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진우가 C반 담임을 맡는 것을 원하지 않은 이유는 그가 내기에서 이길까 봐서가 아니라 그의 생명이 위험해질까 봐서였다.그와 동시에 제경국제학교에 새로운 교학 연구주임이 왔다는 소식이 학교 내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이건 정말 말도 안 돼! 임 선생님이 그동안 잘 해왔는데, 왜 갑자기 바꿔? 게다가 젊은 친구로 바꾸다니, 그 친구가 교학이 뭔지나 알아? 이건 정말 배신이야!”세 명의 교수들이 사무실에 모여 책상을 두드리며 분노를 표출했다.“가자! 그 젊은 친구를 만나봐야겠어.”세 명의 노교수는 즉시 교학 연구주임 사무실로 향했다.엄진우는 이미 교학 연구주임 사무실로 옮겨 학교의 교육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역시 전국 1위의 고등학교답게 고1에서는 이미 고3의 모든 내용을 학습하고 있었다.고2에서는 체계적인 복습과 모의고사를 준비하고 있었다.고3이 되면 만점을 목표로 전력투구하고 있었다.그때 사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사로가 끊긴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문 쪽을 바라보았다.이때 세 명의 노교수들이 기세등등하게 들어왔는데 이들은 호의적인 방문객이 아니었다.“젊은이, 자네가 조금이라도 수치심이 있다면 지금 당장 교학 연구주임 자리에서 물러서.”“자네가 이 자리를 차지하는 건 학생들을 망치는 일이야. 아이들의 미래를 파괴하고 있다고.”“겨우 몇 살이라고 교학이 뭔지나 알아?”“자네가 어떻게 이 자리에 오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네가 나가지 않으면 우리 모두 사직할 걸세.”세 명의 노교수는 침을 튀겨가며 엄진우의 코앞에서 말했다.하지만 엄진우는 화를 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누구신지 여쭤봐도 될까요?”그가 차분히 물었다.“난 국어 교학팀장이야.”“난 화학 교학팀장이야.”“난 역사 교학팀장이야.”세 명의 노교수는 콧방귀를 끼며 자기들의 신분을 밝혔다.“세 팀장님, 저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왜 제가 교학 연구주임 자리에 적합하지 않다고 하시는 거죠? 학문이란 나이가 많다고 해서 더 잘하는 게 아니잖아요.
“이... 이 열 문제 중 난 첫 번째 문제만 겨우 풀 수 있어. 왕 선생님은 몇 개 풀 수 있어요?”금테 안경을 쓴 중년 남자 선생님이 옆 사람에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손 선생님, 당신도 겨우 하나밖에 풀 수 없는데 저는 더 말할 것도 없어요. 하나도 풀지 못했어요.”왕 선생님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손 선생님은 올해 전국 10대 우수 교사 중 한 명이며 그중 유일한 화학 교사였다. 어느 정도로 그는 용국 최고의 화학 교사라고 할 수 있었다. “이 젊은 친구가 이제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으면 좋겠네요. 제경고의 물은 너무 깊어서 그는 절대 감당할 수 없어요.”손 선생님은 고개를 저으며 엄진우에 대한 경멸을 드러냈다.“제경고의 화학 교학팀장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돼요?”하지만 엄진우는 열 문제를 듣고 나서 입가에 자신감 있는 미소를 지었다.엄진우의 말을 듣자 사람들은 격분했다.“아직도 큰소리를 치다니?”“큰소리만 치지 말고 능력을 보여 봐. 능력이 있으면 답해 보라고.””그러게. 내가 보기엔 넌 이 열 문제 중 하나도 답하지 못할 거야.”사람들은 하나같이 꾸짖었다.“젊은이, 학교가 자네를 고용했다는 것은 자네가 어느 정도의 실력이 있다는 뜻이겠지. 이렇게 하지. 스스로 교학 연구주임 자리에서 물러나서 내 조수로 들어와. 나를 따라 제대로 배운다면 언젠가 화학 교학팀장이 될 수 있을 거야.”화학 교학팀장은 엄진우에게 기회를 주려는 듯 말했다.교학 연구주임 자리에 오를 수 있는 배경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완전히 엄진우를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았다. 대신 자기의 실력을 알고 스스로 물러나기를 바랐다.“내가 언제 답하지 못한다고 했죠?”엄진우는 어이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화학 교학팀장은 화를 냈다.“좋아, 그럼 한번 답해봐. 자네가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고. 체면을 잃고 창피를 당하지 않길 바라.”엄진우는 웃으며 사무실의 칠판을 잡고 분필을 들었다. 열 문제를 푸는 데 십분도 걸리지 않았다.화학 교학팀장
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는 칠판에 적힌 풀이 과정을 지우더니 멈추지 않고 열 개의 문제를 적어 내려갔다.“단지 진 교수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모든 선생님 중 한 명이라도 이 문제를 풀 수 있다면, 전 즉시 교학 연구주임 자리에서 물러나겠습니다.”엄진우는 분필을 내려놓으며 자신감 있게 말했다.순간, 모든 화학 선생님이 화를 냈다. 그들은 전국 최고의 화학 선생님들이었고 한 젊은이가 그들을 이렇게 경시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모든 화학 선생님은 칠판 앞에 모여들어 반드시 이 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곧 그들의 표정은 얼어붙었다. 이 열 문제는 확실히 고등학교 화학 지식으로 되었지만 그들은 전혀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시간이 흘러갔다. 마침내 진 교수의 피곤해 보이는 목소리가 들렸다.“우리가 졌어.”진 교수는 몹시 의기소침해하며 돌아섰다.“내가 상대해 보겠어.”국어 교학팀장이 콧방귀를 뀌며 앞으로 나왔다. 곧 그는 준비해 온 열 개의 문제를 냈고 엄진우는 주저하지 않고 하나하나 답을 했다.“문제를 내겠습니다.”엄진우도 열 개의 문제를 냈다. 국어 교학팀장은 땀을 흘리며 말을 잊지 못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는 얼굴을 가리고 떠났다.“시간 낭비하지 말고 내가 먼저 문제 낼게요.”엄진우의 눈빛은 날카롭게 역사 교학팀장을 쳐다보았다. 역사 교학팀장 역시 열 개의 문제 중 하나도 답하지 못했다.사무실 안팎은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말했잖아요. 연구를 하는 데는 나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또 다른 의견이 있으신 분?”엄진우는 당당하게 자리에 앉아 사람들을 노려보았고 모든 사람이 말을 잇지 못했다. 사실이 모든 것을 증명했다. 적어도 학문적으로는 이 자리의 어느 누구도 엄진우를 이길 수 없었다.“이제 아무도 의견이 없다면 모두 돌아가서 열심히 일하세요. 배부르고 할 일 없어서 여기 서 있어요? 이 시간에 연구를 좀 더 하세요. 여러분의 수준으로는 제 답을 보여줘도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진한승이 엄진우에게 맡긴 반은 고3-17반, 고3학년의 유일한 C반이었다.복도를 지나가던 엄진우는 시끄러운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분명 수업 시간이었다.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3-17반 교실 앞에 다가갔다. 창문은 모두 검은 벽지로 덮여 있어서 안을 전혀 볼 수 없었다. 그는 교실 문손잡이를 돌려보았지만 문이 열리지 않아 결국 문을 두드렸다. 안은 여전히 소란스러웠고 한참을 기다렸지만 아무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참다못한 엄진우는 문을 발로 차서 열었다.안의 광경을 보고 엄진우는 깜짝 놀랐다. 책 조각이 널려 있는 교실 안에는 한 정장을 입은 선생님이 있었는데 온몸이 테이프로 묶인 채 의자에 결박되어 있었고 옷은 찢어져 여러 군데에 구멍이 나 있었다. 한 학생은 교탁 위에 서서 손에 든 생수병을 선생님의 머리 위에 대고 물을 쏟고 있었고 또 다른 학생은 채찍을 들고 선생님을 때리고 있었다. 몇몇 남녀 학생은 서로 껴안고 키스를 하며 심지어 손을 치마 속으로 집어넣고 있었다.이게 학생이야? 완전히 깡패들이잖아. 여긴 법도 없어?엄진우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교탁 위에 서 있는 학생을 잡아 끌어내렸다.“야, 너 누구야?”그 학생은 생수병을 엄진우에게 던지며 욕설을 퍼부었다.엄진우는 다른 학생의 손에서 채찍을 빼앗아 강하게 교탁을 내리쳤다.쾅!채찍 한 번에 교탁이 산산조각 났다.순간 모든 학생이 놀란 표정으로 엄진우를 바라보았고 키스하던 학생들도 손을 떼었다.“소개하자면 난 너희들의 새 담임인 도성훈이다. 앞으로 너희들을 제대로 교육할 것이며 너희 같은 사회 쓰레기들을 다시 사람으로 만들어 주겠다.”엄진우는 어두운 안색으로 싸늘하게 말했다.학생들은 어리둥절하게 엄진우를 바라보더니 이내 교실은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너 술 마셨어? 우리 장난감이 되어야 이 학교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쫓겨나고 말 걸. 전화 한 통이면 넌 이 나라에서 발붙일 곳이 없을 거야. 어디 한 번 더 떠들어 봐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또 참가할 사람 있어?”학생들이 일제히 일어났다.엄진우는 몸을 돌렸다.“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엄진우가 돌아서자 모든 학생이 꼼짝하지 않았다.그러나 그 잘생긴 남학생의 손에는 이미 총이 들려 있었고 그의 다른 손에는 탄창이 쥐어져 있었다.엄진우의 시선이 그의 몸을 스쳐 지나갔지만 매우 평온했다.“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다시 돌아섰을 때 탄창이 총에 장전되었지만 아직 안전장치가 풀리지 않았다.“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이번에는 그 남학생이 안전장치를 풀고 손가락을 방아쇠에 얹었다.“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학생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엄진우를 바라보고 있었다.그 남학생의 총구는 엄진우의 심장을 겨누고 있었고 얼굴에는 미소를 지었다. 입에서 “빵!”이라는 소리를 내는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다.총알이 엄진우의 심장을 향해 날아갔다.엄진우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마치 겁에 질려 얼어붙은 것 같았다.“하하하!”학생들이 크게 웃으며 잔인한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총알이 엄진우의 심장에 닿기 직전에 그는 손을 뻗어 총알을 잡았다.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그 남학생은 눈을 크게 뜨고 엄진우를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엄진우는 손을 펴서 보여주었고 그의 손바닥에서 총알이 굴러떨어졌다.“너희들 방금 전부 움직였어.”엄진우는 낮은 목소리로 말하며 잘생긴 남학생에게 다가갔다.그 남학생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려 했다.이건 뭔 괴물이야? 맨손으로 총알을 잡다니. 말도 안 돼!그러나 그는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엄진우에게 잡혔다.그는 총을 들어 엄진우의 머리를 향해 연달아 방아쇠를 당겼다.엄진우는 머리를 좌우로 움직여 모든 총알을 피했다.그리고는 맨손으로 그 남학생의 총을 잡아 주물러 폐철 덩어리로 만들어버렸다.“너부터 시작해서 벌받자.”엄진우는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남학생의 팔꿈치와 무릎 관절을 탈골 시켰다.남학생은 돼지 잡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이 비명은 옆 반 학생들까지 끌어들였다.
“도 선생님, 학생들에게 무슨 짓을 한 겁니까?”진한승은 엄진우를 어리둥절하게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별거 아니에요. 그저 친절하게 대화를 나눴을 뿐입니다. 학생들은 각자 잘못을 깊이 깨닫고 새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어요.”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모습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그러나 고3-17반 학생들의 눈에는 마치 악마처럼 보였다.“도 선생님...”진한승의 표정은 복잡했다.이 학생들이 어떤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대화와 설득으로 해결될 일이었다면 이렇게 무서운 존재들로 되지 않았을 것이다.아까 교실에서 들려온 비명 소리를 생각하면 엄진우가 학생들에게 수단을 사용한 게 분명했다.“도 선생님, 제경교 학생들은 대부분 좀 특별합니다.”진한승은 깊은 의미를 담아 말했다.특별하다는 것은 이 학생들의 배경을 의미했다.“우리는 교사로서 교육을 해야 하지만 눈앞의 길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앞을 내다봐야 한다고 생각해요.”진한승은 엄진우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그는 이번 일을 따질 생각은 없었고 오히려 이 학생들이 한바탕 혼날 수 있다는 사실에 쾌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엄진우 같은 인재가 권력에 눌려 사라지지 않기를 바랐다.“진 교장님, 안심하세요. 이 반의 담임으로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엄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진한승의 마지막 말이 무슨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도성훈이라는 신분으로도 모든 것을 잘 해결할 자신이 있었다.진한승은 학교 고위층들과 함께 떠났고 엄진우는 그들을 교실 밖까지 배웅한 후 학생들을 응시했다.원래 제멋대로 행동하던 학생들은 모두 단정하게 앉아 마치 모범생처럼 보였다.아까 엄진우는 그들의 팔꿈치와 무릎 관절을 모두 탈골 시키고 진한승이 왔을 때 다시 맞춰 주었다.방금 전의 경험을 떠올리며 학생들은 모두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다음은 자율시간이야. 다시 복도 밖에서 너희들의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게 된다면 더 많은 수단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엄진우는 무거운 어조로 말했
학생들은 믿을 수 없었다.담임이 진한승에게 무슨 마법이라도 걸었나? 어떻게 교사 나부랭이를 위해 부모들과 맞서려고 하는 것이지!학생들은 모두 울상을 지으며 그 잘생긴 남학생을 바라보았다.담임이 잘리지 않으면 학교에서 횡포를 부릴 수 없게 되고 자칫하면 손발이 모두 탈골하게 된다.이건 교사가 아니라 분명 악마야!순간 그들은 학교에서 다른 사람들이 자기들에게 붙여줬던 모든 별명을 엄진우에게 적용했다.“네가 진한승과 어떤 관계인지 모르지만, 내가 널 이 학교에서 내쫓고 싶다면 넌 무조건 나가게 돼 있어.”그 남학생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그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삼촌, 저 조군이에요.”안조군은 휴대폰을 책상 위에 놓고 스피커폰을 켰다.“조군이구나. 갑자기 무슨 일이야? 몇 년 동안 삼촌과 연락도 안 했잖아.”휴대폰에서는 밝고 쾌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웃음소리에는 약간의 아부가 섞여 있었다.“삼촌, 제가 알기로 삼촌 교육청에서 일하시죠?”안조군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마치 자기가 어른인 것처럼.“너희 아버지 덕분에 올해 교육청 부청장으로 승진했어. 인사 관리 담당이야.”이 말을 하는 휴대폰 속의 목소리는 더욱 기뻐 보였다.“좋아요. 제가 우리 학교 어떤 선생님의 교사 자격증을 취소시키고 교사직에서 해고하도록 도와주세요.”안조군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엄진우에게 도발했다. “그... 그건 왜?”안조군의 삼촌은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절 때렸어요.”안조군의 싸늘한 말투에 상대는 즉시 분노했다.“빌어먹을! 완전 쓰레기 교사네! 이름이 뭐야? 걱정 마, 삼촌이 꼭 해고할게.””이름이 도성훈인 것 같아요.”안조군이 말했다.“걱정 마. 삼촌이 곧 그 해충을 쫓아낼게! 너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즉시 특별 조사팀을 제경국제학교에 파견할 거야.”안조군의 삼촌은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안조군은 예의 없이 바로 전화를 끊었다.“이제 알겠지. 네가 어떤 사람을 건드린 건지?”그는 엄진우를 비웃으며 엄진우의 얼굴에 두려움이 떠오
“이 청장님, 제경고까지 친히 오시다니, 영광입니다.”진한승은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띠고 두 손을 모아 빨리 이정군에게 다가갔다.하지만 이정군은 싸늘한 표정으로 두 손을 뒤로 한 채 진한승과 악수하지 않고 바로 학교로 들어갔다.진한승은 쓴웃음을 지으며 급히 따라갔다.“이 청장님, 아마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왜 이렇게 큰 소동을 일으키십니까.”진한승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오해? 제경고 참 대단하군. 선생님이 학생을 때리다니.”이정군이 차갑게 웃었다.안조군의 아버지가 자기의 아이가 학교에서 맞고도 교육청 부청장인 이정군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이 자리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절대 그럴 리가 없어요.”진한승은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이정군을 맞이하기 전에 이미 17반의 CCTV 영상을 삭제해 놓았기 때문이다.이것이 진한승이 도성훈을 위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었다.“쓸데없는 말 그만해! 고3-17반이 어딨지? 그곳으로 안내해.”이정군은 차갑게 말했다.진한승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정군과 특별 조사팀을 데리고 고3-17반으로 갔다.이정군이 고3-17반에 들어섰을 때 교단에는 한 젊은 남자가 의자에 앉아 있었고 군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그의 앞에 서서 웃고 있었다.이정군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도성훈으로 위장한 엄진우를 당연히 알아볼 수 없었지만 엄진우 앞에 서 있는 중년 남자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이정군은 그를 개인적으로 알 자격이 못 되지만 TV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그 사람은 바로 국방부 장관이었다.교육청과 국방부는 동급 기관이지만 그는 부청장 중 하나일 뿐이고 상대는 정직이기 때문이다.더군다나 국방부는 그 특수한 역할로 인해 자연스럽게 교육청보다 더 높은 지위를 가지며 게다가 국방부 정직은 원탁회 장로 중 하나이기도 했다.“예 장관님, 여기서 뵙다니요?”이정군은 빠르게 예 장관에게 다가가 공손히 인사했다.“오, 옛 친구가 여기 있다는 소식을 듣고 특별히 찾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