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진의 시선을 마주하자 이엘리아는 속이 불안해지고 머리가 아찔해졌다.마치 연도진이 그녀의 모든 계략을 꿰뚫어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하지만 그가 알아챘다 한들, 부모님이 자기편에 서 있기만 하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얼굴이 창백해지며 곧 이엘리아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러고는 작은 목소리로 겨우 한 마디 내뱉었다.“오빠...”서희수는 그런 이엘리아를 보고 급히 딸의 어깨를 다독이며 연도진을 향해 화를 냈다. “네 동생이 아직 아프잖아. 좀 더 상냥하게 대해 줄 수 없어?”연도진은 이엘리아를 한 번 쳐다본 후,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지금 여기서 편안하게 치료를 받고 있고 강남시 구치소에서 재판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난 충분히 상냥하게 대하는 거라고 생각해요.”서희수가 더 말하기 전에 이엘리아는 구치소라는 단어에 격한 감정을 느껴 일부러 다리 위를 세게 꼬집으며 눈물을 쏟아냈다.그러고는 서희수의 품으로 몸을 숙이며 말했다.“엄마, 오빠가 또 저를 작은 방에 가두려고 할까요? 제발 저 가두지 말라고 말 좀 잘 해주세요. 저 오빠 말 들을게요...”그러자 서희수는 그녀를 부드럽게 위로하며 말했다.“걱정 마, 엄마가 있으니까. 네 오빠랑 얘기하고 올게. 이엘리아, 착하게 기다리고 있어.”이엘리아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고 서희수는 연도진을 차갑게 쳐다보며 말했다. “카이사르, 나랑 얘기 좀 하자.”그렇게 연도진은 잠시 이엘리아를 쳐다본 후, 따라나서며 방을 나왔다.“카이사르, 강남시에서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네 여동생이 저렇게 된 거야?!”서희수는 계단 옆에서 분노에 차서 물었지만 연도진은 여전히 차분한 얼굴이었다.“엄마, 먼저 진정하세요. 건강이 걱정돼요.”“네 동생이 저렇게 되어 있는데 나더러 어떻게 진정하라는 거야?”연도진은 주위를 천천히 둘러본 후, 한 걸음 물러나 벽에 기대어 그녀를 바라보았다.서희수는 여전히 화난 얼굴로 물었다.“너, 이엘리아에게 집에서 쫓아내겠다고 말했었지?”연도진
연도진의 말을 들으며 서희수는 얼굴이 점점 더 붉어졌다.이 상황이 장씨 가문에 알려지면 이엘리아는 분명 검찰에 기소되어 재판을 받게 될 것이며 최소한 몇 개월 길게는 반년 이상을 구치소에서 보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연도진은 계속해서 말했다.“엄마도 아시다시피 이 상황이 장씨 가문에 알려졌다면 이엘리아의 미래는 어떻게 되었을지 몰라요. 시연이가 왜 온하랑을 말렸겠어요? 바로 저를 생각해서, 제가 곤란해지지 않도록 하려고 했던 거예요. 시연이가 중재하지 않았더라면 이엘리아는 훨씬 더 무거운 처벌을 받았을 거예요.”“시연이가 저의 여자친구임에도 불구하고 난 시연이를 위해 정의를 실현해줄 수 없고 오히려 시연이가 저를 이해하고 배려해줘야 했어요. 엄마, 제가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아세요?”“엄마, 이엘리아와 함께 시연이에게 감사해야 해요. 시연이의 너그러움 덕분에 이엘리아는 이렇게 가벼운 처벌로 끝날 수 있었어요.”연도진은 서희수가 이엘리아 때문에 김시연을 미워하게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또한, 온하랑과 이엘리아의 관계는 이미 충분히 나빴고 더 이상 나빠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서희수는 연도진의 말에 얼굴이 더 붉어졌다.‘혹시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을까? 이엘리아의 고통만 생각하고 카이사르의 감정을 무시한 건 아닐까?’연도진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말을 이었다.“이엘리아가 지금 이 지경에 이른 데에는 엄마, 아버지, 그리고 저 모두 책임이 있어요. 엄마는 건강이 좋지 않아 이엘리아를 잘 챙기지 못했고 아버지는 일에 바빠 동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죠. 그 결과 이엘리아는 오만하고 다른 사람을 얕보며 자랐어요. 처음에는 작은 일이라 생각하고 신경 쓰지 않았지만 결국 법을 어기고 큰 문제를 일으켰죠. 그때마다 피해자에게 돈으로 해결하려 했고 이엘리아는 점점 더 자신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어요. 이번에는 운 좋게 넘어갔지만 다음에 이엘리아가 건드려선 안 될 사람을 건드린다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엄마, 저도 이엘리아가 제 동
서희수는 도우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이엘리아를 급히 안아 들고 말했다.“이엘리아, 제발 이런 짓 하지 마. 네가 이러면 엄마 못 살아!”서희수는 연도진의 말이 맞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엘리아의 상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었고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그녀는 이엘리아를 꼭 껴안으며 부드럽게 달래듯 말했다.“엄마가 있잖아. 네 오빠가 널 가두지 않게 막았어.”이엘리아는 서희수의 품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오빠가 절 가두려고 하는 거 아니에요?”서희수는 재빨리 대답했다.“걱정하지 마라. 내가 네 오빠 혼내고 쫓아냈어!”이엘리아를 달래고 난 후, 서희수는 서둘러 심리 치료사에게 연락해 상황을 설명했다.처음에 심리 치료사는 오기를 꺼렸지만 서희수가 제시한 보수가 너무 많아 결국 병실을 방문하기로 했다.치료사는 윌슨 가문의 친구로 가장하여 병실에 들어갔다.이엘리아는 이 낯선 사람에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으며 무기력한 표정으로 그를 맞이했다.그러고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며 심리 치료사의 질문에는 형식적으로 몇 마디 대답만 할 뿐이었다.30분 후, 서희수는 심리 치료사를 병실 밖으로 안내하며 다급하게 물었다.“어떻습니까?”심리 치료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이엘리아가 협조하지 않아서 큰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가능하면 이엘리아가 시간을 내어 저와 진지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그는 잠시 망설였다.사실 치료사는 간단한 대화 후, 이엘리아의 상태가 진짜 정신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일부러 그런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두 번이나 자살 시도를 한 환자의 행동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서희수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서희수는 치료사의 말을 듣고 다시 한숨을 쉬며 결심했다.“알겠습니다. 퇴원하면 바로 데리고 가겠습니다.”...부승민은 비행기에서 내린 후, 이메일에 적힌 주소로 곧장 향했다.그는 거대한 고딕 양식의 건물인 헨리 호텔 앞에 도착해 화려한 간판을 올려다보며 말했다.“너는 여기서
두 남자가 눈빛을 주고받았다. 왼쪽에 있던 남자가 사진 세 장을 꺼내 테이블 위로 올려놓더니 부승민의 앞에 내밀었다.부승민은 어두운 표정으로 사진을 집어 들어 하나하나 살펴보았다.그중 두 장은 이미 이메일에서 본 적이 있는 사진이었지만 세 번째 사진은 처음 보는 것 같은 사진이었다.사진 속 온하랑은 병상 위에 누워 잠들어 있었고 옆에는 아기 포대기가 있었다.부승민은 쿵쿵 뛰는 심장을 억지로 진정시키며 고개를 들어맞은 편에 있는 남자들을 바라보았다.“더 있습니까? 사진 속 아기는 지금 어디 있는 겁니까?”남자가 대답했다.“사진은 많고도 많죠. 아기가 어디 있는지는 찰스 님의 성의에 달려있겠죠.”“원하는 게 뭡니까?”“죄송하지만 찰스 님, 저에게는 결정권이 없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저희 주인님께서 협상하러 찾아오실 겁니다.”“알겠습니다.”부승민이 다시 고개를 숙여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았다.“마실 건 뭐 드릴까요?”“뭐든 괜찮습니다.”문을 열어줬던 남자가 차 두 잔을 우려 각각 부승민과 비서의 앞에 놓아주었다.“천천히 드시고 계세요.”호텔 밖의 육광태는 은밀한 장소에 숨어 호텔 입구를 예의주시하며 수시로 시간을 확인했다.“형씨, 불 좀 있어요? 라이터 좀 빌립시다.”그 순간, 등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육광태는 고개를 돌려 그 남자를 흘겨보며 아무렇게나 대답했다.“없어요.”“알았어요.”휴대폰을 확인하던 육광태는 문득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직감하고는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조금 전 그 사람은 분명 백인이었는데 한국어를 구사하고 있었다.정말 라이터가 필요했다면 길거리에서 아무 사람이나 붙잡고 빌려도 될 텐데 왜 하필 육광태에게까지 찾아왔던 걸까?육광태는 곧장 몸을 돌렸다. 조금 전의 그 백인이 웃으며 무거운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퍽”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육광태는 순간적으로 시야가 캄캄해지더니 곧이어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큰일 났다!두 사람은 지금 속은 거다!남자
부승민은 필라시로 출장을 떠났고 온하랑은 평소처럼 일하며 스튜디오에서 거래처의 신제품 촬영을 진행하고 있었다.임신 개월 수가 지날수록 온하랑이 화장실을 찾는 빈도가 점점 잦아졌다.촬영이 잠시 중단된 틈을 타 온하랑은 카메라를 내려놓고 화장실로 향했다.유난히 신중하게 행동했던 부승민은 온하랑에게 양현수 경호팀 외에도 언제 어디서든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고 붙어있을 수 있는 여자 경호원까지 붙여주었다.온하랑은 그 덕에 화장실을 갈 때도 혼자가 아니었다.여자 경호원은 먼저 화장실 안을 쭉 둘러보며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문밖에서 온하랑을 기다려 주었다.복도 끝에서는 청소부가 바닥을 걸레로 닦고 있었다.마지막 타일까지 다 닦은 청소부는 걸레를 빨기 위해 화장실로 걸어갔다.청소부가 안으로 들어서려던 순간, 온하랑의 여자 경호원이 그녀를 가로막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청소부를 훑어보았다.“죄송하지만 조금만 기다려 주셔야겠습니다. 누가 안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어서요.”청소부는 걸레를 꽉 쥐고는 경호원을 한 번 쳐다보았다.“다 같은 여자인데 뭐 어때요? 저 청소 해야 해요!”“죄송합니다. 안에서 촬영용 드레스를 입고 있어서요. 협찬받은 거라 걸레 물이라도 튀면 아주머니께서도 부담하기 힘드실 겁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죠.”“저 나름대로 조심할 테니까 신경 쓰지 마시죠.”청소부는 화장실 안을 한 번 들여다보더니 경호원의 손을 밀어내고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경호원은 재빨리 한 발 움직여 문 앞을 가로막았다.그제야 청소부가 화를 내며 경호원에게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왜 이러는 거예요? 화장실이 당신들 것도 아니고 왜 못 들어가게 하는 거예요?! 당신들 돈 좀 있다고 이런 식으로 사람 무시하는 겁니까...”“이 몇 분 때문에 아주머니께서 경제적인 손해를 입는다면 제가 보상해드리겠습니다.”“... 지금 이게 돈이 문제예요? 지금 당장 퇴근하고 손자 밥 해주러 가봐야 한단 말이에요. 이러다가 우리 애 오후 수업 늦으면 어떻게 책임질
한 보안 요원이 모니터에 비친 청소부를 발견하자 놀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저 사람은 본 적 없는 것 같은데요? 새로 온 사람인가? 경태 씨, 저 사람 알아요?”경태라고 불리는 그 보안 요원이 가까이 다가와 화면을 자세히 살펴보았다.“모르겠는데요... 몰래 들어온 팬 아닐까요? 전에도 이런 경우 종종 있었거든요...!”무슨 일인지 어느 정도 짐작이 된 양현수가 더 경계심을 가졌다.촬영 도중, 한쪽 구석에 두었던 가방 안에서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그 소리를 들은 어시스턴트가 재빨리 달려가 확인해보니 온하랑의 가방 안에서 나는 소리 같았다. 휴대폰을 꺼내 보니 처음 보는 낯선 번호가 떠 있었다. 개인 번호보다는 법인 번호 같아 보였다.어시스턴트가 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안녕하세요, 저는 강남 세화 병원 간호사인데요. 혹시 이현정 씨 가족분이신가요? 뇌출혈로 실려 오셔서 지금 응급실에 계신데 빨리 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전화를 받은 어시스턴트가 잠시 당황하더니 물었다.“이현정이 누군데요?”“... 부씨 가문 사모님이세요.”“아, 네.”어시스턴트는 서둘러 온하랑이 사진을 확인하고 있던 기회를 틈타 몸을 숙여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하랑 씨, 방금 강남 세화 병원에서 전화가 왔는데요, 사모님께서 갑자기 뇌출혈로 실려 가셔서 지금 응급실에서 치료받는 중이라 빨리 가봐야 할 것 같다던데요.”그 말에 온하랑은 순간적으로 온몸이 떨리며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게 정말이에요?”카메라를 쥔 온하랑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어시스턴트가 대답을 내놓기도 전에 그녀는 목에 걸고 있던 카메라를 벗어 어시스턴트에게 넘기며 말했다.“지금 당장 갈게요.”그녀는 이미 너무 많은 가족을 잃었다. 이제 할머니마저 그녀를 떠나려는 걸까?!“왜요? 무슨 일 있어요?”온하랑과 계속 소통하며 촬영현장에 남아있던 거래처 비서는 이상한 기류를 감지하고 곧장 다가와 물었다.“죄송한데요, 할머니께서 갑자기
도우미 아주머니의 목소리로는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온하랑은 더 의심하지 않고 곧장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엘리베이터로 달려가며 세 경호원에게 얘기했다.“할머니께서 정말 위독하신 것 같아요. 얼른 갑시다.”세 경호원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다가 이내 온하랑의 뒤를 따랐다.오늘도 평소처럼 양현수가 운전대를 잡고 그의 파트너가 조수석에 앉았다. 그리고 여자 경호원은 온하랑과 함께 뒷좌석에서 그녀를 보좌했다.차는 빠르게 지하주차장을 벗어났다.그들이 자리를 뜨자 모퉁이에 있던 왜소한 체격의 남자가 만족스러운 듯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이 떠난 방향을 바라보았다.남자는 이윽고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타겟이 방금 출발했다. 차 번호는 이미 알고 있겠지.”수화기 너머에서 답변이 들려오자 남자는 전화를 끊고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었다.천만 원!이 일만 성공하면 그의 손에는 천만 원이 쥐어진다!그렇게 된다면 감히 누가 그를 무시할 수 있을까.그러던 중, 갑자기 등 뒤에서 누군가의 낮은 음성이 들려왔다.“타겟이 누군데?”“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야?”남자는 무의식적으로 그 목소리에 반응했다.하지만 곧이어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의식한 남자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그는 뒤늦게 몸을 돌렸다. 그 뒤에는 준수한 외모의 남자가 자신을 보며 환히 미소 짓고 있었다. 이윽고 주먹이 날아왔다...왜소한 남자는 순식간에 주먹에 맞아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 눈가에 피멍이 맺혔고 얻어맞은 머리는 어질어질했다.“끌고 가.”준수한 외모의 남자가 손을 털며 단정한 정장을 입은 경호원에게 말했다....강남의 도로는 사방팔방으로 잘 뻗어있었다. 그러니 촬영장에서 세화 병원으로 향하는 길도 여러 갈래였다. 양현수는 그중 가장 빠른 길로 가고 있었다.앞서가고 있던 흰색 차는 초보운전자가 운전 중이었는지 이상할 정도로 속도가 아주 느렸다.표정에서 초조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온하랑의 모습에 양현수는 백미러로 오른쪽 차선에 차가 없는
이런 가벼운 접촉사고도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꾸며서 생긴 것일지 모르는 일이었다.그래서 온하랑도 별말 없이 앞으로 다가가 불쌍한 표정으로 경찰을 바라보았다.양현수를 한 번 바라본 경찰은 온하랑의 불룩한 배를 보자 차마 거절 의사를 밝히지 못했다.“그래요, 타세요.”“네, 정말 감사합니다. 경관님.”“아닙니다.”그렇게 세 사람은 경찰차를 타고 세화 병원에 도착했다. 현장에는 남자 경호원 한 명과 S 자동차 서비스 센터 직원만 남겨둔 채 말이다.바로 앞에 보이는 교차로 근처에는 흰색 화물차 한 대가 길가에 주차되어 있었다.화물차 운전자는 운전석에 앉아 창밖으로 목을 내민 채 무언가를 찾기라도 하듯 앞쪽 교차로를 바라보고 있었다.정말 이상한 일이었다.시간을 계산해보면 온하랑의 차가 진작 이 교차로를 지나갔어야 했는데, 왜 지금까지 보이지 않는 걸까?설마 놓친 건가?그럴 리가 없다!운전자는 시계를 다시 한번 확인해보았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조금 당황스러웠다.잠시 고민하던 운전자는 왜소한 체격의 남자에게 전화를 걸어보기로 했다.통화음이 한참이나 울렸지만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계속 전화를 걸어야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던 찰나, 갑자기 누군가가 화물차의 차창을 두드렸다.안 그래도 떳떳하지 못한 일을 준비하고 있던 터라 운전자는 작은 기척에도 소스라치게 놀라며 온몸을 떨었다.고개를 들어 보니 창밖에는 경찰이 서 있었다. 그 모습에 운전자는 순간적으로 손이 떨려 휴대폰을 차 밑에 떨어뜨리고 말았다.다행히 경찰은 그저 불법 주차로만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는 운전자에게 딱지를 끊어주고는 벌점까지 주며 당장 자리를 뜨라고 명령했다.왜소한 남자와 연락이 닿지 못한 운전자는 경찰의 말대로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그는 다른 주차 공간을 찾아 차를 세워두고는 다시 그 왜소한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번에는 조금 전과 달리 전화가 연결되었다. 운전자는 급히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왜소한 남자의 대답이 들려왔다.“계획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