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군졸들이 달려들어 강학주와 서경희를 바닥에 제압했다.강우연도 그들의 마수를 피해 가지는 못했다. 그녀는 두 손이 결박된 채, 소파에서 제압당했다.그들은 병상에 있는 고운이조차 거칠게 잡아당겨 포박했다.분노한 강우연이 소리쳤다.“당신들 누구야! 내 딸 풀어줘! 그 아이는 건드리지 말란 말이야!”놀란 고운이가 울음을 터뜨렸다.“엄마, 고운이 너무 무서워! 아저씨들 우리 엄마 풀어주세요. 저희는 죄를 저지르지 않았어요. 아빠는? 엄마, 아빠는 어디 있어?”머리가 산발이 된 서경희도 새된 비명을 질렀다.“악! 당신들 누구야?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는 거야! 사람 살려!”짝!선두에 선 군졸이 서경희의 뺨을 때리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입 다물어! 우린 길정우 중장님의 명령을 받고 당신들을 체포하러 왔어! 이봐, 빨리 이 사람들 끌고 나가!”지시가 떨어지자,군졸들이 서경희 일가를 끌고 병실을 나갔다.정신이 아찔해진 서경희가 소리쳤다.“우연아! 이게 다 너랑 한지훈 때문이야! 이제 어떡해! 우리 이러다 죽는 거 아니야?”서경희는 눈물범벅이 되어서도 안 가겠다고 두 다리로 버텼다.강학주 역시 분노한 눈빛으로 딸을 쏘아보며 소리쳤다.“너희들 때문에 우리까지 피해를 보는구나! 한지훈 이놈은 진작에 알고 도망간 것 같아!”강우연도 혼란스러운 얼굴로 군졸들에 의해 병실에서 끌려 나갔다.그들 일가는 형이 확정된 범죄자들처럼 전부 군졸들에게 이끌려 병원을 나섰다.주변에서 지켜보던 구경꾼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저 사람 강운의 강우연 아니야? 누구한테 밉보였기에 군인들까지 출동해서 끌고 가는 거지?”“몰랐어? 저 여자 남편 한지훈이 길정우 중장 심기를 건드렸잖아. 길시아 결혼식에서도 깽판을 부리고 길시아를 폭행까지 했대! 아마 저 사람들 쉽게 빠져나가기 어려울 거야!”“불쌍하네. 저 어린애는 무슨 죄야? 애한테까지 수갑을 채웠네.”사람들은 작디작은 손에 수갑을 차고 엉엉 울음을 터뜨리는 고운이를 측은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병원을
비굴하게 애원하는 두 모자를 보자 강학주는 화가 치밀었다.“지금 뭣들 하는 거지? 당장 일어나! 창피한 줄도 모르고!”강우연 역시 실망한 표정으로 엄마와 동생을 바라보았다.길시아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풀어줘? 하! 그럴 수는 없지! 난 강운의 모든 사람들을 다 잡아들일 생각이야! 물론 강우연 네가 내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면 네 딸과 부모님은 풀어줄지 고민해 볼게. 어떻게 생각해?”그녀는 오만방자한 자태로 강우연 일가를 내려다보았다.강우연은 울고 있는 고운이를 보자 마음이 아팠다.서경희와 강신이 다급히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강우연! 뭘 고민하고 있어? 당장 무릎 꿇고 시아 씨한테 사과하지 않고! 우린 잡혀가고 싶지 않아! 이 일은 처음부터 너랑 한지훈이 잘못한 거잖아! 우리까지 피해를 보게 하지 마!”서경희와 강신의 압박에 강우연은 눈물을 머금고 긴 한숨을 토해냈다.“나만 꿇으면 내 딸과 부모님은 풀어줄 거지?”길시아가 차갑게 대답했다.“그래.”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강우연은 쓰린 표정으로 무릎을 꿇었다.“네 말대로 꿇었으니까 내 딸과 내 부모님은 풀어줘. 모든 건 나 혼자 책임질게.”길시아가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강우연, 정말 순진하네. 너 하나 꿇는다고 내가 정말 저 사람들을 풀어줄 줄 알았어? 웃겨!”강우연은 가슴이 철렁해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길시아를 바라보며 말했다.“날 속였어? 도대체 원하는 게 뭐야!”길시아는 다가가서 그녀의 뺨을 때리며 말했다.“너한테 그런 말 할 자격 없어! 저 사람들을 전부 끌고 가!”말을 마친 길시아는 먼저 차에 올랐다.군졸들이 달려들어 강우연 일가를 끌고 뒷좌석에 태웠다.쾅!실랑이를 벌이는 와중에 강우연의 머리가 차 문에 부딪혀 피가 쏟아졌다.그녀는 고집스럽게 몸을 일으키고 고운이를 품에 안으며 군졸들에게 소리쳤다.“우릴 풀어줘! 내 남편은 한민학 군단장의 지인이야! 이한승 회장님도 너희를….”하지만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운
강우연은 온몸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힘겹게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은 어두웠고 높이 달린 작은 창문에서 희미하게 햇살이 비쳐 들어오고 있었다.“고운아!”그녀는 다급히 고운이부터 찾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 고운이가 피투성이가 된 채로 쓰러져 있었다.강우연은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달려가서 차가운 바닥에서 고운이를 일으켜 품에 안았다.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아이의 얼굴에 묻은 핏자국을 닦아주었다.“고운아, 눈 좀 떠봐. 엄마야. 엄마 여기 있어, 고운아….”눈물이 속절없이 흘러 아이의 뺨에 떨어졌다.고운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녀도 더 이상 살아갈 생각이 없었다.“큭! 엄마… 고운이 머리가 너무 아파….”엄마의 부름을 들은 고운이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힘겹게 눈을 뜨고 신음을 토해냈다. 아이의 목소리는 당장이라도 사라질 것처럼 힘이 없었다.강우연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아이의 뺨에 볼을 가져다댔다.“고운아, 엄마 여기 있어. 겁먹지 마. 아빠가 오셔서 우릴 구해주실 거야.”“엄마, 아빠가 정말 우릴 구하러 올까?”고운이가 힘겹게 물었다.“오실 거야! 아빠라면 당연히 오실 거야!”강우연은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아빠가 우리한테 지켜주신다고 약속했잖아. 아빠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니까 무조건 오실 거야! 고운아, 잠들지 말고 정신 차려야 해. 엄마가 노래 불러줄까?”“응. 좋아.”고운이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어두운 창고에서 강우연은 아이를 품에 안고 낮은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어두운 하늘에 반짝이는 뭇별, 반딧불이가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네….”“하늘의 별도 눈물을 흘리고 지상의 꽃들이 시들었지만 싸늘한 바람 속에 그대의 목소리가 내 마음을 위로하네….”청아한 목소리가 창문을 너머 바깥까지 전해졌다.굳게 닫혔던 문이 열리고 강렬한 빛이 비쳐 들어오자,강우연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그녀는 아이를 품에 안은 채, 구석진 곳으로 도망가서 겁에 질린
복부에 심한 타격을 입은 강우연은 정신이 아득해졌다.“내 딸을 풀어줘. 제발 이렇게 빌게. 고운이만 풀어줘….”강우연은 바닥에 엎드린 채 계속해서 애원했다.경호원의 품에 안긴 고운이도 솜 주먹을 마구 휘두르며 경호원의 얼굴에 생채기를 냈다.“나쁜 놈들! 우리 엄마 때리지 마! 우리 아빠가 오면 당신들 전부 죽었어! 엄마!”강우연은 아픈 복부를 움켜잡고 아이를 향해 힘겹게 손을 뻗었다.“고운이 울지 마. 엄마 괜찮아. 괜찮아….”길시아가 다가와서 아이의 뺨을 거칠게 때리며 말했다.“조그만 것이 시끄럽게 하네! 또 소리 지르면 땅에 묻어버릴 거야!”그 말을 들은 고운이가 겁에 질려 울음을 멈추었다.강우연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길시아에게 애원했다.“시아야, 제발. 고운이만 풀어줘. 이렇게 빌게….”길시아는 싸늘한 표정으로 강우연의 얼굴 앞까지 다가가서 기고만장한 자태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풀어줘? 지금 장난해? 내가 왜 너희를 풀어줘야 하지? 살고 싶으면 한지훈 행방부터 불어!”길시아는 깊은 짜증이 몰려왔다.처자식을 버리고 혼자 도망쳐?역시 무능한 겁쟁이 녀석!강우연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예쁜 얼굴은 피와 흙으로 얼룩지고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나도 몰라. 나도 지훈 씨 어디 있는지 정말 모른다고. 시아야, 제발… 고운이만 풀어줘. 우릴 풀어주면 당장 짐 싸서 S시를 떠날게. 평생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을게.”짝!길시아가 강우연의 뺨을 때리며 소리쳤다.“몰라? 강우연, 내가 바보인 줄 알아? 처자식이라면 끔뻑 죽는 한지훈이 너희한테까지 행방을 숨겼을 리 없잖아? 그냥은 입을 안 열겠다 그거지?”말을 마친 그녀는 뒤돌아서 경호원에게 눈짓했다. 경호원이 고운이를 높게 들어 올리자 길시아가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강우연에게 말했다.“강우연, 기회는 한 번뿐이야. 배 아파 낳은 딸이야, 아니면 한지훈이야? 선택해. 계속 입 다물고 있으면 네 딸은 이대로 추락할 거야!”“아아아… 안 돼! 그러지 마! 시아야!
그리고 이때, 입구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나타났다.“그만!”길정우는 싸늘한 표정으로 다가와서 강우연과 길시아를 번갈아 보았다.길시아가 인상을 찌푸리며 불만스럽게 말했다.“오빠, 저들의 응징은 나한테 맡긴다고 하지 않았어?”길정우가 말했다.“약속을 어길 생각은 없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야. 아직 군단장으로 승진하기 전이라고. 이 일로 한민학에게 꼬투리를 잡힐 수는 없잖아!”길시아는 불만스러게 눈을 부릅뜨고 강우연을 쏘아보며 말했다.“운 좋은 줄 알아!”말을 마친 그녀는 찬바람을 쌩쌩 날리며 창고를 나갔다.길정우는 긴장한 기색으로 고운이를 품에 끌어안은 강우연을 보며 말했다.“고민할 시간을 이틀 더 주지. 한지훈의 행방을 불어. 안 그러면 내가 군단장으로 승진하는 날 저녁에 너와 네 딸은 경매품이 되어 해외로 팔려 갈 거야. 무슨 상황인지 이해됐지?”강우연은 입술을 피나게 깨물며 증오에 찬 눈빛으로 길정우를 바라보았다.“길 중장님, 백 번을 물어도 내 대답은 같아요. 난 한지훈 씨의 행방을 모른다고요!”길정후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아주 좋아. 이틀 뒤에도 그런 말을 내뱉을 수 있는지 보자고.”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돌려 창고를 빠져나갔다.“고운아, 이제 괜찮아. 엄마 좀 봐봐. 응?”강우연은 긴장한 얼굴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운이의 몸은 이미 불덩이가 되어가고 있었다.아이는 힘겹게 눈을 뜨며 그녀에게 말했다.“엄마, 고운이 머리가 너무 아파. 그리고 피곤해. 아빠는 대체 언제 오는 거야….”강우연은 눈물을 흘리며 아이를 품에 껴안았다.“오실 거야! 아빠가 우릴 지켜준다고 약속했잖아.”그 시각.강우연 일가가 잡혀간 뒤에도 길정우의 행보는 멈추지 않았다.길정우의 친위대가 군용 트럭을 끌고 정도현이 있는 태산그룹으로 쳐들어갔다.무장 군인들이 차에서 뛰어내려 회사의 모든 출입구를 봉쇄했다.지휘자는 소령 출신의 군인이었다. 그는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태산그룹의 로비에 들어섰다.“당장 정도현을 이리로
소령은 싸늘한 눈빛으로 정도현에게 다가서더니 다리를 들어 그의 가슴팍을 걷어찼다. 정도현이 중심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로비를 지키던 직원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태산같이 굳건하던 정도현을 맨발로 쓰러뜨리다니!“난 길정우 중장의 명을 받들어 너희들을 체포하러 왔다! 한 명도 내보내지 말고 전부 잡아!”소장이 싸늘하게 지시를 내렸다.무장 전투 인원들이 달려 들어와 건물 전체를 통제했다.정도현이 몸을 일으키려고 했으나 한 군졸이 총구를 그의 머리에 겨누었다.정도현은 인상을 찌푸리며 다가오는 소령에게 말했다.“장관,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난 길정우 중장과 충돌을 빚은 적 없습니다. 내 어떤 행동이 길 중장의 심기를 건드렸다면 터놓고 말씀해 주시지요. 제가 친히 선물을 준비해 찾아 뵙고 사죄드리겠습니다.”소령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군화발로 정도현의 머리를 힘껏 짓밟았다.순간 바닥에 흩어졌던 유리 조각이 정도현의 피부에 박혔고 쓰린 통증에 정도현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정도현은 끝까지 신음소리 한번 내지 않았다.소령이 비웃음을 가득 머금고 그에게 말했다.“패기는 봐줄 만하네! 난 당신 같은 사람이 좋아! 정도현 회장, 당신이 지하 세력의 통치자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내 앞에서는 그냥 벌레보다 못한 쓰레기일 뿐이지! 난 언제든 내 기분에 따라 당신을 죽일 수 있는 위치에 있으니까!”“장관, 내가 뭘 잘못했는지부터 말씀해 주셔야 하는 게 아닙니까.”정도현은 피투성이가 되어 바닥에 엎드린 채, 여전히 태연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소령은 발을 거두고 옷매무시를 정리하고는 싸늘하게 말했다.“당신은 중장님의 심기를 거스른 적 없어. 하지만 우리 중장님께서는 승진 파티가 열리는 밤에 뭔가 특별한 선물을 원하셔. 참, 한지훈이랑 꽤 친분이 있다고 들었어. 그게 잘못이라면 잘못이지. 길 중장님은 한지훈을 죽여버리고 싶어하니까. 그와 친분이 있는 자들도 마찬가지야. 탓할 거면 당신의 어리석은 선택을 탓해. 하필이면 그 무능한 자식과 친구가
그 시각, 한 남자가 절뚝거리며 건물 2층 화장실에서 바깥 화단으로 뛰어내렸다.남자는 다리의 총상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친 듯이 뛰었다.2층에서 그를 쫓던 군졸들의 분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거기 서!”탕탕탕!남자는 빗발치는 총탄을 뚫고 군졸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젊은 남자는 곧장 큰길로 뛰어가서 택시를 잡았다. 택시에 탄 그가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다급히 소리쳤다.“오군 주군 본부로 가주세요! 빨리요!”운전기사는 다리에 피를 흘리고 있는 남자를 보며 걱정스럽게 말했다.“일단 병원으로 옮겨야 하지 않을까요?”남자가 싸늘한 목소리로 대꾸했다.“아니요! 당장 오군 주군 본부로 가야 합니다!”운전기사는 어쩔 수 없이 그가 시키는 대로 방향을 틀었다.30분 뒤, 젊은 남자는 오군 주군 본부에 도착했다.본부 입구에는 군졸들이 교대해 가며 지키고 있었다.남자가 피를 뚝뚝 흘리며 다가가자,입구를 지키던 군졸이 총구를 그에게 겨누며 싸늘하게 물었다.“여긴 일반인 출입 금지입니다!”봉천호는 다급히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리며 소리쳤다.“최고 장관님을 뵈러 왔습니다. 한민학 군단장님을 만나야 해요!”군졸이 다가와서 그의 양손을 비틀어 제압했다.봉천호는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거친 목소리로 소리쳤다.“빨리 한민학 군단장님을 봬야 합니다! 긴급 상황이에요!”군졸이 그를 끌고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일단 의무실에 옮겨서 상처부터 확인해!”조급해진 봉천호가 다시 소리쳤다.“안 됩니다. 군단장님부터 만나야 해요. 급하게 전달해야 할 소식이 있어요! 군단장님 만나게 해주세요!”팀장으로 보이는 군인이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무례하다! 아무나 군단장님을 만날 수 있는 줄 알아? 일단 의무실로 데려가서 상처부터 치료해! 그리고 조사 들어갈 거야!”“이거 놓으세요! 급한 일이라니까요? 군단장님 뵙게 해주세요!”봉천호는 목소리가 갈라질 정도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군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의무실로 끌고 갔다.“뭐야, 이 자식! 총상인데?
봉천호가 다급히 말했다.“알아요. 하지만 정말 중요한 일로 한민학 군단장님을 봬야 해요!”“그렇게 급한 일이면 우리한테 얘기해. 우리가 군단장님께 보고 올릴 테니까.”군인이 싸늘하게 봉천호를 쏘아보며 말했다.봉천호는 난감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도망쳐 나오기 전, 정도현은 무조건 한민학 군단장을 직접 뵙고 얘기해야 한다고 주의를 주었다.머리를 굴리던 그가 결단을 내린 듯, 말했다.“됐습니다. 군단장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하지 않을 테니 저를 풀어주시죠.”“풀어줘? 오군 주군 본부가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는 곳이야?”화가 난 군인이 테이블을 쾅쾅 두드리며 소리쳤다.조급해진 봉천호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전 법을 어기지도 않았고 여기 잡혀 있을 이유가 없어요! 무슨 자격으로 절 여기 잡아두는 겁니까! 지금 당장 나갈 거예요! 아까는… 잠이 덜 깨서 헛소리를 한 것뿐이니 당장 풀어주세요!”“앉아! 앉아!”군인이 다가와서 봉천호의 어깨를 눌려 의자에 앉혔다.“법을 위반한 적 없어? 그럼,총상은 어떻게 생긴 거야? 조폭 싸움에 휘말린 거 아니야? 사실대로 고하지 않으면 보내줄 수 없어!”봉천호는 결국 입을 다물고 아무런 응대도 하지 않았다.군졸이 짜증스러운 얼굴로 재촉했다.“봉천호, 바른대로 대답해!”봉천호가 말했다.“더 이상 할 얘기 없습니다. 제가 길을 잘못 들어섰어요.”그리고 이때, 취조실 문이 열리고 제복을 입은 형사들이 안으로 들어왔다.군인들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마침 잘 오셨습니다. 이 자식 아무리 심문해도 입을 열지 않아요. 취조는 우리 전문이 아니니 전문가님들에게 맡기겠습니다.”형사들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두 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나머지는 우리에게 맡기세요.”군인들은 봉천호를 노려보며 말했다.“봉천호, 형사님들 오셨어. 조사에 협조하도록!”군인들이 취조실을 나가자,형사들이 자리에 앉으며 노트북을 꺼냈다.중년으로 보이는 한 형사가 근엄한 표정으로 같이 온 여 형사에
“용왕님, 낙 씨의 집은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저희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그자의 집에는 오성 용수 이상의 고수만 해도 열 명 남짓 있습니다!”“그리고 제 생각에는, 천왕계 고수들이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그러니 낙 씨의 식구를 포섭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고, 이런 실력의 고수들은 돈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었다. 그들은 원하는 만큼 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고, 돈 외에도 그들이 낙 씨 어르신을 배신하도록 하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 “그렇다면 24시간 내내 그의 전화를 도청해서 무슨 일이 있으면 즉시 나에게 보고하도록 하라!”한지훈이 낮은 목소리로 명령했다.감청이 불가능하니, 비상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고 전파를 통해 휴대전화를 도청하는 데 드는 인력과 물적 자원의 소모는 매우 컸지만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용국의 안위를 위해서라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예, 오늘 밤부터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밤낮으로 감시하겠습니다!”용월이 대답했다. “다른 전역구는 어떤 움직임이 있지?”한지훈은 뒷짐을 진 채 서성거리며 물었다. 그가 가장 걱정하는 것이 바로 낙 씨가 전역구의 병력을 동원해 불시에 용경을 포위하는 것이었다. 이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일단 몇 개의 전역구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국을 비롯한 5개국이 군대를 동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북양에도 몇 가지 이상이 있었는데,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연기와 먼지가 뿜어져 나오는 걸 자주 목격했습니다!”잠시 생각한 후 용월은 한지훈에게 보고했다.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연기와 먼지가 나오다니?“장갑 부대!”이것밖에는 설명이 안 됐다! 다시 말해 북쪽의 웅국은 이미 많은 수의 장갑 부대를 동원해 북양에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너무 우연처럼 보였기에 사실이라고 믿기도 힘들었다! “이국 해군의 최근 열흘 이내의 모든 동향 보고를 가져와 보아라!”한지훈은 문득 뒤를 돌아보며 용월에게 분부했다.
국왕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한지훈은 홀로 헬기에 올라탔다. 이번에는 신룡전이 모두 파견되어 낙 씨 어르신의 배후 세력을 소탕할 예정이었다! 따라서 한지훈은 직접 신룡전의 본부로 향해 자세한 계획을 세워야 했고, 용운은 국왕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용경에 남겨졌다. 이로써, 양측의 최후의 결전이 본격적인 서막의 문을 열었다! 같은 시각, 낙 씨 어르신은 여전히 정 씨 어르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 뒤에, 정 씨 어르신은 밀실에서 나와 어두운 안색으로 낙 씨 어르신을 힐끗 바라보더니 말했다. “문주께서 미리 움직이려 하는데, 당신이 수하의 위수군이 큰 임무를 맡을 수 있겠소?”정 씨 어르신의 질문을 들은 낙 씨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거듭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합니다, 위수군은 이미 저의 통제하에 있으니 문주님을 위해 희생을 무릅쓰고 움직일 수 있습니다!”그러자 정 씨 어르신은 뒷짐을 진 채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3일 후, 문주께서 직접 용경으로 갈 테니 그때 조회에서 국왕을 퇴위시키려 하오!”낙 씨가 이 말을 들었을 때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마셨다. 이렇게 빨리 퇴위를 시킨다니?!“정 씨 어르신… 하지만 3일은 너무 짧은 것 아닙니까?!”낙 씨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그러면 국왕과 한지훈이 우리를 알아낼 때까지 기다렸다가 손을 쓰라는 말이오? 대군이 압박하고 있으니, 자네는 말할 것도 없고 나라고 하더라도 회생시킬 방법은 없소! 지금 그들에게 손을 쓰지 않으면 우리에겐 기회가 없을 것이오!”정 씨 어르신은 말을 마친 뒤 낙 씨를 매섭게 노려보더니, 소매를 뿌리치고는 분개한 채로 자리를 떴다. 낙 씨는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고 속으로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안뜰을 나섰다.한편, 한지훈이 타고 있던 헬기도 강중에서 수백 마일 떨어진 갚은 산속으로 향하고 있었다. 숲속에서 위장 전투복을 입은 몇몇 젊은 남자들이 멀리서 망원경으로 헬기 조종석에 앉은 한지훈을 발견했다. “어서 용존에게 보고하라, 용왕
이 세 아이가 바로 강 씨 어르신과 신 씨 어르신이 한지훈에게 맡긴 두 가문의 후손이었다. “국왕 폐하, 비록 낙 씨 어르신의 정체를 밝혀내고 그의 배후를 잡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긴 하지만, 이 아이들은 모두 무고합니다. 게다가 원로들의 대를 완전히 끊어버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한지훈은 난처한 표정으로 세 아이를 바라보았다.용국 전체를 보면 이 아이들을 천자각으로 데려가는 것이 가장 안전했고, 이전에 한지훈은 강만용과 신한국 두 원로 및 그들의 가족을 모두 강중으로 데려갈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는 아니었고, 강중이 폭발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아이들을 그곳에 남겨두고 만약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두 원로들을 마주할 수 있겠는가? 국왕은 세 아이를 힐끗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강 씨 어르신과 신 씨 어르신의 손자들인가?”“맞습니다. 제가 오기 전에 이미 장문로라는 사람을 제거했고, 또 한 사람은 몇 년 동안 실종되어 그의 가족조차도 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 허연생이라는 사람입니다!”이것이 한지훈이 오늘 이곳에 온 진짜 이유이다. “그래, 짐도 알다시피 허연생은 실종된 지 몇 년이 지났지. 그자가 죽은 것은 아닌가?”국왕은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는 허연생이라는 사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짐작하지 못한 것이 아닌, 한지훈의 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저는 어렴풋이 낙 씨 어르신의 배후에 매우 신비로운 세력이 있다는 걸 느낍니다. 적지 않은 무종 사람들이 모두 이 세력 중 하나이지요! 게다가 낙 씨 어르신 배후에 있는 이 사람은 매우 면밀히 조사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한지훈은 턱을 만지며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고, 국왕은 이 말을 듣자 방금 전 명단을 한지훈에게 건네주었다. 한지훈은 명단을 건네받아 한 번 훑어보았고, 위에는 이름만 있을 뿐 그들의 경지는 나와 있지 않았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자, 그들은 모두 적어도 천왕계 강자일 것
한편 그 시각, 작은 정원에서 수십 미터 떨어진 숲에서는 몇 명의 젊은 남자들이 조용히 밀림 속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뒤이어 그들은 산길을 따라 용경으로 돌아와 바로 천자각으로 향했다. 국왕이 한창 정무를 처리하고 있을 무렵, 갑자기 한 궁인이 재빠른 걸음으로 천자각으로 들어와 국왕의 귓가에 속삭였다. “뭐라고? 당장 들여보내!”이내 국왕은 손에 든 서류를 전부 내려놓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들 모두 물러가. 지금부터는 나의 분부 없이는 누구도 감히 제멋대로 이곳에 들어오지 마. 내 명령을 어기고 들어오려는 자들은, 총살해도 상관없어!”“네!”곧바로 양쪽에 서있던 궁인들과 시녀들은 일제히 천자각에서 물러섰다. 뒤이어 한 젊은 남자가 국왕의 앞으로 끌려오게 됐다. 천자각 대문이 굳게 닫히고 나서야 국왕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상황이 어때?”“제가 알아본 데에 따르면, 용경 교외에 정원이 하나 있더군요. 낙 선생은 그 정원에 들어간 후로 오랫동안 나오지를 않았습니다. 그래서 며칠 전, 그의 몸에 도청기를 하나 설치해 놨습니다!” “뭐 들은 거라도 있어?”국왕은 조용히 물었다. “폐하, 낙 선생이 한 조직과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이 어떤 계획에 대해서 의논하는 건 듣긴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언급하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으로선 섣불리 추측하기는 어렵지만, 하나 확실한 얘기는 들었습니다!”젊은 남자는 낮은 목소리로 보고했다. “그게 뭔데?”“조직의 한 사람이 언급했던 것 같은데, 허연생의 신분이 매우 특수하다고 합니다. 그의 죽음으로 인해 그들의 계획이 앞당겨질 것 같다고도 했고요! 다른 건 몰라도, 이번 일은 분명리 허연생이라는 이 사람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건 확실합니다!”“게다가 허연생은 바로 한지훈의 손에서 죽게 됐습니다!”이내 젊은 남자는 정리된 서류 한 부를 꺼내 건네주었다. 국왕은 서류 내용을 확인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위에 적힌 내용은 바로 낙 선생과 한 낯선 사람의 대화 내용이었다.
곧이어 한 노인이 안에서 걸어 나와 정원 문을 활짝 열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확인하고 나서야 낙 선생을 정원 안으로 모셨다. “지금 당장 날 정로한테로 모셔!”낙 선생은 다급한 어조로 본론을 꺼냈다. “네, 저를 따라오시죠. 정로께서는 마당 뒤편에서 차를 마시고 계십니다!”이내 노인은 낙 선생을 데리고 뒤뜰로 향했다. 그의 말대로, 한 백발의 노인이 정자 앞에서 한가롭게 차를 음미하고 있었다. 그는 손에 고서 한 권을 든 채 차를 마시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정로님! 큰일 났어요!”낙 선생은 자신이 그토록 찾던 노인을 만나자마자 황급히 앞으로 달려가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일이야? 왜 너답지 않게 이렇게까지 당황한 건데? 설마 신군이 뭔가 눈치라도 챈 거야?”정로는 침착한 표정으로 낙 선생을 쳐다보았다. “아니요, 신군 때문은 아닙니다. 사실 그저께, 저는 정로님의 뜻에 따라 강만용을 제거하자고 국왕을 설득해 봤습니다. 그런데 국왕이 약간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고는, 저더러 강만용의 고택으로 사람을 보내 상황을 알아보라고 했었습니다!”그 말을 들은 정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쉽지 않을 거라 예상했어. 어찌 됐든 강만용은 용각의 각인이었기에 네가 단 한두 마디로 그들을 단번에 사지로 몰아넣을 수 있는 건 아니야!”“하지만 그렇게까지 당황할 필요는 없어. 계획한 대로만 천천히 실행하면 돼. 어차피 그 늙은이들, 오래 살지도 못할 거야!”하지만 낙 선생은 여전히 난감한 안색을 보였다. “정로님, 사실 그게 아니라... 제가 만일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허연생과 장문로를 파견하여, 만약 한지훈이 나타나게 되면 한지훈도 처단하라고 명령했었습니다.”“그런데...”“그런데 뭐?”정로는 허연생의 이름을 듣고는 순간 얼굴색이 변했다. “그런데... 허연생은 한지훈의 손에 죽게 되었고, 게다가 장문로의 시체는 지금 찾을 수도 없습니다!”큰 자책감이 든 낙 선생은 급히 고개를 숙였다. ‘뭐라고?’ 예상치 못한 소식에
이내 한지훈은 손을 흔들며 남은 집행 대원들더러 이젠 자리를 떠나도 된다고 하였다. 그제야 집행 대원들은 죽음의 절벽에서 돌아온 것 마냥 급히 일어나 몸을 돌려 달아났다. 그들은 장문로의 시체를 수습할 겨를도 없었다. 그렇게 집법 대원들이 멀리 떠나고 나서야 한지훈은 강만용에게 다가와 말했다. “강로 님, 더 이상 이곳에서 지낼 수는 없습니다! 차라리 신로님과 함께 저를 따라 강중으로 돌아가시죠!”‘강중으로 돌아가자고?’ 강만용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하지만 지금으로서 그는 어디도 갈 수 없었다. 국왕의 명령을 받들고 온 장문로가 이곳에서 죽게 된 이상, 언젠가 다시금 다른 사람들이 찾아올 거라 생각했다. 이 상황에 집을 옮기면서 모습을 감추게 된다면, 나중에 잡혔다가는 오히려 더 큰 벌을 받을 것 같았다. “한지훈, 걱정해 준 건 고마워. 하지만 만약 나와 신로 모두 온 가족을 데리고 이사를 가게 된다면, 국왕은 오히려 더욱 의심을 품게 될 거야... 장문로가 이렇게 죽게 된 이상, 내가 보기에 국왕은 절대 가만있지 않을 거야. 그래서 난 너를 따라 강중으로 돌아갈 수 없어!”“하지만, 나의 이 어린 손자는 네가 대신 잘 돌봐줬으면 좋겠어!”강만용은 이내 그 일곱 살 난 남자아이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아이는 강만용의 허벅지를 꼭 안은 채 무슨 말을 해도 떠나려 하지 않았다. “자현아, 말 들어!”강만용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한지훈은 평소 강만용의 성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일단 그가 신중하게 결정을 내린 이상, 그 누구도 그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어쩔 수 없이 강자현을 데리고는 떠날 수밖에 없었다. 뒤이어 신 씨 집안도 마찬가지였다. 신한국은 강만용과 같은 태도를 보였고, 자신의 손자 두 명을 한지훈에게 맡기고는 본인은 계속하여 자리를 지키게 됐다. 그렇게 한지훈은 어쩔 수 없이 세 아이를 데리고 헬리콥터에 올라탔다. 또한 용운에게, 앞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을 안배하여 시시각각 강 씨 집
일곱 살짜리 아이를 고문하고는 아이의 피부까지 벗겨낼 생각을 하는 놈을, 어딜 봐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가? “장문로, 차라리 자결해. 아니면 넌 앞으로 죽는 것보다도 못한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될 거야!”한지훈은 차갑게 말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장문로를 절대 살아 돌려보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는 강 씨 집안과 신 씨 집안의 원수에게 제대로 복수하고 싶었다. “한지훈! 내가 분명히 말했지. 나는 국왕의 명을 받들어 강만용과 신 한국을 조사하러 온 거라고! 하지만 넌... 더 이상 북양 왕도 아니잖아!”장문로는 여전히 한지훈을 노려보며 굴복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화를 내며 소리쳤다. “한지훈, 됐어. 그냥 보내줘. 괜히 죽였다가 국왕이 알기라도 하면...”“강로 님, 만약 정말 국왕이 따지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제가 혼자서 다 책임을 질 겁니다! 오늘 전, 반드시 이 놈을 죽일 거예요!”이내 한지훈은 머리를 돌려 용운을 불렀다. “용운!”“네!”잔뜩 화가 나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던 용운은, 당장이라도 장문로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바로 이때, 장문로가 몸을 돌려 도망가려 하였다. 하지만 그는 어찌 됐든 그저 일반인이었기에, 제 아무리 빨리 도망가도 용운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가 없었다. 채 두 걸음 내딛기도 전에, 그는 용운에게 덥석 잡히게 됐다. “장문로, 너 방금 그랬지? 이 아이 피부를 벗겨버릴 거라고. 그럼 너부터 한번 벗겨볼까?”곧이어 용운은 비수를 뽑아 들고는 장문로의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겼다. “너 뭐 하는 짓이야? 난 엄연히 국왕의 명령대로 사건을 조사하러 온 것뿐이야! 당장이 거 놔! 젠장, 만약 감히 네가 나를 건드리게 된다면 너희들 모두 몰살당하게 될 거야!”장문로는 목이 쉴 정도로 마지막 힘을 짜내가며 고함을 질렀지만, 이내 그의 고함소리는 돼지 멱따는 듯한 비명소리로 변하게 됐다. 용운은 방금 말한 대로, 정말 단번에 장문로의 피부를 벗겨냈다. 엄청난 고통에 장문로는 기절
한지훈은 여전히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음양존의 공격에, 순간 눈앞이 깜깜 해나면서 끝없는 환각을 느끼게 된 그 순간을. 만약 진작에 적룡심을 융합하지 않았다면, 그날 한지훈은 필연코 음양존의 손에 죽을게 뻔했다. 빛, 불, 그림자! 바로 이 세 가지 자연의 힘은 누구에게나 여러 가지 환상으로 진화될 수 있었다. 한지훈은 이미 금룡심을 융합하긴 했지만, 아직 제대로 진법을 사용해 본 적은 없었다. 이내 생각에 잠긴 한지훈은 갑자기 허공을 향해 손가락을 펼치기 시작했다. “한지훈, 더 이상 건방지게 굴지 마! 네가...”허연생이 다시금 손을 들어 한지훈을 향해 공격하려는 순간, 그는 자신의 눈앞이 갑자기 깜깜해나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동시에 눈앞에 있던 강만용의 고택은 물론, 주위의 집법 대원들 그리고 장문로도 사라지게 됐다. 심지어 한지훈도 모습을 감추었다. 어안이 벙벙 해난 허연생은 손바닥을 높이 든 채 그저 멀뚱멀뚱하는 눈빛으로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는 자신의 다섯 손가락도 전혀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간에 갇혀있게 됐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환상은 그 자신만이 볼 수 있을 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허연생이 빠른 걸음으로 한지훈을 향해 돌진하다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춘 모습뿐이었다. 그들의 보기에는, 손바닥을 든 채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허연생의 행동이 매우 괴이해 보였다. “허 선생님, 뭐 하세요?”장문로는 마치 넋을 잃은 듯 멍하니 손바닥을 들고는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허연생의 모습에 갑자기 조급 해났다. 그러나 허연생은 장문로의 말을 전혀 듣지 못했다. 이때, 한지훈은 허연생의 뒤로 성큼성큼 다가와 손바닥을 들어 그의 뒤통수를 세게 때렸다. 그러자 순간 허연생의 눈앞에 펼쳐진 환상은 사라지게 됐고, 그는 마치 끊어진 연처럼 몸이 저 멀리 날아가게 됐다. 이로서 한지훈은 처음으로 금룡심의 진법을 경험하게 됐다. 그러나 이 진법은 단점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에너지 소
만약 이 없었더라면 한용은 지난 20년간, 무적천과 어깨를 겨누며 4성 천급 천신의 경지까지 쉽게 오를 수가 없었다. 끊임없이 스스로 모색하고 깨달으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성장할 수밖에 없었던 무적천과는 달리, 한 씨 집안사람들은 태생적으로 깨달음을 얻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까지 손에 넣게 됐으니, 그 무엇보다도 탄탄한 백전백승의 체계를 보유하게 됐다. 능력이 진화하는 속도든, 각종 역량에 대한 장악 정도든 그들은 그 어느 하나 무적천에 뒤쳐지는 게 없었다. “너... 분명히 뭔가 숨기는 게 있어!”눈치 빠른 허연생은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 그러자 한지훈은 몸을 돌려 차갑게 그를 주시하며 말했다. “내가 방금 말한 대로, 난 오늘 반드시 널 이 자리에서 죽여버릴 거야!”곧이어 한지훈은 쏜살같이 앞으로 한걸음 뛰어나와 한 주먹으로 허연생의 급소를 쳤다. 허연생은 비록 한지훈에 비해 얻은 깨달음도 적고 게다가 실력도 점점 떨어지고 있긴 했지만, 어찌 됐든 한 세대를 장악했던 강자였기에 역시나 쉽게 당하지는 않았다. 자신의 가슴을 노리는 한지훈의 주먹을 보아낸 그는 급히 몸을 옆으로 돌리고는 도리여 한지훈의 아랫배를 강하게 내리쳤다. “후!” 순간 한 줄기의 강한 바람과 기운이 한지훈의 급소를 공격하게 됐다. 분명 같은 주먹임에도 불구하고, 허연생이 뻗은 이 주먹은 비록 보기에는 그렇게 큰 기세는 아니었지만 힘이 매우 강했다. 그는 모든 힘을 한 주먹에 집중하여 최대한 기운을 폭발시킬 수가 있었다. 예상치 못한 역공격에 당황한 한지훈은 더욱 정신을 다잡고는 급히 주먹을 휘두르며 방어하였다. “팍!”그렇게 두 사람의 주먹이 부딪히게 되었고, 모두 어느 정도 자신의 힘을 통제하고 있긴 했지만 그 충돌 소리는 매우 컸다. 두 강자가 뿜어낸 엄청난 기운에, 마당에 있던 바위마저도 거센 바람에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죽어!”허연생은 손에 힘을 더욱 꽉 주었다. 그러자 푸하는 소리와 함께 분홍색의 독기가 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