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SNS에서 상담 게시물 하나를 발견했다. 글쓴이는 에이즈에 걸렸다고 하면서 약혼을 앞둔 여자친구를 속였다고 했다. 아래 ‘좋아요’는 수만 건에 달했는데 궁금한 마음에 클릭해서 자세히 보니 안에 묘사된 여자친구가 어쩐지 나를 닮은 것 같았다.
View More“장유리, 나와 결혼하기 싫어? 네가 에이즈에 걸리면 어떻게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지 지켜볼 거야.”그의 피가 칼에서 흘러내리는 것을 보면서 나의 마음은 두려움에 휩싸였다.아빠, 엄마는 놀라 고함을 질렀다.“유리야!”사람들을 해치고 필사적으로 나를 향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펑!’고막이 터질 듯한 총소리가 울렸고 총알은 칼을 든 서지훈의 팔을 뚫고 지나갔다.“아아악!”서지훈은 비명을 지르며 칼을 바닥에 떨구었고 거의 동시에 아빠는 나를 잡아당겨 품에 안았다.“괜찮아, 괜찮아.”아빠가 나를 위로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을 위로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경찰들이 한꺼번이 몰려와 신속하게 서지훈을 제압했다. 그의 부모님과 삼촌은 도망가려고 했지만 문은 경찰에 의해 막혔다.“당신들 뭐 하는 거예요?”서명우가 소리쳤다.“우리가 법을 어긴 것도 아닌데 무슨 근거로 우리를 잡아요?”“당신들이 병원에서 불법 거래를 하고 환자의 돈을 사기 쳤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우리와 함께 서로 가주셔야 겠습니다.”경찰은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숨을 고른 후 서지훈을 가리키며 말했다.“저 사람은 에이즈 감염자예요.”경찰은 순간 안색이 변했다. 순간 더 많은 경찰이 몰려와 서지훈을 단단히 제압하며 더는 그에게 반항하고 몸부림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심지어 바닥에 놓인 피 묻은 과일칼도 증거물로 봉투에 넣어 가져갔다.“장유리!”서지훈은 화를 내며 울부짖었데 두 눈에는 분노가 이글거렸다.하지만 아무리 화가 나도 경찰이 통제하고 있어 꼼짝도 할 수 없었던 그는 순순히 끌려나갔다.“괜찮아. 유리야, 다행이야.”엄마는 부드럽게 나를 위로해 주었다.서지훈의 부모님과 삼촌도 경찰에 끌려갔다.나는 그제야 긴장이 풀려 부모님을 와락 껴안고 엉엉 울었다.보름 후, 서지훈 일가의 재판 결과가 나왔다. 서지훈의 부모님과 삼촌은 의료자원을 이용해 돈을 사기 치고 심지어 가짜 약을 판매한 것까지 적발돼 재판을 받았다.서지훈은 에이즈에 걸렸어도 사람을 해치려고 했
“유리야, 무슨 소리야?”서지훈은 뚫어지라 나를 쳐다보며 두 걸음 앞으로 다가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나한테 오해가 있는 거 아니야? 내 검사 기록을 봤잖아? 검사 기록에는 내가 문제없다고 적혀 있어.”“그 검사결과는 가짜야.”나는 점점 더 어두워지는 서지훈의 얼굴을 보며 또박또박 말했다.“웰컴 병원에서 너에게 진단서를 준 의사를 찾아봤는데 이름이 서건우였어.”나는 무대 아래쪽에 있는 한 테이블을 가리켰다.“그분은 너의 삼촌이지?”여러 사람의 시선이 순식간에 쏠리자 서건우는 멋쩍어 시선을 피했다. 서건우를 알고 또 그가 의사라는 것을 알고 있는 친척들은 갑자기 눈빛이 변했다.서지훈은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그래도 뭔가를 변명하려고 입을 열었다.“유리야, 무슨 말이 있으면 나중에 다시 해. 오늘은 우리 약혼식이야...”“왜? 에이즈에 걸린 너와 결혼할 것 같아? 아니면 넌 에이즈를 나에게 감염시킨 후 병 치료한다는 명의로 우리 집 돈을 쓰려고 했어?”나는 서지훈의 생각을 모두 폭로한 후 점점 창백해지는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장유리, 내 아들을 모함하지 마. 이 사진들은 다 네가 위조한 거야. 우리가 너에게 부동산 명의도 너의 것으로 해줄 만큼 잘해줬잖아.”“그럼요. 집은 제 이름이지만 계약금부터 다 대출이에요!”나는 쌀쌀하게 웃으며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 나는 가방에서 은행의 부채 증명서를 꺼내 사람들 앞에 내던졌다.“여러분, 똑똑히 보세요. 이건 은행에서 준 부채 증명서인데 부동산 계약금이라고 적혀 있어요! 즉 이 사람들은 한 푼도 내지 않았고 오히려 제가 다 빚을 갚아야 해요.”“서씨 가문이 이런 집일 줄 몰랐네.”“사람은 겉과 속이 다르다고 하더니만.”“어머, 여자의 돈을 사기 치려고 마음먹었네. 정말 창피해.”“에이즈에 걸렸다잖아. 너무 무서워.”약혼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분분히 일어났다. 서씨 가문의 사업 파트너들도 하나같이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잠시만요. 잠시만요.”서명우가 막으러 갔지만 그들에게 밀려났다.
“너 뭐해?”뒤에서 서지훈의 의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나는 놀라 혼이 나갈 뻔했다. 호흡이 멈출 것 같았던 나는 비록 그와 등지고 있었지만 나를 향해 다가오는 그의 발걸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지훈아.”갑자기 나은숙의 목소리가 문 앞에서 들려왔다.서지훈이 고개를 돌리는 틈을 타서 나는 재빨리 서랍을 닫은 후 돌아섰다.“너 기기서 뭐해?”나은숙이 다가와 나를 보고 활짝 웃었다.“유리야, 일찍 왔네. 방금 밖에 나갔었어.”“네. 알아요.”나는 앞으로 걸어갔다.“마침 잘 됐어. 점심으로 뭘 먹고 싶어? 아줌마한테 시킬게.”나은숙이 말했다.“아니에요. 방금 아빠가 전화 왔는데 엄마가 편찮으셔서 빨리 돌아오라고 했어요. 먼저 갈게요.”나는 서둘러 대답했다.“그럼 내가 데려다줄게.”서지훈은 어리둥절해 하며 말했다.“괜찮아. 이미 택시를 불렀어.”나는 말을 마치고 서둘러 떠났다. 단숨에 걸어 나간 나는 나중에는 거의 달리다시피 해서 택시에 오른 후에야 긴장된 신경이 조금 풀렸다.나는 핸드폰 안의 사진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만약 에이즈에 걸린 게 사실이라면 전에 병원에서의 일은 나를 속인 것이다!나는 휴대전화를 꺼내서 예전에 대리 회계를 할 때 알게 된 한 대표님에게 전화했다. 그는 의약 방면의 전문가여서 의학 분야에 많은 전문가를 알고 있었다.“부탁이 있어요. 이 병원과 이 사람에 대해 알아봐 주세요...”10분 후에 나는 전화를 끊었다. 이젠 마지막 단계만 남았다. 서지훈은 하마터면 나에게 에이즈를 감염시킬 뻔했고 또 부모님이 평생 힘들게 번 돈을 사기 치려고 했다. 이런 개자식을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집에 돌아온 후, 나는 부모님에게 말했다.“나는 서지훈과 약혼할래요.”...5일 후, 나와 서지훈의 약혼식.급하게 준비했고 또 나의 친척들은 현지에 없으므로 이번 약혼식에는 나의 부모님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그의 친척들이 참가했다.그리고 내가 서지훈에게 이번 기회를 통해 비즈니스에 관해 얘기할 수 있다고 꼬
‘나쁜 놈! 공짜로 가지려는 거잖아!’나는 몸이 떨렸다. 지금 당장 뛰쳐나가 이 게시물을 가지고 서지훈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서지훈이 이 게시물을 썼다는 것을 인정하리라고 보장할 수 없었다.나는 휴대전화를 꽉 쥐고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한다고 자신을 설득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증거를 찾는 것이다.나는 화장실에서 룸으로 돌아왔다.나의 부모님은 맞은편에 있는 이 세 식구가 어떤 악마인지도 모르고 즐겁게 서지훈의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나는 분노를 억누르고 이 식사를 마쳤다.다음날, 나는 먼저 서지훈에게 전화를 걸어 고향에서 누군가 특산물을 많이 보내왔는데 엄마가 조금 가져가라고 했다고 알려줬다.이 말을 들은 서지훈은 흔쾌히 대답했다. 전화를 끊고 나는 슈퍼에 가서 가장 싼 특산물을 대충 샀다.지금 이 시각이면 그의 아버지인 서명우는 집에 안 계시고 어머니인 나은숙은 미용실에 가시는 걸 알고 있는 나는 일부러 이때 찾아갔다.나는 오늘 예쁘게 치장하고 타이트한 원피스를 입었다. 나를 본 서지훈은 눈빛을 반짝이며 서둘러 나를 방으로 끌고 갔다.“유리야, 먼저 내 방에 잠깐 앉아 있어. 얘기 좀 해.”서지훈의 방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나를 덥석 껴안고 얼굴을 나의 목덜미에 대며 말했다.“유리야, 너 오늘 너무 향기로워.”나는 구역질이 나서 토하고 싶었지만 오늘 이곳으로 온 목적을 생각하고 메스꺼움을 참으며 말했다.“난 배가 좀 고픈데 먹을 것 좀 줄래?”“지금?”서지훈이 내키지 않아 하며 묻자 나는 억지로 웃음을 짜내며 그의 팔에 손을 얹고 암시하는 듯 주물렀다.“응, 너무 배고파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지훈은 내 말을 듣고 눈을 반짝였다.“그럼 지금 먹을 것을 만들어줄 테니 기다려.”“알았어. 따뜻한 거로 해줘. 요즘 위장이 안 좋아.”나는 서지훈이 빨리 돌아올까 봐 얼른 요구를 말한 후 침대에 앉았다.“알았어.”서지훈은 대답하며 재빨리 주방으로 갔다.그가 떠나자마자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몸을 돌
서지훈이 나에게 이렇게 잘해 주었는데 나는 전에 그를 그렇게 의심했다니!엄마 아빠도 만족하며 말했다.“네가 우리 유리에게 잘해 줄 거라 믿어.”아버지가 또 한 마디 물었다.“보아하니 이 집은 계약금을 지급한 것이고, 그럼 나머지 상환금은 젊은 부부가 스스로 갚는 건가요?”“그건...”서지훈의 아빠는 잠시 멈칫하다가 말했다.“원래 우리 노부부가 갚아 주려고 했는데... 최근에 사업에 문제가 생겨서 주머니 사정이 좀 빠듯해요. 도저히 뒷돈을 댈 수 없어서 얘들 부부가 스스로 노력해 줘야겠어요.”아버지는 눈살을 찌푸리셨다.나는 어릴 때부터 먹고살 걱정 없이 자랐는데 부모님은 분명 내가 주택담보 대출 상환 때문에 고생하는 걸 마음 아파하실 것이다.잠시 머뭇거리다가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아니면 이렇게 해요. 내 수중에 돈이 좀 있으니 우선 이 집의 주택 대출금을 갚아요.”“아, 이건...”서지훈의 부모님은 눈빛을 마주쳤다.“너무 많은 거 아닐까요?”“어차피 갚아야 할 건데, 애들이 30년 동안 주택담보 대출을 짊어지기엔 부담이 너무 크고 이자도 너무 많아요.”아빠는 말했다.“어쨌든 저에겐 딸이 하나뿐이니 앞으로 제 돈도 모두 유리 것이에요. 미리 줬다고 생각하죠.”“아빠.”나는 가슴이 뭉클했다.지난 몇 년 동안 부모님께서 일하셔서 돈을 좀 모으셨지만 모두 샐러리맨이기에 나머지 2.8억 원도 그들에겐 적지 않은 금액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마 이 돈은 거의 전부 재산일 지도 모른다.아버지는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려 웃으셨다.“그, 그래요.”서지훈의 부모님은 웃으며 잔을 들었다.“그럼 고마워요. 사돈. 사돈이 이렇게 시원시원하니 걱정하지 말아요. 혼수 예물은 우리가 결코 유리를 푸대접하지 않을 거예요.”“사돈이 이렇게 많은 계약금을 주었잖아요.”두 가족은 아주 유쾌하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는 이렇게 순조롭게 진행될 줄은 몰랐다.나는 맞은편에 앉아서 아빠랑 술 마시고 있는 서지훈을 보았다.‘내가 정말 시집가는 건가?’왜
다음 날, 서지훈이 집 앞에 데리러 왔다.일주일 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우리는 서로 말이 없었다.차는 30분을 달려 마침내 웰컴이라는 개인병원 앞에 멈추었다.“큰 병원에 가면 안 돼? 왜 이런 작은 병원에 왔어?”“큰 병원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오래 예약해야 해.”서지훈은 차 문을 열며 말했다.“어차피 검사만 할 건데 아무 병원이면 어때?”나는 어쩔 수 없이 서지훈을 따라 차에서 내렸다.이 병원은 매우 정규적으로 보였는데 들어가자마자 안에 많은 환자가 수액을 걸고 있어서 나는 조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프런트 데스크의 간호사가 우리를 데리고 각각 다른 방으로 가서 검사했고, 한 시간 후에 검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 했다.나는 서지훈과 함께 밖에 앉아서 기다렸다.한 시간 동안 계속 핸드폰으로 그 게시자가 업데이트했는지 확인하려 했다.한 시간 후 나와 서지훈은 모두 검사 보고서를 받았다.서지훈은 보고서를 힐끗 보더니 바로 나에게 건네주었다.“이제 안심해도 되지?”내가 받아보니 아무 문제 없이 건강한 거로 나왔다.나도 물론 문제없었다.나는 위에 있는 모든 검사가 무사히 통과되었다는 보고서를 바라보며 내가 정말 생각을 너무 많이 한 건 아닌지 의심했다.“그런데 왜 그동안 계속 핑계를 대고 나랑 함께 검사하러 오지 않은 거야?”나는 서지훈을 올려다보며 물었다.“그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느꼈을 뿐이고 정말 시간이 없었어.”서지훈이 말했다.“친구랑 술집 갈 시간은 있고 검사할 시간도 없어?”나는 그래도 뭔가 이상했다.서지훈은 잠시 멍해 있다가 문득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네가 며칠 동안 나를 무시한 게 이것 때문이야?”그는 어이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너 혹시 호영이의 카카오스토리를 봤어? 그날 출장을 가야 하는데 아빠가 남아서 일을 처리하라고 해서 다음날 비행기를 타고 갔어. 그날 밤 호영이가 마침 생일이어서 우리가 그 바에 모인 거고.”그는 내가 믿지 못할까 봐 휴대전화를 꺼내 채팅창을 열어 보여주었는데 정말 그의 말대로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래도 나는 검사를 받으러 가고 싶어...”“그럼 시간 날 때 가자.”서지훈이 내 말을 끊었다.“그래, 난 오늘 아직 장부를 끝내지 못했어. 그냥 안부 전하러 전화한 거니 일찍 자.”서지훈은 내가 더 말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었다.나는 끊긴 휴대전화를 멍하니 바라보았다.우리가 연애하고 나서 서지훈이 먼저 전화를 끊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지금 화가 난 건가?’망설이다가 나는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잘 자.”서지훈은 대답하지 않았다.나는 침대에 누워 손가락으로 계속 화면을 그으며 그가 답장하기를 기다리며 마음이 더욱 초조해졌다.결국 아예 화면을 껐다가 다시 켰는데 게시물이 업데이트했다는 알림이 떴다. 그 글쓴이는 또 새 글을 올렸다.나는 자기도 모르게 게시물을 클릭했다.[여러분, 내가 오늘 여자친구와 혼수 예물에 관해 이야기했는데 여자친구 집에서 1600만 원이 필요하지만 시집올 때 장모님이 돈을 좀 보태서 함께 가지고 올 거라고 해. 얼마나 주는지 모르겠지만 돈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어. 그래야 내가 가지고 가서 병을 치료할 수 있었을 테니!]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1600만 원? 또 이런 우연이?’나는 재빨리 댓글 창을 확인했다. 그를 짐승이라고 욕하는가 하면 여자에게 보여주겠다고 퍼 나르기도 했다.누군가 댓글로 물었다.[그럼 돈이 부족하면 어떻게 해요?]이 질문에 작성자가 곧 답장을 보냈다.[그럼 여자친구도 병에 걸리게 하면 되지. 그러면 여자친구의 친정에서 병을 치료할 돈을 주지 않을 수 있겠어? 여자친구에게 돈을 주기만 하면 이 돈은 내가 손에 넣을 수 있어!]나는 그것을 보고 온몸이 차가워졌다.‘이건 무슨 악마람?’앞에 있는 익숙한 숫자들을 보며 나는 정말 마음속 의심과 공포를 견디지 못하고 그 프로필 사진을 클릭했다.나는 이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알아내고 싶었다.하지만 클릭하자마자 그가 전에 올린 게시물이 모두 삭제된 것을 발견했다.개인톡을 보냈는데도 느낌표가 빨간색으로
“검사가 왜?”나는 그가 왜 갑자기 안색이 변했는지 알 수 없었다.“다들 혼전 검사를 하지 않아?”“그건 평소 사생활이 어지러운 사람들이 하는 거야. 우린 필요 없어.”서지훈이 말했다.“하물며 혼인신고도 하지 않는데 이 시간을 낭비해서 뭐 해?”“낭비라니? 이것도 서로의 몸을 위해서...”그를 설득하려고 했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지훈의 휴대전화 벨 소리에 끊겼다.그는 책상 위의 핸드폰을 집어 힐끗 보았다.“친구 문자야. 급한 일이 있어서 지금 보자고 하니 오늘 먼저 집에 데려다줄게.”그는 말하면서 일어섰다.나는 그가 그렇게 조급해하는 것을 보고 원래 하려던 말을 삼켰다.“아니야. 나 혼자 돌아가면 돼. 넌 어서 가봐.”“그럼 먼저 갈게.”그는 황급히 떠났다.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말할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왜 일부러 피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지?’집에 돌아와서 그에게 잘 들어왔다고 문자를 보냈지만 그는 줄곧 나에게 답장을 하지 않았는데 저녁이 되어서야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방금 문자를 봤어. 친구한테 일이 생겨서 이제야 집에 도착했어.”“무슨 일인데?”나는 관심 조로 물었다.“전에 사귀던 여자친구 말이야. 원래 이미 결혼하려고 했는데 상대방이 예물로 2천만 원을 요구했대. 그게 다가 아니고 다이아몬드 반지랑 금액세서리 세트도 달라고 했대. 친구는 보통 가정에서 자랐는데 어떻게 그런 걸 감당할 수 있겠어? 결국 헤어졌는데 지금 여자 측에서 후회하고 다시 찾아왔지 뭐야. 친구 집 앞에서 죽겠다고 난리가 났어.”서지훈은 잠시 말을 멈추다가 나에게 물었다.“유리야, 너희 집에도 이렇게 많은 예물이 필요한 건 아니겠지?”나는 눈살을 찌푸렸다.예물이 사실 별것도 아닌데 이렇게 말하니 마치 나를 떠보는 것 같아서 내 마음이 좀 불편했다.하지만 나는 솔직히 대답했다.“엄마가 혼수는 행운의 숫자라고 1600만 원으로 하래.”“1600만 원?”그러자 서지훈의 말투가 확연히 달라졌다.“왜, 너무 많아?”“
[여자친구에게 첫눈에 반했어. 얼굴도 예쁜데 회계사고 집이 시내에 있어 조건도 괜찮아. 유일한 단점은 결혼 전에 나와 관계를 맺기 싫어한다는 거야.][나는 남자야. 이렇게 매일 사랑하는 여자를 마주하고 만지고 싶어도 만질 수 없으니 어떻게 참을 수 있겠어? 그러나 여자친구가 주지 않으니 밖에서 여자를 찾을 수밖에 없잖아. 그런데 더러운 여자에게 속아 에이즈에 걸릴 줄을 어떻게 알았겠어?][난 여자친구를 정말 좋아해. 우리는 지난주에 부모님을 만났고 곧 약혼할 거야. 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분명 나랑 헤어질 건데 알려줘야 할까?]게시자가 쓴 내용을 보고 나는 어리둥절했다.공교롭게도 내 직업도 회계사이고 이틀 전 주말에 남자친구 서지훈이 나를 데리고 집에 가서 부모님께 인사드렸다.[사실 이건 완전히 내 탓을 할 수 없어. 여자친구가 주려고 하지 않으니 별수 없잖아. 단지 내가 재수 없었을 뿐이야.]아래에 많은 네티즌이 욕을 하고 있었다.어쨌거나 에이즈는 매우 위험한 전염병일 수 있고 사망율도 높으니 말이다.만약 이 여자친구가 그에게 시집간다면 인생을 망칠 것이다.하지만 게시자가 이 글만 올렸을 뿐 ‘좋아요'를 누른 기록이나 다른 단서가 전혀 없어 임시로 만든 새 계정인 듯 보였다.글쓴이는 아래 달린 댓글에 전혀 답하지 않고 ‘좋아요’가 가장 많이 달린 댓글 하나를 맨 위로 올렸다.[절대 말하지 말아요. 말하면 분명 헤어지자고 할 거예요. 빨리 결혼하고 아이를 몇 명 낳으면 나중에 알아도 헤어질 수 없어요.]이 댓글을 보고 오한을 느끼며 욕을 몇 글자 타자하려 할 때 핸드폰이 울렸다.남자친구인 서지훈이 보낸 문자였는데 잠시 후 영화 보러 갈 시간이 있냐고 물었다.시간을 보니 오후 3시가 넘었는데 마침 별일 없어서 승낙했다.잠시 이 게시물을 뒤로하고 나는 얼른 일어나 화장을 하고 15분 후에 집을 나섰다.서지훈이 차로 날 데리러 왔다.나는 조수석에 앉아 옆에 있는 잘생기고 훤칠한 남자친구를 바라보았다.나와 서지훈은 우리 엄마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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