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건우의 얼굴이 확 변했다. 이 목소리... 어떻게 이런 일이? 지금까지 살아있을 리가 없는데?! 소건우는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세상에, 엄진우가 당당하게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엄진우, 네가 어떻게 아직도 살아있는 거지?” 소건우는 충격에 휩싸였다. 무려 윤씨 가문을 상대로! 전해 들은 소식에 의하면 윤씨 가문은 가족 내 가장 강력한 인물들을 동원해 엄진우에게 겹겹이 공격을 가했다. 심지어 용국 궁정까지 이 일에 참여했다는 소문까지 어렴풋이 들었다. “소 사장님, 저한테 관심이 아주 많네요.” 엄진우는 싸늘하게 웃으며 소건우에게 다가갔다. 소건우는 깊은숨을 들이쉬며 애써 침착함을 되찾으려고 했다. 어쨌든 비담 컴퍼니는 이미 그의 손에 들어왔고 엄진우가 돌아왔다고 해도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와버렸다. “아직 살아있었다니, 잘 됐군. 내 회사에서 사람들을 데리고 나가.” 소건우는 이미 자신을 이곳의 주인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엄진우!” “진우 씨!” 엄진우를 본 소지안과 예우림은 무한한 기쁨을 느끼며 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아름다운 두 여인이 품에 안겨 있으니, 게다가 스타일이 각기 다른 두 여인을 품에 안고 있으니 엄진우는 잠시 황홀함에 빠졌다. 눈물로 젖은 가슴을 느끼며 엄진우는 두 여인을 품에 안고 마음속에 오직 무한한 애틋함만 남겼다. “무슨 일이야? 나 반나절밖에 사라지지 않았어.” 엄진우는 두 여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저 사람이... 진우 씨가... 죽었다고 했어...” 소지안은 소건우를 가리키며 울먹였다. 그녀는 이런 저급한 거짓말로 자신을 속인 소건우가 역겨워 아빠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았다. “우린 당신이 죽은 줄 알았어.” 예우림도 덧붙였다. “근데 소 사장이 한 말 무슨 뜻이야?” 엄진우는 소지안을 힐끗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사진 몇 장을 들고 와서...” 예우림은 소건우가 가져온 사진들을 꺼내고 사건의 전말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설명을 들
소지안은 화가 나서 얼굴이 붉어지며 막 말을 내뱉으려고 했다. 하지만 엄진우는 그녀의 손을 잡고 고개를 저으며 그녀를 진정시켰다. “그만 가자.” 그러고는 한 손으론 소지안의 손을, 다른 한 손으론 예우림의 손을 잡고 회사를 떠났다. 길을 걷는 동안, 사람들은 두 명의 아름다운 여인과 손을 잡고 가는 엄진우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제야 예우림과 소지안은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엄진우의 손을 뿌리쳤다. “당신 정말 뻔뻔해!” 예우림은 얼굴을 붉히며 그를 꾸짖었다.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었다. 물론 그는 두 여인과 함께 밤을 보내는 건 감히 상상도 하지 않았다. 비록 두 여자와 모두 관계를 가졌지만 두 여자는 모두 남자에게 맹목적이지 않으며 각자 자존심이 있었다. 그러니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진우 씨, 미안해. 날 믿고 회사를 맡겼는데 내가 회사를 말아먹었어.” 소지안은 죄책감에 가득 찬 얼굴로 고개를 숙인 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일은 내 책임도 있어. 내가 데려온 기술자들이 소 사장이 조작한 사진에 속아 넘어갔어.” 예우림도 눈살을 찌푸리며 한숨을 쉬었다. “그게 뭐 대수라고? 비담 컴퍼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산이 아니라 바로 나야. 내가 없으면 소 사장은 비담을 얻어도 아무 의미가 없어.” 엄진우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비담을 무에서 유로 만드는 데 우리 모두 많은 노력을 했잖아...” 소지안은 입술을 깨물며 아쉬워했다. “걱정 마, 비담은 다시 돌아올 거야.” 엄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 말에 소지안과 예우림은 깜짝 놀란 눈빛으로 엄진우를 바라봤다. “계약서에 이미 서명했는데...” 소지안은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윤씨 가문도 해결할 수 있는 게 겨우 소 사장 따위야 아무것도 아니지. 곧 순순히 비담을 다시 내놓을 거야.” 엄진우는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정말 윤씨 가문을 굴복시킨 거야?” 예우림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윤씨 그룹 공식 사이트에는 여전히 매장령이 걸려 있었다. 소건우는 한 번 훑어보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아까와 똑같은 매장령인데 그와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때, 소건우는 왠지 이상함을 느꼈다. 아니, 매장령 상대가 왜 소씨로 바뀐 거지? 엄진우를 겨냥한 게 아니었나? 소씨 가문과 무슨 관계가 있다고? 소건우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급히 아래로 스크롤 했다. 그런데 엄진우를 겨냥한 매장령은 사라지고 대신 소씨 가문에 대한 매장령이 나타났다. 소건우는 이 상황을 도무지 믿을 수 없어 눈을 비볐다. 이때, 윤씨 그룹의 공식 사이트가 갱신되었고 화면에는 사과문이 팝업으로 떴다. “... 엄진우 개인과 비담 컴퍼니에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립니다...” 소건우는 갑자기 눈앞이 흐려지더니 그대로 쓰러져 버렸고 귓가에는 오직 혼란스러운 외침만 들려왔다. “사장님! 사장님! 왜 그러십니까?” 다시 눈을 떴을 때 눈앞에는 온통 새하얀 풍경뿐이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그는 하얀색으로 가득 찬 방에 누워있었고 머리맡에는 링거병이 걸려 있었으며 그것은 그의 손등과 연결되어 있었다. “여기가 어디야?” 소건우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사장님, 여긴 진료소입니다.” 비서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진료소? 왜 병원으로 안 가고?” 소건우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사장님, 윤씨 가문이 소씨 가문 매장령을 내려 모든 병원이 치료를 거부했습니다.” 비서는 난처한 표정으로 설명했다. 소건우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홍보팀에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보라고 해!” “저... 사장님. 소씨 가문 사람들 외에 회사 직원들은 전부 퇴사했습니다.” 비서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말했다. 사실 비서도 소씨 가문의 먼 친척이라는 이유로 윤씨 가문의 매장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더라면 벌써 떠났을 것이다. 소건우의 눈에는 희망이 완전히 사라진 것 같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이때, 소건우는 갑자기 엄진우의
윤씨 그룹의 매장령은 소씨 가문을 사회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법을 무시하는 무법자들에게는 그만큼의 영향력이 없었다. 큰돈이 걸려 있으면 언제나 용감한 자들이 나타나는 법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건우는 한 사두를 통해 밀항하는 배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그는 그제야 안도할 수 있었다. 그의 주머니에는 소씨 가문과 비담 컴퍼니의 모든 유동 자산이 담긴 무기명 카드가 있었는데 금액이 무려 4조에 달했다. 이 돈이면 해외에서 평생을 즐기며 살 수 있을 것이며 좋은 기회가 있으면 다시 사업을 시작해 더 높은 곳으로 올라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배가 막 항구를 떠나자 고요한 물결이 갑자기 폭발하며 거대한 파도가 일어났다. “젠장! 어뢰잖아!” 사두는 흔들리는 배 위에서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욕설을 내뱉었다. 그는 단지 밀항을 주선하는 사두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를 상대하는 데 어뢰까지 필요했단 말인가? 곧이어 몇 척의 군함이 빠른 속도로 접근해 배를 포위하더니 몇 명의 관리들이 밀항선에 올라탔다. “소건우 씨! 경제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를 시도한 혐의로 체포 영장이 발부되었으니 같이 가주시죠!” 그들은 체포 영장을 내밀며 말했다. 그러자 배에 타고 있던 선원들과 사두는 모두 소건우를 향해 분노의 시선을 던졌다. 소건우는 그들을 바다에 수장될 뻔하게 만들었다. 그제야 소건우는 완전히 절망했다. 이제 그는 더는 도망칠 곳도 없었다. “엄진우를 만나게 해줘!” “엄진우를 만나게 해줘!” 그는 끌려가는 도중에도 계속 외쳐댔다. 심문실. 소건우는 수갑이 채워진 채 의자에 앉아 있었고 그의 맞은편에는 두 명의 집행관이 앉아 있었으며 그들 옆에는 무표정한 엄진우가 자리하고 있었다. “말해. 비담 컴퍼니가 어떻게 당신의 명의로 넘어간 거지?” 집행관이 물었다. 소건우는 엄진우를 한 번 쳐다보더니 낙담한 듯 고개를 숙였다. “사기로 얻었어요.” “그렇다면 비담 컴퍼니의 자산 중 얼마를 빼돌렸나?” 집행관이 다시 물
“맞아! 바로 11조야!” 소건우는 갈라진 목소리로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대답했다. 엄진우의 말을 인정하는 순간, 소씨 가문의 여러 세대에 걸친 모든 축적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그리고 소건우 본인도 철저히 빈털터리가 될 것이다. 하지만 엄진우를 그냥 보낸다면 엄진우는 그를 소지안의 아버지라는 이유로 목숨은 살려두겠지만 대신 평생을 감옥에서 보내게 할 가능성이 아주 크다. 그러니 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오늘 중으로 비담의 자금을 반환하고 소씨 가문의 모든 자산을 소지안의 명의로 돌리세요. 일이 끝나면 여기서 나가셔도 됩니다.” 엄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넌 대체 어떻게 윤씨 가문을 굴복시킨 거지? 상대는 무려 제경의 윤씨 가문이었어!” 소건우는 큰 소리로 외치며 억울함을 표현했다. 그 말을 들은 두 명의 집행관은 충격을 받고 엄진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지금 잘못들은 건가? 제경 윤씨 가문을 굴복시켰다고? 장난 아닌가? 엄진우는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다시 상대를 바라보았다. 그가 막 입을 열려는 순간, 심문실 문이 열렸다. 한 중년 땀을 뻘뻘 흘리며 빠른 걸음으로 들어왔다. 상대를 확인한 소건우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 사람은...“엄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삼장로께서 뵙고 싶어 하십니다. 부디 귀한 시간을 내주세요.” 중년 남자는 빠른 걸음으로 엄진우에게 다가가 머리를 숙이며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삼장로? 어떤 삼장로요?” 엄진우는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며 물었다. “엄 선생님, 저는 용국 궁정 비서처의 부비서장입니다.” 중년 남자는 송구스럽다는 표정으로 두 손을 내밀었다. 웃는 얼굴에 침 뱉지 않는다고 엄진우도 손을 내밀어 악수했다.“날 만나고 싶다면 직접 오셨어야죠. 내가 제경으로 만나러 가야 할 이유는 없잖아요?”엄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물론입니다. 삼장로께서는 이미 창해시에 도착하셨습니다.” 부비서장은 여전히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
회의에서 그들은 원로회에서 윤씨 가문을 포기하고 사태를 진정시키기로 결정했지만 본질적으로 이것 또한 권력 싸움이나 마찬가지였다. 삼장로의 파벌은 오래전부터 윤씨 가문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번 기회를 이용해 윤씨 가문을 무너뜨리고 자신들의 파벌이 윤씨 가문의 모든 것을 차지하려 했다. 그런데 엄진우는 윤씨 가문을 무너뜨릴 능력이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엄진우는 윤씨 가문과 일련의 거래를 체결했다. 이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엄진우의 사람이 윤씨 가문의 북강 유전과 송전소를 접수하고 윤씨 가문의 이 두 생명줄에서 51%의 지분을 차지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윤씨 가문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되었고 용국과 용국 궁중에서 여전히 높은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 윤씨 가문은 엄진우의 눈치를 봐야만 한다. “칭찬은 필요 없어요. 윤씨 가문이 치른 대가는 그들이 날 모욕한 대가일 뿐, 용국 궁정과는 무관하죠. 용국 궁정이 창공17을 돌려받고 싶다면 진심을 보여줘야 할 거예요.” 엄진우는 삼장로의 칭찬에 자만하지 않고 담담히 말했다. 그 말에 삼장로는 미간을 찌푸렸다. “엄진우 군, 자네도 알다시피 현재 원로회에서는 자네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이번에는 내가 평화롭게 해결하자고 강력히 주장해서 자네가 윤씨 가문을 굴복시킬 수 있었지만 그로 인해 창공17을 돌려받는 책임은 내가 지게 됐어. 그러니 부디 날 이해해 주길 바라네. 그리고 지금 자네에게 필요한 건 단합할 수 있는 모든 적을 단합하는 거지. 더는 적을 만들지 마.” 삼장로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즉 창공17을 돌려주지 않으면 우리는 적이 된다는 말씀인가요?”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렸고 삼장로는 대답 대신 침묵을 지켰다. 엄진우는 가볍게 웃었다. “우리가 아군이 된다고 해도 장로님 혼자서 무슨 힘이 있겠어요? 정 비교하자면 난 여전히 실질적인 이익을 더 선호하는 편이죠.” 삼장로는 엄진우가 이렇게 단호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다며
“그럼 그렇게 하죠.” 엄진우는 잠시 고민하다가 동의했다. 그는 자기가 제시한 요구가 용국 궁정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것을 예상했었다. 그저 최대한 높게 요구하고 적절한 가격에 합의하려는 의도였다. “오늘 안에 결과를 알려주지.” 삼장로는 한마디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그날 오후 엄진우는 조중영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엄 선생님, 엄 선생님의 작품입니까?” 전화기 저편의 조중영의 목소리에는 환희가 가득했다. “승진을 말한다면 맞아요. 내가 손 좀 썼어요.” 엄진우는 마치 사소한 일을 처리한 것처럼 가볍게 말했다. “엄 선생님의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조중영은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진심 어린 감사의 말을 전했다. “북강의 그 반쪽 호부는 받았어요?” 엄진우가 웃으며 물었다. “받았습니다.” 전화기 저편에서 조중영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반쪽 호부로는 북강 군계를 완전히 장악할 수 없겠지만 북강 군정 수장의 신분과 이 반쪽 호부를 합친다면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을 거예요. 시간이 있을 때 가능한 많은 북강 군계의 힘을 잡으세요.” 엄진우가 조중영에게 당부했다. 북강은 엄진우의 본거지로 절대 잃어서는 안 되는 곳이다. 비록 엄진우는 더는 명왕이 아니지만 북강의 백만 장병들에게 그는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존재였다. “알겠습니다!” 조중영은 서둘러 대답했다. “내일 북강으로 갈 거예요. 누구를 신뢰할 수 있는지 명단을 줄 테니 그때까지 준비하세요.” 말을 마친 엄진우는 전화를 끊었다. 늦은 밤. 하루 종일 바빴던 엄진우는 곧 잠에 빠져들었다. 어둠 속에서, 갑자기 방 문이 소리 없이 열렸고 엄진우는 눈꺼풀을 살짝 떨었다. 엄진우는 늘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아무리 깊이 잠들어 있어도 누군가 다가오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눈을 뜨지 않고 계속 자는 척했다. 이때, 한 그림자가 엄진우에게 다가오더니 한 손을 이불 속으로 밀어 넣었다. “쓰읍!” 엄진우는 차가운 숨을 들이
“빨리! 지금 바로 출발하자!” 조중영은 엄진우가 이미 비행기에 탑승했다는 소식에 급히 비서에게 말했다. 비행기 안, 엄진우는 비즈니스석에 앉아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어제 하루 종일 피곤했고, 밤새도록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특히 예우림은 더욱 미쳐 있었는데 날이 밝아서야 겨우 떠났다. 이때, 엄진우의 앞자리에 앉아 있던 남자가 서비스 벨을 눌렀고 곧 아름다운 외모에 검은 스타킹을 신은 승무원이 빠르게 다가왔다. 그녀는 남자 옆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들어 남자를 향해 하얀 목선을 드러냈다. “손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그녀는 웃으며 물었다. “번호 좀 찍어. 비행 내내 지켜봤는데 아주 내 맘에 쏙 드네.” 남자는 과감하게 승무원의 몸을 훑어보았는데 특히 그녀의 다리를 지날 때는 눈알이 빠져나갈 듯했다. “죄송하지만, 손님. 규정상 개인 연락처는 승객에게 제공할 수 없습니다.” 승무원은 남자의 시선에 불쾌함을 느꼈지만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예의 바르게 거절했다. “됐거든? 나 이 항공사 비행기만 수년간 타왔어. 나 정상급 회원이라고. 이 항공사의 승무원들이 내 침대에 올라온 걸 양손으로 다 셀 수 없을 정도야.” 남자는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승무원의 눈에 잠시 혐오감이 스쳤지만 곧 평정을 되찾았다. “죄송합니다, 손님. 더 도와드릴 일이 없으시면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말을 마친 승무원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거절당한 남자는 당황하며 화를 냈다. 그는 승무원의 손목을 낚아챘다. “어디서 고상한 척이야? 내 눈에 들어온 걸 영광으로 생각해야지!” “손님, 자제해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사람을 부르겠습니다.” 승무원은 남자의 손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그녀도 어쩔 수 없는 나약한 여자였다. “사람을 불러? 우리 아버지가 바로 이 항공사 주주야! 네가 사람을 불러봐야 결국 내 침대로 보내질 뿐이지.” 남자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거참 시끄럽군.” 남자의 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