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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화

듣고 있던 육지율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그에게 아주 먼 이야기였다.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부부 사이가 너무 좋으면, 한쪽이 세상을 뜨면 다른 한쪽은 그리움에 얼마 지나지 않아 영문도 모른 채 세상을 떠나게 된다고 했다.

조유진과 배현수는 법적으로 부부는 아니지만 두 사람은 오랜 세월 동안 얽히고설켜 모진 풍파를 겪었으니 이젠 떼 놓을래야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인생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으며 배현수가 정말로 없어진다면 조유진도 점차 말라 죽어갈 뿐이었다.

조유진이 바다에 뛰어들었을 때도 배현수가 따라 죽으려고 했었던 것처럼.

정말 죽음까지 생각한 거라면 회사가 어떻게 되어도 그녀에게 상관이 없을 것이다.

조유진은 육지율과 남초윤을 마당까지 바래다줬다.

“회사의 일은 육 변호사님께서 부탁드립니다. 일주일 뒤에도 현수 씨가 돌아오지 못한다면 그때 다시 주주총회를 열고 지분 문제를 논의하죠. 저도 선유를 데리고 참석할 겁니다.”

육지율은 고개를 끄덕이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배현수가 사망하면 그의 지분은 자연스레 딸한테 상속될 것이다. 그 지분을 팔든 보유하고 있든 이들은 앞으로 부족함 없이 살아갈 수 있었다.

남초윤은 조유진을 안아주면서 말했다.

“유진아, 딴생각하지 말고 요 며칠 푹 쉬어.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들이 많잖니.”

‘그래, 앞으로도 살아가야 할 날들이 많다.’

배현수가 없는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니, 조유진은 앞날이 까마득했다.

예전에 두 사람은 서로 떨어져 있어도 살아있는 한 언젠가는 돌고 돌아 만나게 되어있다고 믿고 있었기에 그렇게 슬프지 않았다.

그녀는 한 번도 욕심을 부린 적이 없었다. 그저 그가 살아있기만을 바랐다. 함께 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멀리서 그를 바라볼 수만 있다면 그녀는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

하지만 하늘은 마치 계속 그녀를 놀리는듯했고 이제는 두 사람을 서로 다른 세상에 갈라놓았다.

별장을 떠난 후 차 안에서 육지율과 남초윤은 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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