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주머니에 있습니다.” 엄진우는 장강수의 주머니에서 최고급 쿠바를 꺼내 장강수의 입에 넣어주고 불을 붙였다. 아쉽게도 장강수는 이미 몸이 굳어지기 시작해 담배를 빨 수조차 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아주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죽기 전에 담배를 필 수 있다니, 이건 정말 신선놀음이나 다름없습니다. 참 의미 있는 생을 살았네요.” 몇 분 후, 시가는 바닥에 떨어지고... 장강수는 그렇게 죽어버렸다. 엄진우는 그의 옆에 서서 미소를 지은 채 죽은 장강수를 한참 바라보더니 안색이 싸늘하게 변했다. 쿠우웅! 찰나의 순간, 먹구름이 하늘을 가려 세상이 어둡게 변했다. 엄진우는 처음으로 이런 분노를 느꼈다. 뼈에 사무치는 분노가 그의 세포와 피에 침투해 미칠 것만 같았다. “절대 헛된 죽음이 되지 않을 거야.” 엄진우는 홀로 지성그룹에 들어갔다. 정대용 무리의 파괴로 지성그룹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어버렸고 보안팀도 전멸했다. 다행히 대부분의 직원은 제때 탈출했고 일부 도망가지 못한 직원들은 상대에게 죽임을 당했다. 엄진우는 피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에 있는 대표 사무실로 향했다. 복도에 들어서자마자 시커먼 무리가 물샐틈없이 그를 에워쌌다. “나타났네.” 십여 명의 지하 황제들이 하나둘 나서며 건방지게 웃어댔다. “이 여자만 잡으면 엄진우가 반드시 나타난다고 하더니 형님 말이 맞았어.”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지금 해. 비록 들어줄 건 아니지만. 하하하!” 그들은 배를 끌어안고 웃었다. “정대용이 누구야?” 엄진우는 그들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담담하게 물었다. 이때, 정대용이 사람들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와 입꼬리를 올렸다. “엄진우. 내가 바로 정대용이다! 날 욕할 때 이런 결과 생각해 봤어?” “내가 타깃이라면 내 회사로 와도 될 것을, 왜 무고한 사람을 마구 죽이려는 거지?” 엄진우는 상대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고 정대용은 어깨를 으쓱하며 싸늘하게 웃었다. “그러
그 말에 사람들은 한바탕 폭소를 터뜨렸다. 그들의 눈에 엄진우는 그저 호랑이 굴에 기어들어 온 사냥감일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죽이기엔 왠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하여 그들은 엄진우라는 이 독 안에 든 쥐를 천천히 재미있게 가지고 놀다가 죽이기로 했다. “예우림 어딨어?” 엄진우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정대용이 큰 소리로 말했다. “그 여자 끌어와!” 그러자 몇 명의 건장한 남자가 예우림의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고 나왔는데 예우림의 예쁜 얼굴에는 멍이 들어있었다. 그녀는 초췌한 얼굴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엄진우! 여긴 왜 왔어!”절망에 빠졌던 예우림은 엄진우를 보는 순간 희망이 싹트기 시작했지만 이내 희망은 분노로 바뀌었다. “넌 여기 오지 말았어야 했어! 누가 와도 소용없어. 누가 와도 다 죽어. 사람이 왜 이렇게 멍청한 거야.” “당신은 내 여자야. 내 여자한테 위험이 생겼는데 내가 안 오면 누가 와?” 엄진우는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 집에 가자. 이 물건들은 내가 하나도 빠짐없이 치워버릴게.” 엄진우의 말에 사람들은 배를 끌어안고 미친 듯이 웃어댔다. “미친놈! 열네 명의 지하 황제와 몇만 명의 우리 부하들 앞에서 감히 큰소리를 쳐? 용기가 가상하군.” “죽기 전이라 헛소리를 내뱉는군. 쯧쯧, 보아하니 모든 걸 포기한 모양이네요.” “우릴 빠짐없이 치운다고? 한 사람이 한 주먹만 날려도 넌 뼈도 못 추려.” 엄진우가 말했다. “나한테 볼일 있었으면 날 직접 찾았어야지. 지하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그 정도도 몰라? 부하들이 보고 있는데 나약한 여자를 인질로 삼다니. 참 비겁하고 비굴한 놈들이군.” 그들은 깜짝 놀랐다. 이 자식이 감히 그들을 가르치려 하다니? 하지만 엄진우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지하 황제는 정대용을 포함해 모두 열네 명이고 게다가 부하만 해도 십만 명이 출동했다. 듣보잡 애송이를 상대하는데 인질까지 잡는 것은 확실히 졸렬한 행동이다. 이때 강해시 지하
스윽-- 장내는 마치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삽시간에 고요해졌다.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자식 배짱이 하늘을 찌른다. 감히 정대용에게 가래가 가득한 와인을 끼얹다니. “이... 이거 꿈이지?” 예우림은 너무 놀라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미친 건가? 십만 명이 되는 사람 앞에서 정대용에게 저런 모욕을 주다니. 이젠 절대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개새끼, 죽여버린다!” 몇 초 후, 정대용은 눈에 핏발을 세우고 엄진우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하지만 이때, 진태평이 그를 말렸다. “형님, 이런 물건을 처리하는데 왜 굳이 형님 손을 더럽히겠습니까? 저 혼자면 충분합니다.” 그러자 기타 지하 황제들이 불만을 표시했다. “진 회장! 지금 뭐 하세요? 공을 가로채려는 건가요?” 모두가 정대용이 엄진우를 죽이고 싶어 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런데 이때 진태평이 혼자 나선다면 나중에 땅을 나눌 때 진태평에게는 절대적인 우선권이 주어지게 된다. 진태평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전 단지 형님의 근심을 덜어주려는 것뿐이에요. 그리고 저 자식이 눈에 거슬려 도무지 참기 힘들더라고요.” 쿵!말을 끝낸 진태평은 빠른 걸음으로 엄진우에게 달려들더니 그의 머리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공로를 독차지하려면 다른 지하 황제들이 개입하기 전에 반드시 엄진우를 죽여야 한다. 그 모습에 예우림은 화가 나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소리를 질렀다. “기습 공격이라니! 치사한 새끼!” 머릿수도 많은 사람들이 엄진우에게 비겁한 수단을 쓰다니, 정말 졸렬한 놈들이다. “난 원래 이런 놈이야. 그러니 뭐라 해도 신경 안 써.” 진태평은 비겁한 미소를 지었다. 정대용을 제외한 열세 명의 지하 황제들 중, 진태평은 가장 도덕이 없는 사람으로 모든 일에 그는 이익을 우선으로 생각했다. “승자는 왕이고 패자는 역적이다! 이기는 사람이 정의고 지는 사람은 악이지!” 진태평은 소리를 지르며 주먹을 엄진우의 머리로 내리꽂았다. 퍽! 이때 갑자기 허리케인이 휙
“두 주먹은 영원히 두 주먹이야. 십만 명은 상대할 수 없어!” 고순철이 큰 소리로 외쳤다. “다들 뭘 기다려! 당장 저놈부터 죽여!” 퍽! 말이 끝나기 바쁘게 고순철의 몸이 그대로 폭발해 피와 살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리고 그 뒤에 서 있던 고순철의 부하들도 피안 개가 되어버렸다. 역시나 엄진우의 따귀 한 대에 일어난 상황이다. 엄진우는 피가 가득 묻은 손바닥을 거두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 당신들의 말이 맞아. 그러니까 한꺼번에 덤벼.” 순간 이 장면을 목격한 사람들은 사색이 되어버렸다. 아까만 해도 전의를 다지던 사람들은 겁에 질려 다리를 벌벌 떨더니 그대로 주저앉아 울상을 지었다. “엄마야. 난 죽고 싶지 않아. 저런 죽음은 너무 공포스러워.” 시체도 찾을 수 없는 죽음은 그들에게도 극한의 공포로 다가왔다. 그 모습에 예우림은 싸늘하게 말했다. “내가 경고했잖아. 엄진우는 보통 사람이 아니야. 여태 난 엄진우보다 더 강한 남자를 본 적 없어. 그를 건드린다면 예외 없이 모두 이런 결과야.” “입 다물어!” 정대용은 굵은 팔과 큰 손으로 예우림의 입을 누르며 소리를 질렀다. 아무리 예우림이 키가 크다고 해도 이 근육질의 남자 앞에서는 작은 새처럼 왜소하고 반항할 능력이 전혀 없었다. “내 여자 한 번만 더 건드려보시지?” 엄진우는 하늘을 찌를 듯한 살기를 풍기며 정대용을 노려보았고 그 눈빛에 정대용도 소름이 돋았지만 여전히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대종사면 뭐 어때? 보통 사람보다 조금 강할 뿐, 너 역시 사람이야! 신이 아니라고! 다들 잘 들어! 우린 십만 명이야! 우리가 힘을 합친다면 이놈은 반드시 죽는다!” 하지만 그의 말에 대답하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다. 심지어 정대용의 의형제인 열한 명의 지하 황제들도 약속이나 한 듯 침묵했다. 정대용은 당황했다. “형님, 그러면 형님이 솔선수범하여 먼저 저놈과 붙으세요. 그렇다면 우리가 뒤에서 돕겠습니다.” “맞습니다! 형님의 한마디에 우리가 여기서 목숨을 잃
이때 남산시 지하 황제 독고진이 입을 열었다. 상대는 정대용을 달래려고 했다. “형님, 저한테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인질은 어차피 우리 손에 있으니 차라리 저놈과 공평한 대결을 하는 건 어떨까요?” “공평한 대결이 어딨어? 저 자식 대종사야!” 정대용이 큰 소리로 말했다. “정 안되면 다들 같이 죽는 거야. 내 평생 누굴 두려워한 적은 없어!” 엄진우에게 당한 수모는 반드시 되갚아줘야 한다. 설사 함께 죽더라도 반드시 엄지우를 납작하게 만들어놓을 것이다. “공평한 대결이라면 당연히 조건이 있습니다.” 독고진이 진지하게 말했다. “저놈의 능력을 제한해서 우리와 일대일로 싸우는 걸 제안합니다. 만약 여러 지하 황제를 전부 이길 수 있다면 여자까지 데리고 갈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엄진우는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좋아! 그렇게 하지.” 어쨌든 일단 예우림을 여기서 내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예우림은 그 제안에 찬성하지 않았다. “엄진우! 네가 속고 있는 거야. 이 조건은 널 죽이려는 거야! 그러니 절대 안 돼!” “가장은 나야! 그러니 저 여자 말은 신경 쓰지 마! 내가 하겠다면 하는 거야!” 엄진우의 말에 예우림은 금세 귀가 빨개졌다. 이런 상황에도 그걸 강조하다니, 이 남자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그제야 정대용은 예우림에게서 손을 떼고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꽤 괜찮은 제안이군! 어차피 인질은 우리 손에 있으니 우리가 어떤 조건을 걸든지 넌 반드시 찬성해야 해! 즉 너에게는 상의할 자격도 없다는 거야!” “좋아.” 엄진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목적에 달성하자 독고진은 정대용과 눈을 마주치며 씩 웃었다. “그래. 그렇다면 앞으로의 대결에서 넌 절대 손과 발을 쓸 수 없어! 이게 우리의 첫 번째 조건이야.” 예우림은 믿을 수 없었다. “사지를 움직이지 말라면서 뭐가 대결이지? 이건 너무하잖아!” 정대용은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말을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저 자식은 대종
자리에 있던 부하들은 모두 겁에 질려 두 눈을 크게 떴다. “너무 잔인해. 하 회장님이 출동하시다니.” “하 회장님 머슬마니아라 악마의 몸을 만들기 위해 해외에서 수술도 받고 근육주사도 수십 바늘을 맞았다는 걸 누가 몰라?” “듣자 하니 손아귀의 힘이 무려 천근에 달한다고 하던데? 콘크리트를 맨손으로 부러뜨리는 건 기본이고 나무도 통으로 뽑을 수 있대.” 정대용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엄진우, 손발을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 하 회장의 주먹조차 피할 수 없을걸? 네가 겁에 질려 죽어가는 모습이 난 벌써 궁금해.” 엄진우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그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이때, 하진웅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그에게 다가와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기억해. 널 죽인 사람은 바로 이 몸이야!” 말을 끝낸 하진웅은 엄진우의 얼굴에 침을 뱉으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넌 비참하게 죽을 거...” 말이 끝나기도 전에! 풉! 갑자기 핏줄기가 하늘로 솟구치기 시작하더니 하진웅의 몸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반으로 절단되었다.이내 피를 내뿜는 상반신이 모두의 앞에 툭하고 떨어졌다. “으아악!” 몇 초간의 침묵이 흐른 후, 장내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엄진우 이 비열한 새끼가 감히 함부로 룰을 파괴해?” 정대용은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감히 먼저 손을 써서 하 회장을 죽이다니! 비겁한 새끼, 오늘 넌 나랑 같이 죽는 거야!” “상황 파악 제대로 해! 난 손발은 전혀 쓰지 않았어.” 엄진우는 손을 들어 얼굴에 튄 피를 닦아내더니 싸늘하게 웃었다. “저놈은 하 회장의 몸에 머리를 박았고, 하 회장은 바로 반쪽이 되어버렸어요!” 독고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충격적인 공포는 마치 과속으로 달리는 대형 화물차가 지나가는 것처럼 그들을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머리로 사람을 죽인다고? 그런 것이 가능하다고? “손발 쓰지 말라며? 머리까지 쓰지 말란 말은 없었잖아. 내 말이 틀렸어?” 엄진우는
“이 새끼가 어디서 꼼수를 부려!” 모두 일제히 사색이 되어 소리를 질렀다. “내가 약속을 지킨다고는 안 했잖아?” 엄진우는 싸늘하게 웃었다. “당신들이 억지를 부리는데 나라고 약속을 지켜야 해? 세 살짜리 애들도 아니고.” 순간 엄진우의 몸에서 성난 파도 같은 진기가 뿜어져 나왔다. “도망가세요! 이 자식은 우릴 한꺼번에 죽이려는 속셈이에요!” 지하 황제들은 깜짝 놀라 금세 기세를 잃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공포의 기운은 순식간에 그들을 삼켜버렸다. 쿵! 정대용을 포함한 모든 지하 황제는 그대로 피와 살이 흩어져 버렸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2초도 안 되는 시간에 발생한 일이다. 십만 명의 부하들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생존 게임과 음모, 그리고 반전은 너무 빠르게 진행되었다. 피바다 속에서 엄진우는 고개를 쳐들고 혼자 중얼거렸다. “장 회장, 내가 장 회장의 복수를 했어.” 그는 정대용을 비롯한 모든 사람을 죽여 장강수와 그의 형제들에게 바치겠다고 약속했었다. 엄진우는 진심으로 장강수와 그의 형제들이 하늘에서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랐다. 이내 엄진우는 사방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보긴 뭘 봐? 사람 죽이는 거 처음 봤어? 늬들 회장님들이 전부 뒤졌으니 너희들도 나한테 복수할 생각이야?” 잠시 정적이 흐른 후, 부하들은 다급히 뒤로 한 걸음 물러서더니 무릎을 털썩 꿇었다. “제발! 제발 살려만 주십시오!” “저희들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 회장님의 행동에 저희는 크게 실망했습니다!” 엄진우는 지하 타수들을 빤히 쳐다보다가 덤덤한 표정으로 피 못에 쓰러진 시체들과 유일하게 살아남은 지하 황제인 독고진을 바라봤다. 독고진은 이미 겁에 질려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열 명의 지하 황제들의 그가 보는 앞에서 목숨을 잃었다. 오늘은 독고진 평생의 최대 악몽이 될 것이다. “당신 꽤 총명하네? 모두가 앞으로 달려올 때 혼자만 뒤로 내빼던데.” 엄진우는 싸늘한 미소를
“좋아, 그렇다면 남은 십만 명의 타수들은 너에게 주겠다. 단 요구가 하나 있다. 질서 있게 창해시를 떠나! 소동을 부린다면 반드시 너한테 죄를 묻는다.” 엄진우는 그들을 살려두기로 했다. 설령 돼지 10만 마리라도 며칠씩 잡아야 하는데 하물며 상대들은 지하 타수들이다. 만약 이 사람들이 질서를 잃고 날뛴다면 그 위협은 재앙이 될 것이다. 그럴 거면 차라리 꼭두각시를 세워 그들을 관리하는 것이 훨씬 낫다. 독고진은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 독고진은 십여 년 동안 남산 지하 황제로 살아오며 단 한 번도 실수한 적 없습니다. 이십만 명의 타수들은 제가 반드시 시민들에게 그 어떤 위협도 조성하지 않고 경찰의 눈을 피해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갈 것입니다.” 상대의 말이 끝난 후 엄진우도 더는 묻지 않고 몸을 돌렸다. 그는 예우림에게 다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림아, 괜찮으니까 우리 집에 가자.” 하지만 예우림은 안색이 하얗게 질린 채 온몸이 굳어져 있었다. “우림아?” 엄진우는 문뜩 이상을 느꼈다. 이내 예우림은 두 눈이 뒤집히더니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엄진우는 다급히 그녀의 맥을 짚더니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경련이군. 하긴 이런 큰일을 당했으니 쓰러지는 것도 정상이야.”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몸조리는 아주 간단하다. 며칠만 있으면 그녀는 말끔히 나을 것이다. 하지만 정신적인 손상은 하루아침에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또다시 그녀의 기억을 지운다면 그녀는 기억에 혼란이 생길 수도 있다. “일단 집에 데려다주고 푹 쉬게 해야겠어.” 엄진우는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독고진이 십만 명의 타수를 데리고 떠난 후, 그는 청용에게 연락해 장강수의 후사를 처리하려고 했다. 엄진우가 존경하는 몇 안 되는 사람이기에 장강수의 장례는 반드시 장렬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엄진우 님? 죄송하지만 청용 전신님은 부상을 당해서 당분간 전화를 받기 힘듭니다.” “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