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진우는 침묵한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윤휘는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지만 그를 향한 차가운 시선이 마치 날카롭게 찌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의 몸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땀은 그의 옷을 완전히 적셔놓았다. 엄진우의 위세는 윤휘에게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다. 윤씨 그룹이 전성기일 때조차 엄진우에게 거의 멸망할 뻔했었다. 만약 엄진우에게 윤씨 그룹이 아직 쓸모가 없었더라면 지금쯤 윤씨 그룹은 이미 사라졌을 것이다. 하물며 지금의 윤씨 그룹은 한쪽 다리가 이미 부러진 상태나 다름없다. 윤휘는 알고 있었다. 엄진우가 자기를 용서하지 않는다면 오늘 이후 윤씨 그룹은 완전히 사라질 것임을.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엄진우는 시선을 거두고 예우림을 바라보았다. "당신 뜻은?" 윤휘는 고개를 들어 예우림을 바라보았고 그의 눈빛에는 간절함이 가득했다. 예우림는 잠시 혼란에 빠졌다. 그녀는 엄진우가 윤씨 그룹을 굴복시키고 이득을 얻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과정은 알지 못했다. 그리고 엄진우가 어떻게 이토록 강력한 사람을 무릎 꿇게 할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예우림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엄진우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용서해 줘. 회장님은 나에게 해를 끼친 적이 없어." 엄진우가 오기 전에 윤휘가 이범성을 도와 자신을 설득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자신을 도와준 것도 있었다. "오늘은 당신을 용서할게. 다음번에 이런 일이 또 있으면 다시는 태양을 볼 수 없을 거야." 엄진우는 차갑게 말했다. 윤휘는 길게 숨을 내쉬고 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응답했다. 만약 그가 예우림이 엄진우의 여자인 줄 알았더라면 애초에 그녀를 공주님처럼 모셨을 것이다. "일어나." 엄진우의 말이 떨어지자 윤휘는 비로소 바닥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이범성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자료에 따르면 엄진우는 그저 하찮은 사람에 불과했고 고작 몇 년 군대에 다녀온 것뿐이었다. 어떻게 그런 사람이 윤휘 같
순간 윤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씨 가문은 대대로 아들 하나만 있는 집안으로 이번 세대에 이르러서도 이범성뿐이다. 비록 이범성이 방탕하게 살며 바지 속 욕망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이씨 가문은 그를 통해 가문의 대를 이을 희망을 보았다. 어쨌든 그동안 이범성은 여러 여자를 임신시키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씨 가문 같은 대가족에서는 정실부인이 정해지지 않으면 결코 이범성이 밖에서 자식을 두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범성이 임신시킨 여자들의 아이는 모두 이씨 가문의 압력으로 낙태되었다. 그런데 이제 이범성의 중요한 부위가 망가졌으니 이씨 가문 입장에서는 그가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대가족에게 있어 대를 잇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범성은 끊임없이 돼지 잡는듯한 소리를 질렀고 결국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 씨, 이건 좀......” 윤휘는 결국 고개를 숙이며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씨 가문에서 무슨 반응을 보이든 나를 찾아오라고 해.” 엄진우는 그렇게 말한 후 이범성을 마치 죽은 개처럼 질질 끌고 윤씨 그룹의 건물 밖으로 내팽개쳤다. “엄진우, 우리 빨리 창해시로 돌아가자.” 상대는 진정한 용국의 정점에 있는 이씨 가문이기에 예우림은 불안한 마음에 말했다. “당신은 안강제약을 인수하러 온 거 아니었어?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무슨 창해시로 돌아간다는 거야?”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우리 세력은 창해시에 있어. 창해시에 돌아가야만 이씨 가문이 우리에게 손을 쓰더라도 대응할 시간이 있잖아. 최악의 경우 특별한 경로를 통해 해외로 도망갈 수도 있어. 하지만 제경에서는 우리가 손쓸 방법도 없이 당할 수밖에 없을지도 몰라.” 예우림은 걱정스레 말했다. “걱정 마, 당신은 일만 편히 처리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게.” 엄진우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는 과거 제경에서 이씨 가문과 암투를 벌였으며 이씨 가문
“아버지!” 이자태는 빠른 걸음으로 마당 안으로 들어오며 무거운 어조로 불렀다. 아들의 목소리를 들은 이용진은 거친 숨을 내쉬며 그제야 멈춰 섰다. “확실히 알아봤느냐?” 이용진은 이를 악물고 물었다. 이런 가문에 있어 자손이 없다는 것은 멸망과 다름없는 재앙이었다. “확인했습니다. 윤휘가 말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자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엄진우! 엄진우! 엄진우!” 이용진의 두 눈은 핏발이 섰고 엄진우의 이름을 한 번 또 한 번 반복하며 마침내 고함을 질렀다. “아버지, 몸조심하세요!” 이자태는 눈가가 붉어진 채 급히 앞으로 나가 이용진의 등을 두드렸다. “너무하는군! 그 녀석의 여자가 맞다 해도 범성이 그 여자를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잔인하게 굴 수가 있단 말인가!” 이용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생사조차 불분명한 손자를 생각하니 그의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아버지, 걱정 마세요. 절대 엄진우를 그냥 두지 않겠습니다!” 이자태도 이를 갈며 말했다. “범성의 상태는 어떤가?” 이용진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오 의사가 치료하고 있지만……” 말을 하다 말고 이자태는 잠시 망설이다가 더 이상 말하지 못했다. “말해!” 이용진이 크게 소리쳤다. “오 의사 말로는 중요 부위는 보존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자태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용진은 몸이 휘청이며 거의 쓰러질 뻔했다. “그럼…… 이후에 시험관 아기 시술이라도 할 가능성은 있나?” 이용진은 이자태의 부축을 밀어내며 다시 물었다. 이자태는 고개를 숙이고 살며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 부위가 완전히 부서져 희망이 없습니다.” 이용진은 입술이 떨리며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버지, 저는 이미 준비가 끝났습니다. 오늘 밤 반드시 엄진우와 그 가족 모두를 몰살시키겠습니다!” 이자태의 눈빛은 잔혹하게 번뜩였다. 그는 이
이때 예우림은 호텔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하루 종일 놀란 심경에 저녁에는 안강제약의 인수 절차와 주의 사항을 정리하느라 피곤이 극에 달해 거의 쓰러지듯 잠들어 버렸다. 호텔 밖에서는 이자태가 사람들을 데리고 당당하게 호텔로 향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적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 갑자기 이자태는 손바닥을 세우며 멈췄다. 그 뒤를 따르던 사람들이 모두 멈춰서 그를 바라보았다. “엄진우의 행방을 확인해.” 이자태는 옆에 있는 사람에게 지시했다. 이자태는 이용진의 말을 다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그는 항상 아버지의 말을 따랐고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배운 신중함도 어느 정도 몸에 배어 있었다. 게다가 이씨 가문의 권세로 누군가의 행적을 알아내는 것은 그저 전화 한 통이면 충분했다. “엄진우는 도련님을 다치게 한 후 시골 농장으로 도망가 숨어 있습니다. 오후부터 지금까지 전혀 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자태의 곁에 있던 사람이 금세 정보를 얻었다. 그 말을 들은 이자태는 비웃음을 지었다. 별 볼 일 없는 녀석일 뿐인데 아버지가 그토록 신중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동시에 이자태는 슬픔을 느꼈다. 그의 아들이 이처럼 하찮은 녀석 때문에 생식능력을 잃었다니! “가자!” 이자태는 생각을 정리한 후 깊게 숨을 들이쉬고 사람들을 이끌고 호텔로 들어섰다. 호텔 사장은 프런트에서 지키고 있다가 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치는 것을 보고 겁에 질렸다. “당신들...... 무슨 일이죠?” 그는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우리는 할 일이 있어서 왔소. 당신과는 상관없으니 그저 예우림이라는 여자가 어느 방에 머물고 있는지만 말해주면 되오.” 이자태의 옆에 있던 사람이 호텔 사장에게 성큼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우리는 고객의 정보를 공개할 수 없습니다! 당장 나가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습니다!” 호텔 사장은 두려웠지만 직업 윤리상 이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
“어르신께서는 당연히 이유가 있으실 거야. 우리가 나설 필요가 없다면 그게 제일 좋지. 우린 그냥 휴가 나온 셈 치면 되잖아.” 그중 한 명이 말했다. 그들은 이용진의 비밀 호위원으로 평소 24시간 대기 상태에 있으며 심리적 압박이 매우 크고 항상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이때 한 음식물 쓰레기 수거차가 한 농장 안으로 들어왔다. 차가 천천히 멈추자 한 노농이 차에서 뛰어내렸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한 그림자가 노농을 향해 다가왔다. “선생님!” 노농은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핀 후 얼굴에 있던 가면을 벗어 던졌다. 바로 오동방이었다! “미행자는 없었나?” 엄진우가 문 쪽을 한 번 흘깃 보고 물었다. “없었습니다. 이씨 가문 사람들은 저를 매우 신뢰하기 때문에 제 행적을 주시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농장 밖에는 많은 사람이 감시 중입니다. 아마도 선생님이 이곳에 계신 걸 알아낸 것 같습니다.” 오동방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할 필요 없어.” 엄진우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 사람들로는 자기가 대낮에 떳떳하게 농장을 나가더라도 눈치채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범성의 상태는 어때?” 그가 물었다. “주로 정신적인 충격이 큽니다. 그의 잠재의식이 깨어나기를 거부하고 있죠. 언제든지 깨울 수는 있습니다만 아니면 영원히 깨우지 않게 할 수도 있습니다. 선생님, 제가 처리할까요?” 오동방은 눈을 가늘게 뜨며 잔혹한 표정을 지었다. 이범성 같은 악질은 이미 오래전에 제거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럴 필요 없어. 깨어있는 것이 죽이는 것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울 거야. 돌아가서 깨우도록 해.” 엄진우가 말했다.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 이 다음엔 뭘 할까요?” 그는 오늘 엄진우의 메시지를 받자마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달려왔다. 엄진우가 아니었다면 오동방은 이미 산속에서 죽었을 테고 지금의 뛰어난 의술을 지니고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엄진우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오동방의 입에서 이 말을 듣지 않았다면 그를 완전히 신뢰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엄진우는 이씨 가문이 오늘 밤 반드시 움직일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지금 제경의 모든 대가문이 이씨 가문의 반응을 주시하고 있었으니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면 비웃음을 살 것이 분명했다. 오동방이 이씨 가문 대저택에서 먹고 자는 이상 엄진우는 그가 아무것도 모를 리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오동방은 엄진우의 표정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다소 초조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 “제가 약간의 소문을 듣기도 했고, 제 추측을 더한 결과 예우림 씨를 노릴 것 같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런데 예우림 씨가 선생님과 함께 계실 줄 알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섣불리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다 제 잘못입니다! 제가 이씨 가문을 아는 바로는 예우림 씨를 이씨 가문으로 끌고 갈 것입니다. 이범성이 깨어나기 전까지는 예우림 씨는 큰 피해를 입지 않을 겁니다. 선생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반드시 예우림 씨를 구해내겠습니다!” 오동방은 고개를 들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러나 엄진우의 미소를 띤 얼굴을 마주한 순간 오동방은 잠시 멍해졌다. “선생님, 지금 웃을 때가 아닙니다.” “당신이 눈치챌 수 있는 일을 내가 대비하지 않고 있을 것 같아? 걱정 마, 우림이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호텔 안. 이자태가 데리고 온 사람들이 1308호실 문 앞에 도착했다. “문을 부숴라!” 이자태의 측근이 작전을 지휘하며 차갑게 외쳤다. 한 부하가 앞으로 나가 문을 발로 찼다. 그 순간 문 위에 붙어 있던 부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쾅! 벼락같은 소리와 함께 강력한 진기가 방출되며 밖에 있던 모든 사람을 휩쓸었다! 쿵쿵쿵! 일행은 피를 뿜으며 전부 쓰러졌고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진기가 그들의 오장육부를 전부 산산조각낸 것이다! 이자태는 앞으로 나서지 않았기에 그 덕에 이씨 가문의 2세
호텔 로비에서 이자태는 위층에서 연달아 터져 나오는 폭발음을 듣고 눈꺼풀이 계속해서 떨렸다. 그는 미간을 찌푸렸고 마음속에 불안감이 가득했다. 곧이어 위층은 다시 적막에 휩싸였다. 이자태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천천히 위층으로 걸어갔다. 13층에 도착했을 때 이자태는 숨이 가쁘게 차올랐다. 하지만 복도의 광경을 본 순간 그는 숨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복도에는 온통 시체가 널브러져 모두 피를 흘리고 있었고 그중에는 네 비밀 호위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것을 본 이자태의 동공이 수축되었다. 이들은 이씨 가문의 비밀 호위원이며 이용진의 안전을 책임지는 자들이다. 이용진이 어떤 인물인가? 감히 말하건대 이용진을 성공적으로 암살할 수 있는 자가 있다면 온 용국이 혼란에 빠질 것이며 심지어 전 세계가 요동칠 것이다. 수많은 국내외 세력이 그를 암살하려고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바로 이 비밀 호위원들의 보호 덕분이었다. 그런데 지금 네 비밀 호위원이 이곳에서 전부 죽었다!이자태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는 불안에 떨며 주변을 계속해서 두리번거렸다. 혹시라도 다음 순간 누군가가 나타나 그를 제거할까 봐 두려웠다. 이자태는 조심스럽게 계단을 따라 내려가다가 점점 더 빠른 걸음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왼쪽 다리가 오른쪽 다리에 걸려 계단에서 굴러떨어졌다. 이자태는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자기의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고 급히 일어나 차로 달려갔다. 차에 올라타자마자 그는 다급히 차량을 시동 걸고 도망쳤다. 한 손으로 운전하면서 다른 손으로는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곧 전화가 연결되었다. “엄진우는 농장에서 나갔나?!” 이자태는 거의 소리치듯 물으며 마음속의 공포를 토해냈다.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자태의 부하가 대답했다. “지금 당장 가서 확인해!” 이자태는 이를 악물고 명령했다. “예!” 부하는 전화를 끊고 농장으로 뛰어 들어
중요한 부위를 끊어버리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은 이범성은 심리적으로 더욱 병들어 이제 완전히 왜곡되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엄진우와 그의 가까운 사람들을 고문하는 온갖 장면이 끊임없이 번뜩였고 그의 얼굴에는 병적인 만족감이 가득했다. 그때 어수선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이자태와 이용진이 방에 들어왔다. “범성아, 몸은 좀 어때?” 두 사람은 한목소리로 물었다.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본 이범성은 다시 한번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아버지, 할아버지, 드디어 오셨네요! 비밀 호위원을 저에게 빌려주세요. 그놈을 직접 죽여버리겠습니다!” 이범성은 이를 악물고 독기 어린 눈빛을 띠며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이자태와 이용진의 얼굴은 동시에 어두워졌다. “범성아, 이 일은 집안에서 처리할 테니 넌 집에서 푹 쉬어라..” 이자태는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비밀 호위원? 그 네 비밀 호위원이 어떻게 죽었는지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는데! 이범성은 멍하니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버지, 그놈이 제 중요한 부위를 끊었는데 제가 직접 복수를 못 한다고요?” 이범성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범성아, 네 아버지 말이 맞다. 넌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았으니 푹 쉬어라.” 이용진이 나서서 설득했다. “쉬다니요? 이 꼴이 되었는데 쉬긴 뭘 쉬어요? 직접 그놈을 죽이지 않으면 차라리 죽는 게 나아요! 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 저에게 맡기세요. 그놈은 제가 직접 죽이겠어요! 아니면 지금 당장 자살할 거라고요!” 이범성은 이씨 가문에게 있어 엄진우을 죽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 생각했다. “말했잖냐, 이 일은 집안에서 처리한다고.” 이용진은 얼굴이 어두워지며 차갑게 말했다. “왜 그러시는데요. 설마 그놈이 무서워서 그러는 거예요?” 이범성은 비웃으며 도발하듯 말했다. 그는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자극해 어떻게든 움직이게 하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도 이용진과 이자태 둘 다 침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