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65화

조유진은 배현수를 잡고, 안고 싶었지만 배현수의 몸은 허상일 뿐이었다.

배현수를 잡지도, 안지도 못한 채 목놓아 외쳐도 배현수는 끝내 큰불 속에 들어가 점차 잿더미가 되었다.

배현수는 조유진을 포기했다.

악몽에 시달리다가 깨어난 조유진은 식은땀을 흘렸다.

몸을 돌려 왼쪽을 보며 텅 빈 침대를 손으로 만져보았다. 그러자 공해에 납치당한 그날 밤이 또 떠올랐다.

배현수가 술에 취한 그날, 그는 꿈인 줄 알고 이 침대에서 조유진을 꼭 끌어안고 그녀의 귀에 키스하며 자꾸만 질문했다.

“엄창민이 나보다 좋아?”

그때 조유진은 배현수가 질투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서정호는 배현수가 강아지처럼 조유진의 뒤를 따라다니며 조유진이 엄창민과 함께 마트에서 쇼핑하고 음악회에 가는 걸 바라보았다고 했다.

비록 엄창민과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지만 따라다니면서 두 사람의 모습을 본 배현수는 얼마나 절망적이었을까.

조유진은 그가 사용하던 베개를 손으로 매만졌다. 현재로서는 전혀 졸리지 않았다.

그녀는 서재로 갔다.

서재는 배현수가 평소 가장 오랫동안 있던 곳이었다.

그녀는 배현수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그제야 테이블 위에 놓인 컴퓨터 옆에 있는 뿔테 안경을 보았다.

안경을 껴보니 도수가 높지 않았다. 그래서 머리가 어지럽지 않았다.

아마 200도 좌우일 것이다.

예전의 배현수는 근시가 아니었고 조유진은 배현수가 뿔테 안경을 낀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두 사람은 연락을 끊은 지 7년 되었다. 그 순간 조유진은 처음으로 배현수를 잘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현수는 테이블 오른쪽 서랍에 전자 도어락을 설치했다.

조유진은 곧장 자기 생일을 입력했다.

역시나 도어락이 열렸다.

서랍을 열어보니 중요한 물건은 없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값어치가 있는 물건이 없었다.

서랍 속에는 둘이 함께 꼈던 은반지와 조유진이 가졌다가 다시 되돌려준 핑크색 보석 액세서리, 그리고 둘이 연애할 때 함께 샀던 커플 핸드폰, 또... 투명 테이프로 붙여놓은 작은 화집도 들어있었다.

조유진은 떨리는 손으로 그 작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