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스위스.조유진은 하루 종일 멍하니 침대맡에 기대어 있었다. 핸드폰 보려고 한 순간, 셀리나에게 빼앗겼다.“사모님, 눈 나빠져요. 그러지 마시고 뭐 좀 드세요.”셀리나가 저녁을 챙겨왔다.입 맛이 없는 조유진을 위해, 셀리나는 주방에 부탁해 죽을 만들어 왔다.조유진은 침대에 너무 오래 있다 보니 몸이 뻐근했다.“식탁으로 가서 먹고 싶어, 침대에서 먹으려고 하니 소화가 안 되는 것 같아.”셀리나는 유난히 조심스럽게 조유진을 대하며 조언을 건넸다.“사모님, 배 속의 아기님을 위해서라도 조금 참으세요.”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조유진은 그래도 타협해서 죽을 다 먹었다.“셀리나, 오늘 하루 종일 핸드폰도 별로 안 봤어. 잘 만큼 다 잤고, 주식 좀 보고 싶은데, 핸드폰 좀 줄래?”하지만 셀리나는 고집스러웠다.“사모님, 임신 중이신데 그런 건 보지 마세요. 정신건강에 해로워요. 주식 상황을 보면서 정력도 써야 하고, 머리도 써야 하고, 걱정도 쌓이고 안정을 취하는 데 안 좋습니다.”조유진이 실소하며 답했다.“뭐가 그렇게 심각해?”하지만 셀리나는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조유진은 점점 더 상황이 의심스러웠다.‘내가 핸드폰을 보는 걸 두려워하는 것 같네... 초윤이도 그랬는데... 뭐 감추는 거라도 있나? 설마, SY 그룹에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아니면, 현수씨한테...?’셀리나가 나가자, 선유가 조유진을 찾아왔다.“엄마, 드디어 깨났네! 하루 종일 잤어!”조유진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선유야, 태블릿 좀 가져다 엄마 좀 보여줄래?”“좋아! 근데 엄마 핸드폰은?”“셀리나가 가져갔어. 엄마 눈이 나빠질가 걱정스러운가 봐. 태블릿 챙겨올 때 셀리나한테 들키면 안 돼, 알았지?”선유가 장난스러운 웃음을 짓고 가슴을 치며 말했다.“옷 속에 감춰서 올게! 엄마, 나 믿어!”조유진이 웃으며 답했다.“알았어.”선유가 태블릿을 챙겨와 조유진에게 건넸다.조유진은 바로 트위터에 접속했다.송인아의 팬들에게 호되게 당한 이후로, 잘 접속
“그 성행 그룹의 엄씨 가문이 맞아! 재력으로는 SY 그룹이랑 맞먹는데,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 달라! 성행 그룹은 제일 처음에 부동산 자재로 시작한 기업이야. 이후에는 배터리, 에너지 사업으로 돌렸지!”“그건 알고 있어! 지난해, 성행 그룹과 SY 그룹이 협력했잖아. SY 그룹에서 전기차를 만들 때, 성행 그룹과 협력했지. 성행 그룹에서 SY 그룹에 배터리를 공급해 줬잖아. 설마, 협력할 때 엄씨 가문의 아가씨랑 배 대표님께서 눈이 맞은 건가?”“맙소사! 비즈니스로 맺어진 커플! 결혼 후, 사랑으로 이어지는 커플! 너무 좋아!”“조햇살 같은 신데렐라가 재벌 그룹의 대표와 이어진다는 이야기는 너무 올드해! 그런 이야기는 지겹다! 엄씨 가문의 아가씨와 배 대표님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근데... 조햇살도 신데렐라는 아니지 않아? 조햇살도 이전 충남 시장의 딸인데? 비록 아빠의 권력은 끝이 났지만, 그래도 신데렐라는 아니지 않아?”“권력이 끝이 났다며, 그럼 신데렐라지! 그것도 소문이 안 좋은 셀럽!”조유진도 무슨 정신으로 댓글들을 다 읽었는지는 몰랐다.이틀 전의 뉴스였다.배현수가 어제저녁 스위스로 오기 전, 이미 발생한 일이었다.하지만 어떻게 한마디도 안 해줄 수 있지?뉴스를 본 그녀는 가슴이 꽉 막히는 것만 같았다.‘아니야, 이게 진짜일 리가 없어.’어제저녁, 배현수는 그녀를 업고 대성당 안으로 가, 무릎 꿇으며 프러포즈했다. 그리고 핑크 다이아몬드 반지를 그녀의 약지에 끼워주며 귀국 후, 혼인신고하고 결혼식을 올리자고 했다.그는 언제나 조유진의 것이라고, 그녀만의 것이라고 했다.조유진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하지만 그녀는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었다.그녀는 묵묵히 태블릿을 선유에게로 건네주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선유야, 엄마 갑자기 목이 마르네. 셀리나 아줌마한테 물 좀 가져다 달라고 해줄래?”조유진은 선유를 내보냈다.한참을 회복한 후에야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마음이 너무 심란했던 탓일까, 복부가 당겨왔다.심호흡을 몇
배현수의 핸드폰은 계속 꺼져있는 상태였다.시간을 계산해 보면, 그는 이미 도착한 지 한참이 되었을 시간이었다.하지만 무슨 이유에서 핸드폰이 계속 꺼져있을까?뉴스의 내용을 생각하며, 조유진은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셀리나는 더 이상 조유진을 막을 수 없었다. 그저 그녀의 팔을 당기며 말했다.“사모님, 흥분하지 마세요. 일정이 늦어졌을 수도, 혹은 시차 때문에 적응 중일 수도 있잖아요. 아직 상태가 불안정하신데 감정이 격해지면 안 돼요.”이렇게 큰일을 마주했는데, 어떻게 평온한 마음을 유지한다는 말인가?조유진은 거실로 가 여권을 찾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서랍 안에 넣어뒀는데 말이다.조유진은 서랍을 뒤지며 물었다.“셀리나, 내 여권 못 봤어?”“사모님, 저는... 저는 못 봤습니다.”셀리나가 말을 더듬었다.조유진이 어리둥절한 상태로 고개를 들어 캐물었다.“내 여권 가져갔어?”셀리나가 어찌 감히 그런 일을 하겠는가. 그녀는 다급히 해명했다.“사모님, 아니에요. 다른 곳에 뒀을 수도 있죠, 저도 같이 찾아볼게요!”하지만 조유진은 분명 모든 여권과 증명서를 이곳 서랍에 두었다. 이틀 전에도 봤었다.위치를 잘못 기억할 리는 없었다.중요한 여권과 증명서를 어떻게 아무렇게나 놓을 수 있었을까.셀리나가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조유진이 차갑게 말했다.“여권 돌려줘. 안 주면, 재발급받을 거야.”조유진의 단호한 태도를 본 셀리나는 솔직히 말할 수밖에 없었다.“사모님께서 여권 재발급을 받으러 가신다면 제가 운전해 대사관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분실 신고를 하고 재발급을 받으려면 최소한 일주일, 아무리 급하게 처리한다고 해도 삼일은 걸렸다.아침, 배 대표가 떠나기 전, 사모님의 여권과 증명서들을 그녀에게 맡기며 절대 돌려주지 말라고, 귀국시켜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전공 석화 사이, 조유진은 무엇인가 깨달은 듯했다.그녀는 온몸이 그 자리에 굳어 있었고, 두 눈은 빨갛게 달아올라 입술을 짓씹으며 웃기
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다이아몬드 반지가 바닥에 팽개쳐졌다. 경도가 강한 다이아몬드와 더불어 힘껏 던지다 보니 나무 바닥에 작은 홈이 파였다.빛을 잃은 핑크 다이아몬드 반지는 그렇게 외롭게 구석에 박혔다.셀리나가 앞으로 나서며 위로하려 했다.“사모님...”그 호칭을 듣자, 조유진은 바로 말을 잘랐다.“사모님? 내가 무슨 사모님이야.”그녀는 배 대표의 사모님이 아니었다.그녀와 배현수는 정당한 명분이 없었다.순진하게도 몇 마디의 사탕발림에 속아 넘어갔다.셀리나는 한편에서 속수무책으로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하면 할수록 실수만 쌓이고, 조유진의 기분을 상하게 할 것 같았다.조유진이 쓴 웃음을 지었다.그녀의 처지가 배현수가 해외에 숨겨둔 정부와 무슨 다를 바가 있다는 말인가.정말 다른 사람과 결혼할 예정이라면,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한다면, 그녀도 더 이상 구질구질하게 그에게 매달리지 않을 터였다.하지만 배현수는 왜 이런 방식을 선택해 그녀를 능욕하는 것일까?심지어 어젯밤 깊은 스킨십을 나눌 때, 그는 그녀의 손을 꽉 잡은 채 키스하며 수없이 그녀에게 속삭였다.“유진아, 나는 네 거야. 너만의 것이야.”다른 여자와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 약속했다.배현수도 뱉은 말을 안 지킬 수 있구나, 배현수도 사람을 솎 일수 있구나 싶었다.조유진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손톱을 손바닥 깊이 박아 넣었다.‘거짓말쟁이, 정말 거짓말쟁이야!’온 세상 사람들이 배현수가 다른 사람과 결혼할 거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녀만 제일 마지막에 알게 되었다. 큰 그림이었다.어젯밤, 배현수가 그녀에게 SY의 우 씨 영감의 본처는 대제주시, 첩은 미국에 있다고 한 사실이 떠올랐다. 어느 날 그의 부인이 갑자기 스위스로 찾아와 어린 선유를 납치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우스웠다.고상함의 대표인 조유진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첩이 되겠는가.그녀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더욱 단호한 태도로 말했다.“셀리나, 여권 재발급 받으러 갈 거야. 귀국할 거야.”
조유진은 임신한 지 4주밖에 되지 않았다자궁 적출술은 매우 빨랐다. 그녀는 30분 만에 수술실에서 나왔다.마취가 끝난 후, 그녀는 초점 없는 눈동자로 누워있었다.셀리나가 그녀의 병상을 지켰다.“사...”사모님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셀리나는 의도적으로 말을 바꿨다.“아가씨, 선유는 아직 집에 있어요. 기분도 안 좋으실 텐데 선유를 데리고 와서 말동무라도 하게 해드릴까요?”조유진이 고개를 저었다.“혼자 있고 싶어. 선유는 아직 어리니 이런 일은 알면 안 좋아.”“그러면 드시고 싶으신 거 있으세요? 주방장한테 얘기해서 만들어 올게요. 금방 수술을 마쳤으니, 체력도 떨어지고 영양 보충하셔야죠.”“그냥 가볍게 죽이나 먹자.”“알겠습니다.”한참 침묵을 지킨 조유진이 쉰 목소리로 불쑥 물었다.“배현수, 이제는 연락돼?”셀리나가 숨을 들이 삼켰다.조유진이 수술실로 들어간 이후, 셀리나는 계속하여 배현수에게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핸드폰이 꺼져있어 연락이 닿지 않았다. 셀리나는 조유진이 충격을 받을지 걱정되어 결과에 관해 얘기하지 않았다.셀리나는 계속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배 대표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요? 핸드폰이 계속 꺼져있는데, 어려운 일을 처리하고 있는 것 같아요.”조유진이 실망한 표정으로 가볍게 웃었다.“됐어. 어차피 아이도 유산됐는데. 연락이 닿으면 또 뭐해.”그녀가 제일 필요로 할 때, 배현수는 그녀의 옆에 없었다.그녀의 옆에 있었던 사람은, 그가 배정해 준 셀리나 집사뿐이었다.조유진이 임신의 기쁨을 공유하기도 전에, 아이는 곁을 떠났다.올 때도, 갈 때도 뜻밖이었다.조유진은 떨리는 손으로 납작한 복부를 쓰다듬었다.이미 잃은 아인데, 아이의 아빠가 모른다고 무슨 일이 생길까?조유진이 그를 미워할 수 있다면, 그가 여전히 그녀를 사랑한다면 그는 기꺼이 이 소식을 그에게 알려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할 수 있었다.하지만 이제 와서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배현수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다
“너... 너 뉴스 본 거야?”“응, 봤어.”똑똑히 또박또박 봤다.엄창민의 첫 반응도 자연스러운 위안이었다.“백소미가 말한 게 사실이었어. 하지만 지켜봐야 할 것 같아. 우선 속상해하지는 마.”“위로하지 않아도 돼, 오빠. 나 귀국하고 싶어. 그런데 배현수가 내 여권을 가져갔어. 대사관에서 재발급받으려면 며칠 걸릴 것 같아.”엄창민이 멈칫하며 이상함을 감지했다.그는 이를 악물며 욕했다.“배현수 그 개새끼. 어떻게 이렇게 괴롭힐 수 있어?”조유진이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창민 오빠, 대사관에 아는 사람 있어? 재발급 빨리 받을 수 있게 해주면 안 될까?”조유진은 스위스에 하루라도 더 있고 싶지 않았다.그 독채는 감옥처럼 그녀를 옥죄었다.“알았어. 가서 한번 알아볼게. 환희야, 속상해하지 말고 있어. 배현수가 정말 백소미와 결혼한다면 내가 네 친정 오빠로 배현수한테 복수해 줄게!”엄창민은 마치 가족처럼 그녀의 뒤에 묵묵히 있어 줬다.무력하고 고통스러울 때 들은 가족의 위안은 눈물을 터트리게 했다.조유진은 한 손으로 핸드폰을 다른 한 손으로는 입을 틀어막았다. 목소리에서 감출 수 없는 울먹임이 느껴졌다.“창민 오빠... 아이가 유산됐어....”몇 글자 되지 않는 말이었지만, 끝까지 얘기한 조유진은 오열하고 있었다.스위스에서 이렇게 긴급한 상황에서, 그녀의 옆에는 셀리나밖에 의지할 사람이 없었다.조유진의 마음속에서, 엄창민은 이미 가족이었다.전화가 걸려 오자, 굳건히 버티고 있던 마지막 방어선도 순식간에 무너졌다.전화 너머 엄창민은 잠시 넋이 나갔다. 그녀의 말을 겨우 이해한 엄창민이 걱정스레 물었다.“너는? 너는 괜찮아?”조유진이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답했다.“나는 괜찮아.”감출 수 없는 슬픔을 모두 털어 낸 후, 통제하기 어려웠던 마음이 잠시 안정을 되찾았다.엄창민은 분노를 감출 수 없었다.“배현수가 해명하지 않으면 결혼식에 가서 난리를 피우자! 배현수의 애를 임신하고 유산까지 했는데 전화도 안 받고 사람도 옆에 없
스위스에서의 마지막 밤, 겨울 창밖에는 큰 눈이 내리고 있었지만, 방안은 봄처럼 따듯했다. 하지만 조유진은 온몸이 차가웠다.셀리나가 이불 두 개를 가져다 그녀에게 덮어주고, 따듯한 물주머니도 채워 와 그녀에게 건넸다.막 유산해서 신체 기능이 저하되어 그런지 아무리 따듯하게 만들려고 해도 할 수가 없었다.늦은 밤, 안방에 불이 꺼지고, 바깥의 흰 눈으로부터 반사된 빛이 들어오는 늦은 시각이었지만, 조유진은 단념하지 않고 서정호에게 연락을 취했다.하지만 서정호의 핸드폰도 꺼져있었다.그녀는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을 속이고 싶었지만, 현실이 그녀를 사정없이 후려쳤다.배현수와 약혼을 하는 엄씨 가문의 아가씨가 백소미라는 사실을 엄창민은 며칠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이 모든 사실이 오해라는 증거를 찾고 싶었지만 찾을 수 없었다.너무 추웠다. 그녀는 두 팔로 자신을 꼭 감싸 안고 침대에 웅크려있었다.뜨거운 눈물이 베개를 적셨다. 눈물도 점차 식어갔다.복부에서는 여전히 은근한 통증이 전해져왔다.조유진은 손끝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이불을 꽉 쥐었다.밖에서는 눈이 소리 없이 내리고 있었다. 이 겨울밤은 길고 끝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견디지 너무나도 힘든 밤이었지만, 다행하게도 마지막 밤이었다.한편, 성남 엄씨 사택에 있는 백소미도 배현수에게 연락이 닿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그녀는 바로 드래곤 파에 연락했다.“보스, 저예요.”전화기 너머로 변조된 목소리가 들려왔다.“성행 그룹의 지분 변동은 왜 아직도 공시되지 않는 거지? 다 잘되고 있다더니.”백소미의 눈빛이 가라앉으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엄씨 가문의 수양딸, 엄명월이 계속 주주총회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어요. 엄명월을 지지하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반대 의견을 내고 있고, 엄창민의 메인 팀들도 저를 지지하지 않고 친자 확인을 다시 하길 요구해요. 보스, 엄명월을 처리해 버릴까요?”지난번에도 그녀는 엄명월을 제거하길 원했다.하지만 보스는 수락하지 않았다.그 이유에 대해서
그녀는 드래곤 파에서 혁진이 죽은 줄로 알게 만드느라 큰 노력을 기울였다. 혼수상태의 혁진을 스페인에서부터 비밀 전용기를 사용하여 한국의 외딴 병원으로 이송했다.며칠만 더 시간을 확보하여 해독제를 구한다면 혁진은 살릴 수 있었다.엄명월?보스가 건드리기 꺼리는 거 보면 혹시 다른 마음을 품은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보스와 엄명월 사이의 관계가 깊다면, 엄명월을 납치하여 보스와 협상할 수 있지 않을까?드래곤 파의 보스를 위협한다는 건 리스크도 크고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운 일이었다.또한 엄명월이 정말로 보스와 인연이 있는지도 몰랐다.하지만, 해독제를 확보할 수만 있다면, 한번 도박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죽든 살든, 백소미는 큰 미련이 없었다.만약 혁진이 죽는다면, 그녀는 최선을 다하여 드래곤 파에 복수를 할 생각이었다.백소미가 엄명월의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심지어 내부 인터넷에 진입하여 개인적인 정보도 확인했다.엄명월은 9살 이전에 한국의 하늘 보육원에 있었었다.하늘 보육원...백소미가 혁진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이번 대의 보스는 혁진과 나이가 비슷하고 함께 임무를 맡은 적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진짜 얼굴도 이름도 몰랐다.그저 보스의 코드네임이 김이라는 사실만 알았다. 스페인 본거지에 오기 전에 한국의 한 보육원에 머물렀다고 했다.코드네임 김...백소미는 오늘 아침 있었던 주주총회에서 엄명월 뒤에 있던 비서가 생각났다.얼핏 엄명월이 그 사람을 김 씨라고 불렀던 기억이 났다.설마, 엄명월도 드래곤 파 사람이었던 것일까?아니었다. 엄명월도 드래곤 파 사람이라면 백소미의 행동에 제약을 걸지 않을 터였다.이름이 겹치지 않는 이상, 염명월 뒤에 서있던 김 씨가 정말 드래곤 파의 보스라는 말인가?백소미는 식은땀이 났다.김 씨가 정말 보스라면, 행방을 감추는 능력이 너무도 뛰어났다. 그들 곁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휘젓고 다녔지만 아무도 그의 신분을 의심하지 않았으니 말이다.산속에 있는 별원, 이곳은 엄명월이 성남에 마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