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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0화

“나도 너한테 감사할 게 있긴 해. 네가 내 삶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난 아마 오랫동안 퇴폐해 있으면서 학업과 대학 입시에 영향이 미쳤을 거거든. 제의대에 합격할 수도 없었을 거야.”

부승민은 잠시 침묵한 후 조용히 물었다.

“제의대 경영학과에 지원한 게 나 때문이었어?”

온하랑이 부승민을 좋아한 시점이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일찍이었음을 깨닫고 그는 놀랐다.

하지만 지금 보니 그녀는 이미 고등학교 시절부터, 아니 어쩌면 더 이른 부씨 일가에 들어와서부터 자신을 좋아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 온하랑의 모습은 이제 기억 속에서 거의 사라져버렸고 그저 몇 가지 흐릿한 장면들만이 떠올랐다. 그들은 본가에서 처음 만났고 부승민은 오빠로서 그녀의 성적에 대해 한 번 물어봤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그저 형식적인 인사말을 주고받았을 뿐이었다. 온하랑은 항상 조심스럽고 예의 바르게 행동했으며 부승민에게 어떤 특별한 감정을 보이지 않았다.

여름방학이 거의 끝나갈 즈음, 그는 할아버지에게서 온하랑이 제의대 경영학과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녀가 부승민의 직계 후배가 된 것이다.

할아버지는 온하랑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면 부승민에게 조언을 구하라고 했고 부승민은 시간을 내어 그녀를 가르쳐주라 당부했다. 두 사람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온하랑은 한 번도 그를 찾아오지 않았고 부승민도 그녀를 찾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캠퍼스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도 그저 가볍게 인사를 나누는 정도였다.

온하랑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셈이야.”

부승민은 그녀의 대답에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럼 BX 그룹에 들어간 것도 나 때문이야?”

온하랑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기대도 있었어.”

부승민은 조용히 웃었다.

“너 정말 잘 숨겼구나. 난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 온하랑, 그래서 감독들이 널 캐스팅하려고 했구나.”

이 말에 온하랑은 고개를 들어 부승민을 바라보았다.

“우린 원래 관계가 별로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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