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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5화

“내가 괜찮다면? 네가 마음을 비울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면...”

“평생 비울 수가 없다면요?”

엄창민은 멈칫하고 말았다.

몇 초간의 침묵을 깨고 엄창민이 먼저 물었다.

“배현수가 그렇게 좋아? 평생 잊어버릴 수 없을 만큼?”

“좋고 나쁜 걸 떠나서 저는 저 자신한테 확신이 없어요. 그 사람을 깨끗하게 지울 수 있을지. 깨끗이 지우기 전까지는 새로운 시작 안 할 거예요. 창민 오빠는 저의 생명의 은인이잖아요. 저는 오빠한테 미안한 짓을 할 수가 없어요. 해서도 안 되고요.”

“환희야, 사실 내 마음을 계속 모른척해도 돼. 난 계속 기다릴 수 있어. 네가 배현수를 잊을 때까지...”

“제가 싫어요.”

조유진은 멈칫하더니 일부러 한마디 더 쏘아붙였다.

“저는 현수 씨를 잊어버리지 않을 거예요.”

조유진은 일부러 그에게 상처를 주었다.

엄창민은 그대로 굳어버리더니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환희야, 꼭 그렇게 매정하게 거절해야겠어? 전에 배현수랑 불가능하다고 했잖아...”

“맞아요. 현수 씨랑 불가능해요. 그런데 다른 사람이랑은 더욱 불가능한 거예요. 창민 오빠, 혹시 감정도 배타성을 띄고 있는 거 알아요?”

엄창민도 당연히 가까운 사이에 배타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배현수랑 사실 6년 동안 떨어져 있었는데 아직도 배타성을 가지고 있어?”

“네. 저는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저는 창민 오빠를 속이고 싶지 않았어요. 심적으로는 육체적으로든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그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있어도 강한 배타성을 가지고 있다는 건 전생에 현수 씨한테 빚진 것이 있거나, 제가 비정상일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저는 다른 사람한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

조유진의 말이 끝나자, 엄창민은 침묵을 지키더니 실성한 듯 웃었다.

“나 심지어 배현수랑 싸워보지도 못하고 졌어. 그런데 난 배현수한테 진 것이 아니라 너한테 진 거야. 환희 네가 나한테 기회를 주지 않아서야.”

“미안해요.”

엄창민은 침을 꿀꺽 삼키더니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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