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이 심한 상황이라 지체하시면 안 됩니다. 당장 병원에 가서 수혈부터 받아야 해요.”현태는 놀라움과 기쁨을 동시에 느끼며 바로 달려가 차를 몰았다. 하나는 지환의 수술이 성공적이라는 소식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깜짝 놀랐잖아요!” “어쩔 수 없었어요. 비상시에는 비상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만약 하은철이 떠나지 않는다면, 우리도 자리를 뜰 수 없잖아요. 여기서 더 많은 시간을 지체하는 건 지환이한테 아주 불리해요!” “그럼 이서는 어쩌죠?”“이서는 괜찮을 거예요. 단지 자극을 받았을 뿐이니까요. 조금 있다가 병원에 도착할 때쯤이면 깨어날 수 있을 거예요. 그때 이 좋은 소식을 이서한테 전해주자고요. 이서에게는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하나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점차 깊어지는 눈빛으로 상언을 보았다. 하지만 상언은 이 눈빛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이서를 데리고 산에서 내려가라고 지시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지환은 이미 긴급 병실로 옮겨진 상황이었다. 하은철은 자신이 속은 것을 깨닫고는 아주 비통해했으나, 이미 방법이 없었다! 깨어난 이서는 지환이 무사히 수혈받고 병실로 옮겨졌음을 알게 되었다. 그제야 불안한 마음이 제자리를 찾았다. “수술 후, 적어도 12시간 정도는 혼수상태에 빠져 있을 거예요. 이서 씨, 그동안 간병인이 지환이를 돌볼 테니까 푹 쉬셔도 돼요.” 이서가 고개를 내저었다.“감사해요, 하지만 지환 씨는 제가 직접 돌볼 거예요. 그리고... 오늘 일은 정말 감사해요. 이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이서야.”상언이 이서의 말을 가볍게 끊었다.“기억의 일부를 되찾은 것 같은데... 네가 우리 엄마의 수양딸이라는 것도 기억하는 거지?” 이서가 눈을 깜박거리며 상언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네가 우리 엄마의 수양딸이라는 건, 내 동생이란 뜻이잖아. 지환이는 내 친구고... 한마디로 나는 내 여동생과 친구를 돕고 있는 거야. 어떤 식으로든 나한테 예의를 차리지 않아도 돼.” 이서가
하나는 상언을 부축하여 차에 도착했는데, 막 허리를 펴려던 찰나 손목이 잡혔다. 하나는 어쩔 수 없이 몸을 낮추어 말했다.“착하죠? 이거 좀 놓아주세요. 제가 차로 모셔다 드릴게요.” “싫어요.”상언은 눈을 감고 있었다. 단순히 눈을 감은 것인지, 잠든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잠꼬대하는 듯했다.“거짓말쟁이, 절대 놓아주지 않을 거라고요!” 하나의 마음은 이 순간처럼 부드러워진 적이 없었다. 그녀는 남자라면 넥타이를 매고 단정하게 입어야 잘생긴 남자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눈앞의 상언은 아직 얼굴에 닦지 못한 핏자국이 있었고, 하루 종일 산에서 지환을 찾고 수술한 탓에 옷에서 악취가 났다. 하지만, 이 순간 상언은 그 어느 때보다 멋있었다.심지어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았다. “제가 그렇게 좋아요?”하나가 상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그는 이미 깊은 잠에 빠져 있었지만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소희는 지환의 병실에 다다랐는데, 쉬고 있는 이서를 보고는 살금살금 걸어 나갔다.그녀는 문 앞에서 오랫동안 기다리다가 깨어난 이서의 인기척을 듣고서야 병실 안으로 향했다. 소희를 본 이서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소희 씨, 왔어?” 그 열정적인 모습은 평소와 같지만, 무언가 더해진 것만 같았다.“이서 언니...” 이서는 소희를 끌고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만족해하며 말했다.“내가 기억을 잃은 동안, 회사를 지켜줘서 고마워. 다 소희 씨 덕분이야.” 소희가 눈을 크게 떴다.그녀는 그제야 무엇이 더해진 것인지 알게 되었다! ‘우리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감이 없어진 거구나!’ 이서는 돌아온 이후에도 시종일관 소희에게 잘해주었다. 하지만 소희는 그녀가 왠지 자신과 거리를 둔다고 느꼈다. ‘이제야 그 거리감이 사라진 거야!’‘그렇다면...!’“이서 언니, 다 생각난 거예요?!”소희가 감격에 겨워 이서의 손을 잡았다. 이서는 기대에 찬 소희의 눈동자를 보며 미소를 지었지만 고개를 저었다.“아직 전부 기억나는 건 아니야. 왜
소희는 더욱 환하게 웃었다.이서는 도저히 갈피를 잡지 못했다.“소희 씨...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소희는 있었던 일을 이서에게 일일이 알려주었다,모든 이야기를 들은 이서가 입을 열었다.“소희 씨가 정말 심씨 가문이 잃어버린 딸이었다니!” “맞아요.”소희가 쓴웃음을 지었다.“이서 언니, 정말 웃긴 일이죠?”이 순간, 소희의 심정이 어떠한지 알 수 있었던 이서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간 아무리 힘든 생활을 보냈더라도, 신분의 변화로 인해 모든 것이 깨지는 느낌, 이것은 아주 괴로운 것이었다. “소희 씨, 사실 나도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어. 그래서 최미영 팀장님께 조사를 지시했던 거지.”“하지만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희 씨에게 말할 수는 없었어. 후에 이렇게 많은 일을 겪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소희가 말했다. “이서 언니, 저 때문에 심씨 가문과의 사이가 곤란해질까 봐 걱정하시는 거 다 알아요.”“하지만 전혀 그렇게 생각하실 필요 없어요. 제가 심씨 가문의 사람이라 하더라도, 제 마음은 항상 언니를 향하니까요.”“저는 언니 덕분에 저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를 갖게 됐어요.”“그래서... 저는 제 무대를 지킬 거예요!” “언니도 제 무대를 지켜주세요!” 이서가 몸을 일으켰다.“소희 씨, 대체 어떻게 할 생각이야?” 그녀는 소희가 어리석은 일을 벌일까 봐 두려웠다. “이서 언니, 저는 심 대표님 부부, 즉 제 친부모님이 제가 심씨 가문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심리를 이용해서 심씨 가문과 하씨 가문의 협력을 막을 거예요.“그동안 심씨 가문과 하씨 가문이 합작하는 바람에 윤씨 그룹이 막대한 피해를 봤잖아요. 이대로 가다가는...”이서가 소희의 어깨를 꾹 눌렀다.“소희 씨, 하나만 물을게. 정말 심씨 가문으로 돌아가고 싶은 거야?” 소희는 고개를 숙였고, 이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사실대로 말해줘. 소희 씨 마음속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소희는 고개를 들었고, 이서를 바라보며 말하려다가 멈추었다. 이
“깨어났네요!”깨어난 지환을 본 이서는 감격에 겨워 횡설수설했다.“의... 의사 선생님을 불러올게요.” “에이, 이서 언니, 그냥 벨을 누르면 되죠.”“가게 두세요.”지환은 허약한 몸으로도 총애 가득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아...”소희는 난감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지환과 단둘이 있는 경험이 전혀 없었다.“방금 한 말, 다 들었습니다.” 그가 천장을 쳐다보았다.소희는 그가 이미 깨어났다는 사실을 멀쩡한 두 사람이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에 놀랐다. “그럼... 형부도 이서 언니가 기억의 일부를 되찾은 걸 알고 계셨다는 거네요?”“네.”하연은 이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듯했다.“생각해 보니까 소희 씨가 심씨 가문으로 돌아가면, 그 사람들한테 내 신분을 밝히고, 내가 하씨 그룹을 인수했다는 사실을 알려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소희는 놀라서 말하지 못했다. “하씨 그룹을 인수하셨어요?”“지분의 20%를 받았을 뿐이에요.”‘그뿐이라니!’소희가 탄복하며 말했다.“형부, 어떻게 주식의 20% 받으신 거예요?” 지환이 병실 문을 한 번 보았다.“현태 씨한테 물어보세요. 현태 씨가 자세히 알려줄 겁니다.” 이 말을 마친 그는 갑자기 고통스럽다는 듯 눈을 감았다. 소희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아직 똑똑히 알지 못했다. 잠시 후, 이서가 의사를 데리고 급히 돌아오는 것을 지켜볼 뿐이었다. “선생님, 환자가 깨어났어요. 어서 괜찮은지 좀 봐주세요.” 의사는 지환을 진찰한 후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큰 문제는 없지만, 하루 밤낮 동안 식사를 하지 않아서 몸이 허약한 상태입니다.” “제가 지금 당장 먹을 것 좀 사 올게요.”이서는 몸을 돌리며 먹을 것을 사 오겠다고 말했다.소희는 천방지축인 그녀를 보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저 사람이 정말 회사에서 당당하게 지시하던 이서 언니라고?’“이서 언니, 제가 다녀올게요.”소희가 이서를 말렸다.“형부랑 오랫동안 제대로 된 이야기도 나누지 못했
“지환 씨, 다음에는 목숨을 걸 때 나를 먼저 생각해 줘요.”“지환 씨가 없으면 난 어떡하라고요.” 지환의 심장은 보이지 않는 큰 손에 의해 가볍게 잡히는 듯했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엎드려 우는 이서를 바라보았지만 눈가에는 옅은 웃음기가 돌았다. ‘정말, 정말 행복해.’‘꿈을 꾸는 것만 같아.’ 병실로 돌아온 소희는 조용히 침대에 누워 잠든 지환과 그의 가슴팍에 엎드려 잠든 이서를 보았다. 한폭의 유화가 따로 없었다.그녀는 음식을 슬그머니 내려놓고 병실을 나섰다.병원 밖으로 나온 소희의 눈빛이 점점 확고해졌다.바로 이때, 차 한 대가 그녀의 곁에 멈춰 섰다.차장이 내려가고 현태가 모습을 드러냈다.소희의 짙었던 눈동자가 순식간에 기쁨으로 변했다. “왜 여기 있어요?”“회사에 갔는데 없길래, 여기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차에서 내린 현태가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어서 타.”“안 들어가려고요?”소희가 뒤에 있는 병원을 바라보며 물었다.“들어가서 뭐 하게?”현태가 웃으며 말했다.“대표님이랑 사모님은 아주 피곤하실 거야. 아마 쉬고 계시겠지. 아, 맞다...”그는 갑자기 무언가 떠올랐다.“갑자기 생각났는데, 사모님의 발...” “이서 언니의 발이 왜요?”소희는 긴장했다. “산에서 신발이 떨어진 것도 모르고 험한 바위 위를 돌아다니시느라 발바닥을 심하게 다치셨어. 하지만 지금은 온 정신을 대표님께 집중하느라 발에 난 상처는 처치하지도 못하셨을 거야. 아무래도 우리가 들어가서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 소희와 현태는 급히 병원으로 걸어갔다. 몇 걸음 걷던 소희가 갑자기 현태를 붙잡았다.“잠시만요, 두 사람은 지금 쉬고 있어요. 우리가 들어가서 알려주면, 두 사람을 방해하는 꼴이 될 거예요. 나중에 알려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래...”현태가 어수룩하게 머리를 쓰다듬었다.두 사람은 다시 차로 돌아왔다. 현태는 차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시동을 걸지 않았다.소희가 물었다.“왜 그래요? 차에 무슨 문제라도 생
현태의 받아들일 수 없다는 눈빛을 마주한 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그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그럼... 지금 심씨 가문의 고택으로 돌아갈 생각인 거야?”소희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고, 현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가 웃으며 말했다.“대체 무슨 표정이에요? 내가 가족을 찾은 게 기쁘지 않은 거예요?”현태의 지금 심정은 아주 복잡했다. 한편으로는 소희가 진짜 가족을 찾은 것이 기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래서 오늘 작별 인사하러 온 거야?”소희는 참지 못하고 피식 웃었다. “오빠, 설마 내가 이서 언니와 끝내려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역시 아니지?”현태가 멍하니 머리를 긁적였다. 소희가 그를 보며 말했다.“예전에는 내가 아주 멍청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지금 보니까 오빠가 나보다 더 멍청한 것 같아요.” “내가 그깟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서 언니를 버릴 사람이라고 생각해요?”“아니,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소희의 원래 가정은 정말 형편없었다. 아니, 그 누구라도 자신이 H국의 4대 가문 중 하나인 심씨 가문의 아가씨라는 걸 알게 된다면, 주저하지 않고 심씨 가문으로 돌아가려 할 것이었다. 적어도... 그 기이한 가정에서 벗어날 수는 있을 테니.“그럼 뭔데요?”현태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과 알 수 없는 표정을 본 소희가 일부러 그를 놀렸다.“아, 내가 돈 떄문에 친구를 버리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현태도 소희가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못 말린다는 듯 웃기 시작했다.“소희 씨, 놀리지 마. 심씨 가문으로 가려는 이유가 대체 뭐야?” 그녀가 정색하며 말했다.“그래요, 놀리지 않을게요. 사실 심씨 가문으로 가려는 건, 심씨 가문 사람들이 윤씨 그룹과 맞서는 걸 포기하도록 설득하기 위해서예요. 오빠는 이서 언니가 혼수상태에 빠지고, 형부가 실종되었던 동안 윤씨 그룹의 화물이 얼마나 쌓였는지 모를 거예요.” “이러다가는 윤씨 그룹도 버틸 수 없을 거예요
지환이 이서의 손을 덥석 잡았다.“왜 그래요?”이서가 웃으며 물었다. 아래로 향한 지환의 시선이 신발을 신지 않은 이서의 발에 떨어졌다.그녀의 발등은 살짝 구부러져 있었다. “발 다쳤어?”이서가 고개를 저었으나, 지환은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 그는 벨을 눌러 의사를 불렀다.의사는 지환에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지만, 결국 이서를 진찰해야 했다.그녀의 발을 들어 올린 의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맨발로 걸어 다니면서 발바닥이 상처투성이인 것도 몰랐던 겁니까?” 이서가 고통스럽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몰랐어요. 크게 아프지 않았거든요.”‘분명 이전에는 안 아팠는데...’‘자고 일어나니까 아파서 죽을 지경이야.’ 지환이 바로 앞에 있지 않았다면, 정말 울고 싶었을 것이었다.‘뭐야!’‘피곤함은 사라졌는데, 통증은 더 심해졌잖아!’ 의사가 간호사에게 약을 바르라고 지시하자, 이서는 거의 기절할 뻔했다.‘아파, 너무 아파!!’ 하지만 지환이 앞에 있었기 때문에 너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지환이 걱정하는 것은 원치 않았으니 말이다. “나는 괜찮아요.” 이서는 이를 악물고 관심의 눈길을 보내는 지환에게 말했다.바로 이때, 간호사는 소독액이 묻은 면봉으로 이서의 상처를 닦았고, 방심한 그녀는 ‘으악!’ 소리를 내며 표정을 찌푸렸다. 하지만 계속해서 중얼거렸다.“저는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옆에 있던 간호사들은 그녀의 뛰어난 연기력에 미소를 지어야만 했다. 지환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이서의 앞으로 향하며 팔을 내밀었다.“너무 아프면 내 팔을 물어.” 이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안 아파요, 정말이에요.”지환이 그녀를 노려보았다. 빤히 쳐다보는 시선이 민망했던 이서는 어쩔 수 없이 지환의 팔을 가볍게 물었다. 그녀는 자신이 지환을 세차게 물 것을 대비하여 모든 주의력을 발에 집중해야 했다. 약을 다 바른 그녀의 등은 이미 끈적끈적해졌고, 전투를 치른 것보다 더 피곤해졌다.
“인수 계약은 다 했어?”지환이 물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이천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 사람들은 가족이 구출되어 돌아오는 순간, 협의서에 서명했습니다.” 아마도 하은철이 또다시 자기 가족과 아이들을 위협할까 봐 두려워하는 듯했다.그렇지 않았다면 가지고 있던 모든 지분을 팔아넘기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어차피 받은 돈은 그들이 다음다음, 그다음 생까지도 마음껏 쓰기에 충분했다.“계약은 이미 체결했지만, YS 그룹 쪽에는 대량 현금 손실로 인한 자금 운용에 어려움이 생겼고, 또...” 이천이 지환을 한 번 보고 나서야 계속해서 말했다.“하지호 쪽은 이 일을 알고 다른 기업과 연합하여 YS그룹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을 겁니다.” 눈을 지그시 감은 지환이 한참이 지나서야 눈을 떴고, 아주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YS그룹... 매각하자.”이천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 “대표님, 농담하시는 거죠?” “내가 언제 너한테 농담하는 거 본 적 있어?” 지환이 천장을 쳐다보며 침울하게 말했다.“하지만 이렇게 큰 일은...” “오랫동안 생각해 온 일이야.”그의 말투는 아주 담담했다.“앞으로는 확실히 H국에 초점을 둬야겠어.” “M국의 근간을 포기하는 건 정말 아쉬운 일이지만, 내가 포기한다면 하지호도 한 걸음 물러날 거야. 그러면 우리는 서로의 일에 간섭하지 않고, 과거의 일에 관한 책임도 묻지 않게 되겠지.” 지환이 말했다.“대표님, 하은철 쪽을 상대하는 동안, 하지호 쪽이 뒤에서 검은손을 뻗쳐 윤 대표님을 상대할까 봐 걱정하시는 겁니까?” “응.”지환은 짧게 대답했으나 말투는 여전히 차분했다. “하은철이 이서를 다치게 한 건 절대 용서할 수 없어. 그래서 이 결정적인 순간에 하지호가 약간의 이득을 볼지언정 하은철을 놓아주고 싶지는 않은 거지.” 이천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했다.사실, 지환의 생각도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었다.지금은 하은철과 하지환을 동시에 적으로 두고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행여 두 사람이 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