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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4화

임준호가 채수빈을 싸고돌수록 임유환은 제 어머니만 불쌍하게 여겨졌다.

연경 고씨 가문의 아가씨로 지금의 서인아 못지않게 수많은 업적을 이뤄내던 어머니가 임준호라는 사람을 만나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천륜도 가감 없이 끊어내며 사랑만 좇아 결혼했는데 결혼 후에는 임준호의 내조를 한답시고 상업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제 손으로 포기하며 자식을 키우고 집안을 지키는 데에만 매진했었다.

상업계의 아름다운 장미가 임준호 같은 남자 하나 때문에 아름다움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마저 저버렸는데 그 결과가 참혹한 죽음이라니, 누구의 운명도 이토록 비극적일 순 없었다.

그렇게 저만을 바라보던 아내가 죽었는데도 임준호는 슬프지도 않은지 이튿날 바로 다른 여자를 집안의 안주인으로 들이더니 지금까지 애지중지 보살피고 있었다.

장례식도 없이 쓸쓸히 떠나신 어머니의 산소에는 개미 한 마리도 다녀가지 않는데, 가끔 임유환이 성묘하러 가서 절을 세 번 하고 오는 게 전부인데 임준호는 채수빈이라는 여자와 여태껏 호의호식하고 있다는 게 치가 떨리게 분했다.

“임준호!”

그에 임유환은 두 주먹을 꽉 쥐며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유환 오빠...”

그때 윤여진이 그런 임유환을 걱정스레 바라보며 이름을 부르자 임유환도 순간 정신을 차렸는지 한숨을 쉬고 대답했다.

“미안, 내가 못 볼 꼴을 보였네.”

정말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화를 내본 게 오랜만이었던 것 같다.

“오빠, 우리 그럼 이 얘기 말고 다른 얘기 할까요?”

임유환이 다시 고통스러워하는 건 보고 싶지 않았던 윤여진이 넌지시 제안했지만 임유환은 웃으며 말했다.

“아니야, 나 이제 괜찮아졌어.”

“진짜요?”

“응, 진짜야.”

아직도 자신을 걱정하는 것 같은 윤여진에 임유환은 다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하려던 질문을 마저 했다.

“근데 여진아, 아까 비밀조직이 다른 집안들을 불러 모아서 임씨 가문을 친 게 뭐 찾으려는 게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했지?”

“네.”

“그럼 원하던 건 찾은 것 같아 보였어?”

윤여진은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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