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유청은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비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한 사령관님, 저 사령관님의 사람이 되겠습니다! 아내가 저를 설득했어요. 남자는 가슴에 항상 대업과 꿈을 간직하고 살아야 한다더군요. 저에게 그럴만한 힘이 있으니 나라를 위해 쓰는 게 맞겠죠. 그래서 결정했어요. 하지만 저에게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아직은 남촉에 남아 사씨 가문의 일을 처리하고 싶어요. 일만 다 처리하면 찾아뵙겠습니다.”한지훈은 그의 마음을 십분 이해했다.“물론이죠.”유청은 그제야 큰 짐을 내려놓은 듯,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한지훈이 혹여 거절할까 봐 오기 전까지 걱정한 그였다.하지만 지금 보니 아내의 말이 맞았다.한지훈은 정직하고 넓은 아량을 가진 현명한 사람이었다.유청과 작별한 뒤, 한지훈은 호텔로 돌아갔다.밤새 걱정한 강우연은 무사히 돌아온 한지훈을 보고 눈물을 머금고 다가와서 그를 안았다.”여보, 무사히 돌아왔군요. 걱정돼서 미치는 줄 알았어요.”남편을 전장에 내보내고 편히 잠들 수 있는 아내가 몇이나 될까?그를 사랑하기에 항상 걱정되고 다칠까 봐 애간장을 태우는 강우연이었다.한지훈은 그런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나 괜찮아. 들어가자.”“네.”강우연은 고개를 끄덕인 뒤, 그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그날 오후, 두 사람은 함께 강중으로 돌아갔다.강중에 돌아오자마자 한지훈은 신한국의 전화를 받았다.신한국은 한지훈의 처사를 높이 찬양하며 한바탕 칭찬을 늘어놓은 뒤에 본론을 꺼냈다.“지훈아, 4대가문은 일단은 너를 공격하지 않을 거야. 국왕께서 따로 지시를 내렸거든. 어길 시 반역으로 간주하겠다고 엄포도 놓으셨어. 하지만 영구적인 게 아니라 제한 시간이 있어. 고작 3개월이야. 3개월 안에 무조건 실력을 더 쌓아야 해.”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인상을 확 찌푸렸다.“3개월이요?”“그래! 3개월, 이게 천자가 널 위해 벌어줄 수 있는 최대 시간이야!”신한국은 진중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너한테 알려줄 일이
그쪽에서 멈추지 않는데 한지훈이라고 가만히 당하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이어지는 며칠동안 한지훈은 강우연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매일 정해진 시간에 그녀의 출퇴근을 픽업하고 시간을 내어 그녀와 실전 연습도 진행했다.강우연은 무예에 꽤나 재능이 있는 여자였다.벌써 일주일 안에 그녀는 1성 준전신급 경지에 안착했다.이제는 4성 천급 군왕 몇 명을 만나도 자신을 지킬 수 있을 정도까지 성장했다.“하….”강우연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한지훈에게 물었다.“여보, 나 어때요?”한지훈은 그런 그녀에게 엄지손가락을 척 내보이며 말했다.“아주 좋아.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서 성장이 가장 빨라.”그 말을 들은 강우연은 해맑게 웃었다.사실 그녀는 더 노력해야 한다고, 더 강해져야 한다고 항상 자신을 채찍질했다.그래야 앞으로 한지훈과 고운이를 지켜줄 수 있을 것 같았다.한지훈의 신변에 귀찮은 일이 생기거나 지난번처럼 그가 중상을 입었을 경우에 가족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싶었다.그렇게 연무 한 시간 뒤에 강우연은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한지훈에게 말했다.“여보, 오늘 비즈니스 파티가 있는데 같이 갈래요?”한지훈은 들고 있던 천산서록을 내려놓고 웃으며 말했다.“좋지.”어차피 한가한 시간이고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그 시각, 강중의 모 별장.네 명의 검은색 장포를 입은 사람들이 어두운 거실에 모였다.“한지훈이 돌아왔어. 들은 정보에 의하면 오늘 열리는 비즈니스 파티에 참석할 거라는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간단해. 파티에 잠입하여 놈을 독살하는 거야!”한 사내가 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가면을 쓴 사내에게서는 일반인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음침한 분위기가 풍겼다.“하지만 상대는 북양왕이야. 4대 가문의 가주들이 연합해도 죽이지 못한 놈이야. 오히려 원천걸이 역으로 당해서 죽어버렸다고! 한지훈 최소 반보천왕일텐데 우리가 할 수 있을까?”또 다른 가면을 쓴 사내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걱정할 필요 없어.
그들은 사업 상의 경험담이나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미래 정책 같은 것들을 서로 공유했다.많은 사람들은 이번 교류회를 통해 미리 정책 같은 것들을 알아둬서 대비책을 세울 계획을 가지고 이 자리에 나왔다.그래야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시장을 독점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그 시각 한지훈과 강우연도 다가오는 사람들과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술잔을 들고 다가온 사람들 대부분은 강우연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었다.그녀는 어느새 강중에서 가장 핫한 여성 기업인이 되어 있었다.우연그룹과 청운종이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그룹에서 생산하는 약품들은 시장 점유율이 무려 80퍼센트 이상을 달성했다.물론 남은 20퍼센트는 양심적인 시장 경쟁을 위해 강우연이 일부러 여지를 남긴 것이었다.반면 강중 의학계의 거물들 몇 명을 제외하고 강우연과 같이 온 한지훈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하지만 그가 바로 소문만 무성한 강우연의 남편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소문에 그는 출근도 안 하고 매일 집에만 있으며 가정주부를 자처한다고 했다.물론 한지훈은 그런 소문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다.젊고 잘생긴 남자 한 명이 사람들 틈에서 걸어나오더니 강우연에게 다가가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었다.“강 대표님, 안녕하세요. 이런 곳에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경주 당씨 가문의 둘째 당일범입니다.”강우연은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반가워요. 그런데 우리가 아는 사이였던가요?”당일범이 웃으며 말했다.“오늘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앞으로 알아가면 되죠.”말을 마친 그는 자신이 느끼기에 가장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다.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여자였으면 진작에 가슴 설레었겠지만 강우연은 오히려 그런 그의 태도에 반감을 느끼고 경계 어린 표정을 지었다.딱 봐도 바람둥이에 자기 잘난 멋에 사는 인간이었다.그녀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그런데 어쩐 일로 저를 찾으셨나요?”당일범이 말했다.“우리 가문도 경주에서 의약
당일범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살면서 한 번도 이런 대우를 받은 적이 없었다.그에 대한 소문이 안 좋기는 하지만 그가 조금만 웃어주면 따라다니는 여자들은 수두룩했다.굳이 뭔가를 해주지 않아도 그와 함께 밤을 보내고 싶어하는 여자는 많았다.그런데 이 망할 여자가 와인을 자신의 얼굴에 쏟아부은 것은 용서할 수 없었다.너무 치욕스럽고 화가 나서 주먹이 떨려왔다.그가 남을 조롱한 적은 있어도 이렇게 대놓고 그에게 창피를 준 사람은 처음이었다.일개 기업의 대표가 자신에게 이런 식으로 대하다니!당일범은 어떻게든 강우연을 방으로 끌고 가서 자신을 건드린 대가가 어떤 건지 똑똑히 가르쳐 주고 싶었다.그렇게 해야 이 주체할 수 없는 정복 욕구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개처럼 기게 만들겠어!’“망할 년이 감히 내 얼굴에 와인을 부어? 내가 누군지 알아? 나 당씨 가문의 2세라고!”종업원에게서 티슈를 받아 대충 얼굴을 닦은 당일범은 음침한 눈빛으로 강우연을 노려보며 으름장을 놓았다.강우연은 싸늘한 시선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말했다.“조금전에 자기소개는 이미 했잖아요. 하지만 그게 당신이 예의 없이 행동하는 이유가 되어주지는 않죠. 조금 전의 언행은 이미 내게 큰 모욕감을 줬어요. 당장 경찰에 신고해서 당신을 잡아가라고 할 수도 있다고요!”“하!”당일범은 자신을 경찰에 신고한다는 말에 크게 비웃음을 터뜨렸다.“강 대표는 유머감각도 뛰어나군! 나를 경찰에 신고해? 할 거면 해도 돼. 소도시인 강중에서 날 잡아갈 간 큰 경찰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괜히 허풍을 떠는 소리는 아니었다.강중에 비하면 경주는 대도시에 속하고 그런 경주에서 당씨 가문의 영향력이 워낙 어마어마했기에 당일범이 잡혀갈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주변에서 구경하던 손님들 중에는 강우연을 깨고소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우연그룹이 그만큼 강중에서 탄탄한 입지를 자랑하고 있었기에 그런 우연그룹을 시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게다가
‘저 망할 년이 감히 나를 무시해?’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는 정복 욕구도 강하게 올라왔다.이런 여자만이 정복했을 때 쾌감이 극대화되는 것이다.당일범은 떠나는 강우연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녀를 돌려세울 생각이었는데 미리 그의 움직임을 느낀 강우연은 가볍게 몸을 비틀어 피하고 역으로 그의 손목을 잡아 비틀었다.우드득 하는 소리가 아찔하게 현장에 울렸다.강우연은 그대로 상대의 손목을 부러뜨려 버렸다.“악!”당일범은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손목을 붙잡고 뒤로 뒷걸음질쳤다.그는 수치심에 달아오른 얼굴로 강우연을 노려보며 소리쳤다.“이 망할 년이 내가 누군 줄 알고! 죽여버릴 거야! 당장 내 앞에서 무릎 꿇고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지옥이 뭔지 알게 해주마!”현장을 목격한 손님들도 경악을 금치 못하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방금… 뭘 본 거지?손목을 부러뜨리다니!상대는 당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었다!이건 너무 무모한 행위가 아닐까?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이었다.한지훈도 약간 놀란 눈으로 아내를 바라보았다.그녀가 그냥 피하고 기껏해야 귀뺨을 날릴 줄 알았는데 이 정도로 과감한 행동을 할 줄은 예상밖이었다.그런 모습이 한지훈의 눈에는 더욱 매력 있게 보였다.예전의 강우연과는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모습이었다.오히려 훈련할 때보다 동작이 더욱 신속하고 과감했다.그녀의 체내에 주입한 할아버지의 기운에 영향을 받은 탓일까?한지훈은 그녀를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일이 생겼을 때 그녀가 더 이상 떨지 않고 과감히 맞선다는 건 좋은 현상이었다.강우연은 싸늘한 눈빛으로 당일범을 노려보다가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사람들의 경악한 시선을 받으며 다리를 들어 당일범의 턱을 가격해 버렸다. 건장한 체구의 사내는 그대로 허공에 떠올랐다가 바닥으로 힘없이 추락했다.현장에 삭막한 정적이 감돌았다.강우연은 차갑게 코웃음치고는 상대를 깔보듯 내려다보며 우아하게 옷매무새를 정돈했다. 그러고는 턱을 붙잡고 바닥에서 간신히 숨만 몰아쉬고 있는 당일범을 싸
파티홀을 나온 한지훈과 강우연은 손을 잡고 근처에 있는 공원으로 향했다.그러고 보니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는 건 꽤 오랜만이었다. 강우연은 한지훈과 함께하는 이 한가한 시간을 마음껏 즐겼다.그러면서도 여전히 분이 식지 않았다.“당일범 그 인간 정말 괘씸해요! 집에 돈 좀 있다고 그런 식으로 여자를 모욕하다니! 다음에 만나면 제대로 한번 손봐줄 거예요!”그녀는 작은 주먹을 흔들며 분개해서 말했다.한지훈은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됐어. 이미 제대로 혼쭐을 내줬잖아.”강우연은 그제야 한숨을 토하며 그에게 말했다.“미안해요, 여보. 내가 너무 경솔했죠? 이러다가 회사에 불이익을 끼치는 건 아니겠죠?”지금 생각하니 너무 무모한 행동이었던 것도 같았다.상대는 무려 당씨 가문의 둘쨰였다.경주에서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는 존재라고 했다.그런 가문을 적으로 만들었다면 이대로 쉽게 끝날 일은 아닐 것 같았다.한지훈은 그녀의 보드라운 손을 꼭 잡아주며 담담히 말했다.“괜찮아. 당씨 가문? 아무것도 아니야. 그쪽에서 주제도 모르고 날뛰면 내가 나서면 돼. 조금 전 보여준 모습 정말 괜찮았어. 앞으로도 귀찮은 일 생기면 절대 물러서지 마. 그래야 사람들이 당신을 만만하게 보지 않아.”“특히나 당일범 같은 금수저들한테는 더 눈치 볼 필요가 없어.”그 말을 들은 강우연의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가 피어났다. 그녀는 발꿈치를 들고 한지훈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한지훈은 처음에는 당황하다가 이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두 사람은 손을 잡고 오솔길을 천천히 걸었다.그런데 이때, 한지훈은 순간 인상을 찌푸리며 서늘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왜 그래요, 여보?”강우연도 이상을 감지하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한지훈은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한 뒤,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누가 우릴 미행하고 있어. 총 네 명이야. 게다가 실력도 범상치 않아. 가장 뛰어난 놈은 4성 천급 용수의 무인이야. 최하위도
사독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는 살기를 번뜩이며 순식간에 한지훈을 향해 달려들었다.악귀 가면을 쓴 사내는 마치 흑표범처럼 빠르게 움직이며 옷섶에서 번뜩이는 단도를 꺼내 한지훈의 등을 노리고 휘둘렀다.단도에서 순식간에 표창 모양의 무언가가 뿜어져 나오더니 허공을 갈랐다.“성공이다!”악귀 가면을 쓴 사내는 한지훈과 2미터 가까이까지 단도가 접근했을 때 상대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기쁨에 들떠 탄성을 질렀다.2미터는 4성 천급 용수에게 거의 눈 깜짝할 사이에 접근할 수 있는 거리였다.아무리 강한 상대라도 그 시간 안에 공격을 방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일이 이렇게 쉽게 풀릴 줄이야!누가 한지훈이 강하다고 했지?그는 아무런 위기감이 없어 보이는 상대의 모습에 살짝 실망감을 느끼기도 했다.차라리 속전속결로 끝내고 돌아가서 보상을 받고 쉬고 싶었다.하지만, 사내가 의기양양하며 혼자만의 상상에 빠져 있을 때, 뒤돌아선 한지훈은 입가에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4성 천급 용수라, 이번에는 좀 신경을 썼네.”한지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상대를 노려보며 비아냥거렸다.가면을 쓴 사내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어떻게 된 거지?상대는 분명 공격의 기미를 눈치챘고 게다가 그 짧은 시간 안에 뒤돌아섰다.그리고 그의 단도는 허공에 머물러 있었다.그는 그제야 자신과 한지훈 사이의 거리가 어느새 2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한지훈은 뒤돌아서는 동시에 그와 거리를 벌렸던 것이다!더 당황스러운 것은 사내는 아무리 힘을 써도 몸은 마치 바닥에 말뚝이라도 박힌 것처럼 조금도 앞으로 움직일 수 없었다.그의 경악한 시선을 보며 한지훈이 담담히 손을 뻗었다. 그러자 사내가 들고 있던 단도가 미친듯이 진동하기 시작하더니 그대로 사내의 손을 벗어나 한지훈에게 돌아갔다.가면을 쓴 사내는 경이로운 표정으로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영혼을 잠식하는 듯한 상대의 위압감에 그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반보천왕이 아니었어! 이건… 천왕이야!
곧이어 털썩 하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가면남은 그대로 쓰러졌다. 그의 얼굴은 퍼렇게 죽어가더니 온몸의 혈관이 검은색을 띄며 팽창하기 시작했다.한지훈은 그 모습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그것은 맹독이었다!독에 당한 상대는 반항 한번 못해보고 그대로 즉사했다.한지훈의 옆에서 현장을 목격한 강우연은 겁에 질려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그만큼 시체의 모습은 너무 기괴하고 무시무시했다.멀리서 기회를 엿보던 3인방은 무리 중 가장 실력이 뛰어난 형님이 일격에 쓰러지자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상대는 천왕강자야! 우린 승산이 없어! 빨리 도망쳐야 해!”그들 중 한 사람이 소리쳤고 말이 끝나기 바쁘게 그는 뒤돌아서 뛰었다.남은 두 사람도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동료가 사라진 방향으로 뛰었다.“흥!”한지훈은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고는 그들의 등 뒤에 대고 소리쳤다.“어차피 다 왔으니 너희도 남아!”말이 끝나기 바쁘게 한지훈은 질주하기 시작했다.그에게서 뿜어져 나온 살기가 공원 전체를 뒤덮었다.묵직한 소리와 함께 허공에 번뜩이는 오릉군 가시가 나타나더니 도망치는 일행 중 한 명을 향해 날아갔다.푸흡 하는 소리와 함께 오릉군 가시는 상대의 몸을 관통했다.한지훈은 다른 일행을 뒤쫓아간 뒤에 손을 뻗어 상대의 덜미를 잡았다.상대는 뒤돌자마자 한지훈을 향해 붉은색 분말을 뿌렸다.맹독이었다!한지훈은 순식간에 뒤로 물러서며 손을 뻗었다. 그의 옷섶에서 은침이 뿜어져 나와 분말을 꿰뚫고 상대의 등을 관통했다.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상대는 온몸에 마비를 일으키며 바닥에 쓰러졌다.한지훈은 쓰러진 상대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남은 한 명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마지막 남은 한 명은 도주에 특화된 자였다.한지훈은 인상을 찡그리며 광장에 있는 깃발 하나를 뽑아 상대의 등을 노리고 던졌다.깃발은 마치 예리한 창처럼 사내를 향해 날아갔다.쾅! 깃발의 거대한 충격과 살상력은 그대로 상대의 몸을 관통했고 상대와 함께 벽에 날아가서 꽂혔다.순식간에 벽이 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