤 침대에 누워 쉬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피곤했던지 스르르 잠이 들었다가 갑자기 깨어났다.시계를 보니 벌써 열한 시였다.설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나?최동철이 일어나 그녀를 찾으러 갈까 고민하던 찰나, 설윤이 돌아왔다. 그녀는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늦었네요. 위험한 일은 없었어요?”“없었어요.” 설윤은 고개를 저으며

  • 위태로운 제안   제1299화

    최동철은 그 말을 듣고 샤워기를 틀었다.설윤은 간식이 담긴 비닐봉지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그 위에 놓인 칼을 가렸고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걸어가 문을 여니 예상대로 복도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그는 방 안을 힐끗거리며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제가 키우는 햄스터가 실수로 도망쳤는데, 혹시 보셨나요?”설윤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방금 밖에 나갔다 와서요. 잘 모르겠네요. 남편한테 물어봐 드릴게요.”그녀는 욕실 쪽을 향해 소리쳤다. “여보, 혹시 햄스터가 들어오는 거 봤어?”샤워기에서 물 흐르는 소리만 들릴 뿐,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설윤은 욕실 문을 살짝 열고 머리를 들이밀었다. “여보, 작은 햄스터가 들어온 거 못 봤어?”몇 초간 침묵이 흐른 후, 그녀는 머리를 빼고 남자에게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못 봤대요. 다른 곳도 한번 찾아보세요.”“방해해서 죄송합니다.” 남자는 의심 없이 돌아섰다.최동철처럼 몸에 상처를 입은 사람을 숨겨줄 이는 남자일 수밖에 없었다.설윤은 차분히 문을 닫고 귀를 문에 붙여 조심스럽게 소리를 들었다. 남자가 정말로 떠났음을 확인한 후에야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욕실 문을 열며 말했다. “갔으니 나와요.”그리고 테이블로 가서 비닐봉지 안에서 약들을 꺼냈다. “자요, 여기 이 약들이 충분한지 확인해봐요.”최동철은 뒤에서 걸어나와 약의 종류와 양을 살펴봤다. “고마워요.”“별말씀을요.” 설윤은 생수를 주전자에 붓고 버튼을 눌렀다. “제가 약 발라줄까요?”“그럼 부탁할게요. 고마워요.”최동철은 잠시 망설였으나 곧 수락하고 천천히 겉옷을 벗기 시작했다.그가 왼팔을 제대로 쓰지 못하자 설윤이 다가가 도와주었다. 그녀는 그의 겉옷을 벗기고 벽걸이에 걸었다.안에는 짙은 회색 니트가 있었고 상처 부위는 터져 피로 얼룩져 있었다. 니트를 벗으려면 팔을 들어야 했기에 설윤은 그의 어깨 상처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냥 잘라낼까요? 이 옷은 이미 알아본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