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킹 몸에 입혀져 있는 검은색 레이스의 속옷을 보던 윤여진은 갑자기 생각에 잠겼다.밤에 저 속옷에 얇은 잠옷까지 입으면 임유환도 좋아할 것 같았다.연애 수첩에서도 남자는 특히 검은색 레이스로 된 속옷이나 슬립에 환장한다고 했으니 그게 임유환에게도 통할 거라 생각한 것이다.“오빠, 여기 잠깐만 앉아있어요. 나 맘에 드는 거 발견했어요.”“응.”윤여진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임유환은 여전히 어색한지 뚝딱거리며 말했다.한편 윤여진은 바로 아까 그 점원에게로 향했다.“언니, 나 저거 좀 입어 봐도 돼요?”“이거 말씀하시는 거예요?”윤여진의 손끝을 따라가 본 점원이 검은색 레이스 속옷을 발견하고는 다시 한번 확인하려고 물었다.“네.”“알겠습니다.”윤여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점원은 마네킹 몸에 입혀진 속옷의 사이즈를 보다가 다시 윤여진의 가슴 사이즈를 가늠하더니 곤란한 듯 말했다.“죄송합니다 손님, 이 디자인은 지금 D컵 사이즈 밖에 없는데 손님은 E컵이시죠?”“그래요?”살짝 실망한 듯한 윤여진의 목소리에 점원이 바로 한마디 덧붙였다.“근데 이 디자인이 다른 것들보다 좀 크게 나와서 괜찮으시다면 입어 보시겠어요?”“네, 그럴게요.”“피팅룸은 이쪽입니다.”윤여진이 눈을 반짝이자 점원이 매장 끝쪽에 있는 피팅룸을 가리키며 속옷을 벗겨냈다.“네, 감사합니다.”속옷을 받아들고 피팅룸으로 가는 길에 하필 임유환이 앉아있어서 그도 의도치 않게 윤여진의 손에 들린 속옷을 보게 되었는데 임유환은 그걸 보고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그냥 보통 남자로서 여자가 저렇게 섹시한 속옷을 고른다는 것에 놀랐을 뿐 별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기에 임유환은 다시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으로 기사를 찾아보고 있었다.사실 여자 속옷매장에서 고개를 들고 두리번거린다면 변태로 오해받기 십상이었기에 임유환은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보는 것밖에 할 일이 없었다.그리고 윤여진이 피팅룸에 들어간 사이 속옷을 다 고른 조명주와 최서우는 또 잠옷과 슬립을 둘러보며 다시 그것
“나 들어오라고?”여자피팅룸 앞에서 자신더러 들어오라는 윤여진에 임유환은 본인을 가리키며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한번 물어보았다.윤여진까지 안에 있는 이 피팅룸에 멀쩡한 남자가 들어가는 건 아무리 봐도 이상했다.“네.”그러자 아까보다 더 붉어진 얼굴을 한 윤여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여진아, 너 왜 그래? 또 무슨 짓을 하려고?”당연히 그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던 임유환이 골이 당겨오는 것 같은 느낌에 무슨 상황인지 묻기 시작했다.“그게... 이게 사이즈가 좀 작아서 나 혼자서는 못 잠그겠어서... 도와달라고 부른 거예요.”부끄러운 듯한 목소리로 말하는 윤여진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가득 차 있었다.물론 전에 임유환을 대할 때에는 누구보다 대담했던 윤여진이지만 그런 쪽으론 전혀 경험이 없었고 또 남자한테 속옷을 잠가 달라는 부탁은 처음 하는 그녀였기에 본인도 마음이 쑥스러웠다.“그게...”윤여진의 부탁을 들은 임유환도 눈을 파르르 떨며 놀랐다.“여진아, 그럼 좀 있다 서우 씨 나오면 도와달라고 하는 건 어때?”“아직 친한 사이도 아닌데 그냥 오빠가 해줘요.”보다 못한 임유환이 다른 방법을 제안해 봤지만 윤여진은 눈을 빛내며 딱 잘라 거절했다.그들과 친하지 않기도 했고 또 윤여진이 고른 게 검은색 레이스의 섹시한 속옷이라 그걸 입은 모습을 아무리 여자라 해도 다른 사람에게는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였다.“근데... 진짜 들어가도 돼?”머리가 아파오는 것 같은 느낌에 임유환이 재차 물었지만 윤여진은 불쌍한 눈을 하고 애원했다.“유환 오빠, 나 한 번만 도와줘요.”빨개진 얼굴과 반달 모양의 눈으로 애원하는 윤여진은 누가 봐도 매혹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기에 못 버틸 것 같았던 임유환이 목소리를 낮게 깔며 물었다.“여기 여성 속옷 매장인데 내가 들어가면 변태로 오해받을 것 같아.”“아니에요, 그리고 잠깐일 뿐이데요 뭐.”“알... 알겠어.”윤여진의 거듭되는 부탁에 임유환도 어쩔 수 없이 알겠다 하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사람들이 안
정신이 아득해진 임유환은 다급하게 시선을 돌리며 그 윤곽을 눈에 담지 않으려고 갖은 애를 썼다.하지만 피팅룸의 공간이 커봤자 거기서 거기인지라 아무리 시선을 피해도 임유환 눈에 보이는 건 윤여진의 하얀 등이 아니면 봉긋 솟은 그 윤곽이었다.두 사람의 몸도 딱 달라붙어 버린 이 공간에선 숨쉬기조차 버거웠던 임유환은 빨리할 일을 마무리하고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여진아, 뒤에 잠가 달라고 그러는 거지?”“네.”말을 더듬으며 묻는 임유환에 윤여진도 부끄러운 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들어온 게 그나마 편한 임유환이라 해도 부끄러운 건 마찬가지였다.“그럼... 그 끈 좀 뒤로 해볼래? 내가 잠가줄게.”“네.”임유환이 침을 삼키며 마른 목을 달래자 윤여진도 긴 속눈썹을 아래로 드리우며 조심스레 검은색 속옷의 끈을 뒤로 보내주었다.연신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진정하려 애쓰던 임유환이었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인지라 손이 떨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그렇게 덜덜 떨리는 손으로 한참이나 사투를 벌인 끝에 임유환은 간신히 속옷 제일 바깥쪽에 고리를 맞춰 넣을 수 있었다.겨우겨우 입긴 했지만 그래도 속옷의 효과는 아주 좋았다.가슴이 아주 제대로 올라온 것을 본 윤여진은 임유환도 좋아할 것 같아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한편 윤여진의 그런 생각을 알 리 없는 임유환은 겨우 임무를 마쳤다는 생각에 한시름 놓은 듯 한숨을 내쉬었다.피팅을 끝낸 윤여진도 이제 피팅룸에서 나가려고 했는데 순간 발을 잘못 디딘 탓에 몸이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했는데 하도 작은 피팅룸인지라 뒤로 한 발짝 물러난 것뿐인데도 윤여진의 몸이 임유환의 가슴팍에 닿아버렸다.여자 피부의 특유의 매끈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느껴지자 임유환은 순간 저도 모르게 숨을 참아버렸다.“미안해요 오빠, 중심을 잘 못 잡아서...”“괜... 괜찮아.”부끄러운 듯한 목소리로 사과를 해오는 윤여진에 임유환은 심장이 벌렁거려 숨을 들이마시며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본능을 열심히 잠재우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1번 피팅룸으로 향했고 모두들 침을 꿀꺽 삼키며 곧 벌어질 아름다운 행동을 기대하며 남다른 소리가 나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순간 피팅룸의 문이 벌컥 열리더니 이마에 식은땀이 잔뜩 배어있는 임유환이 한숨을 쉬며 피팅룸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아까 그런 소리가 났을 때는 정말 식겁했었다.누가 들어도 오해하기 딱 좋은 소리였기에 옆 피팅룸에 있던 사람이 들었으면 어쩌지 싶다가도 어차피 이 속옷매장만 나서면 임유환을 알아보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기에 임유환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아까의 그 대담한 행보 때문인지 임유환은 잠깐 사이에 꽤 개방적인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셔츠의 가슴 부분에는 아까 윤여진과 닿았던 탓에 그녀의 잔향이 남아있었다.그때의 떨리는 마음을 다시 되뇌어보던 임유환은 저를 미친 새끼라고 욕하며 다시 소파로 돌아가 앉으려 했는데 한 걸음 내딛자마자 느껴지는 이상한 분위기에 임유환은 순간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소파 쪽에 앉아있던 남자들이 조롱 섞인 이상한 시선을 보내오는 것이었다.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임유환이 눈썹을 꿈틀거리니 휴게 코너 끝쪽에서 한 남자가 중얼거리고 있었다.“진짜 다 합쳐서 3초밖에 안 되는 거야?”“아 씨, 나는 영화 한 편 보나 했는데.”“진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저렇게 예쁜 여자가 왜 3초짜리 남자를 좋아하는 거지?”“그러니까, 차라리 그 기회를 나한테 줬으면 적어도 3분은 버텼다.”“아이고, 하느님도 무심하시지. 우리 와이프한테 저런 몸매를 줬으면 난 매일 밤 힘들어 죽어도 좋아.”“몸은 건장해 보였는데, 이렇게까지 비실비실할 줄은...”다들 임유환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정말 코앞에 차려준 밥상을 제 손으로 엎어버린 것 같은 상황에 남자들은 제 일처럼 안타까워하고 있었다.몸매도 좋고 성격도 이리 개방적인 여자친구를 뒀으면 잘 좀 할 것이지, 고작 3초 만에 끝난 임유환을 보며 남자들은 윤여진을 대신해 아쉬워하고 있었다.남자들의 울분 섞인
“유환 오빠, 왜 그래요?”곤란한 듯한 임유환의 표정에 윤여진이 조심스레 묻자 임유환은 더 멋쩍게 웃어 보였다.“아니야...”“무슨 일 있죠!”그러자 작은 입술을 삐죽이며 눈을 매섭게 뜨고 뭐든 끝까지 물어볼 기세로 저를 바라보는 윤여진에 한숨을 한 번 내쉰 임유환은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그 말을 듣던 윤여진은 처음에는 얼굴이 빨개지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리며 임유환을 바라보았다.임유환이 이 일 때문에 울상을 짓고 있었다는 걸 생각하니 귀여워서 웃긴 했는데 다른 남자들도 3초의 남자로 오해받게 되면 기분 나쁘긴 매한가지일 것 같았다.연애 수첩에도 남자는 그런 쪽으로의 평가에는 극도로 민감하다고 적혀있었기 때문이다.그러자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한 윤여진이 임유환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나는 알아요, 오빠가 그런 사람 아니란 거. 그래도 증명하고 싶으면... 오늘 밤에 한 번 해볼래요?”억울해하고 있던 임유환은 윤여진의 당돌한 말을 듣자마자 본인의 침에 사레가 들릴뻔했다.이제 좀 컸다고 자신에게까지 이런 장난을 치는 윤여진에 임유환은 못 말린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여진아, 그만해...”“그럼 오빠는 하고 싶은 거예요 아니면 할 생각이 전혀 없는 거예요?”피팅룸 안에서의 일이 있은 뒤 묘하게 더 대담해진 윤여진이 매혹적으로 웃으며 임유환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쪼끄만 게, 그런 장난은 누구한테 배웠어.”하지만 임유환은 그녀의 말을 단순 장난으로 받아들이고 손을 들어 윤여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정말 저를 15년 전 어린애처럼 대하는 임유환에 윤여진은 못마땅한지 볼에 바람을 잔뜩 넣고 원망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나이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으로 성장한 저는 안 보이는지 한결같은 임유환의 태도에 윤여진은 야속하기만 했다.그때 조명주와 최서우도 피팅룸에서 나오다가 마침 피팅룸 앞에 서 있던 임유환과 윤여진을 보며 반가움에 놀라움이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유환 씨랑 여진 씨도 여기 있었네요?”“아, 저도 마음에 드는 게 하나 있
“긴장이요? 제가요?”조명주의 말에 당황한 임유환이 시치미를 뗐지만 이미 이상한 걸 눈치챈 조명주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얼굴에 다 쓰여 있거든요.”“설마 아까 그 소리, 유환 씨에요?”“당연히 아니죠! 그럴 리가 없잖아요.”“근데 난 아직 무슨 일인지도 말 안 했는데 왜 이렇게 당황해요?”손사래를 치며 부정하는 임유환에 조명주는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았다.“이런 건 조금만 말해도 알아챌 수 있는 거니까요.”“그리고 제가 아까 바로 앞에 있었는데도 아무 소리도 못 들었다니까요. 만약 진짜 무슨 일이 있었으면 이렇게 빨리 끝날 리가 없잖아요.”“그렇긴 하죠.”눈꺼풀까지 떨며 말하는 임유환의 말이 조명주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정말 자극을 찾으려고 피팅룸에서 그런 짓을 한다면 아무리 빨라도 1분 만에 끝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남녀의 대화가 오가는 소리가 들려서부터 무언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다 합쳐봐도 1분 남짓한 시간이기에 일반 남자의 능력치보다는 많이 떨어지는 시간이라 조명주도 자연스레 그 가능성을 배제했고 그냥 본인이 잘못 들은 거라고 생각했다.그리고 그냥 커플이나 부부가 피팅룸 앞에서 얘기하는 소리일 수도 있으니 그 일에 대해서는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시대가 21세기이니만큼 남자친구나 남편이 여자와 함께 속옷매장에 들어오는 건 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조명주가 다행히 속아 넘어가자 임유환은 한숨을 내쉬며 한마디 더 덧붙였다.“그것 봐요, 내가 잘못들은 걸 거라고 했죠. 아까 부부가 이 앞으로 지나가던데 그 소리를 들었나 봐요.”“네.”그때 한쪽에 선 윤여진이 참다못해 웃음을 터뜨렸다.열심히 본인의 결백을 밝히는 임유환에 윤여진은 입까지 틀어막고 웃어댔다.“왜 그래요?”그에 다시 의아해진 조명주는 자신이 뭘 놓친 게 있나 싶어 다시 아까 일을 떠올리기 시작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갑자기 웃긴 일이 떠올라서요. 우리 얼른 밥 먹으러 가요. 나 배고파요.”더 말하면 임유환이 또 곤란해질
“역시 윤여진이라니까.”엘리베이터를 타고 급히 올라가는 윤여진을 보며 고개를 젓던 임유환은 조명주와 최서우를 향해 말했다.“일단 차에 가서 기다릴까요?”그렇게 세 명이 함께 차가 주차되어있는 곳으로 향할 때 SUV 하나가 안으로 들어오더니 그들의 흰색 벤틀리 옆에 멈춰 섰다.차에 타고 있는 건 중년 여성이었는데 옆에 차가 있음에도 문을 힘껏 열어젖히다가 그들의 흰색 벤틀리에 부딪혀버렸다.그 세기가 약하진 않았던 터라 벤틀리의 조수석에 움푹 패여 들어갔고 선명한 스크래치도 나버렸다.하지만 중년 여성은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차 문을 잠그고 자리를 뜨려 했는데 그 장면을 하필 임유환이 봐버린 것이다.문이 차에 부딪히는 소리가 하도 커서 멀리서도 너무 잘 들려왔다.이건 온라인에서만 보던 “차 문 킬러”와 전혀 다를 게 없었다.교양이 있는 차주들은 옆에 다른 차가 주차되어있다면 다들 문을 조심히 열어 다른 사람의 차를 파손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게 정상이었다.차 문은 생각보다 날카로워 세게 열어젖히면 옆에 있던 차에 스크래치가 생길 수 있어서 다들 조심하는 건데 일부 극소수의 사람들은 내 차만 멀쩡하면 남의 차는 어떻게 되든지 상관없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 “차 문 킬러”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지금 눈앞의 이 중년 여성이 정확히 그런 사람이었다.여자가 차 문을 잠그고 자리를 뜨려 할 때 임유환이 그녀에게로 다가가며 말했다.“저기요, 누가 차 문을 그렇게 열어요? 저희 차가 다 긁혀버렸잖아요.”벤틀리 조수석에 스크래치와 함께 엄지손가락만 한 홈이 생겨있는 걸 본 임유환이 따지듯 묻자 여자는 오히려 자신이 불쾌하다는 듯이 맞받아쳤다.“차를 내 옆에 댄 게 누군데, 그냥 차 문 연 것도 잘못이에요?”전혀 미안해 보이지 않는 당당한 태도로 임유환 탓을 하는 여자를 보며 임유환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제가 차를 그쪽 옆에 댔다고요? 그리고 문을 그렇게 세게 여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하세요 진짜?”억지 부리는 사람은 많이 봐왔지만 이 정도
“돈을 뜯어요?”여전히 당당한 태도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아줌마를 향해 임유환이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말했다.“우선 이 차는 제가 아니라 제 친구 거고요.”“천만 원을 요구한 건 이번 기회에 잘 반성하고 앞으로는 차 문 조심해서 열라는 뜻이었어요.”“그리고 이 차가 지금 손해 본 가치만 해도 천만 원은 훌쩍 넘어요. 그러니까 보상금으로써는 엄청 적은 금액이란 소리죠.”특별제작한 이 벤틀리는 가격이 20억 가까이 되는데 수리를 하고 나면 적어도 1억 정도는 손해 보는 것이었다.비싼 차일수록 작은 스크래치에도 가격변동이 컸기에 임유환은 여자한테서 천만 원만 받고 나머지는 자신이 직접 윤여진한테 배상해줄 생각이었다.“어디서 거짓말이야!”하지만 여자는 임유환이 그냥 돈을 뜯어내는 거라고 확신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어디서 벤틀리야! 나는 그런 거 모르겠고 난 10만 원밖에 못 줘. 그게 적으면 한 푼도 안 줄 거니까 그렇게 알아!”여자의 말에 화가 난 임유환이 헛웃음을 터뜨렸고 조명주와 최서우도 다 같이 어이없어했다.그래서 조명주도 나서며 여자를 향해 한마디 했다.“아줌마, 차를 긁은 건 아줌만데 왜 이렇게 당당해요? 누가 보면 우리가 잘못한 줄 알겠어요.”“그리고 이건 원래 비싼 차거든요. 못 믿겠으면 보험사 불러서 배상 처리하시든가요.”“너도 얘랑 한패지? 아주 다들 내 돈 뜯어내려고 작정을 했네!”여자는 자신이 차를 잘 모른다고 어린 것들이 사기를 친다고 생각하며 더욱더 화를 냈다.여자는 이딴 차 문 하나 수리하는데 천만 원이나 든다는 걸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다.“아줌마, 못 믿겠으면 보험사 부르라니까요.”말도 안 통하는 여자와 계속 실랑이를 벌이기도 귀찮아진 조명주가 말하자 여자도 그 기세에 지지 않으려고 더 목을 빼 들며 소리쳤다.“보험사 부를 거야 당장! 그리고 너희들 사기죄로 경찰한테 다 신고할 거야!”조명주는 고개를 저으며 더 이상 여자를 상대해주지 않았다.여자는 곧바로 보험사와 경찰에게 연락을 돌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