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오랫동안 음모한 사기 결혼
오랫동안 음모한 사기 결혼
작가: 여름오리

제1화

[여자친구에게 첫눈에 반했어. 얼굴도 예쁜데 회계사고 집이 시내에 있어 조건도 괜찮아. 유일한 단점은 결혼 전에 나와 관계를 맺기 싫어한다는 거야.]

[나는 남자야. 이렇게 매일 사랑하는 여자를 마주하고 만지고 싶어도 만질 수 없으니 어떻게 참을 수 있겠어? 그러나 여자친구가 주지 않으니 밖에서 여자를 찾을 수밖에 없잖아. 그런데 더러운 여자에게 속아 에이즈에 걸릴 줄을 어떻게 알았겠어?]

[난 여자친구를 정말 좋아해. 우리는 지난주에 부모님을 만났고 곧 약혼할 거야. 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분명 나랑 헤어질 건데 알려줘야 할까?]

게시자가 쓴 내용을 보고 나는 어리둥절했다.

공교롭게도 내 직업도 회계사이고 이틀 전 주말에 남자친구 서지훈이 나를 데리고 집에 가서 부모님께 인사드렸다.

[사실 이건 완전히 내 탓을 할 수 없어. 여자친구가 주려고 하지 않으니 별수 없잖아. 단지 내가 재수 없었을 뿐이야.]

아래에 많은 네티즌이 욕을 하고 있었다.

어쨌거나 에이즈는 매우 위험한 전염병일 수 있고 사망율도 높으니 말이다.

만약 이 여자친구가 그에게 시집간다면 인생을 망칠 것이다.

하지만 게시자가 이 글만 올렸을 뿐 ‘좋아요'를 누른 기록이나 다른 단서가 전혀 없어 임시로 만든 새 계정인 듯 보였다.

글쓴이는 아래 달린 댓글에 전혀 답하지 않고 ‘좋아요’가 가장 많이 달린 댓글 하나를 맨 위로 올렸다.

[절대 말하지 말아요. 말하면 분명 헤어지자고 할 거예요. 빨리 결혼하고 아이를 몇 명 낳으면 나중에 알아도 헤어질 수 없어요.]

이 댓글을 보고 오한을 느끼며 욕을 몇 글자 타자하려 할 때 핸드폰이 울렸다.

남자친구인 서지훈이 보낸 문자였는데 잠시 후 영화 보러 갈 시간이 있냐고 물었다.

시간을 보니 오후 3시가 넘었는데 마침 별일 없어서 승낙했다.

잠시 이 게시물을 뒤로하고 나는 얼른 일어나 화장을 하고 15분 후에 집을 나섰다.

서지훈이 차로 날 데리러 왔다.

나는 조수석에 앉아 옆에 있는 잘생기고 훤칠한 남자친구를 바라보았다.

나와 서지훈은 우리 엄마가 자주 가시는 그 이발소 아주머니에게 소개받았는데 집이 작은 장사를 한다고 했다. 돈도 좀 있고 평소에 나에게도 다정하고 섬세하게 대해줘서 우리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연애 관계를 정하게 되었다.

나는 심지어 이렇게 훌륭한 남자친구를 만난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이런 사람이 그런 쓰레기가 아닐 거로 생각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내가 계속 멍하니 있는 걸 본 서지훈이 의심스러운지 입을 열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저으며 이 터무니없는 생각을 억눌렀다.

“아무것도 아니야. 운전해.”

그런 게시물들은 대부분 팔로워를 모으기 위해 계시하는데 내 남자친구는 그런 사람이 아닐 거로 생각했다.

우리는 그가 선택한 로맨스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밥을 먹으면서 영화 내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지훈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유리야, 우리 영화 속의 남녀 주인공처럼 나이가 적지 않아. 너도 지난주에 우리 부모님을 뵈러 갔었잖아. 우리 엄마 아빠도 너에게 매우 만족하는데 우리 일찍 결혼하자.”

남자친구가 갑자기 이렇게 조급해할 줄은 몰랐던 나는 어리둥절해졌다.

지난주에 부모님을 뵈러 갔을 때부터 결혼이 한 발짝 다가왔다는 걸 알았지만 갑자기 결혼하자고 하니 조금 당황스러웠다.

오늘 본 그 상담 게시물이 머릿속에 또 스쳐 지나가자 나는 망설이다가 서지훈에게 말했다.

“결혼은 함부로 결정하는 게 아니야. 양가 부모님 만나봐야 하고 검사도 받아야지.”

서지훈은 움찔하더니 물었다.

“무슨 검사?”

“혼전 검사 말이야. 마침 요즘 몸이 안 좋아서 겸사겸사 혼전 검사도 받지 뭐.”

나는 단지 제안을 할 뿐이고, 이 제안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서지훈의 얼굴색이 갑자기 변했다.

“그럴 필요는 없지 않아?”

서지훈은 조금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

“결혼하면 하는 거지 무슨 검사까지 해?”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