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긴장한 이지숙이 불안하다는 듯 물었다. 심근영은 한참이 지나서야 고개를 들었는데, 희끗희끗한 눈동자에는 아무런 빛도 없었다.“우리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렸어. 이번 위기에서 심씨 가문이 굳건히 서 있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명확하지 않아. 아주, 아주 큰 문제야.” 이지숙은 당최 영문을 알 수 없었다.같은 시각. 차에 타고 있던 현태는 소희가 계속 말하지 않고, 표정에도 힘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가 주동적으로 말했다.“방금 이지숙 여사님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소희 씨가 돌아오길 바라시는 것 같았어. 그것만큼은 확실해.” “엄마라는 존재는 다 그런 거 아니겠어요?”소희가 멍한 시선을 거두었다. “하지만 심씨 가문은 그분의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소희가 돌아갈 수 있는지 없는지는 가문의 이익에 달려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심씨 가문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없는지는 전혀 관심 없어.’‘내가 관심 있는 건 오로지 이서 언니를 도울 수 있는지 없는지에 관한 거니까.’ “이왕 이렇게 된 거!”현태가 앞을 보며 말했다.“우리도 아무 생각하지 말고 밥부터 먹으러 가자. 밥 먹고 회사로 데려다줄게, 어때?” 소희가 고개를 돌려 현태를 바라보았고,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정말 좋은 계획이네요.” “그럼 출발!”현태가 시동을 걸었고, 차는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마치 모든 번뇌를 떨쳐버리려는 것처럼....병원.지환이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은 배미희와 하이먼 스웨이는 밖에서 놀다가 놀라서 즉시 달려왔다. 하지만 돌아온 후, 그가 괜찮다는 소식과 이서가 기억의 일부를 되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아주 기뻐했다. 하지만 하이먼 스웨이를 더욱 기쁘게 한 것은 이서가 심가은의 DNA를 가지러 갔던 일을 기억한다는 것이었다. “그때 점원이 그 그릇을 저한테 줬던 것 같아요.”이서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이미 대부분의 기억을 회복
“스웨이 작가님!”이서가 웃으며 하이먼 스웨이를 껴안았다.“그건 다 지나간 일이잖아요. 보세요, 저는 지금도 멀쩡하잖아요.” 하이먼 스웨이는 환하게 웃는 이서를 바라보며 코를 훌쩍였고 눈물을 흘리려 했다. “얘야...”“괜찮아요, 스웨이 작가님.”이서가 하이먼 스웨이의 눈물을 살며시 닦아주었다.“이번에 작가님의 딸을 찾아드릴 때는 더 신중하게 행동할게요.”“저를 믿으세요, 작가님은 꼭 따님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하이먼 스웨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제는 조급해하지 않을 거야. 찾을 수 있다면 내 목숨을 바치겠지만, 찾을 수 없다면 우리 모녀의 운명을 탓해야겠지. 이번 생에는 인연이 아닌 거니까.” “스웨이 작가님,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이서가 하이먼 스웨이의 손을 꼭 잡았다.“저는 강하게 느낄 수 있어요. 작가님이 따님을 찾을 수 있다는걸요!” “그래요.”배미희도 거들었다.“스웨이 여사, 그렇게 비관적일 필요는 없잖아요?” “한 번에 찾을 수 없으면 계속 시도하면 돼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사람 하나 못 찾을까 봐 걱정하는 거예요?” 하이먼 스웨이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감격에 겨워 눈물을 글썽였고, 이서를 안고 소리 없이 울기 시작했다. 그녀는 한참이 지나서야 이서를 놓아주었다.“이서야, 하 서방은? 왜 여태 보이지도 않는 거니?” “아, 아래층에 산책하러 갔어요. 이 비서님이 같이 있을 거예요.”몸을 일으킨 이서가 창가로 걸어가 아래층의 화단을 바라보았으나, 지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곧 올 거예요.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제가 과일 깎아드릴게요.” 하이먼 스웨이와 배미희는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했으나, 이서는 이내 병실을 나섰다. 이서가 떠나자 하이먼 스웨이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난 왜 이렇게 복이 없을까요?” “무슨 복이요?”배미희가 이해하지 못하고 물었다. “나도 이전에 이서를 수양딸 삼았는데, 그깟 심가은 때문에 저렇게 좋은 딸을 잃게 된
세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또 가라앉았다. 지환은 말수가 적었고, 배미희와 하이먼 스웨이도 그와 공통된 화제가 없었다. 그래서 병실의 분위기는 곧 냉랭해졌다. 머리를 쥐어짠 하이먼 스웨이는 마침내 한 가지 화제를 생각해 냈다. “이서는 아직 하 서방의 신분을 모르는 것 같던데, 언제쯤 사실을 알려줄 생각이야?” 이서를 언급하자, 지환은 곧바로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아직 어떻게 말해야 할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 상황으로 볼 때, 아직 말하지 않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배미희가 칭찬했다.“이서는 지금 상태가 가장 좋아. 하 어르신이 본인을 위해 죽은 것도, 하 서방의 신분도 잊었으니까.” “하 서방의 신분을 알게 되면, 하 어르신이 본인을 위해 죽었다는 것도 떠올리게 될 거야.” “맞아요, 내 생각도 그래요.”하이먼 스웨이가 미간을 찌푸렸다.“그때가 되면, 모든 일이 원점으로 돌아갈 거예요.” “지금이 가장 좋은 셈이죠.”세 사람의 의견이 모두 일치하는 순간이었다. 바로 이때, 문밖에서 나는 발걸음 소리를 들은 세 사람이 입을 다물었다.이서는 들어서자마자 괴이함을 느꼈다. “왜 아무 말씀도 안 하세요?”그녀가 탁자 위에 과일을 놓으며 농담이 섞인 어투로 물었다.“혹시, 제 험담하고 있던 건 아니죠? 그래서 제가 오자마자 아무 말씀도 안 하시는 거 아니냐고요.” 배미희와 하이먼 스웨이가 살짝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우리가 왜 네 험담을 하겠어? 좋은 말만 해도 입이 아플 지경인데. 아이고, 이 방해꾼 두 명은 이만 나가보마.” “두 젊은이에게 시간과 자리를 마련해줘야지.” 두 사람은 이내 병실을 떠났다. 이서가 말했다.“방금 막 과일을 씻어 왔는데, 왜 가버리신 걸까요?” “말씀하셨잖아, 우리를 방해하고 싶지 않다고.”지환이 손을 내밀어 이서가 그의 옆에 안게 했다.“오늘은 왜 아직도 회사에 안 갔어?” “회사에는 소희 씨가 있어서 제가 필요 없어요. 그런데... 심씨 가
지환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떨어졌다.그는 긴장한 눈빛으로 불안하다는 듯 이서를 주시하고 있었다.“이서야, 그게 무슨 말이야?” “다른 뜻은 없어요.”이서가 눈을 깜박였는데, 아마 충격의 강도가 옅어진 듯했다.“그냥 대단한 지환 씨가 무슨 일이든 처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은철이 지환 씨를 겨냥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그렇죠?” 지환이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정말 다른 뜻은 없어?” 그의 눈빛은 시종일관 이서를 향하고 있었다. 그녀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왜 그래요?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을 뿐인데, 엄청나게 긴장한 것 같아요. 지환 씨, 나를 속이는 게 있는 건 아니죠?” 이서는 하은철이 그토록 지환을 겨냥했을 때 이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환의 반응을 마주한 그녀는 더욱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분명 내가 모르는 게 있을 거야.’ 미소를 지은 채 이서의 손을 잡은 지환은 그녀가 울먹거리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입을 열었다.“아니야, 그런 거 없어.” “그럼 다행이네요.”이서가 지환의 목을 껴안았다.“지환 씨, 나한테 말하지 않은 게 있다면 숨기지 말고 꼭 말해줘요, 알겠죠?” 지환은 이서의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보며 참고 또 참았다.“응, 무슨 일이 있으면 꼭 알려줄게.” “꼭이요.”이서가 지환의 얼굴에 입을 맞췄다.“과일을 이렇게 많이 썰었는데, 좀 먹을래요? 하나도 안 먹으면 아깝잖아요.” “여보가 자른 거니까 당연히 먹어야지.” 지환은 이서를 바짝 쫓다가 그녀에게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을 보고서야 안심했다. ...하은철의 사무실.하은철은 자신의 앞에 앉아 몸을 떨고 있는 심동을 보며 담배로 재떨이를 툭툭 건드렸다.“생각은 좀 해 봤어? 정말 하씨 그룹과 계속 협력할 생각이 없는 거야?” 심동의 심장은 이미 미친 듯이 뛰고 있었으나, 간신히 두려움을 억누르며 말했다.“하 사장, 내 생각은 변하지 않을 거야. 심씨 가문과 하씨 가문은 협력을 중단하는 게
그래서 심동은 고민을 거듭한 뒤에 분쟁을 멀리하기로 결심했다.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하은철이 냉담하게 심동을 바라보았다.“활은 당기면 되돌릴 수 없는 법이야. 심 사장, 나랑 협력하기로 한 이상, 후퇴는 있을 수 없단 말이지.” “하지만 하 사장, 우... 우리 심씨 가문은 계속해서 윤씨 그룹을 상대할 자금이나 능력이 없어. 윤씨 가문이 손실을 보는 동안, 우리 심씨 가문도 막대한 손실을 봤다고.” “이대로라면 심씨 가문과 윤씨 그룹이 서로를 물고 늘어지는 꼴이 될 거야. “하씨 그룹이 심 사장의 뒤를 봐주는데, 뭐가 두려운 거야?” 하은철을 바라보던 심동이 용기를 내어 말했다.“하지만 윤씨 그룹에게는 YS그룹이라는 배후가 있잖아.” 하은철의 얼굴색이 순식간에 변했다.“그건 어떻게 안 거야?” 고개를 숙인 심동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허...”하은철은 잠시 분노한 뒤 냉랭한 모습을 되찾았다.“그래, 윤씨 그룹의 뒤에는 YS그룹이 있어. 하지만 심 사장이 잊지 말아야 할 게 뭔지 알아? 우리 작은 아빠의 눈에 심 사장은 이미 내 편이라는 사실이야.” “이제 와서 나와의 협력을 그만둔다고 한들, 우리 작은 아빠가 심 사장을 놓아줄 것 같아?” 심동은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도 이 문제를 고려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한참을 망설이며 하은철을 찾아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잘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 어떤 길은 가면 돌아올 수 없는 법이거든.” 하은철의 말이 끝나자마자 비서가 황급히 들어왔다. 그는 심동이 아직 있는 것을 보고는 꽤 난감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그 후에야 하은철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낮게 말했다. 하은철은 갑자기 안색을 굳었지만, 이내 방 안에 손님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듯 평정을 되찾았다. 그가 아주 침착하게 심동에게 말했다.“우선 돌아가 봐. 일이 좀 생겼어.” 잠시 망설이던 심동은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켜 떠날 수밖에 없었다. 다만 떠날 즈음, 질서 정연했던
‘하지환...’‘하지환!’ ‘분명히 그 자식이 한 짓이야!그를 제외하고, 하은철은 다른 사람을 떠올리지 못했다. ‘아, 이래서 주 집사님이 하지환이 주식 사는 건 두렵지 않다고 하신 거구나. 진짜 무서운 건 그걸 기회로 삼아서 틈을 만드는 거였어.’ ‘그리고 결국... 하씨 그룹에 큰 틈을 만들어버린 거라고!’ 하은철은 즉시 핸드폰을 들어 지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가 전화를 걸 줄 알았던 것일까. 지환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너지?!”하은철이 노호하며 말했다. 지환의 앞에서 그는 절대 차분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환은 그와 다르게 절대 격노하지 않을 것이었다. 오직 이서의 일에만 통제력을 잃는 사람이었으니... 지환은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이는 하은철을 더욱 미치게 했다.“네가 한 짓인 거 다 알아, 하지환! 이건 적을 해치려다가 스스로를 망치는 꼴이라고!” “회사 주식의 20%가 아직 네 소유라는 걸 잊지 마.” 지환이 낮게 웃었다. 그 가벼운 웃음은 하은철의 천진함을 비웃는 것 같았다. [내가 그까짓 걸 신경 쓸 것 같아?] 순간, 하은철의 몸이 굳어졌다.[YS그룹, 이미 매각했어.] 간단명료한 이 한마디가 하은철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YS그룹을 매각했다고?!”하은철은 믿을 수 없었다.“말도 안 돼! 네가 그런 짓을 했다고? YS그룹은 네 삶의 근본이잖아!” [말도 안 된다니, 뭐가?] 지환의 말투는 아주 가벼웠다.[하은철, 네가 몇 번이고 이서를 해치는데, 내가 아쉬울 게 있을까?] 지환이 말하는 동안, 하은철은 정보망을 열었는데, 방금 보낸 메시지에 대한 답장이 와 있었다. 그 내용을 본 그는 거의 기절할 뻔했다.그곳에는 지환이 하지호에게 YS그룹을 매각했다고 적혀 있었다. ‘내가 아는 그 하지호...?!’ 그는 하씨 가문을 떠난 후에도 늘 하씨 가문과 날카롭게 대립해 왔다. 즉, 지환이 가장 싫어하는 적수라는 것.‘고작 나를 상대하기 위해서 적수한테 회사를 넘겼다고?’ ‘
전화를 끊자마자 비서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하 사장님, 큰일입니다.”“또 무슨 일입니까?!”하은철은 자신이 불길 위를 걷는 것 같다고 느꼈다.“회사 협력 계약이 몇 개 유출되었는데, 대략 추산해도 손실이 몇억원은 훌쩍 넘습니다.” 하은철이 눈을 가늘게 떴다. 말할 필요도 없이, 그가 조금 전 한 발언을 겨냥한 지환이 보복하는 것이었다. “쓸모없는 사람들 같으니라고, 그깟 자료 유출도 못 막는 겁니까?” 비서가 압력을 무릅쓰고 대답했다.“사장님, 컴퓨터가 해킹되는 바람에 상대는 투명 인간처럼 원하는 데이터를 맘껏 가져갈 수 있습니다. 저희는... 전혀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비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재훈이 들어왔다.그는 아주 당황한 나머지 문을 두드리는 것조차 잊은 듯했다. “하 사장님, 이것 좀 보십시오!” 한재훈이 노트북 한 대를 하은철의 앞에 놓았다. 시커먼 화면에서는 두 글자만이 계속해서 반짝이고 있었다. [멈춰!]하은철은 그게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었다. 이서를 겨냥하는 걸 멈추라는 뜻.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서를 포기하라는 뜻이었다. 그가 이런 압박을 달가워할 리 있겠는가! ‘윤이서는 내 것이야!’ 하은철이 기억을 갖기 시작한 이후, 그의 할아버지는 이서가 그의 미래 아내라고 말했으며, 반드시 그녀를 아내로 맞이해야 한다고 했다. ‘할아버지의 확고한 말씀이 왜 이렇게까지 된 거지?’ 계속해서 깜박이는 화면 속의 두 글자를 보던 한재훈이 물었다. “하 사장님,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하은철은 냉담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바로 이때, 또 10여 명이 뛰어 들어왔는데, 이 사람들은 자신의 손아귀에서 발생한 손실 때문에 하은철을 찾아온 것이었다. 겨우 한 시간도 안 돼서 회사의 손실은 이미 20억에 이르렀다.하지만 하은철의 가장 뛰어난 인재들은 이 문제에 대해 속수무책이었다. 여러 가지 징후가 모두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지환과의 협상. 그러나 하은철은 이렇게 결정적
하도훈은 하은철의 질문에 침묵으로 대답했다.그는 퇴락한 곳에서 담배를 피웠다.[네, 제가 하지환보다 못하다는 의미인 거네요. 어쩐지, 윤이서도 제가 아닌 그 사람을 선택하더라고요.]“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하도훈이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작은 회사를 지역에서 가장 큰 기업으로 성장시킨 것만 해도, 경영 능력을 충분히 입증한 셈이지.” “그런 천부적인 능력은 하늘이 주신 거야.”“천부적인 재능이 없는 우리 같은 사람들, 즉 애매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이랑 비교하는 건 스스로를 모욕하는 거란다.”[그래서 H국에 온다는 걸 알았을 때, 절대 오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거라고요.]이 말을 뱉은 하은철의 눈동자가 이글거렸다.“그래서... 그 교통사고를 낸 게야?”하도훈의 말투에는 아무런 기복이 없었다.[맞아요, 비록 하지환은 하씨 가문이 H국 내에서 가진 특별한 권력 때문에 제가 벌인 짓인 줄 모르지만요.] [하지만 이제 알든 말든 상관없어요.]하은철이 말했다. 하도훈이 핸드폰을 보며 말했다.“아들아, 그만 포기해라. 이 세상에는 이서보다 훌륭한 여자들이 널리고 널렸어.” “그리고, 이서를 포기하고 네 작은 아버지와 잘 이야기하기만 하면, 우리는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게다, 응?” [아버지,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하은철의 말에는 절망이 배어 있었다.[하지환은... 이미 YS그룹을 매각했다고요!] 하도훈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뭐라고?” [많이 놀라셨죠?]하은철이 피식 웃었다.[저도 이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아주 놀랐어요.][고작 우리를 상대하려고 YS그룹까지 매각했으니까요.][아버지, 이제 정말 생사존망의 때가 온 거예요. 타협의 여지? 그런 건 없어요.] “그렇지 않아.”냉장하게 생각한 하도훈이 입을 열었다.“너, 최근에 윤씨 그룹을 압박하려고 심씨 가문과 연합해서 윤씨 그룹 화물이 지나는 해양 통로를 막았었다며?” “네가 주동적으로 나서서 이서와 화해하기만 하면, 네 작은