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계약은 다 했어?”지환이 물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이천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 사람들은 가족이 구출되어 돌아오는 순간, 협의서에 서명했습니다.” 아마도 하은철이 또다시 자기 가족과 아이들을 위협할까 봐 두려워하는 듯했다.그렇지 않았다면 가지고 있던 모든 지분을 팔아넘기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어차피 받은 돈은 그들이 다음다음, 그다음 생까지도 마음껏 쓰기에 충분했다.“계약은 이미 체결했지만, YS 그룹 쪽에는 대량 현금 손실로 인한 자금 운용에 어려움이 생겼고, 또...” 이천이 지환을 한 번 보고 나서야 계속해서 말했다.“하지호 쪽은 이 일을 알고 다른 기업과 연합하여 YS그룹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을 겁니다.” 눈을 지그시 감은 지환이 한참이 지나서야 눈을 떴고, 아주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YS그룹... 매각하자.”이천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 “대표님, 농담하시는 거죠?” “내가 언제 너한테 농담하는 거 본 적 있어?” 지환이 천장을 쳐다보며 침울하게 말했다.“하지만 이렇게 큰 일은...” “오랫동안 생각해 온 일이야.”그의 말투는 아주 담담했다.“앞으로는 확실히 H국에 초점을 둬야겠어.” “M국의 근간을 포기하는 건 정말 아쉬운 일이지만, 내가 포기한다면 하지호도 한 걸음 물러날 거야. 그러면 우리는 서로의 일에 간섭하지 않고, 과거의 일에 관한 책임도 묻지 않게 되겠지.” 지환이 말했다.“대표님, 하은철 쪽을 상대하는 동안, 하지호 쪽이 뒤에서 검은손을 뻗쳐 윤 대표님을 상대할까 봐 걱정하시는 겁니까?” “응.”지환은 짧게 대답했으나 말투는 여전히 차분했다. “하은철이 이서를 다치게 한 건 절대 용서할 수 없어. 그래서 이 결정적인 순간에 하지호가 약간의 이득을 볼지언정 하은철을 놓아주고 싶지는 않은 거지.” 이천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했다.사실, 지환의 생각도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었다.지금은 하은철과 하지환을 동시에 적으로 두고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행여 두 사람이 손을
지환 눈가의 웃음기가 더욱 짙어졌다.“나는 괜찮아.” 말이 끝나자마자 뜨거운 입맞춤이 이서의 붉은 입술을 뒤덮었다.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 가슴속을 파고들자, 이서의 두 손은 점점 힘이 빠졌고, 그저 지환에게 나른하게 기대어 넘쳐나는 열정을 견딜 수밖에 없었다. 조용한 병실 안이 점점 다른 소리로 가득 메워졌다.같은 시각. 심씨 가문의 고택 입구에 도착한 소희는 용기가 없어서 눈앞의 우뚝 솟은 건축물을 바라만 보았다.“소희 씨.”현태가 그녀의 망설임을 알아차리고 말했다.“들어가고 싶지 않은 거라면, 지금이라도 그냥 돌아가자. 윤 대표님도 소희 씨를 탓하지는 않을 거야.” 한숨을 내쉰 소희가 다시 한번 심씨 가문의 고택 입구를 바라보았다. “이서 언니는 분명 나를 탓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나도 이서 언니를 위해서 뭔가를 하고 싶어요.”“다녀올게요.” 소희가 초인종을 눌렀다.고택 내부에 있던 고용인들은 그녀를 보고는 바삐 심근영 부부에게 알렸다. 심근영 부부는 소희가 왔다는 것을 알고 직접 입구로 달려와 맞이했다.“소희야, 여긴 어쩐 일이니?”이지숙이 소희의 손을 잡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며칠이 아니라, 몇 년은 만나지 못한 사람 같았다. 소희는 그런 이지숙을 그냥 내버려두었고, 잠시 후에야 줄곧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심근영에게 시선을 옮겼다.“심 대표님, 저랑... 이야기 좀 하시겠어요?” 낯선 호칭을 들은 심근영은 아내와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물론이지. 서재에 가서 이야기 나누자꾸나.” 소희가 뒤를 바라보았다.“이분은 제 친구예요.” 현태를 본 이지숙은 두 사람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즉시 말했다.“걱정하지 말거라. 친구분은 우리가 잘 대접할 테니... 이야기부터 잘 나누고 와.” 소희는 그제야 안심하고 심근영과 함께 2층 서재로 올라갔다. 서재에 들어서자, 심근영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소희야,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니?” 소희는 그의 자상한 표정을 보며 마음속
‘그것도 무려 20%나?!’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고. 이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야!”심근영은 악마처럼 끊임없이 중얼거렸다.“소, 소희야, 너를 못 믿겠다는 게 아니라... 그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란다.” “내가 알기로 YS그룹의 대표는 하은철의 둘째아버지야. 둘째아버지가 어떻게 하씨 그룹을 인수할 수 있겠니!” “그리고 하씨 가문의 사람들이 자기 명의의 주식을 팔았을 리 없어!”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런 일을 했을 리 없다고!’ 하씨 그룹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평생 쓸 돈을 가진 것과 같았다. “대표님께서는 모르시는 두 가지 일이 있어요.” “두 가지 일?”“첫 번째는 YS그룹의 대표님이 이서 언니의 남편이라는 거예요!” “쨍그랑!”심근영이 들고 있던 컵이 산산조각 났다.소희는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려 1분여가 지나서야 심근영은 자기 목소리를 되찾았다.“뭐라고? YS그룹의 대표가... 윤 대표의 남편이라고?!” “네.”소희는 침착하게 심근영을 바라보았으나, 그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었다. 지환이 YS그룹의 대표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녀도 이렇게 놀랐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심근영이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날 속이려는 건 아니겠지?” “제가 대표님을 속여야 할 이유라도 있나요?” 소희가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못 믿으시겠다면 하씨 그룹의 주식 변경 상황을 조사해 보세요.” 심근영은 여전히 손을 떨고 있었고,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내가 두 가지를 모른다고 했지? 그럼... 남은 한 가지는 뭐지?” “하은철은 하씨 가문 사람들이 가진 주식을 팔지 못하게 하려고 그들의 가족을 납치했어요. 하지만 YS그룹의 대표님이 그 사람들을 구해왔고, 하은철이 또다시 가족들을 납치할까 봐 두려웠던 하씨 가문 사람들은 기꺼이 주식을 팔았죠.” “정... 정말이냐?” 심근영은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정말인지 아닌지는 직접 알아보시면 되겠네요.”소희
“여보,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긴장한 이지숙이 불안하다는 듯 물었다. 심근영은 한참이 지나서야 고개를 들었는데, 희끗희끗한 눈동자에는 아무런 빛도 없었다.“우리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렸어. 이번 위기에서 심씨 가문이 굳건히 서 있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명확하지 않아. 아주, 아주 큰 문제야.” 이지숙은 당최 영문을 알 수 없었다.같은 시각. 차에 타고 있던 현태는 소희가 계속 말하지 않고, 표정에도 힘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가 주동적으로 말했다.“방금 이지숙 여사님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소희 씨가 돌아오길 바라시는 것 같았어. 그것만큼은 확실해.” “엄마라는 존재는 다 그런 거 아니겠어요?”소희가 멍한 시선을 거두었다. “하지만 심씨 가문은 그분의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소희가 돌아갈 수 있는지 없는지는 가문의 이익에 달려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심씨 가문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없는지는 전혀 관심 없어.’‘내가 관심 있는 건 오로지 이서 언니를 도울 수 있는지 없는지에 관한 거니까.’ “이왕 이렇게 된 거!”현태가 앞을 보며 말했다.“우리도 아무 생각하지 말고 밥부터 먹으러 가자. 밥 먹고 회사로 데려다줄게, 어때?” 소희가 고개를 돌려 현태를 바라보았고,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정말 좋은 계획이네요.” “그럼 출발!”현태가 시동을 걸었고, 차는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마치 모든 번뇌를 떨쳐버리려는 것처럼....병원.지환이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은 배미희와 하이먼 스웨이는 밖에서 놀다가 놀라서 즉시 달려왔다. 하지만 돌아온 후, 그가 괜찮다는 소식과 이서가 기억의 일부를 되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아주 기뻐했다. 하지만 하이먼 스웨이를 더욱 기쁘게 한 것은 이서가 심가은의 DNA를 가지러 갔던 일을 기억한다는 것이었다. “그때 점원이 그 그릇을 저한테 줬던 것 같아요.”이서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이미 대부분의 기억을 회복
“스웨이 작가님!”이서가 웃으며 하이먼 스웨이를 껴안았다.“그건 다 지나간 일이잖아요. 보세요, 저는 지금도 멀쩡하잖아요.” 하이먼 스웨이는 환하게 웃는 이서를 바라보며 코를 훌쩍였고 눈물을 흘리려 했다. “얘야...”“괜찮아요, 스웨이 작가님.”이서가 하이먼 스웨이의 눈물을 살며시 닦아주었다.“이번에 작가님의 딸을 찾아드릴 때는 더 신중하게 행동할게요.”“저를 믿으세요, 작가님은 꼭 따님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하이먼 스웨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제는 조급해하지 않을 거야. 찾을 수 있다면 내 목숨을 바치겠지만, 찾을 수 없다면 우리 모녀의 운명을 탓해야겠지. 이번 생에는 인연이 아닌 거니까.” “스웨이 작가님,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이서가 하이먼 스웨이의 손을 꼭 잡았다.“저는 강하게 느낄 수 있어요. 작가님이 따님을 찾을 수 있다는걸요!” “그래요.”배미희도 거들었다.“스웨이 여사, 그렇게 비관적일 필요는 없잖아요?” “한 번에 찾을 수 없으면 계속 시도하면 돼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사람 하나 못 찾을까 봐 걱정하는 거예요?” 하이먼 스웨이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감격에 겨워 눈물을 글썽였고, 이서를 안고 소리 없이 울기 시작했다. 그녀는 한참이 지나서야 이서를 놓아주었다.“이서야, 하 서방은? 왜 여태 보이지도 않는 거니?” “아, 아래층에 산책하러 갔어요. 이 비서님이 같이 있을 거예요.”몸을 일으킨 이서가 창가로 걸어가 아래층의 화단을 바라보았으나, 지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곧 올 거예요.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제가 과일 깎아드릴게요.” 하이먼 스웨이와 배미희는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했으나, 이서는 이내 병실을 나섰다. 이서가 떠나자 하이먼 스웨이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난 왜 이렇게 복이 없을까요?” “무슨 복이요?”배미희가 이해하지 못하고 물었다. “나도 이전에 이서를 수양딸 삼았는데, 그깟 심가은 때문에 저렇게 좋은 딸을 잃게 된
세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또 가라앉았다. 지환은 말수가 적었고, 배미희와 하이먼 스웨이도 그와 공통된 화제가 없었다. 그래서 병실의 분위기는 곧 냉랭해졌다. 머리를 쥐어짠 하이먼 스웨이는 마침내 한 가지 화제를 생각해 냈다. “이서는 아직 하 서방의 신분을 모르는 것 같던데, 언제쯤 사실을 알려줄 생각이야?” 이서를 언급하자, 지환은 곧바로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아직 어떻게 말해야 할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 상황으로 볼 때, 아직 말하지 않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배미희가 칭찬했다.“이서는 지금 상태가 가장 좋아. 하 어르신이 본인을 위해 죽은 것도, 하 서방의 신분도 잊었으니까.” “하 서방의 신분을 알게 되면, 하 어르신이 본인을 위해 죽었다는 것도 떠올리게 될 거야.” “맞아요, 내 생각도 그래요.”하이먼 스웨이가 미간을 찌푸렸다.“그때가 되면, 모든 일이 원점으로 돌아갈 거예요.” “지금이 가장 좋은 셈이죠.”세 사람의 의견이 모두 일치하는 순간이었다. 바로 이때, 문밖에서 나는 발걸음 소리를 들은 세 사람이 입을 다물었다.이서는 들어서자마자 괴이함을 느꼈다. “왜 아무 말씀도 안 하세요?”그녀가 탁자 위에 과일을 놓으며 농담이 섞인 어투로 물었다.“혹시, 제 험담하고 있던 건 아니죠? 그래서 제가 오자마자 아무 말씀도 안 하시는 거 아니냐고요.” 배미희와 하이먼 스웨이가 살짝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우리가 왜 네 험담을 하겠어? 좋은 말만 해도 입이 아플 지경인데. 아이고, 이 방해꾼 두 명은 이만 나가보마.” “두 젊은이에게 시간과 자리를 마련해줘야지.” 두 사람은 이내 병실을 떠났다. 이서가 말했다.“방금 막 과일을 씻어 왔는데, 왜 가버리신 걸까요?” “말씀하셨잖아, 우리를 방해하고 싶지 않다고.”지환이 손을 내밀어 이서가 그의 옆에 안게 했다.“오늘은 왜 아직도 회사에 안 갔어?” “회사에는 소희 씨가 있어서 제가 필요 없어요. 그런데... 심씨 가
지환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떨어졌다.그는 긴장한 눈빛으로 불안하다는 듯 이서를 주시하고 있었다.“이서야, 그게 무슨 말이야?” “다른 뜻은 없어요.”이서가 눈을 깜박였는데, 아마 충격의 강도가 옅어진 듯했다.“그냥 대단한 지환 씨가 무슨 일이든 처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은철이 지환 씨를 겨냥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그렇죠?” 지환이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정말 다른 뜻은 없어?” 그의 눈빛은 시종일관 이서를 향하고 있었다. 그녀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왜 그래요?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을 뿐인데, 엄청나게 긴장한 것 같아요. 지환 씨, 나를 속이는 게 있는 건 아니죠?” 이서는 하은철이 그토록 지환을 겨냥했을 때 이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환의 반응을 마주한 그녀는 더욱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분명 내가 모르는 게 있을 거야.’ 미소를 지은 채 이서의 손을 잡은 지환은 그녀가 울먹거리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입을 열었다.“아니야, 그런 거 없어.” “그럼 다행이네요.”이서가 지환의 목을 껴안았다.“지환 씨, 나한테 말하지 않은 게 있다면 숨기지 말고 꼭 말해줘요, 알겠죠?” 지환은 이서의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보며 참고 또 참았다.“응, 무슨 일이 있으면 꼭 알려줄게.” “꼭이요.”이서가 지환의 얼굴에 입을 맞췄다.“과일을 이렇게 많이 썰었는데, 좀 먹을래요? 하나도 안 먹으면 아깝잖아요.” “여보가 자른 거니까 당연히 먹어야지.” 지환은 이서를 바짝 쫓다가 그녀에게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을 보고서야 안심했다. ...하은철의 사무실.하은철은 자신의 앞에 앉아 몸을 떨고 있는 심동을 보며 담배로 재떨이를 툭툭 건드렸다.“생각은 좀 해 봤어? 정말 하씨 그룹과 계속 협력할 생각이 없는 거야?” 심동의 심장은 이미 미친 듯이 뛰고 있었으나, 간신히 두려움을 억누르며 말했다.“하 사장, 내 생각은 변하지 않을 거야. 심씨 가문과 하씨 가문은 협력을 중단하는 게
그래서 심동은 고민을 거듭한 뒤에 분쟁을 멀리하기로 결심했다.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하은철이 냉담하게 심동을 바라보았다.“활은 당기면 되돌릴 수 없는 법이야. 심 사장, 나랑 협력하기로 한 이상, 후퇴는 있을 수 없단 말이지.” “하지만 하 사장, 우... 우리 심씨 가문은 계속해서 윤씨 그룹을 상대할 자금이나 능력이 없어. 윤씨 가문이 손실을 보는 동안, 우리 심씨 가문도 막대한 손실을 봤다고.” “이대로라면 심씨 가문과 윤씨 그룹이 서로를 물고 늘어지는 꼴이 될 거야. “하씨 그룹이 심 사장의 뒤를 봐주는데, 뭐가 두려운 거야?” 하은철을 바라보던 심동이 용기를 내어 말했다.“하지만 윤씨 그룹에게는 YS그룹이라는 배후가 있잖아.” 하은철의 얼굴색이 순식간에 변했다.“그건 어떻게 안 거야?” 고개를 숙인 심동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허...”하은철은 잠시 분노한 뒤 냉랭한 모습을 되찾았다.“그래, 윤씨 그룹의 뒤에는 YS그룹이 있어. 하지만 심 사장이 잊지 말아야 할 게 뭔지 알아? 우리 작은 아빠의 눈에 심 사장은 이미 내 편이라는 사실이야.” “이제 와서 나와의 협력을 그만둔다고 한들, 우리 작은 아빠가 심 사장을 놓아줄 것 같아?” 심동은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도 이 문제를 고려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한참을 망설이며 하은철을 찾아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잘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 어떤 길은 가면 돌아올 수 없는 법이거든.” 하은철의 말이 끝나자마자 비서가 황급히 들어왔다. 그는 심동이 아직 있는 것을 보고는 꽤 난감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그 후에야 하은철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낮게 말했다. 하은철은 갑자기 안색을 굳었지만, 이내 방 안에 손님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듯 평정을 되찾았다. 그가 아주 침착하게 심동에게 말했다.“우선 돌아가 봐. 일이 좀 생겼어.” 잠시 망설이던 심동은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켜 떠날 수밖에 없었다. 다만 떠날 즈음, 질서 정연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