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자태는 빠른 걸음으로 마당 안으로 들어오며 무거운 어조로 불렀다. 아들의 목소리를 들은 이용진은 거친 숨을 내쉬며 그제야 멈춰 섰다. “확실히 알아봤느냐?” 이용진은 이를 악물고 물었다. 이런 가문에 있어 자손이 없다는 것은 멸망과 다름없는 재앙이었다. “확인했습니다. 윤휘가 말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자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엄진우! 엄진우! 엄진우!” 이용진의 두 눈은 핏발이 섰고 엄진우의 이름을 한 번 또 한 번 반복하며 마침내 고함을 질렀다. “아버지, 몸조심하세요!” 이자태는 눈가가 붉어진 채 급히 앞으로 나가 이용진의 등을 두드렸다. “너무하는군! 그 녀석의 여자가 맞다 해도 범성이 그 여자를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잔인하게 굴 수가 있단 말인가!” 이용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생사조차 불분명한 손자를 생각하니 그의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아버지, 걱정 마세요. 절대 엄진우를 그냥 두지 않겠습니다!” 이자태도 이를 갈며 말했다. “범성의 상태는 어떤가?” 이용진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오 의사가 치료하고 있지만……” 말을 하다 말고 이자태는 잠시 망설이다가 더 이상 말하지 못했다. “말해!” 이용진이 크게 소리쳤다. “오 의사 말로는 중요 부위는 보존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자태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용진은 몸이 휘청이며 거의 쓰러질 뻔했다. “그럼…… 이후에 시험관 아기 시술이라도 할 가능성은 있나?” 이용진은 이자태의 부축을 밀어내며 다시 물었다. 이자태는 고개를 숙이고 살며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 부위가 완전히 부서져 희망이 없습니다.” 이용진은 입술이 떨리며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버지, 저는 이미 준비가 끝났습니다. 오늘 밤 반드시 엄진우와 그 가족 모두를 몰살시키겠습니다!” 이자태의 눈빛은 잔혹하게 번뜩였다. 그는 이
이때 예우림은 호텔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하루 종일 놀란 심경에 저녁에는 안강제약의 인수 절차와 주의 사항을 정리하느라 피곤이 극에 달해 거의 쓰러지듯 잠들어 버렸다. 호텔 밖에서는 이자태가 사람들을 데리고 당당하게 호텔로 향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적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 갑자기 이자태는 손바닥을 세우며 멈췄다. 그 뒤를 따르던 사람들이 모두 멈춰서 그를 바라보았다. “엄진우의 행방을 확인해.” 이자태는 옆에 있는 사람에게 지시했다. 이자태는 이용진의 말을 다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그는 항상 아버지의 말을 따랐고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배운 신중함도 어느 정도 몸에 배어 있었다. 게다가 이씨 가문의 권세로 누군가의 행적을 알아내는 것은 그저 전화 한 통이면 충분했다. “엄진우는 도련님을 다치게 한 후 시골 농장으로 도망가 숨어 있습니다. 오후부터 지금까지 전혀 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자태의 곁에 있던 사람이 금세 정보를 얻었다. 그 말을 들은 이자태는 비웃음을 지었다. 별 볼 일 없는 녀석일 뿐인데 아버지가 그토록 신중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동시에 이자태는 슬픔을 느꼈다. 그의 아들이 이처럼 하찮은 녀석 때문에 생식능력을 잃었다니! “가자!” 이자태는 생각을 정리한 후 깊게 숨을 들이쉬고 사람들을 이끌고 호텔로 들어섰다. 호텔 사장은 프런트에서 지키고 있다가 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치는 것을 보고 겁에 질렸다. “당신들...... 무슨 일이죠?” 그는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우리는 할 일이 있어서 왔소. 당신과는 상관없으니 그저 예우림이라는 여자가 어느 방에 머물고 있는지만 말해주면 되오.” 이자태의 옆에 있던 사람이 호텔 사장에게 성큼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우리는 고객의 정보를 공개할 수 없습니다! 당장 나가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습니다!” 호텔 사장은 두려웠지만 직업 윤리상 이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
“어르신께서는 당연히 이유가 있으실 거야. 우리가 나설 필요가 없다면 그게 제일 좋지. 우린 그냥 휴가 나온 셈 치면 되잖아.” 그중 한 명이 말했다. 그들은 이용진의 비밀 호위원으로 평소 24시간 대기 상태에 있으며 심리적 압박이 매우 크고 항상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이때 한 음식물 쓰레기 수거차가 한 농장 안으로 들어왔다. 차가 천천히 멈추자 한 노농이 차에서 뛰어내렸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한 그림자가 노농을 향해 다가왔다. “선생님!” 노농은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핀 후 얼굴에 있던 가면을 벗어 던졌다. 바로 오동방이었다! “미행자는 없었나?” 엄진우가 문 쪽을 한 번 흘깃 보고 물었다. “없었습니다. 이씨 가문 사람들은 저를 매우 신뢰하기 때문에 제 행적을 주시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농장 밖에는 많은 사람이 감시 중입니다. 아마도 선생님이 이곳에 계신 걸 알아낸 것 같습니다.” 오동방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할 필요 없어.” 엄진우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 사람들로는 자기가 대낮에 떳떳하게 농장을 나가더라도 눈치채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범성의 상태는 어때?” 그가 물었다. “주로 정신적인 충격이 큽니다. 그의 잠재의식이 깨어나기를 거부하고 있죠. 언제든지 깨울 수는 있습니다만 아니면 영원히 깨우지 않게 할 수도 있습니다. 선생님, 제가 처리할까요?” 오동방은 눈을 가늘게 뜨며 잔혹한 표정을 지었다. 이범성 같은 악질은 이미 오래전에 제거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럴 필요 없어. 깨어있는 것이 죽이는 것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울 거야. 돌아가서 깨우도록 해.” 엄진우가 말했다.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 이 다음엔 뭘 할까요?” 그는 오늘 엄진우의 메시지를 받자마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달려왔다. 엄진우가 아니었다면 오동방은 이미 산속에서 죽었을 테고 지금의 뛰어난 의술을 지니고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엄진우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오동방의 입에서 이 말을 듣지 않았다면 그를 완전히 신뢰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엄진우는 이씨 가문이 오늘 밤 반드시 움직일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지금 제경의 모든 대가문이 이씨 가문의 반응을 주시하고 있었으니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면 비웃음을 살 것이 분명했다. 오동방이 이씨 가문 대저택에서 먹고 자는 이상 엄진우는 그가 아무것도 모를 리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오동방은 엄진우의 표정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다소 초조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 “제가 약간의 소문을 듣기도 했고, 제 추측을 더한 결과 예우림 씨를 노릴 것 같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런데 예우림 씨가 선생님과 함께 계실 줄 알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섣불리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다 제 잘못입니다! 제가 이씨 가문을 아는 바로는 예우림 씨를 이씨 가문으로 끌고 갈 것입니다. 이범성이 깨어나기 전까지는 예우림 씨는 큰 피해를 입지 않을 겁니다. 선생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반드시 예우림 씨를 구해내겠습니다!” 오동방은 고개를 들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러나 엄진우의 미소를 띤 얼굴을 마주한 순간 오동방은 잠시 멍해졌다. “선생님, 지금 웃을 때가 아닙니다.” “당신이 눈치챌 수 있는 일을 내가 대비하지 않고 있을 것 같아? 걱정 마, 우림이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호텔 안. 이자태가 데리고 온 사람들이 1308호실 문 앞에 도착했다. “문을 부숴라!” 이자태의 측근이 작전을 지휘하며 차갑게 외쳤다. 한 부하가 앞으로 나가 문을 발로 찼다. 그 순간 문 위에 붙어 있던 부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쾅! 벼락같은 소리와 함께 강력한 진기가 방출되며 밖에 있던 모든 사람을 휩쓸었다! 쿵쿵쿵! 일행은 피를 뿜으며 전부 쓰러졌고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진기가 그들의 오장육부를 전부 산산조각낸 것이다! 이자태는 앞으로 나서지 않았기에 그 덕에 이씨 가문의 2세
호텔 로비에서 이자태는 위층에서 연달아 터져 나오는 폭발음을 듣고 눈꺼풀이 계속해서 떨렸다. 그는 미간을 찌푸렸고 마음속에 불안감이 가득했다. 곧이어 위층은 다시 적막에 휩싸였다. 이자태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천천히 위층으로 걸어갔다. 13층에 도착했을 때 이자태는 숨이 가쁘게 차올랐다. 하지만 복도의 광경을 본 순간 그는 숨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복도에는 온통 시체가 널브러져 모두 피를 흘리고 있었고 그중에는 네 비밀 호위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것을 본 이자태의 동공이 수축되었다. 이들은 이씨 가문의 비밀 호위원이며 이용진의 안전을 책임지는 자들이다. 이용진이 어떤 인물인가? 감히 말하건대 이용진을 성공적으로 암살할 수 있는 자가 있다면 온 용국이 혼란에 빠질 것이며 심지어 전 세계가 요동칠 것이다. 수많은 국내외 세력이 그를 암살하려고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바로 이 비밀 호위원들의 보호 덕분이었다. 그런데 지금 네 비밀 호위원이 이곳에서 전부 죽었다!이자태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는 불안에 떨며 주변을 계속해서 두리번거렸다. 혹시라도 다음 순간 누군가가 나타나 그를 제거할까 봐 두려웠다. 이자태는 조심스럽게 계단을 따라 내려가다가 점점 더 빠른 걸음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왼쪽 다리가 오른쪽 다리에 걸려 계단에서 굴러떨어졌다. 이자태는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자기의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고 급히 일어나 차로 달려갔다. 차에 올라타자마자 그는 다급히 차량을 시동 걸고 도망쳤다. 한 손으로 운전하면서 다른 손으로는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곧 전화가 연결되었다. “엄진우는 농장에서 나갔나?!” 이자태는 거의 소리치듯 물으며 마음속의 공포를 토해냈다.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자태의 부하가 대답했다. “지금 당장 가서 확인해!” 이자태는 이를 악물고 명령했다. “예!” 부하는 전화를 끊고 농장으로 뛰어 들어
중요한 부위를 끊어버리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은 이범성은 심리적으로 더욱 병들어 이제 완전히 왜곡되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엄진우와 그의 가까운 사람들을 고문하는 온갖 장면이 끊임없이 번뜩였고 그의 얼굴에는 병적인 만족감이 가득했다. 그때 어수선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이자태와 이용진이 방에 들어왔다. “범성아, 몸은 좀 어때?” 두 사람은 한목소리로 물었다.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본 이범성은 다시 한번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아버지, 할아버지, 드디어 오셨네요! 비밀 호위원을 저에게 빌려주세요. 그놈을 직접 죽여버리겠습니다!” 이범성은 이를 악물고 독기 어린 눈빛을 띠며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이자태와 이용진의 얼굴은 동시에 어두워졌다. “범성아, 이 일은 집안에서 처리할 테니 넌 집에서 푹 쉬어라..” 이자태는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비밀 호위원? 그 네 비밀 호위원이 어떻게 죽었는지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는데! 이범성은 멍하니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버지, 그놈이 제 중요한 부위를 끊었는데 제가 직접 복수를 못 한다고요?” 이범성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범성아, 네 아버지 말이 맞다. 넌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았으니 푹 쉬어라.” 이용진이 나서서 설득했다. “쉬다니요? 이 꼴이 되었는데 쉬긴 뭘 쉬어요? 직접 그놈을 죽이지 않으면 차라리 죽는 게 나아요! 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 저에게 맡기세요. 그놈은 제가 직접 죽이겠어요! 아니면 지금 당장 자살할 거라고요!” 이범성은 이씨 가문에게 있어 엄진우을 죽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 생각했다. “말했잖냐, 이 일은 집안에서 처리한다고.” 이용진은 얼굴이 어두워지며 차갑게 말했다. “왜 그러시는데요. 설마 그놈이 무서워서 그러는 거예요?” 이범성은 비웃으며 도발하듯 말했다. 그는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자극해 어떻게든 움직이게 하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도 이용진과 이자태 둘 다 침묵에
"북강의 명왕, 들어본 적 있나?" 이용진은 잠시 망설이더니 말했다. 순간 이자태의 안색이 크게 변하며 두려움이 가득 찼다. 비록 그는 아직 중추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북강 명왕의 전적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말씀하시는 그... 그 사람이...?" 이자태는 힘겹게 물었다. 이용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맞아. 엄진우가 바로 과거의 북강 명왕이야." 이자태는 그 자리에 비틀거리며 주저앉을 뻔했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렇다면... 범성이의 복수는 못 한다는 건가요?"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것이 바로 북강 명왕의 악명이다! 엄진우의 숨겨진 정체를 알게 되자 이자태 역시 당황하며 완전히 기가 죽었다. "한심하구나! 그놈이 북강 명왕이라면 네 아버지는 이용진이야!" 이용진은 콧방귀를 뀌며 이자태를 철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이자태는 마음을 조금 진정시켰다. 맞아, 아버지는 누구인가? 용국 궁정 장로원에서 3위에 올라 있는 장로다! 더군다나 엄진우가 북강 명왕이라 해도 그건 이미 과거의 일일 뿐이다. "아버지,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자태는 물었다. "엄진우를 상대하려면 서서히 계획을 진행해야 해. 서두를 수 없어. 하지만, 우리 이씨 가문도 일단은 이자를 좀 받아야 하지 않겠냐? 지금의 제경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우리의 웃음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 몰라. 그놈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지 않으면 우리 이씨 가문의 위신은 서지 못할 거야." 이용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 "가서 오 의사를 불러와." "오 의사요?" 이자태는 잠시 멍하니 아버지를 바라보았지만 곧바로 명령에 따랐다. "오 의사, 저희 아버지께서 당신을 뵙자고 하십니다." 비록 오동방이 이씨 가문에 강제로 남겨졌지만 이씨 가문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매우 존중했다. 오동방은 마음속에서 뭔가 낌새를 느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고
"허허, 3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오 의사께서는 내가 있는 자리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신 건가요?" 이용진은 뭔가를 암시하듯 오동방을 한 번 쳐다보며 살짝 경고의 뜻을 내비쳤다. 오동방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 "어르신,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이용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다음 달 중순에 임명장이 당신의 손에 들어갈 거예요. 마음 편히 기다리도록 해요. 그 자리는 당신이 아니면 안 되는 자리입니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오동방은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이용진은 오동방과 잠시 더 잡담을 나누었고 오동방은 이용진이 본론으로 들어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어쩐지 마음이 산만해 보였다. 이용진은 그런 오동방의 모습을 재미있게 생각했다. 그의 눈에는 오동방이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행운에 정신이 혼미해진 것처럼 보였다. "오 의사, 내가 듣기로 의술이 뛰어난 의사는 독을 다루는 데도 능하다고 하던데 그 말이 맞나요?" 이용진은 무심한 듯 물었으나 오동방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제야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 것을 알았다. "그 말이 틀리진 않습니다. 사실 의사로서 해독하는 것이 우리의 기본 소양 중 하나입니다. 해독을 하려면 당연히 다양한 독약의 특성과 제조 과정을 잘 알아야 하니까요."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오 의사도 꽤 실력 있는 독사일 텐데요." 이용진은 미소를 지으며 오동방을 바라보았다. "어르신, 무엇이든 저에게 필요하신 일이 있다면 말씀만 하십시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절대로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오동방은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바로 대답했다. 이용진이 앞서 의료부 수장의 자리를 제안한 것은 이 순간을 위해 던진 미끼였던 것이다. "범성의 일은 당신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같은 대저택에서 살고 있는 만큼 오동방이 그 내막을 모를 리 없었다. "내가 당신에게 원하는 것은 한 사람을 독살하는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