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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도 나는 검사를 받으러 가고 싶어...”

“그럼 시간 날 때 가자.”

서지훈이 내 말을 끊었다.

“그래, 난 오늘 아직 장부를 끝내지 못했어. 그냥 안부 전하러 전화한 거니 일찍 자.”

서지훈은 내가 더 말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었다.

나는 끊긴 휴대전화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우리가 연애하고 나서 서지훈이 먼저 전화를 끊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금 화가 난 건가?’

망설이다가 나는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

“잘 자.”

서지훈은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침대에 누워 손가락으로 계속 화면을 그으며 그가 답장하기를 기다리며 마음이 더욱 초조해졌다.

결국 아예 화면을 껐다가 다시 켰는데 게시물이 업데이트했다는 알림이 떴다. 그 글쓴이는 또 새 글을 올렸다.

나는 자기도 모르게 게시물을 클릭했다.

[여러분, 내가 오늘 여자친구와 혼수 예물에 관해 이야기했는데 여자친구 집에서 1600만 원이 필요하지만 시집올 때 장모님이 돈을 좀 보태서 함께 가지고 올 거라고 해. 얼마나 주는지 모르겠지만 돈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어. 그래야 내가 가지고 가서 병을 치료할 수 있었을 테니!]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1600만 원? 또 이런 우연이?’

나는 재빨리 댓글 창을 확인했다. 그를 짐승이라고 욕하는가 하면 여자에게 보여주겠다고 퍼 나르기도 했다.

누군가 댓글로 물었다.

[그럼 돈이 부족하면 어떻게 해요?]

이 질문에 작성자가 곧 답장을 보냈다.

[그럼 여자친구도 병에 걸리게 하면 되지. 그러면 여자친구의 친정에서 병을 치료할 돈을 주지 않을 수 있겠어? 여자친구에게 돈을 주기만 하면 이 돈은 내가 손에 넣을 수 있어!]

나는 그것을 보고 온몸이 차가워졌다.

‘이건 무슨 악마람?’

앞에 있는 익숙한 숫자들을 보며 나는 정말 마음속 의심과 공포를 견디지 못하고 그 프로필 사진을 클릭했다.

나는 이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알아내고 싶었다.

하지만 클릭하자마자 그가 전에 올린 게시물이 모두 삭제된 것을 발견했다.

개인톡을 보냈는데도 느낌표가 빨간색으로 떴는데 이는 상대방이 채팅 금지를 설정했다는 말이다.

내 마음속의 불안은 갈수록 커졌다.

나는 그의 프로필 사진을 주시하며 그 속에서 단서를 찾으려고 했다.

그날 밤 나는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다음날, 오후까지 기다리다가 나는 참지 못하고 서지훈에게 문자를 보냈다.

[너 오늘 시간 있어?]

잠시 후 서지훈이 나에게 답장을 보냈다.

[나 출장 왔어.]

‘갑자기 출장을 갔다고?’

늦게도 이르게도 말고 출장을 마침 내가 그에게 검사하러 가자고 했을 때 갔다니?

마음속의 의심은 무럭무럭 자라는 새싹처럼 아무리 해도 꺾을 수 없었다.

그가 정말 일이 바빠서 그런 것이라고 나는 자신을 위로하며 그가 출장에서 돌아온 후에 검사에 대해 이야기 하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날 밤 나는 그의 친구의 카카오스토리에서 술집에서 놀고 있는 사진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사진 속에 서지훈의 얼굴은 없었지만 우리 커플링을 한 손이 찍힌 것을 보았다.

특별히 새겨진 Z&S의 이니셜이 바의 현란한 불빛에 반사됐다.

나는 마음이 덜컥 내려앉아 황급히 서지훈에게 문자를 보냈다.

[너 지금 어디야?]

한참 뒤에야 전화기 너머로 대답이 들려왔다.

[아직도 외지에 있어. 왜 그래?]

나는 사진 속의 그 손을 쳐다보며 갑자기 몸이 차가웠다.

나는 그 후 일주일 내내 서지훈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중간에 서지훈이 나한테 전화도 하고 문자도 보냈지만 나는 못 본 척했다.

주말이 되자 부모님이 나에게 물어왔다.

“유리야, 너 지훈이랑 싸웠어? 지훈이가 전화해서 우리한테 물어보네?”

“나와 결혼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결혼 검진을 받기를 원하지 않아요.”

나는 부모님께 사실대로 말씀드렸다.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엄마 아빠는 내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우리가 보기에 지훈이 이 아이는 매우 성실해.”

내가 이전 문자와 그 사진을 모두 그들에게 보여주자 부모님께서는 잠시 침묵을 지키셨다.

결국 엄마가 입을 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지훈이의 부모님에게 연락해서 걔가 도대체 왜 검사를 원하지 않는지 알아봐야겠어.”

부모님이 모두 내 편인 것을 보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날 밤 서지훈이 나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내가 숨을 들이쉬고 전화를 받자 그가 황급히 말했다.

“내일 결혼 검진받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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