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1번 피팅룸으로 향했고 모두들 침을 꿀꺽 삼키며 곧 벌어질 아름다운 행동을 기대하며 남다른 소리가 나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순간 피팅룸의 문이 벌컥 열리더니 이마에 식은땀이 잔뜩 배어있는 임유환이 한숨을 쉬며 피팅룸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아까 그런 소리가 났을 때는 정말 식겁했었다.누가 들어도 오해하기 딱 좋은 소리였기에 옆 피팅룸에 있던 사람이 들었으면 어쩌지 싶다가도 어차피 이 속옷매장만 나서면 임유환을 알아보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기에 임유환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아까의 그 대담한 행보 때문인지 임유환은 잠깐 사이에 꽤 개방적인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셔츠의 가슴 부분에는 아까 윤여진과 닿았던 탓에 그녀의 잔향이 남아있었다.그때의 떨리는 마음을 다시 되뇌어보던 임유환은 저를 미친 새끼라고 욕하며 다시 소파로 돌아가 앉으려 했는데 한 걸음 내딛자마자 느껴지는 이상한 분위기에 임유환은 순간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소파 쪽에 앉아있던 남자들이 조롱 섞인 이상한 시선을 보내오는 것이었다.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임유환이 눈썹을 꿈틀거리니 휴게 코너 끝쪽에서 한 남자가 중얼거리고 있었다.“진짜 다 합쳐서 3초밖에 안 되는 거야?”“아 씨, 나는 영화 한 편 보나 했는데.”“진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저렇게 예쁜 여자가 왜 3초짜리 남자를 좋아하는 거지?”“그러니까, 차라리 그 기회를 나한테 줬으면 적어도 3분은 버텼다.”“아이고, 하느님도 무심하시지. 우리 와이프한테 저런 몸매를 줬으면 난 매일 밤 힘들어 죽어도 좋아.”“몸은 건장해 보였는데, 이렇게까지 비실비실할 줄은...”다들 임유환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정말 코앞에 차려준 밥상을 제 손으로 엎어버린 것 같은 상황에 남자들은 제 일처럼 안타까워하고 있었다.몸매도 좋고 성격도 이리 개방적인 여자친구를 뒀으면 잘 좀 할 것이지, 고작 3초 만에 끝난 임유환을 보며 남자들은 윤여진을 대신해 아쉬워하고 있었다.남자들의 울분 섞인
“유환 오빠, 왜 그래요?”곤란한 듯한 임유환의 표정에 윤여진이 조심스레 묻자 임유환은 더 멋쩍게 웃어 보였다.“아니야...”“무슨 일 있죠!”그러자 작은 입술을 삐죽이며 눈을 매섭게 뜨고 뭐든 끝까지 물어볼 기세로 저를 바라보는 윤여진에 한숨을 한 번 내쉰 임유환은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그 말을 듣던 윤여진은 처음에는 얼굴이 빨개지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리며 임유환을 바라보았다.임유환이 이 일 때문에 울상을 짓고 있었다는 걸 생각하니 귀여워서 웃긴 했는데 다른 남자들도 3초의 남자로 오해받게 되면 기분 나쁘긴 매한가지일 것 같았다.연애 수첩에도 남자는 그런 쪽으로의 평가에는 극도로 민감하다고 적혀있었기 때문이다.그러자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한 윤여진이 임유환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나는 알아요, 오빠가 그런 사람 아니란 거. 그래도 증명하고 싶으면... 오늘 밤에 한 번 해볼래요?”억울해하고 있던 임유환은 윤여진의 당돌한 말을 듣자마자 본인의 침에 사레가 들릴뻔했다.이제 좀 컸다고 자신에게까지 이런 장난을 치는 윤여진에 임유환은 못 말린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여진아, 그만해...”“그럼 오빠는 하고 싶은 거예요 아니면 할 생각이 전혀 없는 거예요?”피팅룸 안에서의 일이 있은 뒤 묘하게 더 대담해진 윤여진이 매혹적으로 웃으며 임유환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쪼끄만 게, 그런 장난은 누구한테 배웠어.”하지만 임유환은 그녀의 말을 단순 장난으로 받아들이고 손을 들어 윤여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정말 저를 15년 전 어린애처럼 대하는 임유환에 윤여진은 못마땅한지 볼에 바람을 잔뜩 넣고 원망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나이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으로 성장한 저는 안 보이는지 한결같은 임유환의 태도에 윤여진은 야속하기만 했다.그때 조명주와 최서우도 피팅룸에서 나오다가 마침 피팅룸 앞에 서 있던 임유환과 윤여진을 보며 반가움에 놀라움이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유환 씨랑 여진 씨도 여기 있었네요?”“아, 저도 마음에 드는 게 하나 있
“긴장이요? 제가요?”조명주의 말에 당황한 임유환이 시치미를 뗐지만 이미 이상한 걸 눈치챈 조명주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얼굴에 다 쓰여 있거든요.”“설마 아까 그 소리, 유환 씨에요?”“당연히 아니죠! 그럴 리가 없잖아요.”“근데 난 아직 무슨 일인지도 말 안 했는데 왜 이렇게 당황해요?”손사래를 치며 부정하는 임유환에 조명주는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았다.“이런 건 조금만 말해도 알아챌 수 있는 거니까요.”“그리고 제가 아까 바로 앞에 있었는데도 아무 소리도 못 들었다니까요. 만약 진짜 무슨 일이 있었으면 이렇게 빨리 끝날 리가 없잖아요.”“그렇긴 하죠.”눈꺼풀까지 떨며 말하는 임유환의 말이 조명주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정말 자극을 찾으려고 피팅룸에서 그런 짓을 한다면 아무리 빨라도 1분 만에 끝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남녀의 대화가 오가는 소리가 들려서부터 무언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다 합쳐봐도 1분 남짓한 시간이기에 일반 남자의 능력치보다는 많이 떨어지는 시간이라 조명주도 자연스레 그 가능성을 배제했고 그냥 본인이 잘못 들은 거라고 생각했다.그리고 그냥 커플이나 부부가 피팅룸 앞에서 얘기하는 소리일 수도 있으니 그 일에 대해서는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시대가 21세기이니만큼 남자친구나 남편이 여자와 함께 속옷매장에 들어오는 건 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조명주가 다행히 속아 넘어가자 임유환은 한숨을 내쉬며 한마디 더 덧붙였다.“그것 봐요, 내가 잘못들은 걸 거라고 했죠. 아까 부부가 이 앞으로 지나가던데 그 소리를 들었나 봐요.”“네.”그때 한쪽에 선 윤여진이 참다못해 웃음을 터뜨렸다.열심히 본인의 결백을 밝히는 임유환에 윤여진은 입까지 틀어막고 웃어댔다.“왜 그래요?”그에 다시 의아해진 조명주는 자신이 뭘 놓친 게 있나 싶어 다시 아까 일을 떠올리기 시작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갑자기 웃긴 일이 떠올라서요. 우리 얼른 밥 먹으러 가요. 나 배고파요.”더 말하면 임유환이 또 곤란해질
“역시 윤여진이라니까.”엘리베이터를 타고 급히 올라가는 윤여진을 보며 고개를 젓던 임유환은 조명주와 최서우를 향해 말했다.“일단 차에 가서 기다릴까요?”그렇게 세 명이 함께 차가 주차되어있는 곳으로 향할 때 SUV 하나가 안으로 들어오더니 그들의 흰색 벤틀리 옆에 멈춰 섰다.차에 타고 있는 건 중년 여성이었는데 옆에 차가 있음에도 문을 힘껏 열어젖히다가 그들의 흰색 벤틀리에 부딪혀버렸다.그 세기가 약하진 않았던 터라 벤틀리의 조수석에 움푹 패여 들어갔고 선명한 스크래치도 나버렸다.하지만 중년 여성은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차 문을 잠그고 자리를 뜨려 했는데 그 장면을 하필 임유환이 봐버린 것이다.문이 차에 부딪히는 소리가 하도 커서 멀리서도 너무 잘 들려왔다.이건 온라인에서만 보던 “차 문 킬러”와 전혀 다를 게 없었다.교양이 있는 차주들은 옆에 다른 차가 주차되어있다면 다들 문을 조심히 열어 다른 사람의 차를 파손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게 정상이었다.차 문은 생각보다 날카로워 세게 열어젖히면 옆에 있던 차에 스크래치가 생길 수 있어서 다들 조심하는 건데 일부 극소수의 사람들은 내 차만 멀쩡하면 남의 차는 어떻게 되든지 상관없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 “차 문 킬러”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지금 눈앞의 이 중년 여성이 정확히 그런 사람이었다.여자가 차 문을 잠그고 자리를 뜨려 할 때 임유환이 그녀에게로 다가가며 말했다.“저기요, 누가 차 문을 그렇게 열어요? 저희 차가 다 긁혀버렸잖아요.”벤틀리 조수석에 스크래치와 함께 엄지손가락만 한 홈이 생겨있는 걸 본 임유환이 따지듯 묻자 여자는 오히려 자신이 불쾌하다는 듯이 맞받아쳤다.“차를 내 옆에 댄 게 누군데, 그냥 차 문 연 것도 잘못이에요?”전혀 미안해 보이지 않는 당당한 태도로 임유환 탓을 하는 여자를 보며 임유환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제가 차를 그쪽 옆에 댔다고요? 그리고 문을 그렇게 세게 여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하세요 진짜?”억지 부리는 사람은 많이 봐왔지만 이 정도
“돈을 뜯어요?”여전히 당당한 태도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아줌마를 향해 임유환이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말했다.“우선 이 차는 제가 아니라 제 친구 거고요.”“천만 원을 요구한 건 이번 기회에 잘 반성하고 앞으로는 차 문 조심해서 열라는 뜻이었어요.”“그리고 이 차가 지금 손해 본 가치만 해도 천만 원은 훌쩍 넘어요. 그러니까 보상금으로써는 엄청 적은 금액이란 소리죠.”특별제작한 이 벤틀리는 가격이 20억 가까이 되는데 수리를 하고 나면 적어도 1억 정도는 손해 보는 것이었다.비싼 차일수록 작은 스크래치에도 가격변동이 컸기에 임유환은 여자한테서 천만 원만 받고 나머지는 자신이 직접 윤여진한테 배상해줄 생각이었다.“어디서 거짓말이야!”하지만 여자는 임유환이 그냥 돈을 뜯어내는 거라고 확신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어디서 벤틀리야! 나는 그런 거 모르겠고 난 10만 원밖에 못 줘. 그게 적으면 한 푼도 안 줄 거니까 그렇게 알아!”여자의 말에 화가 난 임유환이 헛웃음을 터뜨렸고 조명주와 최서우도 다 같이 어이없어했다.그래서 조명주도 나서며 여자를 향해 한마디 했다.“아줌마, 차를 긁은 건 아줌만데 왜 이렇게 당당해요? 누가 보면 우리가 잘못한 줄 알겠어요.”“그리고 이건 원래 비싼 차거든요. 못 믿겠으면 보험사 불러서 배상 처리하시든가요.”“너도 얘랑 한패지? 아주 다들 내 돈 뜯어내려고 작정을 했네!”여자는 자신이 차를 잘 모른다고 어린 것들이 사기를 친다고 생각하며 더욱더 화를 냈다.여자는 이딴 차 문 하나 수리하는데 천만 원이나 든다는 걸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다.“아줌마, 못 믿겠으면 보험사 부르라니까요.”말도 안 통하는 여자와 계속 실랑이를 벌이기도 귀찮아진 조명주가 말하자 여자도 그 기세에 지지 않으려고 더 목을 빼 들며 소리쳤다.“보험사 부를 거야 당장! 그리고 너희들 사기죄로 경찰한테 다 신고할 거야!”조명주는 고개를 저으며 더 이상 여자를 상대해주지 않았다.여자는 곧바로 보험사와 경찰에게 연락을 돌렸고
“아줌마, 인정할 건 인정해요 우리. 왜 이렇게 막무가내에요?”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리는 장이화에 경찰들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선 이분의 차는 아줌마가 문을 너무 세게 열어서 손상된 게 맞고요.”“이건 백화점 CCTV에 아주 잘 찍혀있어요, 아줌마도 같이 봤잖아요.”“그리고 차량 손해배상금은 차량 회사와 보험사에서 제대로 책정해준 거예요. 제가 얼마라고 하면 얼마인 게 아니에요.”“그리고 이분의 차는 주차지정구역에 제대로 주차되어있고 아주머니한테 불편을 조성한 게 아니라서 차 문을 세게 연 아주머니가 모든 책임을 지셔야 하는 거예요.”“아니야! 말도 안 된다고요!”경찰의 자세한 설명에도 여전히 소리를 질러대는 장이화에 경찰들도 경고하며 말했다.“저희들의 판결에 의견이 있으시면 서에 가셔서 신고하세요. 하지만 계속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오시면 저희도 어쩔 수 없이 아주머니 차를 끌고 갈 수밖에 없어요.”“그렇다고 내가 여기서 1억을 어떻게 줘요? 그렇게 비싼 차를 모는 사람들이 설마 수리할 돈이 없겠어요?”장이화는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모든 책임을 임유환에게로 돌렸다.“다들 당신처럼 이렇게 비싼 차를 끌고 나오면 우리 같은 시민들이 살짝 긁기만 해도 전 재산을 다 날리는 거잖아.”그에 어이없어진 경찰이 나서서 말했다.“아주머니, 비싼 차를 끌고 나왔다고 해서 수리를 본인이 직접 부담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그리고 아주머니도 보험 있으시잖아요. 이런 건 어차피 보험사에서 해결해줄 텐데 왜 이러세요.”“그럼 다음 달부터 보험비 올라가잖아요!”목소리 크기로 승부를 보려 하는 장이화에 경찰은 고개를 젓더니 바로 최후통첩을 날렸다.“아주머니한테는 지금 두 개의 선택지가 있어요.”“1번은 교통경찰 팀에 가서 신고하는 거고요.”“2번은 바로 보험사에 연락해서 이 일을 해결하는 거예요. 아무것도 안 하시면 지금 바로 차 견인할 겁니다.”“당신들이 판결을 이상하게 내린 거야! 내가 지금 밖에 가서 사람 불러서 이거 수리하면 10만 원이면
“그래!”장이화가 이토록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었던 건 임유환이 20억씩이나 되는 차를 끌고 자신의 차를 긁지는 못할 거라 확신해서였다.그런데 예상외로 SUV 보닛 앞에까지 다가간 임유환에 장이화는 살짝 겁먹은 채로 물었다.“너 뭐 하자는 거야?”하지만 장이화는 이내 임유환의 주먹이 아무리 강해봤자 철을 이길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안심했는데 이어지는 상황은 그런 장이화의 예상과는 전혀 반대였다.장이화를 보는 임유환의 눈에 한기가 스쳐 지나가더니 그는 바로 주먹을 들어 보닛을 세게 내리쳤다.그 세기에 보닛은 안으로 움푹 패여 들어가 버렸다.그 모습에 다들 깜짝 놀라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고 장이화도 잠시 벙쪄있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찌그러진 자신의 소중한 차의 보닛을 보며 임유환을 향해 소리쳤다.“너 이 미친 새끼, 감히 내 차에 손을 대?!”“왜요? 아까는 차가 긁히거나 파손돼도 전혀 상관없다면서요?”“너... 너!”차가운 표정으로 저를 보며 말하는 임유환에 열이 잔뜩 오른 장이화는 경찰에게 도움의 눈길을 보냈다.“이거 보셨죠? 이 자식이 제 차를 박살 내놨다고요! 저 돈 절대 못 물어줘요!”“봤어요. 하지만 그건 다른 문제죠. 아주머니는 아주머니가 배상하셔야 할 부분 배상하시고 이분도 따로 아주머니께 배상해 드리는 거예요.”“지금... 다 편먹고 나 괴롭히는 거죠!”법대로 말하는 경찰에 장이화는 몸을 부르르 떨며 화를 냈지만 임유환은 진작에 이런 결과일 걸 알고 있었기에 계속 장이화만을 바라봤다.임유환은 돈도 받아내고 화도 풀 생각이었다.장이화의 2천만 원쯤 되는 이 차는 보닛이 망가졌다 해도 백만 원쯤 배상하면 될 텐데 윤여진의 벤틀리는 1억의 배상금을 받아야 했다.“장 여사님, 저희는 법대로 하는 것뿐입니다. 아까 본인 입으로도 말씀하셨잖아요. 누가 본인의 차를 긁어도 상관없으시다면서요.”경찰들은 공무 집행 중이 아니었다면 임유환의 행동에 잘했다고 박수라도 쳐주고 싶은 심정이었다.이렇게 이기적인 사람한테
큰 파열음 소리와 함께 여자가 바닥에 내팽개쳐졌고 임유환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여자를 노려보고 있었다.부서진 게 자신의 차였으면 참았겠지만 윤여진의 차이기도 했고 화를 풀려고 일부러 남의 차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는 여자의 인성에 단단히 화가 난 임유환은 참을 이유도 없었고 참고 싶지도 않았다.“아이고!”그때 땅에 엉덩방아를 찧은 장이화는 일부러 더 큰소리를 내며 고통을 호소했다.“여기 누가 사람을 때려요! 사람을 때린다고요!”“도덕도 없고 법도 없는 사람이에요! 순경님, 이거 보고만 있으실 거예요?”장이화는 바닥에서 발을 구르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었다.“난 못 봤어요.”“저도요.”하지만 장이화를 아니꼬워했던 경찰들은 이렇게 맞은 것도 다 인과응보라며 하나같이 모른 척을 했다.“어디서 사람을 때려요? 왜 나는 안 보이죠?”다른 사람의 차를 긁어놓고 오히려 배상을 못 한다고 떼를 쓰는 여자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다른 구경꾼들도 입을 모아 모르쇠를 하기 시작했다.당사자가 아닌 그들도 당장이라도 달려가 장이화를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었기에 다들 속으로는 통쾌해하고 있었다.“이봐요!”하나같이 모른 척을 해대는 사람들에 열 받은 장이화가 소리를 질렀지만 경찰은 그녀의 말을 자르며 단호하게 말했다.“여사님, 고집 그만 부리시고 얼른 일어나서 일부터 처리하세요.”“순경님, 이놈이 아까 저를 때려서 지금 당장 병원에 가서 검사부터 해야겠어요. 그리고 정신적 피해보상까지 받을 거예요.”“이분이 때렸는지 안 때렸는지는 저희도 모르겠고요, 여사님은 방금 난폭운전을 하셨어요. 그 장면은 저희의 기록 카메라에 정확히 찍혀있으니까 지금 저희와 함께 서로 가셔서 조사받으셔야 해요.”“내가 난폭운전이라고요? 정말 웃기는 양반들이네!”경찰의 단호한 말을 들은 장이화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저놈이 사람을 때린 건 다 같이 묵인하면서 나는 그깟 운전 좀 했다고 지금 경찰서로 끌고 가겠다는 거예요?”“이 차의 스크래치가 나 때문에 생긴 건지 아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