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활짝 열리고서야 도윤은 대리의 얼굴을 마침내 볼 수 있었다.그녀는 직원 뒤에 서서 걸어 들어왔고 도윤은 소리쳤다. “이진원? 정말 너였어?”이진원은 중학생 때 도윤의 학급 친구였다. 그녀는 교장의 딸이었고 도윤, 우섭과 함께 우등생 중 한 명이었다. 세 명은 공부에 있어 라이벌 관계이기도 했다.그 당시 셋이 꽤 친한 사이였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같은 반이 된 적이 없었다.고등학교 입학 처음 며칠 동안은 새로운 반 친구들과 어색하여 진원은 도윤을 찾아가 점심을 같이 먹기도 했다. 방과 후에는 진원은 도윤을 따라다녔고 둘은 그 날 하루가 어땠는지 수다를 떨곤 했다.하지만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진원은 기숙사 친구들과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이로써 그들은 얘기를 나눌 기회가 적어졌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그들은 일주일에 한번 정도 만나게 되었다. 학기가 흐르면서 그들의 사이는 더 멀어지게 되었고 복도에서 만날 때마다 간단히 인사만 주고받을 뿐이었다.고등학교 마지막 해에, 그 둘은 완전히 낯선 사람이 되어 나타났다.진원은 인천시로 대학을 갔고 도윤은 성남시로 대학을 갔기 때문에 그들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약 3년 전이었다.진원은 잘 살고 있는 듯했다. 어쨌든 이렇게 어린 나이에 대리 자리에 올랐으니 말이다.“이도윤, 여기 어떻게 온 거야?” 진원이 물었다. 그녀는 많이 놀라 보였다.당연한 반응이었다. 어쨌든 정말 오랜만에 보는 거였다. 진원은 고등학교 이후 그들의 우정이 시든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온 몸으로 어색함을 느꼈다.“아, 나 여기 회사 지원했는데 오늘부터 일하게 되었어!” 도윤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오 정말로?” 그녀는 그들의 이력서를 쓱 훑어보며 미소 지어 보였다.“와 이진원, 정말 멋있는데! 너 대리구나!” 도윤은 그녀의 사원증을 쳐다보며 말했다.“고마워, 그런데 지금부터 이진원이라고 부르면 안 되고.. 이진원 대리님이라고 불러야 해” 진원이 살짝 냉정하게 대답했다.“알겠습니다!” 도윤이
어쨌거나 도윤은 가난한 집안 출신이었다. 많은 다른 사람들처럼, 진원은 나이가 들수록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점점 커져갔고 대학생때는 극에 달했다.“그럼 물론이지!” 도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진원이 그를 너무 무뚝뚝하게 대하는 데에 살짝 당황하기는 했지만 도윤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바로 지원양식을 작성하고 도윤과 보경은 각각 배정된 부서에서 일을 시작했다.도윤은 사무실에 있는 작은 모퉁이에 앉아 일을 바로 시작했다. 그의 일은 파일을 관리하고 정리하는 것뿐이었다. 그는 이 자리가 그의 조사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오히려 기뻤다.잠시 뒤, 도윤은 화장실이 가고 싶어졌다. 볼 일을 본 후 나가려던 차에 그는 여자들 사이에서 속삭이는 희미한 소리를 들었다.“면접 보게 잠깐 사무실 들러. 서둘러야 할 거야. 내가 널 위해서 자리 하나 남겨뒀어, 너 이번에 나한테 신세 진 거다!” 거의 잘 안 들리는 소곤대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뭐라고? 더 이상 자리가 없다고? 그게, 너 말이 맞는데 갑자기 예기치 못한 일이 생겼거든. 우리 부장님 처남이 들어오기로 되어 있었는데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는데 내 중학교 동창이 뽑혔어!”“야, 걱정하지 마. 내가 걔를 좀 알거든 어떤 일을 줘도 할 거야. 그래서 내가 물류팀에 보냈더니 그 멍청이가 흔쾌히 그러겠다고 하더라고! 그러니까 잘 들어. 아직 기회가 있어. 이 기회를 잘 잡아봐!”도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진원이 분명했다. 그가 이렇게 결정되어진 걸로 보여졌다. 도윤은 방금 그 보조 직원이 얼마나 놀랐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진원이 자기가 아는 사람들을 회사로 데려오고 있는 것이었다.‘이 새로 만들어진 투자부서가 그저 보여주기 식 쇼를 하고 있었구나’ 도윤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는 회사에 잠복 스파이로 있으면서 얼마나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깨달았다.이번에 진원은 도윤에게 얄짤없었고 도윤은 때가 되면 갚아주기로 했다. 그는 일로 복귀하기 전에 이 일에 대해서 한번 더
“이대표님, 여쭈어 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직원들에게 기숙사를 제공하고 싶다고 하셨죠? 직접 하고 싶어하신다는 거 잘 알고 있지만, 바쁘시다면 제가 도와드리고 싶어서요. 방금 용인시로 왔거든요!” 상현이 말했다.“그 일은 신경 쓸 거 없어요. 이미 생각해둔 지역이 있거든요. 일단 제가 매매하면 그 뒤 나머지 일을 처리해주세요. 제가 보기엔 옥 펜던트 일에 좀 더 집중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도윤이 부드러운 어투로 말했다.“알겠습니다, 대표님. 아 그리고 한가지 더 있는데요. 좀 더 개인적인 일인데, 하하. 곧 생일이잖아요. 가문 전통에 따라 저희가 성대한 파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장소가 어디가 적당할까요?”“제가 살았던 동네로 돌아가서 생일 축하를 하고 싶어요. 제가 보기엔 파티까지는 필요 없을 것 같아요. 그냥 다 같이 저녁 먹으면 될 것 같아요!” 도윤이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어렸을 때부터, 도윤은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 당시, 그저 영철부부와 함께 밥을 먹거나 혼자 밥을 먹는 것 외에 하는 일이 없었다. 게다가, 그의 가족은 고등학교 진학 이후에 함께 살지 않았기에 아무리 도윤이 누군가가 함께 생일을 축하하길 바랬다 하더라도, 함께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네, 뭐든지요, 대표님!” 상현이 말했다. 그리고 도윤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직원들 기숙사를 매매하는 것에 대해 말하자면, 도윤은 이미 생각해 둔 장소가 있었다. 그 곳은 바로 그가 지난번에 산 매물이었다. 회사와 꽤 가까웠고 주변 환경도 꽤 괜찮았다. 저녁 약속이 마침 파토가 나서, 도윤은 직접 이 일을 처리하기 위해 부동산매장으로 걸어 갔다.부동산 매장 앞에는 차량 두 대가 입구에 세워져 있었고 8명의 무리가 차에서 하나씩 내렸다.“안녕하세요, 매물 보러 오셨나요? 원하시는 거 보여드릴게요!” 부동산 중개업자가 바로 그들을 반겼다.“이 두 명이 신혼 집 알아보러 왔고요. 저희는 그냥 같이 온 거예요!”
“아, 걔네 얘긴 하지 말자. 준수는 가족 일에 문제가 생긴 것 같더라고. 그리고 수아는, 내가 전화해 봤는데 몸이 안 좋아서 오늘 못 온다고 하더라고.”“아, 그러면 나중에 보면 되지 뭐. 그나저나, 연수야, 너 우리한테 비법 왜 안 말해줘. 어떻게 그렇게 정규직이 빨리 된 거야?” 새론이 물었다. 이 질문을 듣자, 호원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연수는 헛기침을 했고 역시 어색한 표정을 보였다. “도윤이가 도와줬어. 아, 호원이도 나 많이 도와줬고!”“이도윤?” 그의 이름을 듣자, 새론과 리안 둘 다 깜짝 놀랐다. 사실, 새론은 지금까지 성남시에 있었지만 마치 해외에서 유학을 갔다 와서 모든 정보를 알고 싶어하는 것 마냥 모든 학급 친구들에게 묻는 중이었다.새론과 리안 둘 다 도윤이에게도 같이 놀 수 있는지 물어보았냐고 정말 묻고 싶었지만 그냥 도윤을 뺀 나머지 동창들만 물어볼 뿐이었다. 도윤은 그 둘 모두에게 민감한 주제였기에 어쩔 수 없었다. “아 맞아, 너희 둘은 이 일 모르겠구나. 근데 도윤이 진짜 잘 살고 있어! 지금 완전 딴판이야!” 연수가 도윤에게 고마움을 내비치며 말했다.리안과 새론은 그저 조용히 있었다. 도윤이 완전 딴판이라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하, 그냥 이 주변 지역에 아는 사람 몇 명 있는 거뿐이야, 그거 별 거 아니야!” 호원이 콧방귀를 꼈다. 도윤이 그의 스포트 라이트를 다 빼앗아 갔기 때문에, 반에서 호원이의 명성은 더 이상 최고가 아니었다. 고등학교 시절 동안, 준수와 호원이를 빼 놓고는 학급을 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가 도윤이에 대해서만 떠드는 것 같았다.갑자기, 여자들 중 한 명이 깜짝 놀란 듯한 어투로 말했다. “얘들아, 저기 봐! 도윤이 아니야? 여기 왜 왔지?”“엥?” 모두가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쪽으로 몸을 돌렸고 도윤의 실루엣이 보였다.“정말로 이도윤이네!” 리안이 소리질렀다. 그녀는 용인시로 돌아오고 나서 도윤에게 문자를 했었지만 어떠한 답장도 받지 못했다
도윤은 엄청 서둘러서 가는 중이었다. 원래대로라면 계약은 이틀전에 끝냈어야 했다.하지만, 우섭이랑 일이 있어서 기숙사 프로젝트가 지연된 것이었다.도윤이 직접 몇몇 지역을 선택했기에 그는 부동산 매장을 개인적으로 방문하기로 했다.도윤은 매장에 들어서자 마자 바로 카운터로 향했다..부동산 중개업자가 도윤을 보자 표정이 바로 어두워졌다. 그녀는 씁쓸하고 낙담한 표정을 가득 내비쳤다.그녀는 도윤이 매매할 형편도 안되면서 그냥 온 머저리 같은 애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라리랑 같이 이 곳에 방문했을 때, 도윤에게 대출 받으라고 권한 것이었다.도윤을 대하는 그녀의 태도는 역시나 차가웠다. 돈이 많아 보이지도 않는 사람한테 관심을 쏟으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리고 다음날, 도윤은 대출을 받지 않고 현금 완납으로 매물을 사들였다. 이로써 중개업자는 가장 적은 중개 수수료를 받았다.그러자 그녀는 바로 프로페셔널한 태도는 집어 치우고 도윤에게 한 소리 했다. “아니 멍청하신 거 아닌가요? 제가 대출 받으시라고 했잖아요! 생각이 없는 거예요 아니면 머리가 안 돌아가는 거예요? 이 푼돈으로 진짜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예요?”이런 말들은 정말 심한 말들이었다.하지만 도윤은 현금 다발이 든 비닐봉지를 던지며 신경도 쓰지 않았다.“시간 낭비 그만하시고 진행이나 해줘요!”도윤의 목소리가 로비 전체에 쩌렁쩌렁하게 울렸고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깜짝 놀랐다. 모두가 부동산 중개업자를 향해 불편한 시선을 쏟아냈다. 이번만큼은 그녀도 부끄러운 감정을 느꼈다.도윤이 자신을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주는 것을 보고 있자니 복잡한 감정이 휘몰아쳤다.“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아 그 전에 다른 거 먼저 물어보고요. 왜 제 문자에 답 안하세요? 심지어 제 전화도 안 받으시던데요! 무슨 고객 서비스라는 게 이래요? 이제 매매 끝났다고 더 이상 고객이 아니라는 거예요?”도윤은 이틀 전에 그녀가 자신을 무시한 것에 대해 살짝
그 순간 카운터에 있던 모든 직원들이 즉시 일어나서 공손하게 그녀를 맞이했다.“아, 사모님, 안녕하세요!”“아, 사모님, 여전히 아름다우시네요!” 모두가 맞장구를 쳤다.선경은 살짝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사모님, 그냥 이 남자가 저희 매장을 방문했는데 좀 귀찮게 해서요. 제 사촌 동생이 부탁만 안 했어도, 처음 봤을 때부터 말도 안 섞었을 거예요. 그나저나 박사장님 이번엔 매물 얼마나 매매하시려고 오신 거예요?” 그녀는 자신의 남편에게 몸을 돌려 물었다.박 사장, 박형호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많은 매물을 사들이는 고객이었고 매물들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어 놓았다.그러면 그 매물들은 바로 임대가 되었기에 이 매장의 VIP 중 한 명이었다.“이번에는 한 개만 사면 될 것 같은데 빨리 진행해야 돼!” 형호는 와이프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그리고 그 부부는 도윤을 기분 나쁜 표정으로 째려보았다. 아마 자신들이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모두가 그들한테 모여들었지만 도윤은 무시했다.VIP 공간에서, 도윤의 동창들이 모든 광경을 보고 있었다. 리안은 도윤에게로 가고 싶었지만 도윤이 중개인에게 화가 너무 많이 난 것처럼 보였다.잠시 망설이다가 리안은 그냥 있기로 했다. 게다가, 도윤이 지금 망신을 당했기 때문에 바로 다가가기에는 좀 어색했다. 누구라도 그에게 바로 다가갔다면, 그의 자존심이 무너져버릴지도 모른다. 선경은 형호에게 서류 몇 장을 건넸고 여전히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그녀는 몸을 돌려 자기 뒤에 서 있던 자그마한 여자에게 손에 든 서류를 건넸다. “야, 나은아! 너가 이제 이 고객 맡아. 그냥 내 이름을 너 이름으로 바꾸면 돼! 아, 내가 좀 이따가 토스로 중개수수료 40만 원 너한테 이체해 줄게. 이제 저 사람 너가 관리하면 돼.”나은에게 모든 일을 다 떠넘긴 후에 선경은 도윤을 째려보고서는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형호 쪽으로 몸을 돌렸다. 한편, 상냥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도윤님, 이제 제가
“뭐?!”선경을 포함하여 로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랬다.그리고선 웃음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특히 선경과 형호는 너무 크게 웃는 바람에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하하하, 야야, 그렇게 허세를 부리고 다니면 안돼!” 형호는 배를 부여잡고 웃었다. “진짜 미친 걸까요?”“그런 것 같네요, 전체 건물 두 채라니! 진짜 내 귀가 잘못들은 줄 알았네 하하하”“경비업체 부를까요?”카운터에 있던 직원들 조차도 너무 많이 웃어서 숨을 못 쉴 지경이었다.갑자기, 매니저가 결연한 표정으로 로비로 걸어갔다.“뭐 하는 짓이야? 너네 다 직업 의식 어디 갔어? 니네 하는 꼴을 봐! 이게 말이나 돼?”선경은 평정심을 되 찾으려 입술을 꾹 깨물었다. “아..아닙니다.. 매니저님. 저기 있는 이도윤이라는 남자가… 아니 고객님이 건물 두 채를 사겠다고 해서요! 하하하!”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매니저는 여기 있는 중개업자들 보다는 더 직업 의식이 있어 보였다. 그는 심호흡을 크게 하고는 잠시 동안 도윤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미묘한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갔다.“이도윤 고객님이신가요…? 풉!” 많이 말을 하지도 않았지만 매니저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도윤이 방금 한 말이 너무 우스웠다. 그들의 규정에는 웃음을 못 참겠는 경우가 아니라면 고객들이 아무리 우스꽝스러워도 항상 직업 의식을 갖고 전문성을 유지하는 것이었다.“왜 웃는 거죠?” 도윤이 코끝을 문지르며 차갑게 말했다. 이 사람들이 도윤의 신경을 슬슬 긁고 있었지만 그들의 입을 닥치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나은씨, 건물 한 채에 얼마죠? 아직 계산 중인가요?” 도윤이 무표정으로 물었다.“아, 네 알려드릴겓요! 한 채당 약 100개 정도 유닛이 있고요 총 13억 원입니다. 두 채 하시게 되면 총 26억이에요, 고객님!” 나은은 프로페셔널하게 대답했다. 이 공간에서 웃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었다.도윤은 속으로 생각했다. 절반 유닛은 직원들 숙소로 쓰면
로비에 있던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그들은 앞에서 펼쳐진 광경을 두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하였다.이 남자는 도대체 누구야? 이건 너무 오바 아니야?!그 때, 정장을 입은 한 남자가 조심스럽게 돈 다발 속을 헤치고 로비로 들어갔다.그는 도윤에게로 다가 가서 귀에다가 속삭였다. “말씀하신 대로 했습니다. 이대표님”“네, 잘하셨어요. 나머지 일을 처리해 주세요. 제가 원하는 건물로 이미 골랐고 여기 나은 씨가 우리한테 필요한 거 말해줄 거예요.” 도윤이 나은의 어깨를 톡톡 치며 말했다.한편 나은은 침을 꼴깍 삼키며 입에서 감히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만약 그녀가 이 건물 두 채 계약을 성사시키면, 중개비가 정말 어마어마할 것이다!나은은 마치 천국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여전히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던 선경은 공포와 후회의 감정에 휩싸였다. 그녀는 도윤이 정말로 매매를 할지 몰랐다. 만약 그녀가 그렇게 대하지만 않았어도 저 어마어마한 중개비는 자신의 차지였을 것이다.그리고 이 계약만 잘 끝내면 남은 인생동안 일을 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20분전에 나은에게 도윤의 계약건을 다 넘겨버렸다.방금 전까지 웃겨서 뺨을 붉히던 민경의 얼굴이 이제 공포로 새하얗게 질려버렸다.도윤을 무시했던 직원들은 너무 충격을 받았다. 형호는 입을 딱 벌리고 얼어붙은 채 멍하니 현금 다발을 바라보고 있었다.얼마나 부끄러운가! 도윤은 천민 신분으로 계속 있고 싶었다. 민경이 그런 식으로 도윤을 하대하지 않았더라면 도윤이 그녀를 이렇게 망신 주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이 도윤을 계속 먼지 같은 존재로 취급했고 눈 감고 넘어갈 수 없었다. 만약 그랬더라면, 그 사람들은 도윤의 내면 깊숙이 있는 자존심까지 짓밟아버렸을 것이다. 모두가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도윤을 빤히 쳐다보자 도윤은 이런 일을 벌인 게 살짝 부끄럽게 느껴졌다.그래서 그는 빨리 자리를 뜨려 했다. 만약 누군가 여기서 도윤을 알아보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