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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검사가 왜?”

나는 그가 왜 갑자기 안색이 변했는지 알 수 없었다.

“다들 혼전 검사를 하지 않아?”

“그건 평소 사생활이 어지러운 사람들이 하는 거야. 우린 필요 없어.”

서지훈이 말했다.

“하물며 혼인신고도 하지 않는데 이 시간을 낭비해서 뭐 해?”

“낭비라니? 이것도 서로의 몸을 위해서...”

그를 설득하려고 했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지훈의 휴대전화 벨 소리에 끊겼다.

그는 책상 위의 핸드폰을 집어 힐끗 보았다.

“친구 문자야. 급한 일이 있어서 지금 보자고 하니 오늘 먼저 집에 데려다줄게.”

그는 말하면서 일어섰다.

나는 그가 그렇게 조급해하는 것을 보고 원래 하려던 말을 삼켰다.

“아니야. 나 혼자 돌아가면 돼. 넌 어서 가봐.”

“그럼 먼저 갈게.”

그는 황급히 떠났다.

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말할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왜 일부러 피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지?’

집에 돌아와서 그에게 잘 들어왔다고 문자를 보냈지만 그는 줄곧 나에게 답장을 하지 않았는데 저녁이 되어서야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방금 문자를 봤어. 친구한테 일이 생겨서 이제야 집에 도착했어.”

“무슨 일인데?”

나는 관심 조로 물었다.

“전에 사귀던 여자친구 말이야. 원래 이미 결혼하려고 했는데 상대방이 예물로 2천만 원을 요구했대. 그게 다가 아니고 다이아몬드 반지랑 금액세서리 세트도 달라고 했대. 친구는 보통 가정에서 자랐는데 어떻게 그런 걸 감당할 수 있겠어? 결국 헤어졌는데 지금 여자 측에서 후회하고 다시 찾아왔지 뭐야. 친구 집 앞에서 죽겠다고 난리가 났어.”

서지훈은 잠시 말을 멈추다가 나에게 물었다.

“유리야, 너희 집에도 이렇게 많은 예물이 필요한 건 아니겠지?”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예물이 사실 별것도 아닌데 이렇게 말하니 마치 나를 떠보는 것 같아서 내 마음이 좀 불편했다.

하지만 나는 솔직히 대답했다.

“엄마가 혼수는 행운의 숫자라고 1600만 원으로 하래.”

“1600만 원?”

그러자 서지훈의 말투가 확연히 달라졌다.

“왜, 너무 많아?”

“그건 아니야. 너랑 결혼하는데 1600만 원이 아니라 1억 6천 만이라도 아깝지 않아.”서지훈의 달콤한 말에 나는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하지만 그는 이어 또 머뭇거렸다.

“전에는 대규모 전염병이 도는 것 때문에 장사가 예전처럼 잘 안 되었고, 게다가 우리 신혼집을 따로 사주느라 돈도 많이 들어 이런 부담이 확실히 좀 크긴 해...”

“알아.”

내가 말했다.

나는 억지를 부리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이 우리를 위해 신혼집을 사려고 하는데 나도 무관심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예 그에게 사실대로 말했다.

“이 예물은 형식적인 거야. 우리 엄마가 결혼하면 나에게 돈을 조금 더 보태서 예물 값과 함께 가져가라고 했어.”

“진짜야?”

서지훈은 또 기뻐하며 말했다.

“너랑 너의 부모님은 모두 사리에 밝은 사람이야. 걱정하지 마. 이 1600만 원은 내가 반드시 준비할 거야. 그건 그렇고, 부모님께 상견례에 관해 얘기했어?”

이 일을 언급하자 나는 또 낮에 한 그의 이상한 행동이 떠올라 떠보듯 물었다.

“그럼 검사는?”

전화기 너머로 갑자기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 나는 서지훈의 차가운 목소리를 들었다.

“장유리, 너 나를 의심하는 거야?”

나는 어리둥절했다.

“아니야...”

“그렇지 않은데 왜 굳이 나와 함께 검사를 받으러 가야 하는 거야?”

서지훈은 화가 난 듯 말했다.

“우리가 이미 반년 동안 함께 있었는데 네가 나를 이렇게 생각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정말 실망이야!”

“아니야!”

나는 초조해하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

나는 깊은숨을 내쉬며 그에게 설명했다.

“내가 너를 의심하는 게 아니야. 단지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우리가 결혼하면 분명히 아이를 가질 것이잖아. 그런데 만약 신체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것이 있는데 우리가 몰랐다면 서로에게도 아이에게도 불공평해.”

전화기 너머가 몇 초 동안 조용하더니 서지훈의 말투가 누그러졌다.

“그렇구나.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어. 너에게 무슨 문제가 있더라도 나는 너를 떠나지 않을 거야. 그러니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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