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48화

이 말인즉 이서 면상에 대고 가정교육이 없는 여자니, 지환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이서는 성격 좋게 웃었다. 말투는 조곤조곤 부드럽지만, 등골이 서늘할 저압감을 내포하고 있었다.

“저기, 아주머니, 아직 조사가 정확하게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너무 말을 함부로 하지 마세요. 나중에 자기 발등 찍을 수도 있어요.”

이미연은 지환과 하경수에게는 거리낌 느껴 너무 방자하게 굴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서는 안중에도 없었다.

지금 이서가 또박또박 말대꾸하자, 갑자기 얼굴빛이 바뀌더니, 윗사람이고 뭐고 대놓고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뭐가 아직 제대로 조사 안 됐다는 거야? 솔이의 컨셉 시안이 네 USB 안에 있었잖아! 입만 살아가지고, 너처럼 뻔뻔하고 염치없는 애는 내가 살아생전 처음 본다.”

바로 이때, 줄곧 흐느끼던 박예솔이 갑자기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엄마, 그 USB는 확실히 이서 씨 거 아니야.”

“솔아, 지금 이 지경에도 쟤 도와 얘기하고 싶니……?”

“엄마, 그거 내 USB야.”

예솔은 입을 오므리고 또 울려고 했다.

“나도 회사에서 컨셉 시안이 누설된 걸 알고, USB 찾아봤더니, 사라졌더라고…….”

“너 이렇게 중요한 걸 왜 이제야 얘기하는 거야? 다시 말해서, 이서가 너의 USB를 훔쳐서 컨셉 시안을 경쟁 회사에 보낸 거네. 그럼 이제 모든 게 납득이 되네.”

이미연을 바라보는 이서의 말투가 물처럼 덤덤했다.

“나는 예솔 씨와 거의 만나지도 않았어요. 처음은 여기서, 두 번째는 식당에서, 그게 다예요. 지금 계속 내가 USB를 훔쳤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나도 물어보고 싶어요. 내가 언제 훔쳤을까요?”

이미연은 말문이 막혔다.

하경수도 이 일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거실은 괴상한 조용함에 빠졌다.

유독 지환만 두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자기 집 아내를 바라보았다.

지금 그녀는 마치 비바람에 맞고 자란 절벽 위의 난초처럼 강인하고 꿋꿋했다.

별다른 매력이 느껴졌다.

“엄마, 아저씨,”

박예솔은 울음을 참으며 일어나서 말했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